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Now] 지구의 시간 되돌릴 ‘탄소중립 사회’로 대전환
[MonthlyNow] 지구의 시간 되돌릴 ‘탄소중립 사회’로 대전환
  • 김민이 기자
  • 승인 2021.06.30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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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탄소중립을 외치지만 탈탄소로 가는 길은 요원하다. ‘2050 탄소중립에는 뜻을 모았지만 탄소배출이 많은 화석 연료에 의존해온 제조업 기반의 한국경제에게 탈탄소는 여전히 도전적 과제로 남았다. 탄소국경세 시행 원년으로 예상되는 2023년이 오면 우리나라 주요 수출 업종에서 EU, 미국, 중국과의 교역을 위해 부담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 추가 금액 6,100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생존의 필수요건이자 기회의 장이 된 탄소중립, 우리는 어디까지 왔는지 점검해본다.

 

변화하는 세계, 빨라지는 탄소중립 시계

탄소중립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지구온난화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된다. 인간 생활과 산업 활동에서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다시 흡수해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미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강대국들은 경쟁적으로 2050 탄소중립 선언을 내놓았으며, 우리나라도 2050 탄소중립국 실현을 선언했다. 이와 함께 바이든 정부는 미국 일자리 계획에 친환경 분야 예상을 상당 부분 배정했으며, 일본과 영국도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 투자계획을 공개했다. 최근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룬다는 목표를 담은 유럽기후법을 채택한 유럽은 탄소배출권 거래제 및 탄소국경세 도입에도 적극적이다.

전 세계에서 대규모 민관투자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탄소중립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애플은 기존 목표 시점인 2050년보다 20년 앞당긴 203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전 세계 애플 협력 업체들에 이 기준을 적용할 방침임을 밝혔다. 구글은 전 세계 사무실과 데이터센터, 각종 시설에서 사용하는 모든 전기를 신재생에너지로 채우겠다는 탄소 제로 전략을 추진 중이다. 현재까지 RE100(재생에너지(Renewable) 100%의 약자, 필요 전기를 재생에너지로 100% 사용하겠다는 서약)에 가입한 글로벌 기업은 애플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을 비롯해 316곳에 달한다. 구글은 2017년에, 페이스북은 지난해에 RE100을 달성했다.

세계 각국의 정부와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투어 탄소중립을 핵심 가치로 선언하고 행동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그 배경으로 기후 위기를 막아야 한다는 당위성과 더불어 이를 통해 창출될 경제적 기회가 지목된다. 탄소중립이 화석연료를 다른 에너지원으로 대체하는 과정인 만큼 새로운 인프라 투자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일자리를 늘릴 기회가 된다. 조대곤 KAIST 경영대학 교수는 탄소 중립에 앞장서지 않은 기업은 세계 각국의 높아지는 규제와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수많은 부품 협력사를 거느린 글로벌 기업들의 탄소 중립 선언은 전 세계 산업계를 흔들고 있다. 탄소 중립이 단순한 환경문제를 넘어 존폐의 문제로 등극한 셈이다. 애플의 탄소중립 선언에는 SK하이닉스와 대만 TSMC 등 전 세계 24개국 109개 업체가 동참 의사를 밝혔다. 2018년 독일 BMWLG화학에 배터리 부품 납품 전제 조건으로 RE100을 요구했지만 LG화학이 이를 맞추지 못하며 계약이 무산되기도 했다. 삼성SDIBMW에 납품하는 배터리를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해외 공장에서 만들고 있다.

 

 

정부 주도 인프라 구축과 유인책 마련으로 RE100 다가서야

글로벌 시장이 RE100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우리 기업들의 행보에는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RE100에 참여하는 316개의 기업 중 한국 기업은 SK하이닉스, SK텔레콤 등 SK그룹 8개 계열사와 아모레퍼시픽, LG에너지솔루션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삼성전자의 경우 해외 사업장에서는 이미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하고 있으나 국내 사업장은 아직 RE100 가입을 검토하는 단계에 머무른다. 최태원 SK 그룹 회장은 ‘2021 확대 경영회의에 참석해 향후 탄소 가격이 생각보다 더 빠르게 올라갈 것을 감안하면 넷제로(Netzero·탄소중립)’는 하느냐 안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경쟁력의 문제라며, “남들보다 더 빨리 움직이면 우리의 전략적 선택의 폭이 커져 결국에는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기업들의 움직임이 더딘 이유로 제도적 인프라와 유인책 부족이 거론된다. 정유·철강·반도체 등 탄소 배출량이 많은 기업이 주력인 우리 산업구조와 산업용 전기 요금은 낮은데 반해 재생에너지 비용은 다른 나라보다 비싸다는 점 또한 발 빠른 에너지 전환을 저해하는 요소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에서 전력망의 저탄소화 그린수소 인프라 구축 친환경 기술에 대한 R&D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정부는 RE100 이행을 위한 직접 전력구매계약(PPA) 제도 도입으로 답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재생에너지 발전전력의 제3자간 전력거래계약에 관한 지침'을 제정해 시행한다고 밝힌 것이다.

3PPA는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 발전 사업자가 전기 사용자와 직접 합의해 전력 구매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했다. 한국전력(전기 판매 사업자)이 중간에서 송·배전망을 제공하고 이에 대한 수수료를 받는다. 전기 사용자인 산업계 입장에서는 친환경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했다는 인증을 받을 수 있어 더욱 환영받는다. 기업들의 RE100 가입을 위한 제도적 인프라가 처음으로 구축된 셈이다. 나아가 재생에너지 보급을 활성화시켜 온실가스 감축, 미세먼지 저감 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시행 초기임을 고려한다 해도 독소조항이 적지 않다는 것이 산업계의 판단이다. 얼핏 보면 신재생 발전사업자와 전기 사용자 모두가 윈윈하는 구조 같지만 세부적인 제도 시행 지침을 뜯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한전 전력망을 사용하는 데 대한 수수료 체계가 기존 화석연료 기반 발전원과 비교할 때 딱히 매력적이지 않으며, 정부가 정해놓은 계약 구조도 너무 경직되어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제도 도입 초기에 제기되는 의견을 적극 수렴해 향후 보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생사의 기로에 놓인 탄소중립’, 지속가능한 녹색성장으로 나아가야

탄소중립을 향한 국내의 변화도 감지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에너지 관련 정책을 전담하는 차관직을 신설하는 내용의 법안이 6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저탄소화, 저탄소 산업 육성 등 탄소 중립 정책에 힘이 실렸다. 나아가 2050 탄소중립 표준화 비전과 전략 수립에 나섰다. 기업들의 참여도 이어진다. LG화학이 최근 한국 기업 최초로 전 세계 모든 사업장에서 RE100 전환할 것이라 밝힌데 이어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해 말 국내 공공기관 중 처음으로 RE100 참여를 선언하기도 했다. 5월에는 9개의 민간기업이 모여 탄소중립혁신 이니셔티브 확보를 위한 에너지얼라이언스(Energy Alliance)'를 출범했다. 이와 함께 수소 저장·운반 등 세계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선점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한 아이디어가 제시되는 한편 탈탄소 산업으로의 전환을 위한 정부차원의 산업 재편 전략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050 탄소중립까지 30년이 채 남지 않았다. 그리고 그 시계는 점차 빨라지고 있으며,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탄소중립은 이제 반드시 실현해야 할 목표가 되었다. 세계가 탄소중립을 향해 한 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지속가능한 녹색성장을 향한 도전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기회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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