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 - 전세계 공공재(Global Public Goods)로서 백신의 접근성과 형평성 확보가 시급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 - 전세계 공공재(Global Public Goods)로서 백신의 접근성과 형평성 확보가 시급
  • 박금현 기자
  • 승인 2022.02.15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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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난제를 해결하는 바이오 기술, 신산업 창출로 글로벌 경제를 열어가는 대한민국

코로나19는 델타 변이를 중심으로 한 대유행과 새로운 변이인 오미크론의 빠른 확산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정부와 방역 당국은 백신패스 도입과 함께 부스터샷의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인다. 지난해 10월부터 실시 중인 3차 접종에서 중증·사망 예방효과가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총장 또한 백신을 맞으면 감염 위험이 5분의 1로, 입원과 사망 위험은 각각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다며, 백신 접종으로 호랑이를 고양이로 바꿀 수 있음을 강조한다. 게임의 판도를 바꿀 강력한 무기인 백신을 활용한 감염성 질병 극복에 도전하는 국제백신연구소를 찾았다.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 ⓒ박금현 기자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 ⓒ박금현 기자

 

백신 개발·보급 통해 감염병으로 인한 개발도상국 고통 절감에 나서
대한민국에 본부를 둔 최초의 국제기구인 국제백신연구소는 1997년 유엔개발계획(UNDP) 주도로 설립된 이래 새로운 백신의 개발과 보급에 전념하는 세계 유일의 국제기구로 활약해왔다. 1994년 한국 정부는 전후 국제사회의 도움에 대한 보답과 국내 생명공학 발전을 목표로 중국, 태국 등 아시아 국가들과의 열띤 경합 끝에 국제백신연구소를 국내에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국제백신연구소는 현재 UN과 분리된 독립적 국제기구로서 세계 35개국과 세계보건기구(WHO)가 설립협정 서명국으로 참여 중이며, 24개국 출신 200여 명의 다국적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매년 250만 명의 어린이들이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감염성 질환으로 인해 목숨을 잃고 있다. 국제백신연구소는 이러한 개발도상국 내 호흡기 감염, 장내 감염 등 전염성 질환으로 인한 어린이들의 사망과 장애를 줄이고자 설립되었다. 세계 최빈국에서 매년 수많은 목숨을 앗아가는 각종 감염성 질병과 세계보건에 위협이 되는 신종 감염병에 대한 새로운 백신을 개발 및 도입하기 위한 사업들을 다각적으로 추진해왔다. 콜레라와 장티푸스, 이질 등 설사병을 비롯해 코로나19 바이러스, 메르스, 일본뇌염, 살모넬라, A군 연쇄구균, 에이즈, 결핵 등에 대한 백신 연구와 항생제 내성 연구 등을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 세계 40여 개 국가에서 수행하는 외에도 서울대학교 연구공원에 위치한 본부에서 새로운 백신과 면역보강제, 분석기법 등을 개발 중이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백신 개발과 도입에 전념하는 세계 유일의 국제 연구기관인 국제백신연구소의 인도적 연구사업은 각국 정부와 자선단체, 기업과 개인의 후원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 스웨덴, 인도 등 각국 정부 외에도 2억 달러 이상의 연구기금을 지원한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 웰콤트러스트재단, 영국의 웰콤트러스트재단, 삼성생명공익재단 등 국내외 자선단체, 기업 및 개인의 후원이 잇따른다. 또한 이희호, 권양숙, 김윤옥 여사가 각 대통령 재임 기간 국제백신연구소 한국후원회의 명예회장을 맡았으며, 2021년 7월 김정숙 여사가 4대 후원회 명예회장으로 추대되었다. 국제백신연구소 한국후원회는 박상철 전남대 석좌교수가 회장으로, 이병건 박사(녹십자, 녹십자 홀딩스 대표이사 사장)가 이사장으로 재임 중이며, 상임고문을 맡고 있는 조완규 전 서울대 총장 등 70여 명의 저명인사들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 ⓒ박금현 기자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 ⓒ박금현 기자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 ⓒ박금현 기자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 ⓒ박금현 기자

