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 새로운 역할 ‘뇌를 관찰하는 창(窓)’, 눈을 통한 ‘조기 진단 플랫폼’ 시대 열린다
‘눈’의 새로운 역할 ‘뇌를 관찰하는 창(窓)’, 눈을 통한 ‘조기 진단 플랫폼’ 시대 열린다
  • 유지연 기자
  • 승인 2021.11.02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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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용우 용인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
지용우 용인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 ⓒ유지연 기자
지용우 용인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 ⓒ유지연 기자

[월간인물 유지연 기자] 현재 알츠하이머 치매의 치료는 병을 낫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진행을 더디게 하는 작용에 머무르고 있다. 따라서 알츠하이머 질환의 예후에 있어, 조기 진단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알츠하이머는 증상이 나타나기 수년 전부터 뇌에서 분자적 수준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용인세브란스병원 안과 지용우 교수팀은 인공수정체(안내 삽입 렌즈)를 활용한 조기 진단 플랫폼 개발에 성공하며 알츠하이머 진단의 새로운 을 열었다.

 

 

수정체를 활용한 질환 탐지 연구개발로 ‘2021 보건의료 R&D 우수성과선정

지용우 교수팀이 최근 인공수정체(안내 삽입 렌즈)를 활용한 질환 탐지 연구개발로 한국보건산업진흥원 ‘2021 보건의료 R&D 우수성과에 선정됐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기초-응용-개발의 연구개발 전주기에 걸쳐 질적으로 우수한 사례를 발굴해 매년 보건의료 R&D 우수성과로 선정하고 있다.

현재 PET, MRI 등 특수 뇌영상 데이터를 이용한 이미징 바이오마커 연구가 해외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나 고가의 의료비가 발생하기에 환자들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최근 국내외에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혈액을 이용한 바이오마커는 혈액-뇌 장벽(BBB, Blood-Brain Barrier)이라는 한계점이 있다. 지 교수는 현재 55세 이상 인구 80% 이상의 시력교정 및 백내장 수술에 안내렌즈(인공수정체; IOL, Intraocular Lens)가 활용되고 있다며, 인공수정체가 시력교정과 동시에 바이오마커 조기 감지가 가능해진다면 수십 조의 의료비 지출을 줄이는 것은 물론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내다봤다. 뇌와 직결된 장기인 눈의 특성을 이용한다면 여러 질병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그는 눈은 외부에서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특이한 기관이라며, ‘뇌를 관찰하는 창()’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인류의 수명이 늘어나며 퇴행성 뇌신경계 질환의 유병률 또한 높아지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 문제로도 거론되고 있죠. 그러나 아직까지는 확실한 치료제가 없는 것은 물론 한 번 임상 증상이 나타나면 회복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퇴행성 뇌신경계 질환의 가장 훌륭한 치료법은 바이오마커를 이용한 조기 진단입니다.”

이후 지 교수 연구팀은 연세대학교 공과대학 화공생명공학과 함승주 교수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질환별로 특정하게 나타나는 바이오마커를 감지할 수 있는 형광 센서 제작에 성공했다. 해당 센서를 인공수정체에 탑재한 스마트 인공수정체는 진단 효과와 안전성 모두에서 우수성을 인정받는 것은 물론 국내 특허 등록을 마쳤다. 해당 연구 성과는 바이오센서 분야의 저명한 국제 학술지 ‘Biosensors and Bioelectronics(IF 10.62)’에 게재되었다.

질환별 바이오마커를 감지할 수 있는 스마트 인공수정체는 안내 삽입형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뇌질환 외에도 다른 영역을 진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셈이죠. 앞으로의 확장성에 주목하며 관련 연구를 지속하고자 합니다.”

