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 마이너리티를 극복하고 간암치료의 새로운 장을 연 여성 리더
더블 마이너리티를 극복하고 간암치료의 새로운 장을 연 여성 리더
  • 박성래 기자
  • 승인 2021.02.01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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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진실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아시아태평양간암학회장

 

성진실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아시아태평양간암학회장 ⓒ박소연 기자
성진실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아시아태평양간암학회장 ⓒ박성래 기자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성진실 교수는 간암 방사선치료의 선구자라 불린다. 특히 방사선 종양학과 여성이라는 더블 마이너리티를 극복하고 아시아태평양간암학회장으로서 학회를 이끌고있는 그는 후배들에게 여성도 충분히 사회에서 역할을 다 할 수 있음을 알려주는 멘토가 되고자 한다고 말한다. 특유의 열정과 사명감으로 간암 정복을 위해 헌신해온 그는 여성으로는 최초로 BFA(Blue Faery Award)를 수상하며 탁월한 업적을 재확인시켰다.

 

간암 정복에 한 걸음 다가선 항암제 방사선 복합치료(CCRT)’

2005년 국제암예방연합은 암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궁극적으로 암을 극복하기 위해 매년 24일을 세계 암의 날로 제정했다. 암의 발생률은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대한민국 국민 3명 중 1명이 암을 진단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간암은 암 사망률 2위로 위험한 암이라 손꼽힌다. ‘침묵의 장기라 불리는 간은 증상이 없어 늦게 발견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간암은 주로 40~60대의 남성에서 호발하는데, 이들은 한 가정의 가장일 뿐만 아니라 경제적·사회적 중추이고, 최근에는 젊은 간암 환자들도 늘어나고 있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간암 치료에 적용할 수 있는 항암화학-방사선 동시 병용요법(CCRT)이 개발된 것이다. 6개월 미만의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혈관침범성 간암환자들에게 부분적이나 완치의 길이 열렸으며, 정밀 방사선치료와 약물요법을 병행하면 치료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다.

성진실 교수는 남편인 한광협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한국보건의료연구원장)와 함께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결합한 항암제 방사선 복합치료(CCRT)’를 개발했다. 케모포트 장치를 통해 간동맥으로 항암제를 계속 투여하면서 종양 부위에 고선량의 방사선을 집중하는 치료법이다. 성 교수는 환자들에게 적용해본 결과는 의사로서도 놀랄 정도였다며 당시를 돌아봤다. 2~3개월을 더 살기 힘들다고 선고받은 환자가 1년을 거뜬히 넘게 살아남았다. 일부 환자들은 수술이 가능한 정도까지 암의 크기가 줄었고, 이후 수술적 절제로 완치의 기쁨을 누리게 되었다. 해당 결과는 2008년 학술지 캔서(Cancer)’에 발표되며 학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혈관 침범을 동반한 진행성 간암은 암 자체의 크기도 큰데다가 매우 빠른 속도로 간내에서 암전이가 됩니다. , 종양을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동시에 간내 전이를 감소시키는 전략이 필요했습니다. 간동맥을 통한 항암제 투여와 방사선치료를 동시에 하는 CCRT의 시작이었죠. 최근에는 기술 발달로 정밀 방사선치료가 가능해서 더욱 생존율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후 암 부위를 공략하는 방사선의 정밀도와 선량을 높이는 등 지속적인 연구로 치료법을 발전시켜왔다. 이제는 간암의 진행 단계에 맞춰 방사선치료가 병행되고 있다. 외과와의 협동연구를 통해 2018년에는 미국 수술종양학회지에 환자의 25.6%가 완치되었다는 임상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유럽방사선종양학회 학술지에 CCRT를 받은 환자들이 평균 21개월을 살며, 주목할만한 것은 17%의 환자에서 완치적 수술로 전환이 되어 이들의 치료 성적은 초기암으로 수술받은 환자와 같이 60%를 상회하는 생존율 등 인상적인 임상결과를 발표했다. 이밖에도 방사선·색전술 병행요법, 정위적체부방사선요법(SBRT) 등 다양한 치료법을 개발하며 간암 정복에 도전하고 있다.

 

방사선종양학 분야 최초, 여성 최초로 각종 간암학회를 이끌다

진행성 간암에 방사선치료를 적용한 국내 첫 의학자인 성진실 교수는 세계적으로도 선도그룹에서 관련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까지 200여 편의 학술연구 논문을 집필하였으며, 대표적 논문들은 분야 최고 권위지인 ‘International Journal of Radiation Oncology Biology Physcis’에 게재되고 그 인용횟수가 100~200회에 이르는 등 연구 성과의 중요성을 학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특히 간암의 방사선 치료기술을 교육, 확산하는 데 힘을 쏟아온 노력의 결과, 이제는 간암의 방사선치료가 간암 치료의 주요 방법론으로 정착되는 추세다. 성 교수는 연구를 통해 치료법의 발전을 추구하는 동시에 170여 회에 달하는 국내외 초청강연으로 해당 치료법을 소개하는 등 교육활동을 이어왔다고 설명했다.