 

세계 최초의 저가 경구용 콜레라 백신 개발·보급하며 글로벌 콜레라 퇴치 가시화
국제백신연구소는 생명공학의 발전에 힘입어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의 연구개발과 기존 백신의 개량, 전염병 역학조사, 새로운 백신의 임상실험과 평가 및 도입 촉진을 위한 과학적 근거 제시 활동, 백신 보급을 위한 접종 활동 등을 펼치며 개발도상국의 공중보건 프로그램을 하루 속히 도입하는 데 집중해왔다. 경구용 콜레라 백신(OCV)을 WHO 의약품생산 기준에 부합하도록 대폭 개량하여 개발해 2011년 WHO의 승인을 받은 것은 국제백신연구소의 활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국제백신연구소가 탄생시킨 세계 최초의 저가 경구용 콜레라 백신은 WHO로부터 콜레라 퇴치를 위한 게임체인저라 평가받았다. 2008년에는 인도의 백신 기업인 샨타바이오테크닉스에 해당 기술이전하며 ‘샨콜(Shanchol)’을 탄생시켰다. 샨콜은 2009년 2월 인도 내 사용 승인, 2011년 9월 WHO의 사전적격성평가인정(PQ)를 획득하며 1회분 당 2달러 이하의 저렴한 가격으로 전 세계 콜레라 발생 지역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저렴한 백신에 대한 도전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국제백신연구소는 경구 콜레라 백신의 단가를 더욱 낮추고 부족한 공급량을 대폭 확대하고자 2011년 국내 생명공학기업인 유바이오로직스에 기술이전하고 임상개발을 지원했다. 이러한 노력 끝에 탄생한 ‘유비콜(Euvichol)’이 2015년 WHO로부터 사용 승인을 받은 데 이어 2017년 플라스틱튜브의 개량형 포장인 ‘유비콜플러스’가 WHO 승인을 받아 현재 UN기구와의 장기공급계약 하에 공급되고 있다. ‘유비콜’의 등장으로 경구 콜레라 백신의 가격은 1.3달러까지 낮아지고 공급량은 대폭 증대되어 백신 공급을 안정화하는데 기여했다. 해당 백신은 WHO가 수립한 ‘글로벌 콜레라 퇴치 2030 로드맵’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국제백신연구소의 저가 경구용 콜레라 백신 개발은 백신 수요 증가, 생산 확대, 가격 하락, 보급 확대라는 백신 활용의 선순환 구조를 조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제백신연구소는 콜레라 백신의 성공을 장티푸스 백신으로 또 한 번 재현하기 위한 도전을 이어간다. 장티푸스 후보백신을 개발하여 한국의 SK바이오사이언스와 인도네시아의 바이오파마 등 복수의 백신 기업들에 기술이전을 완료했으며, 최근 임상 3상 시험 완료 후 수개월 내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경구용 콜레라 백신과 같이 장티푸스 백신에 대한 WHO 사전 승인을 지원하며 해당 백신의 UN기구 등 글로벌 공공시장 진입 및 보급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또한 국제백신연구소는 장티푸스의 질병부담과 백신의 필요성을 파악하기 위해 2013년부터 빌게이츠재단의 지원으로 현지 질병실태 조사를 시행하며 최초로 아프리카의 장티푸스 질병 부담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다. 현재는 후속연구를 통해 장티푸스 백신의 개발과 상용화된 백신의 신규도입 등 적절한 예방과 통제 조치에 필요한 이론적 토대 마련에 나섰다.
나아가 국제백신연구소는 아직까지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저렴한 백신이 없는 ‘소외 질병들’에 대한 백신 개발을 추진 중이다. 비장티푸스성 살모넬라(NTS), A군 연쇄상구균(GAS) 백신, 이질 등의 백신은 저개발국에서만 필요하며, 백신 기업들의 상업적 동기가 부족하기에 비영리기관이 개발 및 보급을 주도해야 한다. 이러한 백신의 개발은 국제기구인 국제백신연구소의 존재 이유라 할 수 있다. 국제백신연구소는 지난 20년간 국제백신학연수과정을 시행하며 1,500여 명의 전문인력을 배출하는 등 개발도상국의 백신 역량 강화에 앞장서왔다.
설립 이후 세계보건과 대한민국의 공적 개발원조(ODA)에 기여해온 국제백신연구소는 지난해 11월 ‘2021 개발협력의 날’ 기념식에서 ‘개발협력상’ 대통령 단체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는 콜레라 백신 개발 및 국내외 기술이전 등 국제 보건·의료 ODA의 중심적 국제기구로서 대한민국 정부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정부와 협업하여 효과적인 보건 ODA를 수행한 공로를 인정받은 결과다. 제롬 김 사무총장은 대한민국 및 기타 공여국들의 지원 하에 앞으로도 전 세계 협력기관 및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저렴한 백신을 지속적으로 발굴, 개발, 보급하여 세계보건에 대한 기여를 확대해나갈 것이라며 소감을 전했다.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 ⓒ박금현 기자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 ⓒ박금현 기자

