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진 한국재료연구원장-치열한 재료 기술 경쟁의 중심에서 견고한 파트너십과 영향력 있는 연구로 글로벌 소재종합연구기관으로 자리매김
변화하는 미래 속 대한민국 경제의 근간, 대한민국 제조산업
한국재료연구원은 재료 분야의 연구개발과 성과확산, 시험평가, 기술지원을 통해 국가의 산업과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76년에 설립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기술 개발이 산업 발전의 관점을 벗어나 국가 생존의 관점으로 크게 격변하는 시기인 지금, 극한재료, 경량재료, 재료공정, 나노재료, 융복합재료, 에너지환경재료, 바이오헬스재료, 재료데이터분석 등을 아우르는 동시에 이제 반도체, 이차전지, 우주항공, 에너지환경 산업 등 첨단 미래 산업의 핵심이 된 소재산업이 국내 산업의 생존과 직결된 만큼, 변화의 중심에서 국가경쟁력 향상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쏟고 있다.
안녕하세요 원장님. 월간인물 10월호 제조 산업 특집 기획으로 인사드리게 되어 반갑습니다. 원장 취임 후 약 5개월이 지났습니다. 취임을 축하드리며, 직접 소감을 말씀을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한국재료연구원 구성원으로 30여 년간 최선을 다해 연구에 전념해 왔습니다. 저는 지난 4월 22일 한국재료연구원 제7대 원장으로 취임했습니다. 사실 취임 이후에는 기쁨보다 긴장이 앞서고, 앞으로 연구원을 보다 경쟁력을 가진 기관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책무를 느껴 어깨가 한층 무겁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국제 사회는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감축법, 일본의 반도체 소재 부품 기술 규제, 중국의 자원 무기화 등 기술 패권주의가 강화되는 시대에 있습니다. 우리 정부 또한 첨단 미래 산업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 확대 등을 통해 다가오는 미래를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기도 합니다. 한국재료연구원도 국내 재료개발의 중추기관으로서 그 역할이 매우 큽니다.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고, 그 노력 또한 한국재료연구원 구성원 모두가 힘을 합쳐 함께 이겨나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지난 2020년 한국기계연구원 부설 재료연구소에서 독립법인인 한국재료연구원으로 승격을 이뤄냈습니다. 연구원이 추구하는 비전과 목표가 무엇인지, 그리고 독립법인으로 출범한 이후에 달라진 위상은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취임 후 저는 연구원의 비전으로 ‘소재 강국을 실현하는 글로벌 종합소재연구기관’을 제시했습니다. 목표로는 ‘K-재료를 새롭게(NEW) 디자인(DESIGN)하는 국가 소재혁신 허브&리더’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3가지 핵심 가치를 두고 있는데 그건 바로 ‘열정’과 ‘책임감’, 그리고 ‘자긍심’입니다. 비전과 목표, 그리고 핵심 가치 등에 맞춰 연구원을 잘 이끌고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한국재료연구원은 원 승격 이후에 조직과 예산, 기능 등 모든 면에서 한 단계 상승했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학제 중심 연구에서 벗어나 산업응용과 국민 삶의 질 향상 관점으로 확대 전환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비전과 목표를 토대로 ‘소재강국 실현’이라는 원대한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할 것입니다.
현재, 진해에 제2캠퍼스를 건설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진행 중인가요?
한국재료연구원은 오랫동안 국가와 지역 발전에 기여하며 성장을 거듭해 왔습니다. 기계금속 분야를 중심으로 한 연구 분야는 더욱 그 영역이 확대하면서 인력 및 연구장비가 크게 증가하여 현재 위치한 창원시 상남동 소재 본원에서 연구 기반 구축과 운영이 매우 힘든 상태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에 오래전부터 제2캠퍼스 구축을 계획하였으며 제2캠퍼스 구축은 국가적 필요성과 연구원의 발전 방향에 부합되는 첨단소재실증연구를 위한 기능과 역할을 위해 창원시 진해구 여좌동 일대에 조성 중에 있습니다. 1단계 사업은 5년 전 시작해 그 결실로 올해 10월경 총 2개 연구동과 실험동(파워유닛스마트제조센터, 금속소재실증테스트베드)이 준공을 앞두고 있습니다. 2단계 사업인 ‘극한소재 실증연구 기반조성사업’은 2023년부터 시작해 연구시설(건물, 장비) 구축을 위한 사업이 현재 진행 중에 있습니다. 2027년 4개 연구동이 준공되면, 명실상부 창원의 본원과 함께 진해 제2캠퍼스는 소재 실증연구 전초기지로 자리할 것입니다.
최근 연구원이 국가 수소 중점연구실 5대 분야 중 하나인 ‘음이온교환막수전해’ 분야 총괄주관 연구기관으로 지정됐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역할을 맡게 되는지 상세히 들어보고 싶습니다.
국가 수소 중점연구실은 국가 R&D 역량을 결집하고, 기업과 협력 강화를 위한 연구실을 지정 및 운영하며, 이를 통해 청정 수소 생산 기술의 국산화를 달성함으로써 수소 생산 단가의 경제성 확보를 목적으로 합니다. 그중에 음이온 교환막 수전해는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는 차세대 수전해 기술로 2040년 글로벌 수소 시장에 대비해 차세대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역할을 할 예정입니다. 이에 한국재료연구원은 국가 수소 R&D 및 사업화 플랫폼 구축을 통한 차세대 고효율 음이온 교환막 수전해 기술을 선도하기 위해, △수소 소재 및 부품화 기술 개발, △기술 인프라 및 사업화 지원, △국제협력 연구 체계 구축, △기술 인증 및 표준화 기반 구축 관련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소재 및 기술의 무기화가 결국 자국 이익으로 이어지는 시대입니다. 이러한 국제 상황에서 한국재료연구원의 대응 전략은 무엇인가요?