성 교수는 아시아 주요국 주요 병원의 간암방사선 치료 전문가들을 설득하여 아시아 간암방사선 치료연구회(ALRT)’를 창설하며 다국가 공동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ALRT는 첫 공동연구로 정밀 방사선치료인 정위적방사선치료(SBRT: Stereotactic Body Radiation Therapy)를 표준치료와 비교하는 대규모 연구를 수행했다. 그 결과, 방사선치료 효과가 표준치료와 상응하는 데다 세부 환자군에서는 오히려 더 우수하다는 결과가 도출되었으며, 이는 간 분야 최고 학술지인 Journal of Hepatology 2020년도에 게재되었다.

한국과 대만, 중국, 일본 홍콩 5개국 7개 병원과 다국가·다기관 협력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간암 호발 지역인 아시아권에서의 다국가 공동연구가 한국 의학자의 주도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연구였다고 생각합니다. 방사선치료는 간암 치료에 있어 후발주자이지만, 비침습적이며 입원이 필요 없는 등 순응도가 높은 치료법으로 이를 간암 치료에 적극 적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죠.”

현재까지 성 교수는 국내외 학술단체에서 주요 역할을 수행해오고 있다. 국내에서는 다학제 학술단체인 대한간암학회에서 여성 최초이자 방사선 종양학 분야 최초 회장을 역임했으며, 대한암학회, 대한방사선생명과학회에서도 각각 부회장과 회장을 역임하며 학문 발전을 견인해왔다. 대한간암학회장으로 활동하면서 간암의 조기 진단과 치료의 해답은 대국민 홍보에 있다고 판단해 국내 최초로 간암의 날을 제정했다. 간암은 초기에 발견하면 완치가 가능하나 대부분 진행된 후 발견되는 것이 문제이기에 간암에 대한 홍보와 예방사업을 지속하고자 한다는 설명이다.

국제간암학회와 함께 세계 최대 간암 학회로 손꼽히는 아시아태평양간암학회장으로 취임한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이는 여성 최초이자 방사선 종양학 분야 최초다. 학계 내 더블 마이너리티를 극복한 일이기에 성 교수가 느끼는 성취감과 사명감 또한 컸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기쁜 마음으로 성실히 임하며 후배 여성 의사들을 격려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아시아임상암학회 상임이사, 아시아방사선연구학회 부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세계무대에서의 활동도 눈에 띈다. 암 분야 세계 최고 학술단체인 미국임상암학회(ASCO)의 소화기암 국제심포지엄에 총 세 차례 초청연자로, 세 차례 좌장으로 초대되었으며 학술위원으로도 활동했다. 현재도 2021년도 학술대회를 준비하는 학술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러한 행보 또한 한국의 여성 의사이자 방사선 종양학 분야 의사로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함께한다.

20203, 성 교수는 이러한 활동의 공로를 인정받아 여성 최초이자 방사선 종양학 전문의 최초로 ‘BFA(Blue Faery Award)’ 수상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BFA는 매년 간암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의료인에게 상을 수여한다. BFA는 선정 이유에 대해 성 교수가 간암 방사선치료 분야의 개척자이자 방사성 종양학과 여성이라는 더블 마이너리티를 극복하고 간암 연구에 일생을 헌신하며 탁월한 업적을 이뤄냈다고 밝혔다. 이에 성 교수는 간암 분야의 세계적인 지도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어 영광이라며, 분야에서 이룬 평생의 업적에 대해 수상하는 BFA를 받게되어 큰 보람을 느낀다고 화답했다. 여성이 해내기 어렵다는 분위기 속 간암학회장을 지내며 간암에 대해 열심히 알린 점이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쁘다고 덧붙이는 그다. 이밖에도 성 교수는 과학기술총연합회 최우수학술상(1994), 국제간암학회 젊은 연구자상(2004), 아시아태평양간암학회 우수발표상(2011), 보건복지부 암 예방의 날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2017) 등으로 탁월한 공로를 인정받아 왔다.