 

눈을 활용한 질병의 조기진단으로 눈에 새로운 역할과 가능성 부여

인공수정체(안내 삽입 렌즈)를 활용한 질환 탐지 연구개발에서 지용우 교수는 안구 생체액(Biofluid)인 방수(Aqueous Humor)를 조기 진단용 비혈액성 검체로 채택했다. 방수는 눈 속의 신경조직 및 혈류와 직접 맞닿아 있는 만큼 각각의 특성을 모두 반영할 수 있는 매우 특수한 생체액이다. 지 교수는 방수를 이용해 액체생검(Liquid Biopsy)을 실시할 경우 녹내장, 포도막염 등 실명을 야기할 수 있는 안구질환은 물론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질환까지 탐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까지 방수를 진단용 생체액으로 활용한 연구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저 또한 우연한 기회에 이러한 아이디어를 얻게 되었죠. 이번 연구를 통해 조기 진단용 비혈액성 검체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향후 다양한 분야에 적용이 가능하리라 기대합니다.”

눈을 통한 진단을 위해서는 바이오마커 탐색에 대한 연구는 물론 이를 발견할 수 있는 키트 또는 인체 삽입물이 필요하다. 지 교수는 바이오마커를 탑재할 플랫폼을 개발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력교정 및 백내장 수술에 활용되고 있는 인공수정체에서 답을 찾았다. 인공수정체를 통한 시력 교정과 뇌질환의 조기진단이 동시에 가능해지는 셈이다.

이번 연구는 뇌질환을 조기 진단할 수 있는 고감도 센싱 플랫폼 기술을 개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실제로 스마트 인공수정체에 적용된 FRET(fluorescence resonance energy transfer)’ 기술은 방수 내 마커 물질의 변화를 센싱 플랫폼을 통해 관찰하도록 했다. 형광 신호 (Fluorogenic Signal)를 눈 밖에서 직관적으로 관찰하는 것은 물론 바이오마커 누적 시 신호 강도가 증가하기에 실시간·누적형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 교수는 극도로 예민한 기관인 눈에 적용할 수 있는 안내 삽입형 플랫폼 개발은 고도의 기술력을 요하는 작업이라며, 관련 기술 개발에 성공한 만큼 인체 다양한 부위에도 적용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복수의 타겟 센싱이 가능하다는 점 또한 장점이다. 지 교수는 체내에서 질병이 발생할 경우 동시에 여러 종류의 바이오마커가 발현될 수 있다며, 복수 타겟 센싱을 통해 진단율을 높일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지 교수 연구팀이 타겟 물질로 제시한 MMP-9(Matrix Metalloproteinase-9)은 다른 타겟 물질로도 치환이 가능해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확장성에 기대가 걸린다.

최근 백내장 수술 뿐만 아니라 근시 교정, 노안 수술 등을 위한 인공수정체의 사용빈도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바이오마커 조기 감지라는 기능을 넣어 뇌질환을 조기 진단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을 개발하는데 집중했습니다. 향후 다양한 바이오마커를 플랫폼에 탑재하며 질병 진단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자 합니다.”

눈을 이용한 뇌질환의 조기진단이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인공수정체(안내 삽입 렌즈)를 활용한 질환 탐지 연구개발은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연구였다.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연구였기에 연구 과정에서의 어려움도 컸다. 지 교수는 무엇보다 눈에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고, 그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지용우 용인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 ⓒ유지연 기자
지용우 용인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 ⓒ유지연 기자

융합연구로 아이디어의 결실 맺는 의과학자

과학고등학교를 졸업한 지용우 교수는 어린 시절부터 과학과 연구에 관심이 컸다고 말했다. 안과 전문의가 된 이후에도 의과학자의 길을 걸으며 연구에 힘을 쏟았다. 지 교수는 여러 학회에 참석하며 뇌질환에 접하다보니 안과적 관점에서 뇌질환에 접근하는 법을 고민하게 됐다고 전했다.

뇌질환은 아직까지 의사들이 정복하지 못한 영역이에요. 2번 뇌신경인 시신경을 통해 뇌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뇌혈류의 일부를 공급받는 중요한 특성을 가진 눈을, 뇌질환과 연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자 했습니다.”

