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러움과 보행의 상관관계 분석해 낙상의 위험성 예측하는 알고리즘, 낙상사고에 대한 예방적 대응책 기대
어지러움과 보행의 상관관계 분석해 낙상의 위험성 예측하는 알고리즘, 낙상사고에 대한 예방적 대응책 기대
  • 유지연 기자
  • 승인 2024.01.04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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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환호 고신대학교복음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이환호 고신대학교복음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유지연 기자
이환호 고신대학교복음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유지연 기자

[월간인물 유지연 기자] 겨울철이면 낙상사고의 위험이 커진다. 단순 찰과상을 넘어 골절로 이어질 수 있기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응급실에 내원한 손상 환자 중 추락·낙상환자는 36.6%에 달했으며, 낙상환자 중에서는 75세 이상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고신대학교복음병원 이비인후과 이환호 교수는 어지럼증과 보행 간 상관관계에 대한 분석을 기반으로 낙상을 사전에 감지하고 예측·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 알고리즘 개발에 나서며 낙상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어지러움과 보행 간 연관성 연구로 낙상 위험성 정량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알고리즘 개발

심각한 장기손상을 야기하는 낙상은 특히 노년층에서 위험도가 크다. 인구의 고령화로 인해 노년 낙상의 발생 빈도는 해마다 높아지는 추세다. 이에 고신대학교복음병원 이비인후과 이환호 교수는 낙상을 사전에 감지하고, 예측·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 알고리즘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 연구로 수년간 수집·분석된 보행 데이터에 기반한 돌봄서비스를 위한 AI 기반 낙상 전단계 예측 알고리즘 개발과 검증(보행인자, 운동인지 위험증후군 중심)’ 연구가 있다. 해당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선정·지원하는 ‘2023년 상반기 개인기초연구사업의 일환으로 진행 중이다. 1단계에서는 노인 낙상의 위험을 보행 분석으로 사전에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2단계에서 인지기능검사와 통합 활용하여 치매 전단계인 운동인지위험증후군으로의 이행 가능성을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한다. 3단계에서는 앞선 단계를 통해 개발된 알고리즘을 노인 돌봄서비스에 적용함으로써 초고령 사회에의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오랫동안 어지러움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져 왔지만, 실제 보행과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를 거의 전무했습니다. 이에 어지러움과 보행 간의 상관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사례를 확인해갔죠. 10, 100명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다 보니 연관성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천여 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전 세계를 통틀어 유일무이합니다. 이를 활용한다면 유의미한 연구 결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 확신했죠.”

해당 연구는 2017년부터 부산시 건강데이터검증사업의 일환으로 시작했던 어지럼 환자의 보행 연구에서 출발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과기부 및 중기부의 어지럼, 보행, 낙상연구 과제를 수행하며 관련 기업과의 협업을 이어왔으며,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스마트 돌봄 실증 사업을 수행하며 어지럼 환자를 대상으로 하던 보행 연구의 범위를 노인들의 인지 보행 연구까지 넓혔다. 다양한 낙상 위험군 및 특이 보행 패턴에 대한 분석을 통해 낙상 위험도를 정량적으로 산출하여 낙상 위험군을 분류한 것은 물론 전 생애주기에서 보행속도의 저하를 확인하는 동시에 fNIRS(기능적 근적외선분광법)를 활용해 운동위험증후군의 발생 여부, 치매 발병 가능성, 인지 기능에 대한 뇌 활성도를 측정하면서 객관적·정량적인 확인 지표를 마련해간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고령화에 따른 노인환자 증가 및 사회적 약자들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정량적인 낙상 위험도를 수치화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함으로써 간단한 측정 도구만으로 보행 변화에 따른 인지 기능의 변화를 측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번 연구의 목표입니다. 궁극적으로는 병원에 방문하는 분들은 물론 Subclinic position에 있는 노령환자의 낙상, 인지 위험을 사전에 확인하고, 노인 낙상, 인지 기능 저하에 대한 예방적 대처가 가능한 돌봄서비스를 셋업하고자 합니다.”

