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현장 곳곳에서 발생하는 지게차 사고와 고층 작업자의 추락, 실종 상황은 여전히 많은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다. 기존 카메라, 레이더를 기반으로 한 안전장치들이 사용되고 있지만, 시각적인 위험만을 감지하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의 사고까지 방지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린솔은 ‘보이는’ 것에 집중했던 기술의 틀을 깨고, 과감히 ‘듣는’ 기술을 접목하며 안전장치 시장의 판도를 흔들어 놓았다. 국내 손꼽히는 지뢰개발 기술자였던 이효근 대표는 그동안 쌓아온 방위산업 기술을 활용해 음파 탐지 기술이 접목된 ‘카랑’ 시리즈를 개발, 산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모두가 안전하고 행복한 환경이 되기를 꿈꾸며 기술로 희망을 만드는 기업, 린솔의 비전을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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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의 도구에서 희망의 기술로, ‘Technology For Defense to Saving’
이효근 대표의 창업 여정은 방위산업 기술을 생명 구조라는 전혀 다른 길로 전환한 독특한 사례다. 이 대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12년간 지뢰와 어뢰 같은 첨단 무기를 개발하며 적군과 전차를 탐지하고 정밀 타격할 수 있는 기술을 다뤄왔다. 목표를 정확히 찾아내는 이 기술은 살상을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동시에 높은 수준의 정밀 탐지와 네트워크 기술을 바탕으로 한다. 그러나 그는 어느 순간 이러한 기술이 사람을 살리는 데 사용될 수 있다면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
이런 고민이 구체화 된 계기는 세월호 참사였다. 당시 사고 인근에서 기술 시험을 진행하던 이 대표는 구조 작업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소식을 듣고 ‘음파 탐지 기술이 있었다면, 실종자들을 더 빨리 찾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안타까움을 느꼈다. 이후 실종 사고와 재난 뉴스를 접할 때마다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다는 열망은 점차 강해졌다.
개인적인 경험 역시 창업을 결심하게 만든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어린 아들과 놀이동산에 갔던 어느 날, 잠깐의 부주의로 아이를 놓쳤던 순간이 지금도 생생하다는 이 대표. “다행히 아들은 금방 찾았지만, 이때 실종 상황에서 겪는 심리적 충격과 두려움을 온전히 체감하게 되었다”며, 이를 계기로 자신이 가진 기술을 실종자 탐지와 같이 사회적인 목적으로 전환해야겠다는 확신을 굳히게 되었다고 전했다.
그러던 중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사내 벤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될 기회가 주어졌고, 이 대표는 방위산업 기술을 기반으로 실종자와 사고자를 탐지하고 구조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안했다. 프로젝트가 채택되면서 2023년 11월 법인 설립을 마친 뒤, 2024년 2월 린솔의 본격적인 사업화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회사 설립 당시 수립한 미션 ‘Technology from Defense to Saving’은 방위산업 기술을 사회적 안전과 인명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그의 의지를 잘 보여준다.
린솔은 창업 초기부터 음파 발신과 위치 추적 기술을 활용한 솔루션 개발에 집중했다. 하지만 초기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기술의 사회적 필요성은 분명했지만, 시장에서 이를 입증하고 고객의 신뢰를 얻는 과정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그는 약 30~40가지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며 고객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킬 방법을 모색했다. 고객이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여러 대안을 준비했고, 이러한 접근 방식은 실제 사업화로 이어졌다. 추락 감지 시스템과 지게차 탐지 장치는 고객의 요구와 기술의 접점을 찾아낸 성공적인 결과물이었다. 이러한 과정은 기술을 시장의 필요와 접목하며 린솔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소리로 보이지 않는 위험까지 감지하는 음파 탐지 솔루션 ‘카랑’ 시리즈
중대재해처벌법의 확대 적용으로 안전 관리가 필수 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지게차 사고는 산업 안전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었다. 지난 5년간 지게차 사고로 약 200명이 사망하고 수천 명이 부상을 입었음에도 기존의 카메라, 레이더, 라이다 기반 기술은 적재물 너머의 사각지대를 탐지하지 못해 사고 예방에 한계가 있었다.
