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검사만으로 전체 유전자 속 종양 DNA 찾아내는 전장유전체 ctDNA 분석법, 암 조기진단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해
혈액검사만으로 전체 유전자 속 종양 DNA 찾아내는 전장유전체 ctDNA 분석법, 암 조기진단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해
  • 유지연 기자
  • 승인 2023.08.02 09: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손주혁 ㈜애이마 대표·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
손주혁 ㈜애이마 대표·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 [사진=연세암병원]
손주혁 ㈜애이마 대표·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 [사진=연세암병원]

[월간인물 유지연 기자] 건강검진의 기본이 되는 혈액검사는 여러 질환에 대한 가늠자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혈액검사를 통해 암을 검진, 진단하는 방법은 없었다. 암을 진단하는 보조수단으로 활용되던 혈액검사는 이제 액체생검을 통해 유전자 변이를 검사하고, 특정 암을 조기 진단하는 수준까지 진화했다. 그리고 주식회사 애이마 손주혁 대표는 혈액검사만으로 암 환자 혈액에 존재하는 종양 DNA를 진단하는 전장 유전체 순환 종양 DNA’ 분석법을 개발하고, 1회의 혈액검사만으로 50가지 이상의 암을 조기 선별하는 액체생검 기반 다중암 조기진단 솔루션의 상용화에 나서고 있다.

 

 

전체 유전자에 대한 간편한 검사법과 높은 정확도로 ctDNA 분석기술의 한계 극복한 전장유전체 ctDNA 분석법

혈액검사를 통해 유방암 유전자를 검출하는 전장유전체(WGS) 순환종양 DNA(ctDNA) 분석법이 개발되었다.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손주혁·김민환·김건민 교수 연구팀과 녹십자지놈 연구소장인 조은해 박사 연구팀 간 공동연구 끝에 얻은 성과다. 본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국립암연구소 저널(JNCI, Journal of National Cancer Institute, IF 11.8)에 게재되었다.

지난 10여 년간 혈액검사로 암 환자의 혈액 속에 존재하는 종양 DNA인 순환종양 DNA를 진단하는 타깃 시퀀싱(targeted sequencing) ctDNA 분석기술이 주목을 받아왔다. 다만 전체 유전자 중 200여 개만을 타깃으로 한다는 한계와 ctDNA의 낮은 검출 민감도 등은 극복해야 할 과제로 알려져 왔다. ctDNA를 활용한 암의 예후·예측 시장이 태동기를 지나는 가운데 해당 기술의 상용화에 뛰어든 기업도 있다. 임상적 미충족 극복을 목표로 미국의 Grail 가 내놓은 ‘Galleri'가 그 주인공이다. 현재 다중암 조기 검진을 목표로 하는 실험실용 제품을 통해 비급여로 암 검진에 사용되고 있으며, Grail 또한 민감도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손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전장유전체 ctDNA 분석법은 기존 유전자 검사법보다 간편한 방식으로 전체 유전자를 진단하여 유방암 환자의 혈액 내에 존재하는 종양 DNA를 찾아낸 것이기에 의미가 크다. 손 교수는 산모의 혈액을 분석해 태아의 기형 유발 유전자를 찾아내는 비침습적 태아 유전자 검사 기술인 NIPT의 원리를 응용한 검사법이라 설명했다. 전장유전체 ctDNA 분석법의 임상적 유용성을 확인하기 위한 후속 연구도 진행되었다. 손 교수 연구팀은 207명의 유방암 환자들이 항암치료 시작하기 전 채취한 혈액을 검체로 사용하며 종양 조직의 유전자 DNA 분석법과 혈액을 이용한 ctDNA 분석법을 비교했다. 손 교수는 연구 결과 두 분석법에서 유전자 변이 양상이 유사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혈액검사만으로 암 조직의 유전자를 진단하는 ctDNA 분석법의 정확도를 검증한 것이다. 나아가 전장유전체 ctDNA 분석법을 기반으로 유방암 환자의 생존율과 치료 반응성을 예측하기 위한 I-Score도 개발했다. I-Score는 유전자 복제수 변이를 측정하여 암 재발 위험률을 예측하는 방식으로 산출된다. 높은 I-Score는 유전자 구조 변이가 많고 암이 공격적임을 나타내며, 이러한 환자들은 재발과 진행 확률이 높아지는 특성이 있다.