 

성진실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아시아태평양간암학회장 [사진=성진실 교수]
성진실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아시아태평양간암학회장 [사진=성진실 교수]

더블 마이너리티딛고 세계무대에서 활동하는 개척자

성진실 교수가 전공을 선택하던 1984년 당시 방사선학에서 분리된 지 2년 차의 신학문인 방사선 종양학은 비주류과였다. 고가의 장비가 필요함에도 수익을 크게 내지 못하기에 병원에서의 존재감도 미미했다. 특히 방사선에 취약한 장기인 간에 방사선을 조사하면 치명적인 부작용으로 환자가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이 의료계 정설이었다. 2000년대 들어 종합병원 병상의 절반 이상을 암 환자들이 차지할 정도로 암의 비중이 늘어나며 방사선 종양학의 위상 또한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방사선 종양학과는 비선호학과이다. 취업이 잘 된다거나 개원을 할 수 있는 전공이 아니기에 상대적으로 자리가 적어서이다. 성 교수는 지식을 바탕으로 계획을 짜는 방사선종양학의 특징에 매력을 느꼈다며, 호기심을 갖고 입문했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다학제 간 연구개발로 CCRT를 국내 최초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성과는 그에게 간암 분야의 방사선치료를 개척해온 선구자라는 별칭을 선사했다.

성 교수가 방사선 종양학 분야의 내로라하는 권위자로 활동하기까지 그의 은사인 김귀언 교수의 도움을 빼놓을 수 없다. 연세암센터 원장을 역임한 김 교수는 국내 최고의 방사선 암치료 전문가로 손꼽힌다. 성 교수는 방사선 종양학과에는 여성을 뽑지 않는 등의 차별이 없었다며, 당시 여학생을 차별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자신만의 연구를 주도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판단해 방사선 종양학과를 택했다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 김 교수는 방사선치료를 활용한 다면적 접근법을 알려주었다. 방사선치료의 기술만 강조하는 것이 아닌 환자와의 소통법이나 효과적 치료법을 함께 고민하며 자신만의 길을 닦아온 성 교수다.

전공의를 마치고 MD앤더슨 암병원에서 연수 후 귀국한 그에게 김 교수는 직장암과 간담췌장암 등 소화기암을 맡을 것을 권했다. 소화기암의 방사선치료만을 전담하는 분과 전문의는 국내 최초였고, 세계적으로도 이른 시절이었다. 성 교수는 황무지를 개척하는 심정으로 도전을 결심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여의사에 대한 차별 없이 진지하게 학문에만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선사해준 스승에 대한 감사와 함께였다. 세브란스병원의 내과, 외과, 진단방사선과, 병리학과 등 여러 분야 의사가 모여 의견을 공유하는 다학제적 증례토론이 도움이 됐다.

이전 시대의 암치료의 개념은 수술적으로 암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암환자의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 동일하게 우수한 성과를 내는 것이 암치료의 목적입니다. 이러한 면에서 장기를 보존하는 방사선치료의 역할이 커졌죠. 성대암이나 유방암, 직장암 등은 해당 부위를 제거했을 때 환자들이 느끼는 상실감이 큽니다. 실제로 직장암을 진단받고, 항문을 제거하는 수술치료를 권유받고 몇 차례 자살을 시도한 환자도 있었죠. CCRT후에 종양이 줄어들어서 항문을 살리는 수술이 가능해졌고, 완치된 모습으로 보고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성 교수는 사립대 교수로서는 이례적으로 IAEA(국제원자력기구)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해왔다. IAEA는 특성상 국가기관들과만 소통을 한다. 성 교수는 IAEA2006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며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방사선치료에 대한 회의를 여는 가운데 초대된 것을 계기로 꾸준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자신의 전문성이 저개발국에 유용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직접 소통의 창구를 연 그는 이후 창의적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왔다.

2008년 성 교수는 IAEA ARBR(Applied Radiation Biology and Radiotherapy) 파트와 함께 간암치료의 전문가 자문회의를 주도적으로 구성해 심층 워크숍을 기획했고, 그 결과물은 IAEA ‘Technical Document’로 발간되었다. 책자는 IAEA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으며, 개도국에는 무상 보급하며 방사선을 이용한 의료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IAEAWHO가 공조한 암 퇴치를 위한 행동 프로젝트(PACT, Programme of Action for Cancer Therapy)’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필리핀, 베트남, 브루나이 등을 방문해 의료기관 관계자들에게 예방 및 검진을 비롯한 장단기 암 정책 수립에 관한 자문과 구체적 시행에 협력을 해왔다. 안식년 기간에는 IAEA 자문위원으로 비엔나 본부에 근무하며 IAEA-아프리카의 여러 국가들과 암 분야 정책 회의를 수행했다. 난치성 방사선치료에 대하여 원격 화상회의를 정례적으로 개최하여 아프리카 현장의 방사선치료 난제에 대한 진료적인 조언과 치료 방침에 대한 자문을 제공했다는 설명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정책 수립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고 이후 수차례의 전문가 회의가 개최된 가운데 성 교수는 현황 파악과 의료인 교육을 포함한 향후 대책 수립에 방사선 전문가로서 적극 활동했다. 더불어 IAEA 대표 자격으로 일본 히로시마에서 진행하는 원폭 피해관련 국제 보건사업(HICARE: Hiroshima International Council for Health Care of the Radiation-Exposed)에 참여했다.

