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적 질환, 회전근개 파열 치료의 빛을 찾다
대중적 질환, 회전근개 파열 치료의 빛을 찾다
  • 유지연 기자
  • 승인 2023.08.03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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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여의도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
김종호 여의도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 ⓒ유지연 기자
김종호 여의도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 ⓒ유지연 기자

[월간인물 유지연 기자] 회전근개는 어깨와 팔을 연결하는 4개의 힘줄로, 팔의 회전 운동에 관여하고 상완골두를 관절와로 압박하여 견관절의 안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60대 이상 연령층의 50% 이상, 어깨통증 환자의 70%가 이 회전근개 질환을 경험한다. 최근에는 농구, 야구, 골프, 수영, 검도, 테니스, 배드민턴 등을 즐기거나 업무 특성상 무거운 짐을 반복적으로 들었다 놓았다 하는 젊은층과 중년층에서도 환자가 늘고 있다. 일반적으로 회전근개 파열의 범위가 50% 미만인 경우, 비수술 치료를 권장한다. 하지만 프롤로, 스테로이드 등 기존의 치료는 통증 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효과가 일시적이고 재발 및 합병증 가능성도 있다. 일상생활의 불편함은 물론 수면장애까지 야기하는 질환인 회전근개 파열이지만, 손상된 힘줄을 회복하고 재생시키는데 도움을 주는 근본적 치료법이 부재한 상황에서 김종호 교수를 비롯한 연구팀이 어깨의 짐을 내려줄 작은 열쇠를 발견했다. 힘줄의 구성 성분인 콜라겐이 그것. 그의 기대에 부응하듯 아텔로콜라겐 성분의 조직 보충재 사용은 파열 부위가 작아지는 재생 효과를 보였고, 어깨 기능점수와 통증 점수 또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회색 지대 환자들을 위한 비수술적 치료법 연구

골프, 테니스, 야구 등 스포츠의 대중화와 여름철 야외활동의 증가와 함께 어깨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도 늘고 있다. 회전근개 파열은 어깨 통증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그동안은 고령 인구에서 퇴행성 변화나 외상 등으로만 발생하는 질환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2~30대에서도 그 수가 확산하고 있다. 실제로 회전근개 근육 또는 힘줄 손상으로 건강보험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21136,400명으로 2015년과 비교해 약 11% 증가했다.

회전근개는 어깨를 둘러싼 4개의 힘줄인 극상건, 극하건, 소원건, 건갑하건을 뜻한다. 힘줄은 힘줄 섬유 조직이 실타래처럼 엮인 형태를 띠는데, 이 중 일부가 끊어지는 것을 부분 파열, 전체가 끊어지면 전층 파열로 구분한다. 사실 어깨는 상하, 전후방으로 360도 이상 움직이는 만큼 회전근개 파열은 숙명과도 같은 질환이다. , 어깨는 무릎처럼 하중이 실리는 부위가 아니어서 관절염보다는 힘줄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잦다. 더욱이 뼈와 연결된 힘줄은 근육보다 탄력이 적고 외상에 취약해 잘 찢어진다.

이러한 회전근개 파열은 초기에는 팔을 들어 올릴 때 통증이 나타나다가 심해지면 팔의 움직임과 상관없이 계속해서 통증이 나타난다. 특히 밤에는 통증이 더욱 심하게 느껴지고, 야간통으로 수면장애를 겪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찢어진 것이 명확해도 수술하기엔 이른 환자가 많다. 부분 파열은 파열의 범위가 힘줄 두께의 50% 미만인 경우, 통증 자체에 초점을 맞춰 물리치료나 도수치료, 진통제가 듣지 않을 땐 염증을 잡아주는 스테로이드 주사를 놓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는 찢어진 힘줄을 그냥 두고 증상만 조절하는 것이라 한계가 뚜렷하다. 학술적으로 일정 부분 이상의 파열을 치료하지 않으면 1년에 4mm씩 파열 범위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부분 파열이 끝내 전층 파열로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고생 끝에 어렵게 수술을 결정한다고 해서 문제가 깨끗하게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회전근개 파열은 수술 시기가 관건인데, 고무줄을 잡아당기다가 끊어지면 한쪽으로 말리듯 뼈에 붙잡혀 팽팽한 힘줄도 끊어지면 한쪽으로 말려 들어간다. 이 상태로 오랜 시간이 지나면 안쪽까지 말려 들어가고, 근육마저 위축되어 기능 장애나 통증의 원인이 된다. 힘줄을 원상태로 복원시키기 어렵거나, 너무 말려 들어가 잡아당길 수 없는 상황이면 어깨관절 치료의 종착역인 인공관절 수술을 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당장의 수술이 필요하지 않은 회전근개 파열 환자에게 치료의 선택권이 거의 없다는 점은 큰 문제다. 환자 대부분이 진통제로 통증을 견디다가 한계에 다다르면 끝내 수술을 선택하는 전철을 밟는 상황. 김종호 교수는 약물만으로 통증을 다스리기 힘들고, 그렇다고 수술을 결정하기엔 시기가 이른, 약물과 수술의 중간단계 이른바 회색 지대의 환자들에 주목했다.

