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에너지 시장 변화와 미국의 인프라 투자 확대로 한국 조선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LNG 운반선 시장이 확대되는 것은 물론 해양플랜트, 군함 등 미국발 수주가 이어지며 K-조선이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세계적인 탈탄소·디지털전환 흐름과 함께 친환경·고부가가치 선박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 것 또한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조선·해양플랜트 분야 O&M 전문기업 ㈜이삭은 조선 및 해양플랜트와 오일&가스분야 엔지니어링, 커미셔닝(Commissioning), 기술컨설팅을 제공하며 우리 조선업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해왔다. 전통적으로 선박을 건조하고 인도한 후에는 더 이상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조선업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결합을 통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며 업계의 변화의 혁신을 선도해온 것이다. 디지털화와 탈탄소화라는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친환경 선박 해체, 해양 프로젝트 해체 플랫폼, 개발도상국 조선소와의 협력 모델 등 미래지향적 플랫폼 사업을 구상하고 있는 이삭의 전략적 네트워크를 통해 대한민국 조선·해양 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 방향을 모색해본다.
선박 관리의 국산화·고부가가치화 이끌며 우리나라 조선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다
권종호 대표는 1990년 한국해양대학교 항해학과 졸업 후 항해사로 외항선에 승선하여 상선 사관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94년 한국 최초의 LNG 선박인 현대유토피아호의 인수 멤버로 LNG 선박과 인연을 맺은 후 현재까지 LNG 선박에 관한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왔다. 6년 3개월여의 승선 생활 후 1996년 선장 면허를 취득한 권 대표는 이듬해 대우조선 시운전 부서에 입사하여 엔지니어로서의 삶에 들어섰다. 우리나라 LNG 선박 1세대라는 이력은 항해사 출신이 엔지니어로 활약하는 배경이 되었으며, 이러한 경험은 ㈜이삭의 모태가 되었다.
“시운전은 조선소가 만든 배라는 상품을 완전하게 고객(선주)에게 인계하는 마지막 관문이자 서비스입니다. 이러한 경험을 발판삼아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해결사가 되고자 이삭을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5년간 야드생활이 지난 후 권 대표는 국내조선소의 선주를 대리하여 캐나다 TEEKAY社의 선박신조감독 업무를 수행하며 감리 업무를 시작했다. 만 6년간 주로 LNG 운반선(LNGC)의 선체, 의장, 화물창(CCS) 감독을 마친 그는 오일메이저인 BP社의 부유식 원유생산 저장 및 하역설비(FPSO) 건조공사에 참여하여 약 2년간 안전품질(HSEQ) 감독으로 근무했다. 권 대표는 일반 상선에서 시운전을 하다가 해양플랜트를 처음 접했을 때 그 규모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육상에서 준비하는 가장 비싼 LNGC 한 척의 시운전 예산이 8억 원 가량인 반면 해양플랜트 FPSO 한 척의 시운전 예산은 300~500억 원에 달했던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FPSO 한 척에 배정된 시운전 예산의 80% 가량이 시운전 절차서를 만들고 감독하는 회사에 배정된다는 점이었다. 사내 조선소 시운전 부서나 협력사는 전체 인원의 80% 이상을 투입하면서도 수익은 20%밖에 가져가지 못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도 고부가가치는 외국 엔지니어링 회사들에게 쏠려있었다. 이에 권 대표는 2010년에는 이삭을 설립하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사업의 1차 목표는 관련 프로세스의 국산화를 통해 당시의 구도를 타파하는 것이었습니다. 삼성중공업에서 뜻을 같이하며 기회를 주었기에 당사가 주축이 되고 필리핀과 인도의 우수한 유경험자들을 선별하여 유럽 회사들이 독식하던 분야에 진입할 수 있었죠.”
이삭의 첫 프로젝트는 당시 은행 관리 상태였던 성동조선(현 HSG성동조선)의 소규모 시운전 프로젝트였다. 대금 미지급을 우려해 다른 기업들이 입찰에 참가하지 않았지만, 권 대표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도전했고, 이것이 기업의 레퍼런스와 자본 축적의 기회가 되어주었다. 해양 프로젝트 시운전 분야의 국산화를 목표로 업계에서 이삭의 등장은 국내 조선소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전체 단가를 3분의 1 수준으로 절감한 것이다. 이삭의 도전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기존의 글로벌 시운전 전문기업들이 가지고 있던 Project Management Tool을 자체 개발한 것은 물론 FMS(Flange Management System)라는 용어조차 생소하던 시기 영국 하이드라타이트(Hydratight)와 손잡고 분야를 개척한 것이다. FMS란 플랜지 부위 볼트 체결 전 플랜지면 검사, Gap 검사 등 사전 검사 과정을 거쳐 용접 부위를 점검하는 과정을 칭한다. 이삭은 FMS 분야에서 우수 엔지니어들을 양성하며 관련 프로세스에의 소요 비용을 대폭 절감시켰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생소했던 선박 분야의 고부가가치 솔루션들을 개척해온 이삭은 선박의 전 생애주기 관리 시스템을 통해 선주에게 지속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며 선박 업그레이드에 대한 니즈를 선제적으로 파악해 반영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자는 비전으로 지금의 성장 기반을 만들어올 수 있었다.