연구팀은 I-Score의 기능 평가에도 나섰다. 대한항암요법연구회 다기관 3상 연구인 PEARLY 임상시험에 등록된 삼중음성유방암 환자 465명을 대상으로 혈액 검체 분석을 시행한 것이다. 삼중음성유방암은 표적항암제 치료가 어렵고, 재발과 전이도 빠른 유방암 타입이다. 혈액 검체 분석 결과 I-Score가 높고 항암에 비완전관해를 보인 환자군의 2년 무재발 생존율은 55.9%, I-Score가 낮으며 항암에 완전관해를 보인 환자군은 96.9%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I-Score 점수로 삼중음성유방암 환자의 재발 위험성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손 교수는 치료가 어려운 삼중음성유방암 환자에 대한 I-Score 기반 맞춤형 항암치료 계획 수립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향후 전장유전체 ctDNA 분석법을 적용할 수 있는 암종을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전장유전체 ctDNA 분석법은 유방암 타입과 표적항암제 타깃 유전자 진단, 표적항암제 내성 원리 규명, 난소암 유전자 변이를 찾아내는 상동재조합결손(HRD) 분석에도 활용될 수 있다.

 

손주혁 ㈜애이마 대표·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 [사진=연세암병원]
손주혁 ㈜애이마 대표·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 [사진=연세암병원]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를 수행해온 종양학 임상전문의,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 주기 위한 액체생검 전문기업 애이마(AIMA)’ 설립

연세의료원에서 20년 이상 종양학 임상전문의 및 교수로서 환자들을 만나온 손주혁 대표는 수많은 글로벌 제약사 임상시험 및 연구자주도 임상시험의 총괄 연구책임자 역할을 도맡아왔다. 10여 년 전부터는 삼중음성유방암의 재발률을 낮추는 방법을 검증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해온 그다. 900명에 가까운 환자에 대한 데이터를 모으고, 추적 관찰하기까지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전장유전체 ctDNA 분석법은 이러한 연구의 일환으로 개발되었다. 손 대표는 아직까지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라며, 수년 내에 연구 결과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저는 환자를 진료하고, 임상 신약개발을 도와주는 등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를 수행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던 중 임상시험에서 환자분들의 혈액을 채취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죠. 이때 원심분리기로 혈액을 분리한 후 남는 혈장이 너무 아까웠어요.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혈장 내 DNA에 대한 암 유전자 검사를 떠올렸죠. 기존에 상용화되어 있는 기술은 200여 개의 유전자만을 확인할 뿐 암을 타겟으로 하는 유전자 전체에 대한 검사법은 없었습니다.”

삼중음성유방암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던 손 대표는 혈액검사를 통한 다중암 조기선별 기술의 유망성을 확인하고 관련 기술개발 및 고도화를 이루어갈 기업을 설립했다. 암 조기 검진 패러다임을 바꾸는 혁신적인 액체생검 전문기업 애이마(AIMA)의 탄생이다. 그는 임상 전문의로서 수년간 쌓아온 연구기술이 궁극적으로는 인류의 미래를 변화시키는데 기여했으면 한다는 마음으로 창업에 도전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공동창업자이기도 한 생명정보학 전문가인 김상우 CTO, 유전자 가위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했다고 알려진 김형범 CSO, 글로벌 및 국내 제약사에서 20년 이상 신약/의료기기 임상을 수행해온 양수연 COO 등의 전문가들이 인류의 미래를 변화시킨다는 애이마의 비전을 구현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2021년 법인 설립한 애이마는 2022년 빅데이터 구축을 위한 임상연구를 개시했으며, 올해는 기업부설연구소 설립 및 시드 투자 유치, 벤처기업 인증 등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다져가고 있다. 최근 6월 국가 벤처기업 투자지원(TIPS)사업에도 선정되었다.

 

1회의 혈액검사만으로 50가지 이상의 암을 조기 선별하는 액체생검 기반 다중암 조기진단 솔루션꿈꾼다

액체생검 및 암 진단기술 개발 기업인 애이마의 궁극적 목표는 조기암 검진기술 개발이다. 이를 위해 애이마는 자사의 CRISPR(유전자 가위)를 이용한 DNA preparation 기술을 활용해 검출 민감도를 높인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1회의 혈액검사만으로 다중암을 조기 스크리닝하는 액체생검 기반 다중암 조기진단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무증상 건강인들이 단 1회의 정기적인 혈액검사만으로 암에 대한 공포에서 해방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다중암 조기선별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도 다양한 방법으로 개발되고 있다. 한 가지 암을 선별하는 데서 나아가 다중암을 한 번에 선별하는 수준까지 발전한 상태다. 현재 애이마는 혈액 내 암세포 유래 ctDNA의 전장유전체를 분석한 후 복제수 변이(CNV, Copy number variation) 패턴을 이미지화하여 인공지능으로 학습해 암과 정상을 구별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각 암종별 특이패턴을 나타내는 CNV 양상은 최초 발현암의 암종까지도 구별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손 대표는 5년 이내에 다중암 조기선별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서 나아가 국내 최고 기술력을 기반으로 전 세계 key player로 자리매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애이마의 임직원들은 ctDNA 분석 관련 핵심 특허 7종을 보유한 것은 물론 개발 기술에 대한 조기 유방암 대상 선행 임상 검증을 통해 86%에 달하는 높은 기술 정확도를 확인했다. 이는 유일한 글로벌 핵심 경쟁사인 Grail 의 정확도를 뛰어넘는 성과다. 애이마의 기술력이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1차 조기암 선별검사로 채택되는 날까지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기술개발과 고도화를 지속해간다는 계획이다. 손 대표는 애이마의 기술이 더 많은 연구자들의 손을 거쳐 유방암을 넘어 다른 암종에도 적용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손주혁 ㈜애이마 대표·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 [사진=연세암병원]
손주혁 ㈜애이마 대표·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 [사진=연세암병원]