전층 파열은 원칙적으로 수술이 답입니다. 파열의 진행을 막을 방법이 없으니까요. 부분 파열 환자의 경우, 파열의 범위가 50%를 넘는다면 보통 수술적인 치료를 권유합니다. 이 또한 의사마다 다르게 판단할 수 있으니 정답은 아니에요. 가장 큰 문제는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느끼는 50% 미만의 파열 환자예요. 이 회색 지대의 환자들에게 파열이 진행되는 걸 막는, 회복과 재생 개념의 치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이게 연구의 시작이 되었어요.”

김 교수는 스승인 김양수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와 회색 지대 환자들의 치료를 고민했다. 그 결과가 지난 2020, 미국 스포츠의학저널을 통해 세계 처음으로 선보인 아텔로콜라겐을 이용한 회전근개 파열의 비수술적 치료법이다.

 

김종호 여의도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 ⓒ유지연 기자
김종호 여의도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 ⓒ유지연 기자

콜라겐을 활용한 다양한 연구를 지속할 것

1형 콜라겐은 건강한 힘줄에서 발견되는 성분으로 성형외과의 필러, 치과의 치주조직 이식재 등으로 두루 쓰인다. 연구에 이용한 아텔로콜라겐은 돼지나 어류 등에서 성분을 추출한 후 말단의 텔로펩타이드를 단백분해효소로 제거해 인체 투여 시 면역원성을 낮춰 사용한다. 쉽게 말해 인체에 사용할 수 있는 무해한 콜라겐이다.

치료용 세포로서 대표적으로 활용되는 줄기세포를 이용해 어깨 힘줄을 복원하려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는 있지만, 효과와 안전성을 당장에 입증하는 일은 쉽지 않다. 상용화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는 상황. 반면, 아텔로콜라겐은 이미 의료적으로 사용 중인 성분이라 이러한 문제에서 자유로웠다.

파열의 진행을 막고 재생을 시키기 위해 줄기세포 치료를 연구하고는 있지만, 상용화 시점은 답보 상태였어요. 몇 가지 기존의 주사들이 있지만 힘줄 재생에 효과가 있다는 유효한 결과도 없는 상황에서 아텔로콜라겐을 활용해 유의미한 효과를 입증한 거예요.”

통증 치료만 하며 상태를 지켜봐야 했던 환자들에게 일부라도 병을 원천적으로 치료할 수 있게 되었다는 건 큰 의미가 있다. 다만 김종호 교수는 아텔로콜라겐 주사를 100% 효과를 내는, 만능 치료법이라는 믿음은 위험하다고 덧붙인다. 환자들에게도 이러한 점을 충분히 인지시킨 후, 환자가 동의하면 주사 치료를 시행한다. 다행히 치료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2014년에서 2017, 94명의 회전근개 부분 파열 환자를 대상으로 아텔로콜라겐 주사 치료 효과를 분석했다. 아텔로콜라겐 0.5mL 주사 군(32)과 아텔로콜라겐 1mL 주사 군(30), 주사를 하지 않는 군(32)을 나누고, 1년 동안 통증 점수 및 어깨 기능점수, MRI 검사 결과 등을 비교 분석한 결과, 6개월 후 시행한 MRI 검사에서 1mL 주사 군의 36.7%, 0.5mL 주사 군의 28.1%에서 회전근개 부분 파열 부위가 회복된 것을 확인했다. 주사를 하지 않은 군, 즉 회전근개 파열의 자연 회복률은 6.3%로 이보다 훨씬 개선된 결과이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 스포츠의학·정형외과학 저널(Orthopedic Journal of Sports Medicine)’에 발표되기도 했다.