선박의 전 생애주기 책임지는 토탈 솔루션 프로바이더…포트폴리오 다각화로 지속가능한 발전 기반 다진다
조선소는 배를 만드는 데서 프로세스가 끝이 난다. 그러나 조선소에 기자재를 납품하는 회사들은 최소 20년에 달하는 배의 전주기 동안 꾸준히 부품을 팔고, 서비스를 제공한다. 권종호 대표는 기자재업체의 서비스를 통합하여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처럼 조선소가 배의 전 생애주기를 관리한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이 실현된다면 배를 만드는 조선소가 운항에 관여하며 문제점을 도출하고, 선주의 니즈를 사전에 발견·반영하며 보다 업그레이드된 선박을 제공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엿본 것이다.
소규모 시운전 전문회사로 출발한 ㈜이삭은 이후 토탈 솔루션 프로바이더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왔다. 국내 메이저 조선·해양플랜트 분야의 시운전 및 엔지니어링 전문 운영기업으로서 해양설비 구축 전 단계에 걸친 독보적 인프라를 자랑한다. 더불어 감독관 파견, 외국인 관리, 외국기업과의 업무 협력 등을 수행 중이다. 권 대표는 국내 중공업 기업에서 파생된 자회사가 최근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을 실현하며 초우량회사로 성장했다며, 자신의 계획이 허황된 것이 아니었음을 입증한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바다에 대한 경험은 아무나 가질 수 없습니다. 승선 경험 자체로 차별화되는 것은 물론 언제든 위기를 버텨낼 힘이 되어주는 주특기죠. 저 또한 배를 탔던 경험을 발판삼아 현재에 이르렀죠.”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1,300여 척 이상의 원양상선이 전체 물류의 97%를 차지한다. 권 대표는 이를 지지하는 것이 바로 해기사들이라 말했다. 우리나라가 통계적으로 볼 때 해난사고가 가장 적은 나라 중 하나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힘도 바로 상선사관교육을 받고 뛰어난 로열티를 자랑하는 우수한 해기사들에 있다는 설명이다.
바다에서의 경험에 더해진 새로운 시장에 대한 선구안은 다양한 글로벌 협업으로 이어졌다. 일찍이 LNG 벙커링과 LNG FSRU 등에 관한 니즈를 파악하고 튀르키예 국영가스공사와 협업하여 이스탄불 근처에 FLBT(Floating LNG Bunkering Terminal) 구축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시도한 것이다. 이외에도 인도네시아 우드펠릿을 국내에 유통하는 사업, 인도네시아 조선소 현대화 사업 등 눈앞의 수익을 떠나 해외 거래처의 성장을 돕는 사업들을 추진해온 것이다. 권 대표는 대한민국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와 이삭은 좋은 회사라는 평판을 쌓을 수 있었으나, 수익성 악화로 회사가 힘들어지기도 했다며 당시를 돌아보았다. 설상가상 조선 불경기에 대비하여 선박평형수처리장치(BWTS)와 스크러버 개조공사를 위한 플로팅 도크(Floating Dock)를 매입한 것이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아 3년간 애를 먹기도 했다.
