신영철 정신건강정책혁신위원회 위원장 - 사회 전반의 안정과 건강을 향한 고민과 노력, 국민의 행복한 삶을 목표로 힘쓸 터
글로벌 바이오헬스 산업의 중심,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대한민국 보건의료산업의 도전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활동해 온 신영철 위원장은 도박중독 분야 전문가로 다양한 사회활동을 이어왔다. 한국중독정신의학회 이사장, 대한불안의학회장, 대한우울조울병학회장 등을 역임하며 학술활동에도 힘쓰는 동시에 지난 10년간은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소장으로서 직장인 마음건강 향상에 몰두해왔다. 현대인이 겪는 직장이라는 커뮤니티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갈등문제, 번아웃 문제 등을 접하며 강연 및 코칭을 통해 왕성한 활동에 임한 그는 최근 정식출범한 대통령 직속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국민 정신건강 향상을 위해 나선다. 각 분야 전문가 위원 총 23인이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고 연구하여 정책 마련과 실행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혁신위원회 출범이 지니는 사회적 가치와 더불어서 위원회의 역할, 정신건강 분야에서의 기대효과에 대해 언급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사실 우리는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자신의 마음과 정신건강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던 셈이지요. 늘 성장, 성취, 성과, 여기에 매몰되어 살아왔지요. 그러다 보니 엄청난 물질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행복지수는 낮고 자살율은 OECD에서 최고로 높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이제 우리 사회가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우리가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봅니다. 자살문제만 해도 대책을 마련한다는 것이 너무 복잡합니다. 질병이 있을 때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잘 받을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여야 하겠지만 이것 말고도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특히 코로나 이후에 학생들이 관계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능력도 많이 떨어지고 함께 뭔가를 해 나가는 함께 의식도 부족해 졌지요. 그렇다보니 학교에서 문제가 생기면 심각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왕따, 학교폭력도 문제가 되지요. 당연히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담당할 상담교사선생님들도 확충해야 하고요. 청년들은 청년들대로 힘들지요. 취업문제, 미래에 대한 고민, 특히 예측이 안 되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 높습니다. 노년층의 높은 자살률, 심리적 고립, 정서적 외로움, 경제적인 문제 등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이 참 많습니다. 이러한 부분들은 단순히 위원회의 노력만으로 될 부분은 아닌 것 같고 우리 사회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하고, 정부는 정부대로 여러 부처가 힘을 합쳐서 극복해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국민들의 정신건강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식하고 있었지만 그동안 정부의 투자 우선순위에서 항상 밀려있었지요. 곧바로 투자의 결과물로 나오기가 힘든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늦은 감은 있지만 이번 정부에서 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키고 투자를 약속한 것은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제적으로는 이제 선진국에 진입했습니다. 우리 자신은 물론이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더 품격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정신건강 분야에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겠지요. 언젠가는,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이제 시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문 심리상담 서비스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전국민 마음투자지원 사업>에 대한 소개를 간략히 부탁드립니다.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는 일상적 마음 돌봄 체계 구축, 정신응급 대응 및 치료 체계 재정비, 온전한 회복을 위한 복지서비스 혁신, 인식개선 및 정신건강 정책 추진체계 정비, 이 네 가지를 핵심과제로 선정했습니다. 이 가운데 일상적 마음 돌봄 사업의 일환으로 마음투자지원 사업이 지난 7월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힘들고 지칠 때 누구나 쉽게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8회에 걸쳐 심리상담을 지원해 주는 것인데 향후 100만 명까지 확대할 예정입니다. 치료가 필요한 분들은 쉽게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까지 연계하는 체계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로서 국민 정신건강 증진과 정신건강 정책의 올바른 방향성에 관해 의견말씀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결국 두 가지 길을 다 마련해야지요. 우선은 힘든 분들이 빨리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체계를 잘 마련하는 것이지요. 심각한 질병이 있는 경우는 조기에 발견하고 조기에 치료하고, 치료가 잘 유지되도록 돕고, 또 한편으로는 재활도 잘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서 다시 일상을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지요. 그러나 이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아직 질병의 상태는 아니지만 가벼운 증상이 있는 경우, 이들이 병으로 이행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이를 위해서는 상담, 치료 전문가의 역할도 필요하겠지만 가정, 학교, 직장, 사회가 전반적으로 더 안정적이고, 더 건강해져야 될 것입니다. 또한 음주문제는 물론이고 최근에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마약, 도박을 비롯한 각종 중독성 질환에 대해서도 좀 더 적극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가 치루어야 할 대가가 너무 크기 때문이지요. 사회적인 갈등도 심각하지요. 세대갈등, 양성갈등 등 골이 너무 깊습니다. 이건 꼭 위원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결국 국민들의 정신건강이 좀 더 안정적이 되기 위해서는 이런 부분까지 모두 연관이 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가정과 학교나 직장, 또 사회가 국민들의 보호요인이 될 수 있도록 문화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자살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살다보면 힘들 때도 있고 극단적인 경우는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요. 그렇다고 실제로 다 자살을 시도하지는 않습니다. 살아야 할 이유가 있기 때문이지요. 이게 바로 ‘보호요인’입니다. 우리 가정이, 직장이, 학교가, 사회가 우리 삶의 보호요인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이런 다양한 노력을 통해 제도를 개선하고 정책을 추진해서 우리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올라가도록 노력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되겠습니다.