지게차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개발된 음파 기반 탐지 솔루션 ‘카랑F’은 기존 솔루션이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지게차에 ‘귀’를 달았다는 독창적인 접근 방식을 제안했다. 음파를 활용해 보이지 않는 영역의 보행자나 사각지대의 위험을 탐지하는 이 기술은 기존 기술 대비 확실한 차별성을 보여준다. 특히, 간단한 설치와 사용 방식이 주목할 만하다. 지게차 상부에 장착된 장치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만으로 작동하는 시스템은 복잡한 장비를 요구하지 않아 산업 현장에서 쉽게 적용이 가능하다. 이효근 대표는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발생하는 사고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산업 현장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또한, 가격 경쟁력에서도 강점을 보인다. 기존 산업 안전 장치들이 40~100만 원 대지만, ㈜린솔의 제품은 30~50만 원대에 공급될 수 있다. 정부의 스마트안전장비 도입 지원 사업에 선정될 경우 소비자 가격을 10만 원대까지 낮추는 것도 가능하다.
이러한 여러 가능성에 힘입어 린솔은 창업 1년 만에 국내 지게차 체계기업 등으로부터 약 300억 원 규모의 예비 장비개발 수요를 확보하며 ‘카랑F’의 시장성을 입증했다. 특히 물류와 제조 현장에서 빈번히 사용되는 지게차의 충돌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혁신적 솔루션으로 인정받으면서 빠르게 주목받고 있다. 현재 ‘카랑F’는 내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며, 양산 이후 제품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적용될 예정이다.
린솔의 ‘카랑’ 시리즈는 지게차 사고 방지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안전 솔루션으로 확장되고 있다. ‘카랑SH’는 고층 작업 환경에서 작업자의 추락을 감지하고, 사고 발생 시 구조대에 실시간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장치다. 고층 작업에서의 사고가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작업자 생명 보호의 필수 장비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카랑S’는 실종자 및 사고자의 위치를 정밀히 탐지할 수 있는 태그 형식의 장치로, 실내외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신속한 위치 탐지가 가능하다. 이 기술은 블랙야크 워크웨어와의 협업을 통해 등산객과 산업안전용 제품으로 개발되고 있다. 이 대표는 “우리의 기술과 블랙야크 워크웨어의 비전이 결합되며, 사회적 안전에 기여할 수 있는 실질적인 솔루션을 만들어 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TIPS, 중소벤처기업부 R&D 사업, 연구개발특구 R&BD 사업 등 다양한 정부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되면서 기술력을 더욱 고도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창업 생태계에서 혁신적인 기업으로 자리 잡으며,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가 주관한 성과공유회에서는 대전시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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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게차를 넘어 차량과 AI 접목까지, ㈜린솔이 설계하는 안전 기술의 확장
㈜린솔은 지게차 안전 솔루션에서 출발해 차량 안전 기술, 국방 기술, 그리고 AI 기반 스마트 시스템으로 기술을 확장하며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효근 대표는 ‘카랑F’의 성공적인 개발을 기반으로 차량용 안전 기술로의 전환을 추진하며, 국책연구소와 협력해 고도화된 기술을 확보해 나갈 방침이다.
대표적인 확장 계획은 ‘카랑 드라이빙 어시스턴트’다. 이 기술은 차량에 ‘귀’를 달아 보이지 않는 위험까지 감지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 대표는 “차량이 점점 더 외부 소음을 차단하면서 내부 환경을 강화하지만, 이러한 기술 발전이 보이지 않는 위험을 감지하는 데에는 한계를 지닌다”라고 설명했다. 기존의 레이더와 카메라 기반 시스템이 커브 구간이나 터널, 고속도로와 같은 상황에서 위험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린솔은 듣는 기술을 도입했다. 이 대표는 “차량이 스스로 듣는 능력을 가져야 보이지 않는 위험까지 감지할 수 있다”라며, 이 기술이 차세대 차량 안전의 기준이 될 가능성을 자신했다.
