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 생명을 불어넣고, 건강한 도시를 만드는 건축
지역에 생명을 불어넣고, 건강한 도시를 만드는 건축
  • 박금현 기자
  • 승인 2023.02.08 1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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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형석 ㈔충남도시건축연구원장·공주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전 세계 축구팬을 열광시키며 성황리에 막을 내린 카타르 월드컵. 이번 월드컵에서는 개막식에서 월드컵 공식 주제가를 부른 BTS의 정국과 함께 K-건축의 힘으로 설계되고 완성된 ‘알투마마 스타디움’이 큰 주목을 받았다. 국내의 한 건축사사무소가 설계를 담당한 알투마마 스타디움은 기도실과 화장실 배치 등 이슬람 문화요소를 모티브로 혁신적 디자인을 잘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문화 콘텐츠를 선두로 대한민국의 건축 또한 국내를 넘어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좋은 외부적 환경이 마련된 지금 K-건축의 위상을 더욱 높이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건축 분야 내부에 자리한 장애물들을 하나씩 해소하며 산업의 밑바탕을 단단히 다지는 일이다. 산업을 지탱할 인재 즉 젊은 건축가의 탄생과 성장을 적극적으로 도모해야 하며 기획자, 설계자, 사용자 간의 소통 결여, 도시건축의 생애 전체를 관리하는 조직의 부재 등도 개선해야 한다. 사단법인 충남도시건축연구원 원장을 비롯해 공주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로도 재직 중인 오형석 원장은 도시건축 설계 실무를 거치며 쌓아온 역량을 산업의 빈 곳을 채우는 데 쏟아내고자 한다. 결심을 증명하듯 그는 주민과 행정 사이의 가교로서 개발과 보존, 재생을 조화롭게 계획하며, 도시환경을 보행·약자·생태 중심으로 전환하고, 다양한 프로그램과 시스템을 마련해 건축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건축은 문화이며 우리의 삶이다. 도시의 삶과 죽음이 도시를 이루는 건축에 달린 만큼 오 원장은 건축이 도시 속에서 더욱 건강한 유기체로서 역할 할 수 있도록 건축가의 사명을 다하겠다는 결심을 전한다. 

오형석 ㈔충남도시건축연구원장·공주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 사진 박성래 기자

 

도시의 건축이 겪는 문제들을 주도적으로 해결할 것
천안아산도시건축연구회로 시작해 사단법인으로 출범 발족한 ㈔충남도시건축연구원은 도시·건축 전문인들의 상호협력과 공동연구를 수행하며 충청남도의 도시건축 및 도시재생 분야 등을 발전시키는 데에 목적을 두고 있다. 이론과 실무, 정책개발 등 건축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가진 교수, 건축사, 기술사 등으로 구성된 전문 연구 집단이다. 건축 전문가의 순수한 책임감을 바탕으로 매년 심포지엄, 건축 답사 그리고 지역대학 연합설계를 통해 도시경관과 도시재생의 문제 등을 연구한다. 국내외 전문가들과 함께하는 대표적인 연구 사례로는 충남지역의 경관 관리디자인 정책 제언, 충남지구 단위계획 운영 및 방향, 공동주택 경관 개선 방향, 도시의 지속 가능한 개발과 관리, 공공디자인의 계획과 관리, 도시재생을 통한 원도심 활성화 등이 있으며 2011년부터는 지역대학의 건축과와 설계 스튜디오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건축사가 멘토링을 하는 지역대학 연합설계(RUCAS, Regional University Confederative Architecture Studio)도 이어오고 있다.
지역 건축에 생명을 불어넣는 충남도시건축연구원의 중심에는 오형석 원장이 있다. 한양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한 오 원장은 펜실베니아 대학교(University of Pennsylvania)에서 M.Arch 학위를 취득한 후, LA의 건축사무소에서 5년간 근무하며 미국 건축사까지 취득한 능력자이다. 한국에 귀국한 뒤 설계사무소를 거쳐 2009년부터 공주대학교 건축학부에서 교수 근무를, 2018년부터는 아산시 온양도시재생지원센터 비상근 센터장 겸 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다. 또 ㈔미래교육환경학회 부회장으로 교육 환경 및 시설 분야의 연구, 답사, 출판 등 스마트 미래학교를 위한 NGO 활동도 이어오고 있다. 그리고 2022년 12월, 충남도시건축연구원의 제11대 원장으로 선출되었다. 그는 오랜 시간 건축 분야에서 쌓아온 역량을 연구원의 활동을 통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발휘하겠다는 포부를 전한다. 

