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약학의 발전에 기여하는 연구자가 될 수 있기를
국내 의약학의 발전에 기여하는 연구자가 될 수 있기를
  • 유지연 기자
  • 승인 2024.05.03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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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호 건국대학교 바이오의약학과 교수
박주호 건국대학교 바이오의약학과 교수 ⓒ유지연 기자
박주호 건국대학교 바이오의약학과 교수 ⓒ유지연 기자

[월간인물 유지연 기자] 건국대학교 의료생명대학 바이오의약학과 박주호 교수 연구팀은 우루사의 주성분인 우르소디옥시콜릭산의 분자구조를 변형시켜 새로운 지방간염 나노 치료제로 개발하는 연구에 성공했다. 뛰어난 효능과 우수한 안전성에 비해서 일부 간 질환에서는 치료 효능에 한계를 보인 우르소디옥시콜릭산의 기전을 바꿔 새로운 혁신 신약으로 재탄생시킨 것. 이미 유효성과 안전성이 입증된 우르소디옥시콜릭산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나노 치료제 개발 전략은 신약 개발 기간 및 비용을 단축하고, 국내 혁신 신약 개발 성공 확률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제약·바이오 혁신 신약 개발의 새로운 키워드, ‘나노 의약품

박주호 교수가 운영하는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의료생명대학 바이오의약학과 소속 나노바이오의약학 실험실은 2021년 개설되었다. 단순한 학문적 연구가 아닌, 환자 치료에 직접 응용할 수 있는 바이오 신소재의 개발과 기존 약물을 활용해 약물전달시스템을 고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실험실은 길지 않은 연력에도 큰 잠재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험실은 다양한 연구 중에서도 자가조립 기술에 기반한 최신 나노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실용적인 의약품의 개발에 주목하고 있다. 이를 위해 생체적합성 바이오 신소재의 직접적인 합성, 물리 화학적 특성 평가, 나노화, 안정성 평가 등의 연구를 진행하며,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한 물질 결합 및 분자 동력학적 분석, 마우스와 랫드를 활용한 동물 효능평가 및 약물 동력학 실험 등 물질의 효과, 독성, 약동학적 분석을 다방면으로 수행한다. 면역원성을 유도하면서 부작용을 줄인 항암 치료제, 경구용 펩타이드 기반 바이오의약품, 다당류 기반 바이오 신소재 분자 수식 치료제 개발 등이 주요한 연구다. 광역학 치료 및 면역 치료, 고지혈증 및 당뇨 관리를 위한 신물질 개발 연구를 포함해 다양한 질환에 의학적으로 활용 가능한 실용적인 나노소재를 활용한 치료 전략 연구도 진행 중이다.

연구 내용에서 짐작할 수 있듯 나노 기술은 박 교수의 연구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나노는 10억분의 1 수준의 정밀도를 뜻하며, 일반적으로 물질을 분자, 원자 단위에서 규명하고 이들을 적절히 결합시킴으로써 기존 물질을 변형, 개조하거나 신물질을 창출하는 기술을 나노 기술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나노 기술은 이미 주류로 자리 잡은 반도체 분야를 넘어 이제는 생물 분야에서도 더 나은 의학 및 진단을 위한 미래 기술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나노의학, 나노과학을 연구 테마로 하여 약물 결합체 설계, 합성 및 평가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나노 의약품은 제조 및 생산 과정이 복잡하고 까다로워 전 세계적으로 개발 성공 사례가 많지 않은데요. 저희는 약물 스스로 나노입자를 형성할 수 있도록 분자모델링 기술을 활용해 약물을 디자인하였고, 그 결과로 약 8가지의 신약후보 물질을 발굴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복잡한 나노화 공정 기술과는 달리, 약물 스스로 물에 녹아 나노화되는 자가조립형 나노 기술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비교적 간단한 원리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지만, 원리가 단순 명료하고, 합성 및 개발 과정이 간단해야 신약개발 성공 가능성이 훨씬 높아집니다. 그 첫 번째 결과물이 바로 우르소디옥시콜릭산의 분자구조를 변형하여 개발한 새로운 지방간염 나노 치료제입니다.”

