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간인물 유지연 기자] 2006년 세계토양학회가 바이오차(Biochar)의 탄소격리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후 지속된 연구를 통해 바이오차를 토양에 혼입하면 질소와 인 같은 영양분의 손실이 적어지고, 토양의 산성화를 방지하며, 미생물의 성장을 돕는 효과가 확인되며 2018년 바이오차는 이산화탄소 제거기술에 포함되었다. 농업 생산성 측면에서 주목받던 바이오차는 탄소중립 시대의 새로운 탄소 네거티브(Carbon Negative) 수단으로 해석되며 주목받고 있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바이오매스를 거쳐 바이오차의 형태로 토양 속에서 오랜 기간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저장되는 까닭이다. ㈜유기산업은 저비용, 고효율 공정으로 바이오차를 생산·공급하며 바이오차의 저변 확대에 앞장서고 있다.
탄소배출의 주범 가축분뇨에서 탄소 잡는 ‘흑색 금’ 바이오차로 탈바꿈하는 공정 개발
지난 4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과 ㈜유기산업의 컨소시엄은 축산 농가 현장에서 가축분뇨를 바이오차로 즉시 전환하는 공정을 개발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또한, 5월에는 농림축산식품부 가축분바이오차 실증사업인 영덕울진축협 준공식이 개최되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초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유발하며 탄소배출의 주범으로 지목되던 가축분뇨를 하루 만에 탄소 잡는 ‘흑색 금(Black gold)’으로 탈바꿈하는 기술이 개발된 것이다. 그 개발의 중심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바이오차 제조 기술을 가지고 있는 유기산업이 있기에 가능했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의 연간 가축분뇨 발생량은 약 5천만t이다. 이 중 87%는 장기간 발효해 퇴비, 액비로 활용되는데, 발효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보다 300배 강한 온실가스인 아산화질소(N20), 25배 강한 메탄(CH4)이 발생하는데 이는 농업부문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24%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악취로 인한 민원, 토양양분집적, 수질부영양화, 미세먼지 발생 등의 심각한 사회 환경문제를 발생시킨다.
축산분뇨를 전처리-건조-열분해 공정을 거쳐 바이오차로 제조하는 것이다. 축분바이오차는 고수분이기에 건조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 경제성이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유기산업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공동연구를 통해 바이오차를 만들면서 발생하는 신가스(syngas)를 800℃ 이상에서 고온산화시켜 축분을 건조 시 발생하는 악취와 바이오차를 제조 시 발생하는 악취를 제거하는 동시에 발생하는 폐열을 회수해 건조열원으로 활용하는 1석2조의 기술을 개발했다. 저비용, 고효율 공정으로 축산분야의 환경문제와 온실가스 배출문제, 미세먼지 배출문제를 방지할 수 있는 기술이 탄생했기에 더욱 뜻깊다. 기존 로터리 킬튼 방식 대비 전체 에너지 소비량을 10% 수준으로 대폭 낮출 수 있다. 가장 핵심기술인 바이오차 제조기술은 유기산업이 보유한 특허기술인 TLUD(Top Lid Up-Draft) 기술이 적용되었다. 열분해는 상부에서 하부로 내려가고, 최소한의 산소는 상부로 올라가는 방식으로 600℃의 온도에서 축분을 열분해해 바이오차를 생산하는 TLUD 열분해 반응기를 적용한 것이다.
“바이오차를 만들 때 대부분 LPG나 휘발유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것과 달리 저희는 일부 점화 후 스스로 타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바이오매스가 스스로 바이오차를 생산해내기에 에너지 비용이 제로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죠. 이러한 기술력은 유기산업이 지속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어주었습니다.”