그동안 정신건강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과 성과를 이어오시며 주목받으셨습니다. 이 중 특히 강조하실만한 내용이 있다면 무엇일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특별히 자랑할 만한 내용은 없습니다. 본의 아니게 남들이 잘 가지 않는 도박중독, 직장인 정신건강, 이 두 길을 걸어왔습니다. 힘들고 지칠 때도 많았지만 함께 해 주는 좋은 동료들이 있었고, 항상 스스로 가치 있는 일이라고 자부하며 해 왔기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본의 아니게 여러 가지 직함들을 맡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어떤 일을 맡을 때면 늘 고민하는 것이 있습니다. 이 일이 가치 있는 일인가, 보람 있는 일인가, 또 내가 할 수 있는 일인가, 내가 해야 할 일인가? 이번 혁신위원장 자리도 이런 고민들을 많이 하고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분야에서 연구, 교육에 임하시며 가장 보람되었던 기억이나 사례가 있다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여러 가지 직함과 타이틀을 맡아왔지만 제가 제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라는 직함입니다. 시작할 때 두 가지 목표를 세웠습니다. 하나는 좋은 임상의사가 되는 것, 또 하나는 제자들에게 멋진 스승이 되는 것, 이 두 가지인데 안타깝게도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달성한 것 같지 않지만, 또 대단한 것을 이루었다고 생각되지는 않지만,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서 여기까지 왔다는 제 삶에 대한 자부심은 가지고 있습니다. 복이 많게도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고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학회를 비롯해 많은 일을 맡아 왔고 이제 혁신위원장 자리도 맡게 되었습니다. 제가 가진 것보다 늘 더 많은 대접을 받고 살아왔기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지금에 이르기까지 위원장의 원동력에는 무엇이 있을지도 여쭙고 싶습니다. 더불어 평소 만나는 환자들이나 제자들에게 특히 강조하시는 내용이 있으실지 궁금합니다.
저는 사실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제가 하는 일이 제가 좋아하는 일이고, 또 제가 어느 정도 잘하는 일입니다. 사실 세상에 그런 삶을 사는 분들이 많지 않지요. 그런 의미에서 운이 좋은 사람이고요.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지요.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제 주변에 가족은 물론이고 저에게 힘이 되어주는 좋은 사람들이 참 많았습니다. 복 받은 거지요. 사람들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를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통해서 잘 풀어왔습니다. 또 저 스스로 생각해도 나름 다양한 무기들을 가지고 있는 편이라 힘들고 어려울 때도 잘 견디어 온 것 같습니다.
환자분들에게는 늘 비슷한 이야기를 합니다. 제가 ‘그냥 살자’라는 책을 썼는데 대충 살자, 막 살자 그런 뜻이 아니고 현실을 똑바로 인식하고 그 가운데 정말 내가 신경 쓸 일에 신경 쓰자는 그런 말인데요. 중요하지 않은 일에 너무 에너지를 쓰지 말자, 그런 뜻입니다. 정말 중요한 일, 고민해야 할 가치가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하겠지요.
정신과의사로서, 또 여러 활동을 하시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으실 텐데 어떤 걸로 해소하시는지, 자기관리는 어떻게 하시는지 궁급합니다.
별거 없습니다. 남들하고 똑같아요. 우선 다행인 것은 스트레스는 받지만 오래 간직하지는 않습니다. 이게 정말 중요한 일인가, 내 삶에 진짜 고민해야 할 일인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잘 던집니다. 작은 일에는 별로 신경 안 씁니다. ‘뭣이 중한데?’ 이런 질문을 던지지요. 그러니까 꼭 신경 쓸 일이 아니면 가능하면 에너지 쓰지 말자 그런 생각을 하지요. 개인적으로는 다행히도 무기가 많습니다. 사람에게 스트레스 받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으니 그들을 통해 또 스트레스를 풀지요. 오해는 마세요. 사람들은 제가 아는 사람도 많고 엄청나게 활동적이니까 여러 사람들과 다 잘 지낼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 이건 제가 누구랑 밥을 같이 먹는지 보면 아는데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목적 지향적으로 사람과의 관계를 만들지 않아서 많지는 않아요, 그러나 내가 정말 좋아하는 그런 사람들이에요. 그 사람들과 잘 지내도록 노력합니다. 나름 운동도 하고 종교활동도 하고, 제가 좋아하는 게 많아요. 스트레스는 제 삶의, 제 일상의 한부분일뿐이지요.
마지막으로 못다 하신 말씀이나 관계자들이나 월간인물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시는 말씀을 자유롭게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인생이 만만치가 않지요. 정신과 의사인 저도 힘듭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가끔 힘들어도 괜찮겠지요? 지난날들을 돌아보면 좋은 날들도 많았지만 힘들고 지친 날들도 많았지요, 넘어지고 좌절하는 날들도 많았고요. 그러나 좌절과 아픔, 스트레스, 심지어는 트라우마조차도 우리 긴 삶의 한 부분일 뿐입니다. 그게 우리 삶 전체를 압도하도록 버려둘 것인가, 그 아픔조차도 우리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우리가 선택하는 것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