 

낙상 예측 알고리즘의 상용화에 도전하는 알고웨어

고신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UC샌디에이고 대학에서 어지럼증과 낙상 위험, 귀 질환을 집중적으로 연구한 이환호 교수는 귀 전문의사로 이름을 알려왔다. 현재는 고신대 복음병원에서 이비인후과, 이과를 전공하고 있으며, 이과 중에서도 중이염, 이명, 어지럼 분야를 담당한다. 병원 및 학교에서 유헬스센터 센터장, 고신대 보건대학원 언어 재활 전공 주임교수를 역임하고 있으며, 대외적으로는 식약처 의료기기위원회 분과장, 이과학회 산하 연구회 이사 및 회장을 맡고 있다. 학회에서는 어지럼, 낙상, 보행 연구와 관련한 세미나 및 국제발표, 패널로서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스타트업 기업인 알고웨어를 통해 현재까지의 연구 성과의 상용화에도 도전하는 모습이다. 이 교수는 이과 분야 중에서도 어지럼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면서 어지럼, 보행, 낙상, 인지 등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며, 이후 어지럼, 보행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며 관련 기업과의 협업을 추진하던 중 부족한 부분을 이루고자 창업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알고웨어는 2022년 창업진흥원의 예비창업패키지사업에 선정되며 출범했다. 창업 1년 차의 신생 스타트업임에도 이 교수의 오랜 연구는 든든한 자산이 되고 있다. 그간의 연구에 기반해 낙상 예측 알고리즘을 가진 스마트 슈즈 시제품을 제작했으며, 현재 수행 중인 연구과제를 토대로 알고리즘 고도화를 진행 중이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 쌓아온 의료지식과 낙상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기업들과 협업하는 한편 한 사람의 의료진으로서 국가과제에 대한 의료컨설팅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낙상 연구를 진행하는 동안 구현되지 않는 부분, 부족한 부분에 대한 고민이 컸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로 2020년 중기부가 주관한 AI 챔피언십 행사에 의료데이터 부분 출제자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1년여간 창업진흥원 및 다양한 스타트업 기업들과 협업하며 과제를 수행하며 창업이라는 분야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 교수는 최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스마트케어(돌봄·의료) 서비스 모델 실증 시범사업에서 보행 분석 장치 기반의 노인 낙상 위험 예측 AI 연구의 실증사업을 수행하며 헬스케어 기술 발전의 혜택을 고령층은 물론 사회적 약자들까지 고루 누릴 수 있는 길을 여는 데에도 앞장서고 있다. 실증사업을 통해 누적된 경험을 토대로 부산 서구와 남원시, 강릉 안인진항 등 지방자치단체와 협업하여 스마트 헬스케어에 의료컨설팅을 적용하는 사업을 준비 중이라는 설명이다.

이처럼 보행과 낙상의 연관성에 관한 연구를 수행해온 이환호 교수의 다음 연구주제는 보행의 패턴과 근감소, 근력, 인지와의 연관성을 찾는 데 초점을 맞춘다. 아직은 시작 단계이지만 보행의 속도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노령층에서 나타나는 인지 기능 저하와 장기적으로 볼 때 치매를 발병시킨다고 알려진 운동인지위험증후군에 대한 연구를 확장해가고자 한다는 설명이다.

 

이환호 고신대학교복음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유지연 기자
이환호 고신대학교복음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유지연 기자

독창적 연구를 이끈 원동력, 자신만의 연구를 하고 싶다는 갈망과 환자에 대한 책임감

이환호 교수는 오랫동안 나만의 독창적인 연구를 갈망해왔다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 교수 생활을 시작한 지 15년여가 흘렀을 때 만난 보행 연구는 새로운 기회가 되었다. 이 교수는 일회성 연구로 끝날 수 있는 연구였지만 자신만의 연구를 수행하고 싶다는 갈망으로 연구를 발전시켜왔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느끼는 갈급함을 채우고자 꾸준히 관심을 갖고, 협업했던 기업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노력이 창업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는 교수라는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이 도전하고자 했던 의지야말로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한 원동력이 되어주었다고 덧붙였다.