 

박주호 건국대학교 바이오의약학과 교수 ⓒ유지연 기자
박주호 건국대학교 바이오의약학과 교수 ⓒ유지연 기자

분자구조 변형으로 간 질환을 치료하는 혁신 신약 설계

최근 의료계에는 약물의 재발견 바람이 불고 있다. ‘약물 재창출이라고 불리는 이 방식은 시판 중이거나 임상에서 안전성 외의 이유로 상업화에 실패한 약물의 새로운 적응증을 발굴하는 신약 개발 방법이다. 적응증의 제한, 특허 만료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신분자 물질 신약 개발과 비교해 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유리하다.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약은 안전성이 검증된 만큼 임상 1상 단계를 생략할 수 있고, 이미 확보된 데이터를 활용하면 규제 당국의 승인 절차도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약물 재창출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화이자사의 실데나필미녹시딜이 있다. 항고혈압제로 개발 중이던 실데나필은 발기부전 및 폐고혈압 치료제로, 궤양 치료제로 개발 중이던 미녹시딜은 탈모 치료제로 재창출됐다. 최근에는 미국 하버드대 의대 부속 메사추세츠종합병원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종양의 성장에 필요한 혈관 형성을 억제하는 약물과 고혈압 환자의 체내 수분량을 줄여 혈압을 낮추는 약물을 결합해 악성 결핵균을 죽이는 데 도움이 되는 치료 약물을 개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약물 재창출 방식이 주목을 받았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코로나바이러스 백신과 치료제 개발 요구가 폭증했는데, 단기간에 전 세계적으로 많은 환자가 발생하면서 치료제 개발 기간 단축이 중요한 요소로 떠오른 것. 이에 제약사들이 신물질 개발보다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는 약물 재창출 전략을 사용했다. 현재까지 미국 FDA의 코로나 치료제로 공식 승인받은 약물 모두 약물 재창출을 통해 개발되었을 정도다. 반면, 국내에서도 많은 연구가 수행됐지만 2024년 현재까지 승인받은 약물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주호 교수의 신약 연구는 기존 약물의 기전을 바꿔 약물의 기능을 개선하는 약물 재창출과 유사한 방식을 취한다. 약물의 결합체를 만드는데 허가 기간을 단축하고, 기존의 생산 시설을 그대로 활용하며 비용을 절감하는 등의 장점은 가져가면서, 여기에 완전히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연구 방식을 활용, 박주호 교수 연구팀은 올해 충북바이오산업혁신센터, BK21 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 우루사로 잘 알려진 간 보호제 우르소디옥시콜릭산(UDCA: Ursodeoxycholic acid)을 새로운 지방간염 나노 치료제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간 기능 개선제, 소화제 등으로 잘 알려진 우르소디옥시콜릭산이지만, 뛰어난 효능과 안전성에 비해 일부 간 질환에서는 치료 효능에 한계를 보여왔다. 이에 박 교수 연구팀은 우르소디옥시콜릭산의 분자구조에 홍합의 접착 단백질의 주요 성분 중 하나인 도파를 도입해, /염기(pH) 조건에 따라 변화하는 새로운 경구 복용 나노 치료제로 변환했다. 본래의 우르소디옥시콜릭산은 후보물질이 목표로 하는 MASH(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 치료에 효능적으로 한계를 보였지만, 분자 수식을 통해 기능과 효능이 크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루소디옥시콜릭산 결합체는 중성이나 약알칼리성 환경에서 스스로 나노화되어 내의 답즙산 수송체에 결합 및 억제하여 기존의 우르소디옥시콜릭산 단일분자보다 강화된 치료 효과를 보인다.

새로운 치료기전(담즙산 수송체 억제)을 획득한 나노 치료 물질들은 MASH 치료제 시장을 공략할 큰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나노물질에 포함된 우르소디옥시콜릭산은 그 자체로 간 기능 개선 및 간 보호 효과가 있으며, 담즙산 수송체 억제 효과는 추가적으로 콜레스테롤, 혈중 지질 수치까지 복합적으로 감소시키면서 항당뇨, 지방간 개선 효과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간도 보호하고 콜레스테롤도 낮추는 다기능성을 보유한 물질의 발견이 수십 조에 이르는 지방간염 및 비만 시장을 공략할 신약 후보물질 중 하나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편, 해당 연구는 연구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생체물질 분야 세계 2위 학술지인 ‘Biomaterials’에 게재되었으며, 박주호 교수와 함께 연구를 수행한 이동녕, 양성빈 연구원 등이 생물학전문연구정보센터(BRIC) ‘한국을빛낸사람들에 최종 선정되는 기쁨을 얻었다.

 