‘탄소감옥’ 바이오차 분야 선구자로 정평이 난 ㈜유기산업
바이오매스(Biomass)와 숯(Charcoal)의 합성어인 바이오차는 곡물의 줄기, 동물의 배설물, 음식물 찌꺼기 등 유기물질을 350℃ 이상의 산소가 희박한 조건에서 열분해해 생성한 물질을 칭한다. 바이오매스가 토양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면 이산화탄소나 메탄의 형태로 대기 중에 배출되지만 이를 바이오차로 만들면 바이오매스에 포함된 탄소의 80%가 바이오차 내에 갇힌다. 바이오차가 ‘탄소감옥’이라 불리는 이유다.
탄소중립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레 바이오차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바이오차 기술을 식물에 접목하면 농산물 수확을 촉진시키고, 농업 분야 온실가스 감축에도 획기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바이오차 형태로 고정화하여 토양에 환원함으로써 탄소 순환 속도를 늦추고, 오랜 세월 동안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하면서다. 또한, 이산화탄소보다 기후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메탄과 아산화질소의 배출량 감소에 기여하며 바이오차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체(바이오가스)와 액체(바이오오일)은 에너지원으로 재사용할 수 있다.
2001년 설립한 바이오차 제조 전문기업 ㈜유기산업은 바이오차 및 바이오차 플랜트 제조와 관련해 국내에서 가장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한 기업으로 이름을 알려왔다. 농업 부산물로 버려지던 왕겨를 바이오매스로 활용해 450~550℃에서의 열분해 과정을 거치며 토양 흡착력을 높인 유기바이오차를 개발했다. 건축용 바이오차(Black Bag), 농업용 바이오차(유기바이오차), 철강용 바이오차(유기진공조괴왕겨)가 주요 제품이다. 박대권 대표는 철강용 바이오차는 보온 단열재로 활용되고 있다며, 유기산업의 캐시카우 역할을 도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기산업은 바이오매스를 이용한 바이오차 제조장치와 H/C 비율을 0.7 미만 기준에 맞춘 제조방법에 관한 특허를 취득했으며, 국립농업과학원,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등 농업연구기관에 바이오차를 납품하면서 농업 분야의 탄소저감을 위한 연구에 기여해왔다. 현재 충남 예산에 본사와 제2공장을 두고 있는 유기산업은 전북 고창에 제1공장, 전주에 연구소를 두고 있으며, 바이오차플랜트를 권역별로 구축해간다는 계획이다. 또한, 배출권 거래기업인 에코아이와 MOU를 맺고 배출권 거래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가고 있으며 지난해 3월에는 한양대학교 유럽아프리카연구소와 ‘지속가능한 환경 분야에 대한 기술교류 협력 및 교육 프로그램 공동 개발 및 서비스 제공’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유럽아프리카연구소는 아프리카 관련 경제·정치·사회적 연구를 공유하고, 유기산업은 아프리카에 최적화된 바이오차 제조 기술을 이전해 아프리카 진출 및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기후위기 대응에 기여하는 것이 목표다.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바이오차 생산하는 데서 나아가 우수성 알리며 바이오차 저변 확대에 기여
박대권 대표는 20여 년 전 한국환경공단의 전신인 한국자원재생공사에서 근무하던 지인과 함께 농업부산물을 자원화하기 위한 방안을 찾고, 본격적인 바이오차 생산에 뛰어들었다. 바이오차라는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기까지 5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박 대표는 오로지 바이오차의 유망성 하나만을 바라보던 인고의 시간이었다며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2007년에는 바이오차가 농업 분야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주요 방안 중 하나임을 깨닫고 농촌사회에 이를 알리고자 노력해왔다. 기회는 2019년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가 탄소격리, 온실가스 저감, 토양개량 등 효과를 가진 바이오차를 온실가스 저감 방안으로 공식화하며 찾아왔다. 이러한 변화가 중차대한 기회가 될 것임을 직감한 박 대표는 바이오차의 적극 이용을 위해 농진청에 자발적감축사업을 제안하며 제도적 기반 마련을 위해 기여하기도 했다. 지난 4월 농촌진흥청이 유럽바이오차인증(EBC), 국제바이오차협회 등에서 수립한 국제기준을 토대로 바이오차의 비료공정규격으로 설정하며 바이오차는 부산물비료로 인정받았다.