교수직을 처음 시작하던 당시만 해도 귀를 전문으로 하는 스승님이 계시지 않아 혼자서 연구를 하곤 했어요. 그렇다 보니 연구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고민도 컸죠. 그 과정에서 다른 분들이 하지 않는 저만의 연구를 하고 싶다는 갈망이 켜졌어요. 그러던 중 한 동료 교수님께서 부산시에서 진행하는 과제에 참여하자고 제안을 주신 것이 계기가 되어 어지럼증과 보행에 관한 연구를 지속하게 되었습니다.”

자신을 믿고 찾아주는 환자에 대한 책임감을 전하기도 했다. 환자들의 신뢰에 걸맞은 실력으로 환자들을 치료할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치료를 받고 자신의 일상을 되찾은 환자들을 볼 때 가장 뿌듯하다는 이 교수는 환자들과 함께 연구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다시 치료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만족을 표하는 환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러한 치료 방식을 택한 것은 전 세계에서 자신뿐이라는 자부심과 독창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환자 치료와 인류 건강 개선에 기여하는 기업을 만들어가겠다는 다짐이다.

실제 임상에서 환자분의 증상과 검사결과, 보행 결과 간 상관관계를 찾는 것은 물론 회복 후 보행 결과를 확인하며 예후를 살필 수 있습니다. 또한,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는 데서 나아가 치료나 재활, 예방 등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연구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죠.”

 

연구자이자 의사로서의 아이디어 담은 독창적 비즈니스 모델로 후배들에게 새로운 영감 주고파

알고웨어는 돈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은 아닙니다. 연구자이자 의사인 동시에 기업가로 활동하고 있는 만큼 이윤만을 쫓기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기업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낙상을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구현한 장비를 직접 개발해 낙상의 위험을 줄이는데 기여하겠습니다.”

이환호 교수는 낙상 예측 알고리즘을 가진 스마트 슈즈의 사업성보다는 꼭 필요한 이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일념으로 제품 개발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의 연구를 하나의 명확한 알고리즘으로 완성해내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그는 낙상 예측에 대한 고민은 자신이 의료진이기에 할 수 있는 고민이라며, 알고웨어만의 영역에서 꾸준히 제 몫을 해나갈 것이라 말했다. 또한, 이러한 알고리즘을 널리 알려 환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증상과 병의 진행 상태, 치료 및 재활을 택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전했다.

알고웨어를 환자 치료와 인류 건강 개선에 기여하는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다짐은 동료와 후배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이 교수는 의과대학에는 연구, 창업 등에 관심을 두고 있는 우수한 인재들이 많다며, 동료와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이 어렵게 지나온 과정을 반면교사 삼아 보다 쉬운 과정을 거쳐 본인의 뜻을 이루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를 위해 동료와 후배, 학생들과의 네트워크를 만들고 교류하는 자리를 구상하고 있는 그다. 더불어 의과대의 학생연구원들과 국제저널에 발표할 논문을 준비하는 등 꾸준히 후배 학생들에게 모범을 보이고 싶다고 전했다. 후배들에게도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향한 끊임없는 관심과 도전, 자기 노력, 자존감,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로 결국은 성취에 도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남들이 다 가는 길을 걷기보다 조금 다르게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면 자신만의 독창성을 추구해야 할 것입니다. 학생들을 가르칠 때, 환자들을 치료할 때, 연구할 때 등 매 순간 자신만의 영역을 창출하기까지 깊은 고민이 필요하죠. 자신만의 물음에 끊임없이 도전하다 보면 자신만의 독창적인 영역을 구축할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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