기술패권 경쟁시대에 과학기술의 발전은 국가 안보와 산업경쟁력에 직결됩니다. 정부에서도 범국가적으로 추진하는 12개 국가전략기술과 50개 세부중점기술에 대한 로드맵을 만들어 현재 대응 중에 있습니다. 이에 발맞추어 한국재료연구원 또한 정부출연금 사업인 기본사업을 국가 임무 중심으로 재편하고자 합니다. 이외에도 연구원 조직을 국가기간소재와 미래소재로 나눠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선제적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특히 국가 기간 소재는 극한재료, 경량재료, 재료공정 분야를 연구해 우주항공, 원자력, 방위산업 분야에 기여하고, 미래소재로는 나노, 바이오, 전자재료 등 기술에 중점을 두어 반도체, 바이오, 에너지, 환경 산업 등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한국재료연구원은 오랜 기간 뛰어난 연구실적으로 산업화 및 산업발전에 기여를 해왔습니다. 최근 괄목할 만한 실적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요?
첫 번째는 소변을 이용해 빛을 조사하는 것만으로 별도의 분석 과정 없이 전립선암과 췌장암을 검사하는 기술을 개발한 성과를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많은 이가 암의 진단, 특히 췌장암과 같은 난치성 암의 진단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한국재료연구원이 개발한 검사기기는 매우 간단한 스트립 형으로 제작되어 현장에서 신속 고감도로 암 진단이 가능합니다. 난치성 암은 조기 진단이 중요하기 때문에 기존의 혈액검사, 영상의학, 조직검사 등이 아닌 편리한 방법으로, 더욱 쉽게 암을 진단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두 번째는 지난해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 선정된 마그네시아(MgO) 방열 신소재 기술을 소개할 수 있습니다. 최근 반도체 등의 전자산업에서 성능 극대화를 위한 소재․부품의 방열 문제가 세계적 이슈입니다. 마그네시아 소재는 방열 성능은 우수하지만 제조가 어렵고, 공기 중 수분과 반응해 방열 소재로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한국재료연구원이 개발한 마그네시아 소재는 저온에서 쉽게 제조할 수 있고 공기 중 수분과 반응하지 않아 전기차 화재 사고 예방을 위한 배터리 열관리에 사용될 수 있습니다. 개발한 소재는 상용 알루미나와 가격은 유사하면서 방열 성능이 2배 이상 우수합니다. 일본 선도 기업에서도 해결하지 못한 마그네시아 소재의 문제점을 완벽하게 해결한 세계 유일의 소재라는 점에 큰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한국재료연구원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해외 사업이나 계획에 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한국재료연구원은 글로벌 소재종합연구기관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영향력 있는 연구기관으로 퀀텀점프(Quantum Jump)하고자, 글로벌 연구역량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기관 차원에서 (미)NASA, (일)NIMS, (중)IMR 등과 같은 글로벌 톱 티어(Top Tier) 연구기관과 협력 전략을 마련해, 유형별(국제공동 R&D, 국제협력센터 구축, 인력교류 등) 맞춤형 국제협력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아울러, 우리나라가 25년부터 호라이즌 유럽(Horizon Europe)의 준회원국으로 프로그램 참여가 가능해져 정부 기조에 맞게 우리 기관 또한 글로벌 R&D 다자협력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할 것입니다. 또한, 기관의 자체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지속 가능한 국제협력 기반 조성 사업’이 기관 공백 기술 해소 등에 보탬이 되도록 다방면으로 지원하는 등 효율성 확보를 위한 글로벌 국제협력 사업 고도화에 주력할 예정입니다.
국가 간 글로벌 기술 확보 경쟁 속에서 재료 기술을 둘러싼 경쟁력은 지속적으로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2020년 ‘기술 수준 평가’에 의하면, 재료 기술은 최고 기술 보유국(미국) 대비 기술 수준과 기술격차가 약 80.8%, 2.5년 정도로 평가되었습니다. 2018년과 비교해 기술 수준은 약 2.5% 포인트 향상되고, 기술격차는 0.5년 단축됐습니다. 이제는 정부 주도의 산업경쟁력을 향상해 세계시장에서 자리를 확고히 하는 것도 중요하겠습니다. 국산화와 자립화를 통해 만들어진 제품을 해외의 수요기업과 연계해 판매를 확대하는 전략 수립도 잇따라야 합니다. 소재 분야 기술과 산업경쟁력 획득은 선자독식의 세계입니다. 우리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세계 1등 기술에 대해서는 초격차 전략을 심화하고, 기술경쟁력이 부족한 분야에서는 강점 역량을 바탕으로 산학연 파트너십을 더욱 견고히 넓혀가야 할 것입니다. 한국재료연구원이 그 중심 역할을 맡아, 산학연 개방형 협업 협력 생태계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기술과 시설·장비, 지식·정보, 자금과 인력 등을 다양하게 지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국민 삶의 질 개선에 보탬이 되는 기관으로 자리하도록 노력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앞으로 한국재료연구원의 행보에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