지 교수의 인공수정체(안내 삽입 렌즈)를 활용한 질환 탐지 연구개발은 융합을 통해 빛을 볼 수 있었다. 관련 분야 전문가들을 직접 찾아가 아이디어를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며 연구를 완성시킨 그다. 지 교수는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아이디어가 실현될 수 있었다며, 이제는 조금씩 그 형체가 보이기 시작한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향후 정밀의료시스템 (Precision Medicine)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더욱 폭넓은 협업이 필요한 만큼 앞으로의 연구에 대한 기대와 각오를 다지는 모습이다.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연구가 이제 형체를 띄기 시작했어요. 이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것까지가 의과학자의 몫이죠. 이제는 환자 샘플을 신경과 교수님들과 함께 분석하는 등 다양한 분야 선생님들과의 협업으로 근거를 마련해가고자 합니다.”

세부 분과로 각막 분야를 전공한 지 교수는 이식 수술 시 발생하는 거부 반응에 대한 연구 또한 이어갈 계획이다. 그는 이식 거부 반응의 조기 진단법이나 메커니즘을 파악할 수 있는 바이어마커를 찾고, 이를 진단에 활용하기 위한 키트를 개발하는 식의 연구를 반복적으로 수행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인공수정체(안내 삽입 렌즈)를 활용한 질환 탐지 연구개발로 바이오마커를 활용한 진단 플랫폼의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향후 눈을 활용한 진단 플랫폼 개발에 힘을 실을 방침이다. 지 교수는 궁극적으로는 환자들에게 직접 쓰일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 것이라 전했다.

 

다양성과 협업 강조하며 환자들의 삶의 질 지킬 수 있는 연구 이어갈 것

다른 과의 경우 의사가 진단을 내리고, 환자는 질환을 받아들이는 방식입니다. 안과는 정반대에요. 환자분이 눈이 불편해서 오시면 저희는 그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제가 환자의 불편함에 공감하지 못하면 진료라는 행위가 이루어질 수 없죠.”

하나의 연구를 완성하고자 직접 여러 전문가들을 찾아가 도움을 구했던 지용우 교수는 환자를 만나는 데에서도 환자에게 다가가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환자들의 생각과 불편함을 이해하고자 힘쓰는 그다. 권위적인 모습보다는 편안하게 다가서며 환자의 이해를 돕는 모습이다. 그는 치료에 필요한 결정을 내릴 때는 단호함도 필요하겠지만 최대한 환자들과 분위기 속에서 대화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연구를 이끌어감에 있어서도 지 교수는 협업을 강조하고 있었다. 연구가 좋은 성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팀워크가 중요한 만큼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팀의 역량을 끌어올리고자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설득이 필요한 경우 최대한 풍부한 근거를 제시하며 상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설득의 권위를 쌓아가고자 한다고 전했다.

감히 말씀드리자면 의학이 발달한 만큼 이제 질병에 대한 정의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명을 위협하는 것이 아닌 삶의 질에 대한 위협으로 바뀌어야죠. 일례로 안구건조증을 들 수 있어요. 흔히 가벼운 질환으로 생각하지만, 안구건조증으로 인해 직장을 그만두시는 분들도 있거든요. 비대면 사회로 바뀌면서 학생들의 화상 수업이 늘어나는 것도 환자가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앞으로도 환자들의 삶의 질을 지키기 위한 폭넓은 연구들을 이어가겠습니다.”

끝으로 지 교수는 인류의 미래를 위해 보다 다양한 주제의 연구에 대한 지원이 필요함을 피력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감염과 바이러스 분야로 관심이 쏠리는 현상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눈을 통한 뇌질환 조기 진단이라는 새로운 관점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함으로써 눈을 이용한 진단 플랫폼이라는 가능성을 입증해낸 지 교수의 다음 행보를 주목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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