‘카랑 드라이빙 어시스턴트’는 지게차 솔루션보다 기술적으로 단순하지만, 차량의 좌우 소리만으로 사고를 방지할 수 있어 효율성과 활용성이 높다. 이 대표는 CES와 같은 글로벌 전시회에서 이 기술을 선보이며, 테슬라와 같은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를 타깃으로 ‘전 세계 최초로 귀가 달린 자동차’라는 개념을 제안할 계획이다. 그는 이를 위해 국제 특허를 출원하고 있으며, 지게차 솔루션으로 입증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차량 시장에 진출하고자 한다.
린솔의 이러한 기술적 확장은 국책연구소와의 협업을 통해 가능해졌다. 회사는 한국기계연구원의 메타 구조 기반 음원 증폭 기술과 국방과학연구소의 소나 탐지 기술을 이전받아 고도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소나 탐지 기술은 수 km 반경에서도 정밀한 위치 탐지가 가능하며, 방산 분야에서 활용되던 기술을 민간 시장으로 도입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다. 이 대표는 “국책연구소의 기술을 실용화하는 능력이 린솔의 차별화된 강점”이라며, 이를 통해 대기업과의 협업에서도 독자적 위치를 확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AI 기술을 접목해 스마트 솔루션의 가능성을 확장할 계획이다. 린솔은 현재 유전자 알고리즘과 가중치 강화 학습을 활용해 조용한 사무실부터 시끄러운 건설현장까지 환경에 따라 자동으로 감도를 조절하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이 대표는 “AI를 통해 환경 변화에 실시간으로 적응하는 기술을 구현해 산업과 사회 전반에서 안전을 강화할 것”이라는 비전을 밝혔다.
더불어 대전시와 협력해 실종자 탐지 솔루션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이 솔루션은 행정안전부의 재난 문자 시스템과 연계해 실종자가 발생했을 때 핸드폰에서 경고음을 발생시키고, 드론에 탐지 센서를 탑재해 실종자의 위치를 신속히 파악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기존 GPS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고, 10분 만에 정확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이 시스템은 산업 안전을 넘어 재난 대응과 같은 사회적 가치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전에서 시작된 혁신, 글로벌 안전시장 중심을 향해 나아가다
㈜린솔은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과 글로벌 진출 전략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최근 13억 1,000만 원 규모의 브릿지 투자유치를 성공적으로 완료한 린솔은,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기술 개발과 시장 확장에 더욱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효근 대표는 “이번 투자는 린솔의 기술력과 시장 잠재력을 인정받은 결과”라며, “사회와 산업의 안전을 위한 필수적 기술을 선보이며 더 큰 도전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린솔은 현재 공장 설립과 생산 체계 확립을 위한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 해당 공장은 연간 20~50만 대의 제품을 양산할 수 있는 캐파를 목표로 하며, 안정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고려한 생산 전략을 통해, 국내외 고객의 기대에 부응하며 시장 신뢰를 더욱 공고히 할 계획이다. 대규모 양산이 필요한 경우에는 해외 생산 기지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 생산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국내 생산 비율을 일정 수준 유지해 기술적 독립성과 안정성을 확보할 방침이다.
또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구독형 안전 관리 서비스라는 혁신적인 접근 방식을 도입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이 서비스는 AI 기술을 활용해 산업 현장의 위험을 실시간 분석하고,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형태이며, 고객이 안전 관리를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 대표는 “이 서비스를 통해 고객이 안전의 중요성을 체감하고, 린솔의 기술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뿐 아니라 2031년까지 1,000억 원 매출 달성과 IPO를 목표로 하며, 국내를 넘어 독일, 이탈리아, 미국, 중국 등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 나가기 위해 준비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대전을 중심으로 한 기술적 기반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에서도 혁신적인 안전 솔루션을 제시한다는 포부다.
린솔의 이러한 도전은 궁극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대표는 “린솔은 사람들의 삶을 보호하고, 안전망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기 위해 존재한다”라며, 앞으로도 기술을 통해 사회와 산업의 안전을 혁신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사람과 기술이 함께 만드는 안전한 미래를 향해, 린솔은 지금 이 순간에도 멈추지 않고 혁신과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