2022년에는 법정관리 중이던 국내 2위 항해통신 장비회사인 신동디지텍을 인수하며 조선·해양 서비스 전문기업을 넘어 마린 텔레콤 분야의 기술 전문기업으로의 도약에 나섰다. 권 대표는 현재 경쟁이 치열하여 고군분투 중이지만 장기적인 시각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나갈 것이라 전했다. 아울러 조선·해운 산업 분야의 최대 화두인 2D(Digitalization + Decarbonization) 분야에서 초기 설비투자(CAPEX) 없이 연료 절감을 통해 운영비(OPEX)를 줄이고 환경을 보호하는 항해최적화 시스템(VOP) 적용에 공을 들이기도 했다. 권 대표는 협력하던 미국 회사의 정책이 바뀌며 답보 상태에 놓여 있으나 선사들은 솔루션에 대한 분명한 니즈를 보일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국제해운 부문의 탄소중립은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라 칭할 만큼 수많은 솔루션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현재까지 선박연료는 벙커C유로 단일화되었으나, 미래의 연료는 아직까지 방향조차 잡히지 않은 상태죠. 당장 20년, 30년을 사용할 선박을 건조해야 하는 선주들은 어떤 솔루션을 적용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정부가 국책기관을 통해 일목요연하게 가이드를 제공한다면 선주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인력난 해소도 마찬가지로 보다 효과적인 유인책과 정책적 조치가 함께 반영되어 조선업의 경쟁력을 확보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최근 친환경 고부가가치 선박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며 우리 조선업계가 활기를 띠고 있다. 글로벌 물량 공세를 선점한 것은 물론 신소재 개발과 AI를 통한 스마트 조선소 건설 등 미래지향적인 조선소로 나아가기 위한 도전과 혁신이 이어지고 있다. 이삭 또한 지난해 ‘친환경 스마트 안전 조선소 건설 및 미래 전략 선박의 선도적 개발’을 위한 협력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권종호 대표는 AI 기술과 친환경 인프라를 활용한 미래 첨단 조선소(Future of Shipyard, FOS) 프로젝트의 성공을 목표로 조선소에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해외 조선소에서 중소형 선박에 적합한 조선소를 건설하는 타당성 조사를 수행 중이다. 국내 조선소의 스마트 야드 조성을 위한 인공지능 CCTV 등의 요청에도 적극 답하고 있다. 권 대표는 우리에게는 과거가 된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 국가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기술일 수 있다며, 베트남에 중소형 조선소를 개발하여 한국 중소조선소의 과거 명성을 되살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삭은 현재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개발도상국 조선소와의 협력플랫폼을 구축하고, 한국의 기자재와 엔지니어링 기술을 패키지로 납품하는 구조를 구상 중에 있다.
또한, 네덜란드 EEC社와의 협력을 통한 친환경 선박 해체산업 플랫폼 구축에도 나섰다. 기존의 선박 해체는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에서 조수 차를 이용해 해안가에 정박시킨 후 작업을 수행하는 Beaching 방식으로 이루어져 왔으나, 해양오염과 대규모 인명 손상을 야기한다는 문제점이 지적되며 국제 규정으로 금한 상태다. 권 대표는 앞으로는 선박 해체도 친환경과 안전을 준수하지 않는다면 강력한 제제가 이루어질 것이라며, 관련 시장을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노후화된 해양설비의 안전하고 환경친화적인 해체를 위한 종합 솔루션을 제공 해양플랜트 해체(Decommissioning)에 관한 사업도 준비 중이다. 권 대표는 이삭의 국제적 네트워크 구축과 사업확장의 방향성은 조선업의 디지털화, 탈탄소화 그리고 글로벌 협력의 새 지평 개척을 위한 새로운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가정 양립과 동반성장 실천하며 선박·해양플랜트의 미래 향해 도전한다
㈜이삭은 전 세계 선박과 해양플랜트의 인큐베이트 역할을 도맡으며 산업의 성장에 기여해왔다. 올해는 꾸준한 먹거리 창출을 위한 플랫폼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권 대표는 바다의 쿠팡처럼 선박에서 필요로 할 때 하루 만에 달려가서 문제를 해결해주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기업 내부적으로는 워라밸을 철저히 지키며 일·가정 양립을 지원한다. 또한, 매달 매출의 1%를 꾸준히 기부하는 등 나눔을 실천하는 모습이다.
“2015년 말부터 조선업 불경기가 이어지며 힘든 시간을 버텨야 했습니다. 시운전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업을 수주하며 기업을 지켰죠. 함께해준 직원들에게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현재는 성과에 따라 회사의 수익을 직원들과 함께 나누며 동반성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일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직원들에게 남겨주는 것이 목표입니다.”
조선업의 침체기를 넘어오는 동안 권 대표를 지킨 것은 신앙의 힘이었다. 그는 고난은 누구에게나 닥친다며, 인생의 승패는 고난이 닥쳤을 때 그 고비를 어떻게 견디는가에서 판가름 난다고 힘주어 말했다. 자신은 신앙이 있었기에 고비를 견딜 수 있었다는 고백을 전하기도 했다. 권 대표는 먼 미래를 기약하기보다 현재에 충실하며 오늘의 행복을 꾸준히 쌓아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작지만 깊은 전문성으로 세상의 한 모퉁이를 밝히는 ‘가로등 같은 역할’을 자임하는 그의 겸손한 리더십 또한 특별했다.
이삭의 역사는 쉼 없는 도전의 역사였다. 권 대표는 ChatGPT의 시대에도 결국은 사람임을 강조한다. 아무리 자동화되더라도 스마트폰만 믿고 자기계발을 하지 않는다면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일념에서다. 그는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자 노력한다면 결국 꿈에 그리던 성공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신뢰와 열정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여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주인공이 되자’라는 모토로 함께하고 있는 이삭은 ‘제조 기반의 서비스 사업’, ‘토탈 솔루션 프로바이더’라는 인사이트를 통해 실현 가능한 인프라들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파도의 높이를 두려워하지 않고 꾸준히 항해하는 이삭의 새로운 항로가, 대한민국 조선·해양 산업의 지속가능한 내일을 여는 등대가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