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인구가 증가하며 퇴행성 망막질환을 앓는 환자 수 또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젊은 층의 망막질환 위험도 커지는 추세다. 관련 시장 또한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습성황반변성 치료제가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유전자치료제 개발이 본격화된다면 건성황반병성 및 유전적 망막질환 치료제라는 블루오션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시력 회복에 관한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셀리아즈는 치료제 개발시장의 선두주자를 목표로 연구개발 및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망막재생으로 상실된 시력 회복에 도전하는 ㈜셀리아즈
신약개발 바이오기업 ㈜셀리아즈는 2022년 카이스트 김진우 교수 연구팀의 교원창업에 뿌리를 둔다. 현재는 7명의 연구원들이 ▲망막재생 ▲시력회복 ▲유전자 치료제라는 키워드를 내걸고 퇴행성 망막질환에서 망막을 재생시켜 상실된 시력을 다시 회복시킬 수 있는 항체 및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강경화 대표 역시 창업 전 KAIST와 스위스 바젤대 연구교수로서 ‘신경 발달과 퇴화’에 대해 연구해온 연구자였다.
빛을 감지해 사물을 볼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망막의 기능 회복은 시력 회복의 열쇠가 된다. 그러나 선천적 질환이나 노화, 질병으로 인해 기능이 손상되면 회복이 어려운 데다 되살리는 치료제도 마땅히 없어 결국에는 실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치료제 개발까지는 망막조직의 복잡성과 재생불가능성, 약물전달의 어려움, 서서히 진행되는 질환의 특성, 복잡한 치료제 개발, 제한된 동물 모델, 민감한 시각 기관과 규제 요구 등 과학적·기술적·임상적·경제적 한계 등 여러 문제들이 산적해있다. 셀리아즈는 오랜 시간 이어온 연구를 바탕으로 퇴행된 망막을 다시 재생시킬 수 있는 원천기술을 보유하는 등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시력 상실 지연에 초점을 맞추었던 기존 치료제를 넘어 이제 시력의 회복이 가능한 새로운 치료제 개발로 방향성을 설정하고 있습니다. 셀리아즈는 자사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특허 관리와 논문 게재, 학회 발표 등 학계와 소통하며 치료제 개발 시장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김 교수 연구팀이 처음부터 치료제 개발을 염두에 두고 연구를 진행했던 것은 아니다. 연구팀이 망막재생에 관심을 갖던 시기, 이미 수많은 연구자들이 이에 도전했으나, 인간이나 생쥐의 망막이 물고기와 달리 재생되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강 대표는 대부분 연구자들이 망막재생 유전자를 찾는데 집중하던 것과 달리 김 교수 연구팀은 망막재생을 억제하는 단백질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며, 이러한 연구 끝에 개발한 후보물질 CLZ001이 셀리아즈 설립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당시 김 연구팀이 개발한 물질은 KAIST 2020년 최우수 기술, 2021년 TOP2 기술에 선정되며 국내외 6개국에 특허 출원 지원을 받기도 했다.
“셀리아즈의 기술은 망막 손상 원인이 아니라 회복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유전적 특성이나 환자별 특이성에 덜 민감하게 치료제를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범용적인 치료제라 말할 수 있습니다.”
충분한 검증과 데이터 확보로 기술의 안전성 검증하며 글로벌 제약사와 협업 추진해갈 것
㈜셀리아즈는 설립 이후 2년 반 동안 괄목할 만한 성과를 쌓아왔다. 창업과 함께 시드 투자를 유치했고, 그 후 딥테크 팁스와 국가신약개발사업(KDDF) 등 대형 국가과제에 선정되었다. 또한, 글로벌 제약사 머크사를 비롯해 국내외 기관에서 주최하는 개최한 우수 기업 경진대회에서 수상함은 물론 대전시 바이오 유망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강경화 대표는 이러한 성과들을 이끈 것은 셀리아즈가 가진 기술의 혁신성 때문이라 힘주어 말했다.
셀리아즈는 빠른 성장만을 좇지는 않는다. 치료물질에 대한 더 많은 검증과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는 인식에서다. 강 대표는 딥테크 팁스와 신약개발 사업 2년 차를 마무리하는 현재까지는 치료물질의 고도화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올해부터는 치료물질 생산 공정 개발과, 망막질환을 앓는 환자 견(犬)의 시력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데 집중할 예정이다. 또한 영장류를 이용한 비임상 진입도 계획 중이다. 더불어 황반변성의 원인인 혈관형성을 억제하는 기존의 황반변성 치료제와의 병행치료법을 개발해 증상 완화와 함께 시력 회복까지 유도하는 망막치료제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사업화 측면에서는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협업을 추진 중이다. 망막질환 치료제 개발이나 유전자 치료제 개발은 너무나 많은 허들이 존재하는 데다 막대한 자금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까닭이다. 이를 위해 셀리아즈는 작년부터 망막질환 치료제를 보유한 로슈를 비롯한 많은 국내외 제약사들과 미팅을 하며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강 대표는 치료물질에 대한 전임상 및 임상시험과 규제승인이 원활하게 진행된다면 10년 이내에 상용화가 가능하리라 전망했다.
“신약개발은 매우 긴 호흡으로 꾸준한 투자와 사업화를 이어가야 하는 분야입니다. 노보 디스크 등처럼 혁신 신약을 개발하는 기업이 탄생하는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R&D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민간의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이 필요하죠.”