더 많은 환자에게 희망 줄 전장유전체 ctDNA 분석법, 암 조기검진의 패러다임 바꿀 것

암은 일찍 찾아낼수록 치료성적이 좋아집니다. 액체생검을 통해 일찌감치 암을 발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낸다면 암의 예후에 있어서도 기념비적인 성취를 이룰 것이라 기대됩니다. 혈액검사만으로 암을 찾아내는 시대가 온다면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수많은 의료진들이 입을 모아 건강검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예후에 있다. 빠르게 발견할수록 더 큰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손주혁 대표는 가격이 저렴하고 간편한 건강검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그가 혈액검사를 통한 다중암 조기선별 기술의 내일을 기대하는 이유다. 더 나은 치료법에 대한 고민은 활발한 임상시험으로도 이어진다. 손 대표가 몸담고 있는 연세암병원 유방암센터는 암의 종류와 상황에 따른 약 40여 개의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임상시험에의 의지와 도전을 이어가는 원동력은 환자에 있다. 미국암협회 홈페이지는 아직 의학적 치료성적이 만족스럽지 않은 분야인 암 중에서도 전이암 치료에 대해서는 임상시험 등록이 최상의 치료라 명시하고 있다. 손 대표는 지난 10여 년간 암 치료 분야에서 다양한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적인 신약이 많이 개발되어왔다며, 앞으로도 암 치료 분야에서는 임상시험이 더욱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라 내다봤다. 임상시험을 활발하게 진행하는 병원이야말로 암 환자에게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는 병원이며, 이것이야말로 세브란스의 존재 이유라는 설명이다.

환자를 위한 더 나은 검사법을 고민하다 애이마 창업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저조차도 알 수 없습니다. 그저 눈앞에 놓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한 단서를 찾고, 이를 구체화해가며 기술을 개발해갈 뿐이죠.”

손 대표는 기업의 창업 과정이 인생과도 닮아있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잡아 열심히 수행해가다 보면 또 다른 기회를 잡게 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길을 다져가는 모습이 인생과 맞닿아있어서다. 손 대표는 삼중음성유방암에 관한 연구 중 찾아낸 전장유전체 ctDNA 분석법이 수많은 사람들의 건강증진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한 만큼 전장유전체 ctDNA 분석법의 상용화를 목표로 역량을 쏟을 것이라 말했다. 이는 자신을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연구를 수행하는 사람이라 소개하는 그에게 주어진 새로운 사명이다. 손 대표는 전장유전체 ctDNA 분석법의 상용화에 이르기까지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가 결코 가볍지 않음을 잘 알지만 이러한 기술을 외면한다는 후회할 것 같다는 절박함으로 기술 고도화에 나서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의료기술의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의 대학병원 지원이 필요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진료에 대한 부담은 결국 연구를 위한 시간을 빼앗을 수 있어서다. 손 대표는 대학병원의 교수들에게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적 기회가 주어진다면 대한민국의 의료기술은 획기적 발전을 이룰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 수많은 환자들의 생명을 구하고 고통을 줄여줄 애이마의 조기암 선별기술이 대한민국의 글로벌 바이오헬스 경쟁력을 강화하길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07238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 70길 15-1 RA542 (여의도동14-9, 극동 VIP빌딩 5층) 월간인물
  • 대표전화 : 02-2038-4470
  • 팩스 : 070-8260-0200
  • 청소년보호책임자 : 문채영
  • 회사명 : 월간인물(Monthly People)
  • 대표자 : 박성래
  • 제호 : 월간인물
  • 사업자등록번호 : 227-08-61739
  • 등록번호 : 서울 아 03717
  • 등록일 : 2015년 04월 30일
  • 발행일 : 2015년 04월 14일
  • 발행인 : 박성래
  • 편집인 : 박성래, 남윤실
  • 월간인물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간인물. All rights reserved.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박성래 02-2038-4470 psr@monthlypeople.com
우수콘텐츠 우수콘텐츠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