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호 소프라노 - 18살에 시작한 성악가의 길, “한국을 알리는 소프라노가 되는 것이 꿈”
박서호 소프라노 - 18살에 시작한 성악가의 길, “한국을 알리는 소프라노가 되는 것이 꿈”
  • 김예진 기자
  • 승인 2021.05.27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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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호 소프라노 

성악을 배워본 적이 있니?” 고등학교 2학년 말, 가창시험을 본 그에게 음악 선생님께서 건넨 한 마디로 성악가의 길이 시작되었다. 박서호 소프라노는 다양한 콩쿨 무대 및 오페라뿐만 아니라 최근 방영한 드라마 <펜트하우스>에서 배로나의 노래 대역을 맡으며 대중들에게도 눈도장을 찍고 있다. 떠오르는 오페라의 주역, 청아한 음색의 신예 소프라노 등 그에게 보내는 찬사는 많지만 정작 자신은 감사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라고 말한다. 서울대학교 학사를 졸업한 뒤 현재 동 대학교 대학원에 재학하며 유학 준비를 하고 있다는 박서호 소프라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보통 노래를 좋아하면 가요를 생각하기 쉽잖아요. 처음 성악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보통 악기를 하나씩은 배우는 분위기였어요. 그래서 저도 7살부터 중학교 2~3학년 때까지 바이올린을 배웠습니다. 바이올린을 배울 때에는 절대 클래식을 전공으로 할 생각이 없다며 부모님께 단정지었어요. 그 당시에 악기는 단순히 취미라고 생각했고 중, 고등학교 모두 인문계를 진학하게 되면서 제 길은 당연히 수능을 보고 학교와 전공을 선택해 진로를 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진명여자고등학교라는 집 앞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했었는데 그 당시 학교에 계셨던 음악 선생님께서 성악전공이셨어요. 음악수업이다보니 가창시험도 있었는데 시험을 마치고 음악 선생님께서 성악을 배운 적이 있냐고 물어보시더라구요. 성악을 한 번 배워보면 좋겠다고 하셔서 그렇게 처음 고등학교 2학년 말에 성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3을 앞두고 성악을 시작하셨다니 놀랍습니다. 어떤 부분에서 성악의 매력을 느꼈는지, 성악에 확신을 가진 계기도 묻고싶습니다.

유년 시절 촬영한 비디오를 보면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광고 노랫소리에도 춤을 출 정도로 음악을 좋아했었던 것 같아요. 초등학교 때 학교 합창단을 하기도 했었고, 중학생 때도 친구들하고 노래방 가는 것을 좋아했죠. 워낙에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해서 성악이라는 장르가 멀지 않게 느껴졌던 게 전공까지 이어진 것 같아요.

음악을 정말 좋아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고등학교 3학년 진학 직전 입시 준비는 무모한 도전이었던 것 같기는 해요.(웃음) 성악을 처음 시작할 때 레슨 선생님께 테스트를 받게 되는데, 당시 선생님께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입시를 준비해도 좋을 것 같다라고 말씀하셨죠. 선생님의 말씀에 대한 믿음과 잘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으로 시작했습니다.

 

<펜트하우스> 배로나 목소리로 대중들에게도 주목을 받으셨습니다극중 배로나가 실력만으로 쟁쟁한 경쟁자 모두를 이기는데, 이 같은 설정 때문에 부담은 없었는지 궁금한데요.

펜트하우스 관계자분들께서 목소리 대역을 구하기 위해 학교로 문의 하셨을 때는 드라마의 내용도 알지 못했고, 또 이렇게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편하게 드라마 작업에 참여하겠다고 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는 오페라 마술피리에 밤의 여왕의 아리아를 부를 수 있는 선생님을 찾으신다고 하여 제가 배로나 역할의 목소리 대역으로 배정이 되었죠. 그런데 막상 드라마에 참여하고나니 경쟁자들에 비해 월등하게 실력이 앞선다는 설정때문에 다른 배역을 맡아주신 선생님들보다도 부담이 막중하더라고요. 스스로 느끼기에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이 많은 연주자기도 하고 또 다른 선생님들께서도 전부 서울대학교에서 재학 중이시거나 졸업하신 분들이어서 사실상 그분들과 비교하여 뛰어난 기량 차이를 보여주기도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워낙에 드라마 현장이 촉박하게 진행이 되다보니 녹음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 또한 짧아서 스스로 연습시간이 부족해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제 노래를 좋아해주셔서 정말 정말 감사했어요.

 

그간 각종 콩쿨 및 오페라의 주역으로 떠오르며 인정받고 있었지만, 드라마 방송 후엔 더 많은 대중의 반응을 볼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주변 반응이 궁금합니다.