연구자에서 사업가로, 지자체와 정부의 다양한 지원에 힘입어 새로운 도전에 임해
현재 ㈜셀리아즈 CSO를 역임 중인 김진우 교수는 망막재생 기술의 발명자이자, 20년 넘게 망막을 연구해온 과학자이다. 강경화 대표와는 부부의 연을 맺고 있다. 강 대표는 카이스트에서 책임연구원 및 연구교수로 일하면서 초파리를 통해 연구를 스크리닝, 검증하며 공동연구를 수행하기도 했다. 강 대표는 창업 당시 기술이전을 위해 여러 제약사를 만났으나 쉽지 않았던데다 창업을 위해 전문 CEO를 찾는 것 또한 어려웠다. 하지만 망막 손실로 시력을 상실해가는 환자에게 필요한 신약을 반드시 누군가는 개발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직접 CEO 역할을 맡게 되었다고 말했다. 창업이나 산업계 경험이 없기에 처음에는 걱정도 많았지만, 연구자들과 연구에 대해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는 것은 강점이 되었다. 강 대표는 신중하고 계획적인 김 교수와 추진력과 융통성을 가진 자신의 성향이 하모니를 이뤄 빠른 속도로 의사결정을 해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바이오기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기술을 개발한 연구자가 주축이 되어야 합니다. 대전의 많은 바이오기업들이 연구자에 의해 창업되기도 했죠. 그러나 연구자들은 연구 외의 창업과 사업에 대해서는 무지하기에 저 또한 많은 걱정과 우려를 갖고 시작했습니다. 대전시와 유관기관의 다양한 도움으로 안정적인 운영 기반을 다질 수 있었습니다.”
강 대표는 정부와 지자체에서 창업을 지원하고자 운영 중인 여러 프로그램의 도움을 십분 활용하였다. 예비창업패키지나 초기창업패키지를 비롯해 카이스트와 생명연에서 운영 중인 기술개발 자금 확보 및 사업화를 위한 교육, 멘토링 프로그램, 네트워크 형성 등을 통해 연구자에서 창업자로 변모하기 위한 기반을 다진 것이다. 또한 대전의 테크노파크, 일자리경제진흥원 등으로부터 기업 운영에 대한 자문이나 투자유치 기회를 제공받으며 사업을 이끌어올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강 대표는 대전은 기술기반창업이 활발한 도시라며, 기업 지원에 애쓰고 있는 대전시에 대한 감사를 전했다. 대전의 혁신신약특화단지를 기반으로 아이디어만 있다면 누구나 창업을 해사 세계적인 신약개발회사로 꾸려갈 수 있는 신약벤처의 요람이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과 함께였다.
“대전시는 바이오 분야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인프라와 제도적 지원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자체 최초로 지역 벤처기업 지원을 위한 투자펀드를 조성하기도 했죠. 이는 저희처럼 새로운 아이디어로 사업화에 도전하는 모험적 초기기업에는 큰 도움이 됩니다. 앞으로도 반짝이는 기술들이 사장되지 않고 세계를 주도하는 신기술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많은 지원을 당부드립니다.”
암흑 속에 살아가는 환우들에게 희망 줄 수 있는 시력 회복제 선보일 것
강경화 대표는 개발 중인 기술과 치료물질에 대한 확신으로 사업을 이끌어올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하루하루 시력을 잃어가며 치료제에 대한 희망만으로 살아가는 환우에 대한 책임의식이 그 기저에 깔려 있다. 그는 창업 전 자신이 보는 세상이 세포나 생물학적 기작(생물의 생리적인 작용을 일으키는 기본 원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던 반면 이제는 ‘사람’이 보인다고 말했다. 환우들을 만나며 내가 볼 수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며, 아플 때 약이나 주사로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새삼스레 깨달았다는 그다. 강 대표는 누구에게나 시력 상실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에 시력 회복 신약을 개발하는 일의 의미와 무게를 늘 새기고 있다고 말했다.
“㈜셀리아즈는 이제 막 출발한 신약 회사 중 하나일 뿐이지만 누구도 가본 적이 없는 시력 회복 신약개발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혁신적인 바이오기업으로서 환자들에게 세상의 밝은 빛을 전해주는 창으로서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또한 그에게 창업에 대해 아무런 배경 지식이 없이 시작한 것이 오히려 더 많은 도전을 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되어주었다고 소회했다.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그 덕에 더 많은 시도를 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이 모든 연구와 도전을 있게 한 것은 셀리아즈를 함께 이끌어가는 동료들이었다. 강 대표는 자신을 믿고 묵묵히 연구개발에 몰두하는 김진우 교수와 연구원들에 대한 감사를 전했다.
셀리아즈는 화이자의 코로나백신을 개발한 기업인 바이오엔택과 같은 기업을 그렸다. 이민자 부부가 설립한 기업인 바이오엔택은 투자를 받지 못하는 10년여의 세월 동안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mRNA 치료제 개발에 몰두했고, 이들의 연구는 단기간 내에 코로나 백신을 개발하는 토대가 되어주었다. 강 대표는 셀리아즈 또한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해 세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치료제를 개발할 것이라는 포부를 전했다.
2025년은 셀리아즈가 또 한 번 도약하는 원년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개발 면에서는 환자 견(犬)을 상대로 하는 비임상을 성공적으로 완료하는 것이 목표다. 또한 국내외 바이오 행사 등에 참여하여 기업을 소개하고, 투자를 유치하며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진출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강 대표는 질병 극복을 위한 신약개발이라는 낭만적이면서도 고통스러운 길을 걸어가고 있다며,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향해 나아가는 동안 숱한 실패와 어려움을 마주하겠지만 셀리아즈가 힘든 길을 잘 헤쳐나가 실명 극복이라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응원과 관심을 당부했다. ‘세포를 되살려 질병을 치료한다’라는 의미의 셀리아즈의 사명처럼 노화와 질환으로 인해 손상된 망막을 재생할 수 있는 치료제 개발에 다가서며, 망막질환으로 시력을 잃고 암흑 속에서 지내며 절망하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선사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