"중책을 맡아 감사하고 영광스러운 한편 큰 책임감을 느낍니다. 그동안 연구원을 이끌어오신 분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에요. 무엇보다 도시건축 분야 공공과 민간의 경계에서 상호적이고 호혜적인 전문가의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민·관·학의 연대를 더욱 공고히 하여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적인 도시·건축 문제에 보다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제시하겠습니다."

오형석 ㈔충남도시건축연구원장·공주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 사진 박성래 기자

 

충남의 건축 인재들을 지키기 위한 노력
충남은 수도권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숫자의 재적 대학생 보유한 지자체이다. 그럼에도 졸업생이 지역에 정착하는 경우는 몇몇 전공을 제외하고는 많지 않다. 특히, 건축 전공은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충남지역 내의 많은 대학에서 배출되는 많은 인재가 떠나지 않고 머물도록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역의 인재, 환경, 조직을 길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각자의 작업 결과물을 자연스럽게 나누는 교류의 장이 필요하다. 건축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최선의 결과물을 도출해야 하는 작업이지만, 서울 같은 대도시와 달리 지역에서는 교류의 기회가 매우 드물었다. 이에 오형석 원장은 2011년부터 지역대학의 건축과가 커리큘럼을 조정하여 함께 설계 스튜디오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건축사가 멘토링을 하는 지역대학연합설계를 추진해 운영하고 있다. 원년에는 일본의 메이지 대학이 참여했고, 공주대, 남서울대, 선문대, 순천향대, 청운대, 한기대, 한서대, 호서대 등 매번 다른 주관 학교를 지정하고 지역의 도시재생 사이트를 선정해 연합설계를 진행한다. 
“미국에서는 연말이 되면 건축 관련 학생들과 건축사들이 다 같이 모이는 갈라 파티, 후원의 밤 같은 행사를 엽니다. 이 장소에서 학생들과 건축사들, 관련 전문가와 행정가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시간을 보내는데요. 단순한 친목 행위로 보이지만 가장 중요한 정보 공유와 네트워킹이 이루어지는 시간으로 구직과 구인, 프로젝트 정보와 정책 동향 등 소중한 이야기들이 오가는 자리입니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 친목이 나쁜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요. 실제 의미를 찾아보면 ‘사이좋게 지내며 조화롭게 된다’라는 뜻이에요. 저는 원장으로서 연구원의 회원분들께서 참여할 수 있는 친목의 장을 꼭 마련할 예정이고, 회원분들도 적극적으로 동참해주시길 바랍니다.”
이밖에도 도시재생 이론과 사례를 중심으로 한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이를 설계 작품에 반영해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민·관·학이 모두 지역의 현안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연구원과 건축사협회는 실질적인 부분에서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에도 힘쓸 예정이다. 예를 들면, 인턴의 경험이 취업으로 이루어지는 인턴십 프로그램을 구축하는 방식 등이다. 이는 학생들이 졸업 후에도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기 위함이다. 또, 학생들이 지역 설계사무소의 구체적인 정보를 쉽게 구할 수 있도록 인턴십을 위한 구인 게시판을 온라인으로 운영하고, 인턴을 경험한 학생들이 다녀온 회사의 정보를 다양한 이들과 쉽게 나눌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도 이야기했다.  
살아있는 정보가 있어야 학생들이 서울권으로 몰리는 현상을 낮출 수 있고 나중에라도 지역으로 돌아와 정착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연구원과 오 원장은 앞으로 심화 될 지역의 인력난 해소와 지속적인 학계와 건축계의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충남건축사회뿐만 아니라 천안과 아산 건축 사회와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실현 가능한 플랫폼을 구축하는 일을 중심에 두고 연구원을 운영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역사와 문화의 중심지인 충청남도를 도민들에게 돌려주는 일
충청남도는 신도시나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한 개발 중심의 도시건축이 주축을 이루어왔는데, 이런 이유로 사람들이 정주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계획은 다소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오형석 원장 역시 효율적인 토지 이용을 저해해 미래의 자원을 낭비하고, 사회적 비용과 부담을 증가시키는 산발적 난개발에 우려를 표한다. 더불어 땅을 부동산으로만 보는 단순한 시각과 대규모 개발이 지자체를 살린다는 생각을 기반으로 한 정책은 한계에 다다랐다고 강조한다. 일본의 경우에도 무분별한 개발을 시행했던 곳들은 잃어버리고 잊히는 반면, 작은 이야기와 지역의 자산을 소중하게 생각한 마을들은 국내외에서 사람들이 몰려오는 마을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일 또한 대규모 개발 위주의 정책이 아닌 일상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중장기적인 노력이다. 지역의 역사와 스토리가 주민들과 함께 살아 숨 쉬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주민과 행정 사이에서 끈질기게 가교와 통역 역할을 할 전문가 조직이 필요한데, ㈔충남도시건축연구원이 그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특히, 오 원장은 도시의 재생과 지속 가능한 환경을 위한 건축 설계들을 경험했기에 이 일에 누구보다 적합한 인물이다. 오 원장이 코디네이터로서 지역주민과 건축사무소, 행정과 여성자문단 사이의 가교역할을 하며 진행한 온양원도심 도시재생사업, WCL(Women’s Community Lab) 센터를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을 수 있다. 해당 사업은 충남 최대 성매매 집결지였던 온양원도심의 ‘장미마을’을 여성 친화형 도시재생뉴딜사업을 통해 문화와 경제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주민과 여성, 아동에게 열린 공간을 만들겠다는 것이 사업의 목표였어요. 낙후된 골목을 비추는 환한 등대를 떠올리며 건물 전체를 폴리카보네이트로 덮어 주간과 야간에 가로를 밝혔고, 1층에는 개방적인 입면과 접이식 도어를 설치해 지나가는 사람들이 건물 안 돌봄 카페의 아이들을 살피고, 마을 카페의 주민들과 상호 소통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경력단절 여성이나 어린 유아를 데리고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엄마들이 모여 소통하고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앞으로도 오랫동안 활용되길 바랍니다."