제 목소리를 아시는 주변 분들의 경우 처음 방송이 나가고 나서 혹시 제가 부른 것이 맞냐며 연락을 주시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방송 나가기 전까지 드라마에서 제 목소리가 나온다는 사실이 조금 낯간지러워서 많이 알리지는 않았었거든요. 그 후로는 드라마 잘 보고 있다든지, 또 언제 노래를 부르는지 아니면 펜트하우스 드라마가 어떻게 전개가 될지 물어보시는 분들도 많으셨고요.(웃음) 그리고 유튜브에 드라마 속 노래를 짧게 업로드했는데 그 영상 덕분인지 최근에 해외에서 장학금을 지원해주겠다는 입학 제안도 받았습니다.

 

목 관리가 중요할 것 같은데 평소에는 어떻게 목 관리를 하시나요?

목이 아프거나 너무 부었을 때는 지체하지 않고 병원을 가는 편입니다. 평소에는 따뜻한 차를 즐겨 마셔요. 가끔 도라지 배즙을 마시기도 하고 에어컨 또는 히터 바람을 직접적으로 목에 쐬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소리를 많이 내서 연습을 하기보다 악보를 보며 어떻게 부를지 생각하고 효율적으로 연습해서 목소리를 아끼려고 합니다.

일전에 오페라 <아말과 동방박사들>에서 아말 역할을 맡아 맑고 청아한 목소리를 뽐내셨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오페라에서 멋진 모습 보여주실텐데, 보통 작품을 준비할 때 어떻게 준비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오페라는 종합예술이기 때문에 노래와 연기 그리고 나아가 춤을 추기도 해야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그 모든 것을 하기 위해서는 첫 번째로 악보가 정확히 숙지되어있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기에 음정, 박자, 리듬을 정확하게 익히면서 관객들께 제가 부르는 노래 가사에 대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발음 연습을 합니다. 그렇게 노래와 발음이 익으면 주인공의 감정에 이입해서 극에 맞는 표정과 몸짓이 나올 수 있도록 캐릭터에 몰입을 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감정에 뿌리를 두면 어색하게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히 그 인물이 되어있더라고요.

 

꼭 한번 도전해 보고싶은 분야나 작품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소프라노 중에서도 높은 음역대와 기교를 맡고있는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인데요. 그래서 펜트하우스에서도 불렀던 밤의 여왕의 아리아 ‘Der Hlle Rache kocht in meinem Herzen’을 자주 불렀습니다. 그만큼 이 역할에 대해 욕심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가까운 미래에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에 밤의 여왕 역할로 해외 공연장 데뷔를 하고 싶다는 꿈이 있습니다.

 

박서호 소프라노 Ⓒ김예진 기자

이외에도 기회를 잡을 수 있어서 감사했던 때, 혹은 가장 기억에 남거나 보람찬 사례가 있으셨나요?

사실 노래하는 매 순간이 감사하고 보람찹니다. 작은 무대 또한 들어주시는 분들이 있다면 그것에 감사하고 그분들께 감동을 전해드리고 싶거든요. 물론 2019년도에 국내에서 콩쿨을 많이 나가보면서 예상보다 큰 결과를 얻고 많은 분들께서 박서호라는 소프라노를 알아주셔서 그때 또한 인생에서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하고 행복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러한 원동력으로 노래에 대한 꿈을 더 키워나갈 수 있음에 벅찼던 것 같아요. 지금은 그때의 기억을 발판삼아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 국제 콩쿨도 준비하려고 합니다.

 

존경하는 멘토님이 계시는지요? 있다면 기억에 남는 조언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저에게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이 계시지만 그중에서도 지금 사사하고있는 전승현 교수님을 많이 존경합니다. 교수님께서는 동양인의 신분으로 독일에서 성악가 최고 영예인 캄머쟁어(궁정 가수) 작위까지 수여받으셨는데 그 사실이 자랑스럽고, 또 한편으로 그 자리에 오르시기까지 얼마만큼의 노력을 하셨을지에 대해 생각해보면 절로 우러러보게 되더라고요. 교수님께서는 항상 무지개를 좇는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한 마음으로 음악을 좇으라 하셨는데 그 말씀을 항상 염두에 두고 노래에 임하려고 합니다.

 

많은 도움과 조언을 받으며 꿈에 다가가셨겠지만, 스스로 아쉬웠던 부분이 있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이제 막 성악가의 꿈을 꾸기 시작하는 어린 친구들에게는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예술가로서 본인의 결과물에 100% 만족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에요. 굉장히 추상적이고 각자의 취향도 다르잖아요. 어린 친구들한테는 남들과 비교하기보다 자신의 음악에 주관을 갖고 묵묵히 스스로의 음악을 키워나가라고 말하고 싶어요. 또 열정을 잃지 말라고 덧붙이고 싶네요.

 

마지막으로 박서호 소프라노님이 가진 앞으로의 꿈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궁극적으로는 해외에서 연주 활동을 하는 소프라노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각국의 성악가들과 견주어 비교할만한 연주자가 되어서 또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릴 수 있는 소프라노로 자리매김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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