원전 사태 이후 너무나 많은 오해가 만연해 있음을 목격했습니다. 피폭으로 사망한 사람은 없으며, 쓰나미에 의한 상해, 즉 외상이 사망 원인이었죠. 사고 당시 원전 근처 요양병원의 고령환자들은 지역 내 타병원으로 이송하려 했으나, 방사선이 오염된다면서 거부하여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동안 적지 않은 숫자의 희생이 있었습니다. 이에 의료진조차 방사선에 대하여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있음을 통감하고, IAEA가 향후 방사선에 대한 올바른 교육에 힘써야 한다는 공감대를 이끌어냈죠.”

 

성진실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아시아태평양간암학회장 ⓒ박소연 기자
성진실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아시아태평양간암학회장 ⓒ박성래 기자

후배 위한 롤모델 자처, 평등한 의료계 구현에 앞장서다

비주류라 치부되던 방사선 종양학과의 여성 의사라는 더블 마이너리티는 성진실 교수에게 낙인이 아닌 원동력이었다. 그는 스스로 여후배들을 위한 롤모델을 자처하는 동시에 의료계에 여성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계 내 여성 의사 비중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지만, 임원이나 각종 위원회, 대의원회 등에서 활동하는 여성의 비율은 아직도 그에 미치지 못한다. 실제로 전국 41개 의대의 여대생 비중은 37%이지만, 여성 교수의 수는 20%를 웃도는 수준이다. 성 교수는 학계 내에는 남녀 차별이 없지만, 사회에서 활동하는 여성 의료인들의 수는 좀처럼 늘지 못하고 있다며, 유리 천장을 깨야 할 때라 역설했다. 실제로 그가 의대에 다닐 때 140명 중 10명 정도에 불과했던 학과 내 여학생 수가 이제는 30%를 상회하지만, 여전히 여성이라는 이유로 겪는 어려움들이 많다고 한다. 성 교수는 보수적인 의료사회에서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고, 자신이 원하는 길을 갈 수 있는데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국제적으로 가장 큰 학회인 ASCO에서도 좌장 등을 지명할 때 성비를 맞추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여성 인력풀을 두껍게 해야만 여성들이 의료계에서 지도자적 위치에 올라 목소리를 낼 수 있죠. 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성 교수는 연세대학교에서 선배 교수를 이어 수년째 여의사로 살아가기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여의사이자 선배로서 자신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의학계에서 살아남아 의미 있는 자취를 남기는 외에도 여후배들을 위한 롤모델이 되어야겠다는 사명감을 강하게 느끼는 그다. 또한, 성 교수는 인생의 선배로서 기품분별력을 갖춘 사람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학생 때는 스승이 가리키는 길을 그저 따르기만 하면 됐지만, 어느 순간에는 자신이 스스로 길을 찾아 나서야 하는 시기가 오는 까닭이다. 그는 나침반과 별을 보며 길을 찾듯 혼란스러운 사회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 가운데 판단력과 분별력을 발휘해야 할 때라 말했다. 상대를 존중하며 충분히 귀 기울이는 자세 또한 그가 말하는 연륜이 더해지는 동안 갖춰야 할 자질 중 하나였다.

더블 마이너리티를 딛고 자신의 역량을 펼치기까지 가족은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 되었다. 국내 방사선 분야는 물론 세계무대를 종횡하며 의료 발전에 힘쓰는 그다. 성 교수는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주변의 도움으로 버텨올 수 있었다며 지금까지도 자신이 할 수 있는 부분에 최선을 다하며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으로서의 삶과 의사로서의 삶을 병행하기 어려운 시기를 거치고 있는 후배들에게도 자신의 길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을 조언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완벽할 수 없는 만큼 선택과 집중을 통해 둘을 병행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그림자를 드리운 2020, 성 교수는 좌절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갈 것을 택했다. 해외를 오가며 초청강연을 통해 방사선종양학의 효율을 알렸던 그는 하늘길이 막히자 전 세계 유수한 석학들과의 협력을 통해 간암의 방사선치료에 관한 책을 집필하여 이제 출간을 앞두고 있다. 간암의 방사선치료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나라에 그 효용성을 알리기 위함이다. 그는 간암의 방사선치료를 학문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물론 학회 및 IAEA 등 국제무대에서의 활동에 집중할 것이라 전했다. 방사선종양학을 활용한 항암치료를 더욱 발전시키고, 그 혜택에서 소외되는 이들이 없도록 이를 알리는 일과 이러한 활동을 통해 성별의 구분이나 차별 없이 어우러지는 의학계를 만드는 마중물이 되는 일은 성 교수에게 주어진 사명이었다. 자신의 역할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임하며 의학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성 교수의 내일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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