박주호 건국대학교 바이오의학학과 교수 연구팀 ⓒ유지연 기자
건국대학교 바이오의약학과 박주호 교수 연구팀 ⓒ유지연 기자

유일한 물질을 개발한다는 책임감과 자부심이 신약 개발의 동력

박주호 교수의 지난날을 몇 가지 단어로 요약할 수는 없지만, ‘열망’, ‘노력’, ‘집념으로 채운 고3 수험생 시절은 박 교수의 인생을 바꾼 몇 번의 주요한 시기 중 하나다. 대학 진학을 코앞에 둔 고3 시절, 연구자가 되고 싶다는 열망이 피어난 게 시작이었다. 목표로 한 서울대학교를 지원하기에는 부족한 성적이었지만, 열망은 변화를 만들었다. 쉬는 시간에 쉬지 않고 공부한 것은 물론, 집과 학교를 오가는 길에도 심지어는 샤워를 하면서도 머릿속으로 암기한 수학 문제를 풀었다. 꿈을 향한 그의 집념은 결국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입학이라는 목표를 이뤄냈다. 이때의 경험은 책으로 탄생하기도 했는데, 공부역전 공부법에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삶에 반전을 만들어 낸 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연구자로서의 삶에서 속력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지금의 건국대학교까지, 그와 연구를 함께 한 사람들 덕분이었다. 신약 개발은 최근에는 더욱 협력 연구로 진행되는 추세인지라 선배, 동료 연구자는 연구 성과를 가장 크게 좌우하는 요소라고 해도 무방하다. 꿈꾸던 연구를 실행으로 옮기고, 현실로 실현할 수 있었던 건 멘토 역할을 자처한 선배와 교수들의 도움이 컸다. 박사과정 지도교수였던 변영로 교수와 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인 오유경 교수를 비롯해 우수한 선배 연구자들의 지식과 경험을 아낌없이 받았다고 한다. 이러한 시간이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사멸시킬 원천 기술을 개발하게 했고, 지방간염을 치료하는 나노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에도 단단한 밑천이 되었다. 삶의 또 다른 챕터로, 이제 교수라는 새로운 자리에 선 그는 지금까지 받았던 것을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나누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가 지도교수로 있는 나노바이오의약학 실험실은 현재 석박사통합과정, 석사과정, 그리고 학부생으로 구성된 연구 인턴들로 이루어져 있다. 9~12명이 관련 연구를 수행하는데, 실험실의 특징은 인턴과 학부생도 연구의 초기 단계부터 참여하며 연구를 수행한다는 점이다. 적극적이고 자율적인 참여는 학생들의 성과로 이어진다. 2023, 박소현 학생은 대학원 입학과 동시에 국제 SCI(E)급 논문 2편을 게재했으며, 이준혁 학생은 석사 6개월 차에 생체재료학회지(Biomaterials Research)에 논문 게재를 완료했다. , 양성빈 학생이 한국연구재단의 ‘2023 학문후속세대지원사업박사과정생 연구장려금사업에 선정되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사업은 국내의 박사과정 학생이 학위 논문을 심도 있게 연구할 수 있도록 학생에게 지원하는 국가 지원사업으로, 양성빈 학생은 20258월까지 약 2년간 총 4000만 원의 연구장려금을 지원받는다. 이뿐만 아니라 이미 국제학술지 SCI(E)급 논문을 게재하고, 학술대회에서도 여러 번 수상하며 우수한 연구능력을 검증받았다. 박 교수의 든든한 지원과 학생들의 노력이 빚어낸 성과이다. 양성빈 학생은 지방간염 나노 치료제 개발로 이미 박 교수, 이재현 학생과 함께 한국을빛낸사람에 오른 바 있다. 박주호 교수 역시 조교수로 2023년 건국대학교 학술상을 수상하고, 생체재료학회 미래과학자상을 수상하는 등 활발한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본격적으로 논문이 소개되기 시작한 올해를 기점으로 세상에 자신의 연구를 더욱 활발히 알리겠다는 당당한 포부를 전한다. 자신의 도약과 함께 건국대학교 전반의 연구 수준을 끌어올리는 선구자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도 함께 한다.

대학에서 신약 개발을 하고 있는 교수, 연구자 대부분이 시간, 자본, 기술 및 인력의 부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겁니다. 그러나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MASH와 같은 미충족 수요가 높은 질환의 치료제 개발 연구를 통해,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처럼 학생들도 본인이 원하는 연구를 행복하게 했으면 하는 게 가장 큰 소망입니다. 자신의 길을 잘 찾아갈 수 있기를 바라고, 길을 찾는 데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자리를 지키고 싶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증상에 맞는 약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시대에 간과하기 쉬운 사실이지만, 신약을 개발하는 일은 나아가 신약 개발에 성공하는 일은 고행에 가깝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 5천 개의 물질을 만들면 일반적으로 하나 정도의 신약이 탄생할 뿐이다. 5천 개에서 고작 한두 개를 얻는 연구이지만, 박 교수가 그럼에도 연구를 지속하는 이유는 누군가는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효과가 없을 수 있지만,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병이나 상처 따위를 고치거나 예방하기 위해 먹거나 주사하는 물질이라는 약의 정의에 맞게 누군가에게 필요하고 유효한 물질을 개발하는 것. 이 단순하고도 명확한 진리를 위해 그는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많은 실패와 작은 성취를 경험하면서, 최초이며 유일한 물질을 찾기 위한 연구를 지속해 나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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