오형석 ㈔충남도시건축연구원장·공주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 사진 박성래 기자

 

온양원도심이 근현대 역사, 경제, 문화 자산이 어우러진 아산시의 정체성이 담긴 공간으로 탄생한 것처럼 오 원장은 주민, 여성, 청년 등 시민 참여와 행정 협력을 바탕으로 개발 중심의 도시환경을 보행 중심, 약자 중심, 생태 중심으로 조금씩 전환해야 한다고 말한다. 행정의 입장에서 당장의 성과가 중요하게 느껴지겠지만, 지역 도시건축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마스터플랜에 기반하여 한 걸음씩 진행하며 꾸준하게 바꿔나가는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 충남도만의 도시건축 조성으로 삶의 질을 높여 인근의 지자체와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다면 미래 세대가 떠나지 않아도 되는 곳, 정주할 수 있는 고향으로도 자리를 지킬 수 있다. 이러한 결과가 한두 번의 공공사업으로 이루어질 수 없지만, 이 과정에 도움을 줄 전문가 조직이 그동안 제대로 육성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변화의 기반은 마련되었다고 할 수 있다. 오형석 원장을 비롯한 충남도시건축연구원의 구성원들은 미래의 도시를 향한 사명과 믿음으로 벽돌 하나를 올리고, 나무 한 그루를 심어나가며 꿈꾸는 도시의 모습을 만들어나가는데 앞으로도 노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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