김 교수의 연구가 발표된 후, 지금은 여러 병원에서 콜라겐 주입술을 도입해 환자 치료에 적용 중이다. 회전근개 파열 시 사용하는 아텔로콜라겐 제품도 세원셀론텍의 리젠실이 유일했는데, 지금은 이 또한 많이 늘었다. 아직 비급여로 치료에 드는 비용이 크긴 하지만 앞으로는 경제적 부담도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불어 이번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가 의학적, 산업적으로 강점을 가질 수 있는 분야로도 거듭나는 발판이 될 수도 있다. 어깨 회전근개 부분 파열의 치료에 아텔로콜라겐을 활용하는 건 우리나라뿐이다. 지난 3월에 열린 대한견주관절의학회 춘계 국제학술대회를 찾은 세계 주요 견주관절 전문의 다수가 콜라겐 주사 치료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김 교수는 연구에 깊이를 더해가고 있다. 치료 효과를 높이고, 대상 환자를 넓히기 위해 줄기세포나 혈소판풍부혈장(platelet rich plasma, PRP) 주사 치료를 병행하는 치료법을 연구 중이다. 조금씩 성과도 내고 있다. 지난달 열린 아시아태평양정형외과학회 상지분과 국제학술대회에서는 팔꿈치 통증을 유발하는 테니스 엘보(팔꿈치 외상과염)에 세계 최초로 PRP와 아텔로콜라겐 주사 치료의 힘줄 파열 재생 효과를 입증해 최우수 포스터 학술상을 받았다. 어깨와 팔꿈치 힘줄 질환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한 그의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김종호 여의도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 ⓒ유지연 기자
김종호 여의도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 ⓒ유지연 기자

모두가 평범한 일상을 건강하게 누릴 수 있도록

김종호 교수는 어깨와 팔꿈치를 다루는 분과학회인 대한견주관절의학회에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로서 어깨, 팔꿈치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개설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 대표적이다. 어깨, 팔꿈치 환자가 많아지고 있는 가운데 충분한 근거 없는 무분별한 정보와 치료가 남용되고 있는 점을 우려하고, 국민에게 올바른 건강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학회 차원에서 공식 유튜브 채널이 개설되었다. 아직 구독자 수는 많지 않지만, 교수들이 논문을 쓰듯 최선을 다해 대본을 만들어 영상을 만들고 있다. 특정 부위에 나타나는 통증의 원인을 찾거나 어떤 치료를 해야 하는지, 수술 후의 재활 치료까지 폭넓은 정보들을 다루며, 환자들이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고,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는 또 환자들이 더 쉽게, 더 가까이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어플을 개발하는 등 어깨와 팔꿈치를 비롯해 관절 분야에서 수술, 비수술, 재활까지 전 주기적 정보를 제공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하루에 많은 환자를 진료하기 때문에 한 분 한 분마다 설명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적이에요. 상황과는 별개로 환자분들은 궁금한 점들이 많을 거고요. 진료의 보조적인 수단으로 떠올린 게 유튜브였고, 저의 스승님이신 김양수 교수님께서 학회장으로 재임 시에 어깨 건강 TV’ 채널을 개설하였고, 저는 유튜브 TF팀장으로 활동하며 환자분들과 소통 창구로 활용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자신의 어깨 상태를 세심하게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수영, 검도, 테니스, 웨이트 트레이닝 등을 할 때 특정 동작에서 어깨가 결리는 듯한 느낌과 함께 통증이 발생하면 단순 근육통으로 여기지 말고 일주일가량 같은 동작을 피하거나 강도를 낮춰야 한다. 통증이 자꾸 재발하면 전문의 상담을 받아봐야 한다. 어깨 통증을 가볍게 생각하고 방치하거나 찜질 등의 보존적 치료만 계속하다 보면 통증이 극심해지며 근력 약화도 동반될 수 있다. 한번 찢어진 힘줄은 자연 회복이 되지 않고 점점 더 많이 찢어지게 된다. 따라서 어깨를 움직일 때 소리가 나거나 팔을 올리는 행동 자체에 어려움을 느낀다면 회전근개파열을 의심하고 병원에 내원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무릎이나 척추가 아프면 보행에 직접적인 지장이 생기기 때문에 바로 병원에 갑니다. 그런데 어깨는 조금 참아보자하면서 넘기다가 병을 키워 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혼자 끙끙거리며 시기를 놓치지 말고, 병원을 찾으셔서 확실한 진단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분명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 될 거예요.”

다리를 절뚝거리던 환자가 편안히 걷게 되고, 통증을 호소하던 환자들이 통증 없이 평범한 일상을 누리게 되는 일. 김 교수는 학생 실습에서 마주한, 회복되어 행복해하는 환자들을 보며 정형외과 의사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예방으로, 개선으로 또 치료로 평범하고 건강한 일상을 선물하겠다는 사명이 그의 어깨에 기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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