 

코로나19 백신 임상 시험 및 효능 평가 지원하며 차세대 코로나19 백신 개발 속도 올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 백신 공급의 불균형과 지속적인 변이 바이러스 등장으로 차세대 코로나19 백신(Wave2) 개발에 이목이 쏠린다. 지금까지 개발된 백신이 중국 우한에서 처음 확인된 코로나 바이러스를 타깃으로 하고 있는 만큼 새로이 출현한 변이 바이러스를 막기 위한 새로운 백신이 필요하다는 중론이다. 국제백신연구소는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이 추진하는 차세대 코로나19 백신 개발 가속화를 위해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GBP510)의 다국가 임상 3상 시험을 SK와 함께 시행하고 있다. 또한 ‘아프리카 지역 코로나19 백신 접근성 및 보급확대(ECOVA) 컨소시엄’을 주도하며 아프리카 지역의 백신 접근성 및 사용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제롬 김 사무총장은 기존의 백신이 모두 중국 우한에서 처음 확인된 코로나 바이러스를 타깃으로 개발됐기에 새로이 출현한 변이 바이러스를 막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나 현재로서는 미접종자에게 백신을 접종하고, 부스터샷을 빠르게 실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강조했다. 가능한 한 신속하게 많은 사람에게 부스터샷을 접종해야 입원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까닭이다. 그는 궁극적으로는 독감(인플루엔자)처럼 백신으로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예방하고, 그중에 돌파감염이 일어나면 약으로 치료하는 시스템이 정착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CEPI의 국제 임상시험 파트너인 국제백신연구소는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 개발을 위해 국내외에서 개발 중인 유망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의 전임상 연구와 임상개발을 지원한다. WHO가 공인한 코로나 백신 평가 표준을 개발한 것은 물론 백신 평가 시스템 구축 노력의 일환으로 질병관리청의 표준혈청 후보를 평가하기도 했다. 국내 첫 코로나19 백신 상용화가 가시화되는 가운데 김 사무총장은 백신 효능평가는 백신의 사용승인을 위한 임상시험의 핵심적 부분이라며, 국제백신연구소가 백신의 조속한 상용화를 위해 국립보건연구원 등과 적극 협력할 것이라 전했다. 현재 국내에서 백신 임상 효능 평가를 담당할 수 있는 기관은 국립보건연구원과 국제백신연구소 두 곳뿐이다. 더불어 개도국 내 코로나19 역학조사 및 백신의 아프리카 현지 임상시험 시행과 백신 보급 촉진, 백신 형평성(Vaccine Equity) 보장에 나서는 등 코로나19 팬데믹의 종식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보건 연구 및 혁신에 헌신해온 국제백신연구소는 지난해 말 스웨덴 정부와 스톡홀름에 국제백신연구소 유럽지역사무소를 개소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광폭 행보를 시사했다. 이는 서울 본부 외에 최초로 설치하는 지역 사무소로 향후 스웨덴 정부 및 카롤린스카대학(Karolinska Institute, KI)과의 확고한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역내 회원국 및 다양한 민·관 협력기관들과 함께하는 협력사업 및 독자적인 백신 연구개발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특히 유럽대륙에서의 활동 확대와 아프리카 사업 강화의 계기로 삼을 전망이다. 김 사무총장은 스웨덴 정부는 설립 이래 국제백신연구소의 든든한 후원국이었다며, 유럽지역사무소 개소로 그간의 파트너십을 한 단계 격상시킬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전했다. 스웨덴은 1997년 국제백신연구소 설립협정에 최초로 서명한 국가 중 하나이며, 2002년부터 스웨덴 국제개발협력청(Sida)을 통해 국제백신연구소를 지원해왔다. 또한 국제백신연구소의 경구용 콜레라 백신(OCV)을 개발하는 데에도 중추적 역할을 했다.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 ⓒ박금현 기자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 ⓒ박금현 기자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 ⓒ박금현 기자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 ⓒ박금현 기자