“사업 초기만 해도 바이오차는 폐기물 재활용 측면이 강조되고 있었습니다. 대부분 토양개량재로 활용되었지만, 비료를 활용한 농업이 지배적이었기에 크게 주목을 못 받았죠. 하지만 바이오차가 탄소크레딧으로 인정받고, 친환경 농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그 위상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흙을 살리지 않으면 작물을 키우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커지며 유기물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죠.”
현재 우리나라 시설하우스의 70%는 염류집적 상태이다. 비료의 과다사용으로 인해 염류가 집적된 토양에서 자라는 농작물은 뿌리에서 물과 양분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해 성장이 제한된다. 이때 바이오차를 뿌리면 염류를 흡착하여 역삼투압을 방지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바이오차가 토양의 영양성분을 균일하게 공급하는 중간역할을 하는 것이다. 박 대표는 화전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산에 불을 놓아 나무를 태우면 나무 등이 숯의 형태가 되어 토양을 비옥하게 하여 작물이 잘 자라는 원리는 오래전부터 우리 농업에서 활용되어왔다. 바이오차는 산성화된 토양의 pH를 중성화하는 것은 물론 물 유지능력, 이온교환능력, 미생물 주거지 게공 등의 특성으로 농업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연작피해를 방지한다.
2022년 유기산업은 ITEA운동본부와 함께 ‘IN The Earth Again! 다시 흙으로’라는 주제의 포럼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석유나 석탄 등의 화석연료를 사용하면서 대기 중에 풀려 있는 CO2를 다시 토양에 포집·저장하기 위한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유기산업은 IN The Earth Again 운동을 지속하는 것은 물론 어린이들을 위한 바이오차 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탄소저감의 중요성을 공유하기 위함이다. 박 대표는 자녀뿐 아니라 대대손손 기후위기 걱정 없는 세상에 살아가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주어진 사명이라는 일념으로 바이오차 관련 기술 개발 및 저변 확대에 나서는 것은 물론 이를 알리며 인식을 개선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탄소중립 위한 가장 저렴하며 안전한 방법 바이오차
2015년 파리기후협약 이행을 위해 우리나라는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국가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확정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은 농식품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 38% 감축을 위한 추진 전략을 마련했다. 농림부는 바이오차 기술개발과 현장실용화, 바이오차 비료 공정규격과 생산시설 기준 마련 등을 중점과제로 내걸었다. 농촌진흥원의 바이오차 비료 공정규격 설정 고시 발령은 바이오차 종류에 따른 사용 가능 원료를 확장하며 바이오차 저변 확대에 힘을 실었다. 왕겨 등 농림부산물류는 물론 우분, 계분 등 가축분뇨를 재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가축분뇨를 바이오매스로 활용하면 가축분뇨로 인한 환경오염을 줄이는 동시에 메탄가스 저감 효과가 기대된다.
“육식 위주의 식문화 이면에는 가축분뇨 문제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해양투기 등의 방법으로 이를 처리했지만 10여 년 전부터는 금지되며 퇴비 처리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는 부영양화 및 녹조 발생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축분 발효 시 발생하는 메탄 또한 환경문제로 이어지죠. 현재 비료공정규격상의 바이오차는 보완 수정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온실가스 저감 방안이 되어야 합니다. 그린워싱의 오명을 남기면 바이오차 사업의 실패를 가져올 것입니다. 바이오차 활성화 및 시장확대를 위한 정부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된 규격을 설정하고 그 규격에 맞는 제품을 취사 선택하여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치트키로 활용해야 합니다.”
바이오차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지질, 육상, 해양 저장소 또는 생산물에 영구적으로 저항하는 배출 흡수 기술인 CDR의 방법 중에서도 가장 저렴하며 안정적인 방법이다. 유기산업은 가장 친환경적인 기술로 바이오차를 생산하며 탄소중립에 다가서고 있다.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유기산업의 행보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