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뉴스기사를 통해, “게임산업이 다시 이용자를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취지의 포럼이 열리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해당 포럼의 발제자, 토론자 대부분이 게임사 대표 또는 게임사를 대변하는 협회인, 평소 업계를 대변해오던 교수로 구성되어 있고, 정작 이용자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발언자가 전혀 없었는데, 포럼은 예상대로 게임사의 자화자찬에 가까운 내용으로 흘러갔으며, 오히려 공공기관이 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질타가 나오는 반면 일반 게임 이용자의 목소리는 전혀 들어볼 수 없었다.
위와 같은 편향된 논의가 빈번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마무스메 사태’에 이르기까지 최근 2년여간 수많은 게임들의 이용자들이 게임사를 상대로 이른바 ‘트럭시위’를 통하여, 게임 운영 과정에서 충분히 보호받지 못한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해 왔다. 생각해보건대, 대부분의 경우 게이머들의 요구사항은 의외로 까다롭지 않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핵심은 항상 ‘운영상의 문제점에 대한 납득 가능한 해명’, ‘운영실수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와 언제 나올지 모르는 일방적인 공지가 아닌, ‘경청과 소통차원에서의 간담회 개최’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요구조차도 관철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일 것이다. ‘우마무스메 사태’와 같이 게임 이용자들의 집단행동이 세간의 주목을 받는 사례 자체가 드물기 때문에, ‘마영전’ 등 이용자층이 두텁지 않거나 내부 조직이 잘 구성되어 있지 않은 게임의 경우라면 시위 자체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이내 동력을 잃고 끝나버리게 된다.
‘클로저스’의 총대 중 1인은, 당시 협상의 상대방이었던 게임사에 취직을 하고 그 이후로도 물의를 일으키는 등의 사례도 있었으며, ‘검은 사막’의 경우 게임사가 이용자를 고소한 전례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항의가 집단시위로 이어질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위 ‘우마무스메 사태’ 또한 게임사와의 간담회가 개최되었으나, 결국에는 파행에 가까운 결과를 낳고 이용자들의 대규모 환불 소송으로 이어지게 되었는데, 왜 거듭하여 이와 같은 사태들이 발생하게 되는 것인가를 진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마 그 첫 번째 이유는, 현행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는 이용자 권익 보호에 관한 규정이 전무하고,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상 청약철회에 관한 규정 또한 게임 내 유료재화 또는 아이템을 이용자가 수령하기만 하면 일단 ‘사용’한 것으로 보는 등의 문제로 게임 이용자에 대해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으며,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적용하려는 경우에도, 게임의 특성상 아이템 및 재화의 객관적인 성능을 계량하기가 어렵고, 하자를 발견하는 것도 어렵기 때문에, 허위·과장 광고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쉽지 않는 등, 현행 법제도로는 게임 이용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 소위 “서비스 책임자 대부분이 게임을 해본 적이 없다”거나, “사측의 운영실수가 있었지만, 상품을 구매한 것은 개별의 선택”, “이용자의 결제태도가 불량하다.” 등의 발언으로 대표되는, 소비자이자 고객인 게임 이용자들을 대하는 게임사들의 태도 또한 이용자들이 집단행동에 나서게 되는 요인일 것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게임 이용자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찾기 위해서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보다 자극적인 시위로 나아가는 것은 관심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기 힘들고, 환불 및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울뿐더러 장기간이 소요되어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한국게임산업협회’ 또는 ‘한국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 혹은 거대 자본이 뒷받침하고 있는 대형 게임사를 상대로 대등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 개별 게임을 넘어 “모든 게임 이용자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협회나 단체가 설립되었으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든다.
이와 같은 협회 또는 단체가 전체 게임 이용자들을 대표하게 된다면, 특정 사안에 대해 관심을 지속적으로 이끌어 내거나 토론회, 세미나 등의 정책논의 과정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충분히 이용자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관철시켜 나갈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부디 ‘우마무스메 사태’에 대한 게임 이용자들의 ‘열정과 관심이라는 인자’가, 종전의 트럭시위와 달리 전체 게임 이용자의 권익보호 요구로 ‘계승’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