 

백신 접근성과 형평성 문제 해소하며 백신의 공평한 분배 실현
2015년부터 국제백신연구소 3대 사무총장으로서 국제백신연구소를 이끄는 제롬 김은 백신 개발 전문가이자 에이즈 연구 권위자로 알려졌다. 한인 3세로 하와이에서 태어난 그는 1984년 예일대 의대를 졸업하고 듀크대 메디컬센터에서 내과 수련의(1987)와 감염질환 펠로십과정(1990)을 수료했다. 미국 국립군의관 의과대학 교수 재직 당시 의학과의 우수연구상을 수상했으며, 2014년에는 백신 네이션으로부터 ‘백신 분야 가장 영향력 있는 50인’에 이름을 올렸다.
김 사무총장은 독립운동가의 후손이기도 하다. 사무총장으로 취임 당시 할아버지가 사랑한 조국에서 백신 연구에 몸을 바치고 싶다는 각오를 다진 바 있다. 1995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은 애국지사 김현구(1889~1967) 선생의 손자인 그는 할아버지가 해방을 위해 몸 바치셨던 희생의 의미와 정신적 유산이 자신에게도 남아있다고 말한다. 일제시대 하와이로 정치적 망명을 떠난 1세대 한국인 이민자인 할아버지가 타국으로 향한 100년 만에 그 손자가 고국으로 돌아와 백신 연구에 헌신하는 셈이다.
그런 김 사무총장이 이끄는 국제백신연구소는 백신의 개발과 보급을 위한 다각적 활동을 통해 백신을 ‘전세계 공공재(Global Public Goods)’로서 공평하게 분배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실제로 그는 델타 변이와 오미크론 변이가 전 세계로 퍼진 것은 백신 보급의 국가 간 형평성 문제로 불거진 ‘끔찍한 결과’라 지적한 바 있다. 여전히 백신 부족을 호소하는 국가들이 많으며, 고소득 국가는 mRNA 백신을, 저소득 국가는 불활성 백신과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백신을 접종하는 불균형도 문제다. 국제사회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백신 접근성과 형평성의 확보는 코로나19 팬데믹 종식을 앞당길 트리거가 될 것이다. ‘감염성 질병으로 인한 개발도상국의 고통 해소’라는 비전하에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저렴한 백신의 개발과 보급에 앞장서온 국제백신연구소의 노력이 전염병으로부터 전 세계 아이들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길 바란다.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 ⓒ박금현 기자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 ⓒ박금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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