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Now] 시민의 발이 된 택배, 모두가 웃을 수 있는 방안 나오나
[MonthlyNow] 시민의 발이 된 택배, 모두가 웃을 수 있는 방안 나오나
  • 김민이 기자
  • 승인 2021.01.25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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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함께한 지난 한 해 국민의 불안감을 덜어준 일등공신은 이커머스였다. 팬데믹 현상 앞에 해외 곳곳에서 생필품 사재기가 일어나는 가운데 한국은 예외적으로 평온한 모습으로 거리두기 국면을 맞이했다. 외신들은 한국에서 코로나19가 유행하고 있음에도 국민이 의연한 자세로 대처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유례없는 위기 속 국민이 평온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세계 최고의 배송시스템 덕이 크다. 우리는 클릭 한 번이면 몇 시간 만에 내 집 현관 앞에서 원하는 제품을 받아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 시장이 몸집을 늘려가는 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희생당하는 이들이 있었다. 지난해 과로로 인해 사망한 택배노동자만 16명에 달한다. 이커머스 시장의 발달만큼 노동자들을 위한 안전장치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폭등한 택배 물동량, 택배노동자 과로로 내몬 공짜 노동

국내 택배 물동량은 2010119,800만 박스에서 2019278,900만 박스로 성장했다.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해 이커머스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지난해 배송된 택배상자의 숫자는 33억 개를 기록했다. 한 해 동안 국민 한 사람이 63번의 택배서비스를 이용했다. 고도로 발달한 한국의 배송시스템 덕에 국민은 코로나19로 인한 혼란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었다.

코로나19가 앞당긴 언택트 시대 속 넘쳐나는 택배 물량에 택배기사들은 연달아 쓰러졌다. 택배산업의 폭발적 성장에도 노동자 처우개선과 불공정 관행 개선을 위한 제도마련 등이 뒷받침되지 못한 탓이다. 택배노동자 사망 사건이 집중된 지난해 10월에는 택배 회사 대표이사들이 줄줄이 대국민 사과를 하기도 했다.

택배노동자들의 업무 과중의 주요 원인으로 아침 7시부터 새벽까지 이어지는 분류작업과 새벽 배송업무가 지적된다. 그동안 택배기사들은 자신이 맡은 배달권역의 물량을 분류에 차에 싣는 작업을 도맡아왔다. 이러한 분류작업은 길게는 5시간 넘게 지속함에도 건당 수수료를 받는 배송업무와 달리 비용을 받지 못하는 공짜 노동이었다. 오전 내내 분류작업에 시달리고 오후에 배송을 시작하니 근무 시간은 길어지고 과로로 이어졌다.

또다시 돌아온 명절, 택배노조는 과로사를 근절할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총파업에 나서겠다는 강수를 두었다. 노조는 과로사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택배사들이 분류작업 인력 투입과 야간배송 중단, 지연배송 허용, 택배요금 정상화를 이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분류작업에 투입되는 인력과 비용을 택배사 측에서 100%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간 분류작업의 책임 문제를 앞에 두고 노사 간 첨예한 대립이 이어졌다.

 

노사정 합의 타결, 택배노동자 업무 덜 방안 마련돼

121, 택배사업자와 노동자는 손을 잡았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택배 노사가 모여 이날 오전 910분 국회에서 협약식을 했다. 지난해 127일 출범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5번의 회의 끝에 이날 새벽 극적인 합의에 도달했다. 1차 합의문에는 분류작업에 대한 책임이 택배업체에 있음을 명시해 분류작업을 택배노동자가 떠맡지 않도록 했다. 합의기구는 국토교통부, 민노총 택배노조, 한국통합물류협회, 한국온라인쇼핑협회, 한국TV홈쇼핑협회 등으로 구성되어있다.

택배 노동자 과로사의 주범으로 꼽혀온 택배 분류작업을 앞으로는 택배사가 투입하는 전담인력이 맡게 된다. 택배기사가 분류작업을 해야 할 때는 적정 대가가 지급된다. 이를 위해 향후 택배 사업자는 정부 지원 아래에 분류작업 설비의 자동화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사업장에는 동포 외국인력 허용을 추진한다. 택배기사의 작업 시간은 주 최대 60시간, 하루 최대 12시간을 목표로 하고, 불가피한 사유를 제외하고는 오후 9시 이후의 심야 배송은 제한했다. 택배 물량이 폭증하는 설을 앞두고 125일부터 220일까지를 택배 종사자 보호 특별관리 기간으로 정해 택배기사의 과로를 방지하기로 했다.

택배 사업자와 영업점, 종사자는 올해 상반기까지 이런 합의를 토대로 한 표준계약서를 마련하고 9월까지 체결할 계획이다. 다만 분류작업을 택배기사에게 전가하지 않는다라는 기본 원칙에는 큰 틀에서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부 내용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택배노조는 예고했던 총파업을 잠정 유보하기로 했다. 강규혁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작년 한 해 16명의 소중한 목숨이 우리 곁을 떠났고, 더는 희생자가 나오면 안 된다는 게 간절한 소망이었다, “(합의문을 발표하는)이 자리는 감격스럽고 소중한 자리라며 소회를 밝혔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 또한 환영의 입장을 냈다.

 

택배비 인상 불가피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합의안 나올까?

택배 업계의 노사합의가 이뤄진 이후에도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택배회사의 비용은 늘고, 택배 노동자의 수입은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연구용역을 통해 택배요금 현실화라는 카드를 빼 들었다. 현재 택배비는 소비자가 2,500원을 내면 쇼핑몰에서 600원을 가져가고, 나머지를 택배회사와 대리점, 기사가 나누는 구조다. 합의대로라면 택배회사는 분류 비용이 늘고, 택배기사는 줄어든 노동시간만큼 수입이 감소할 수 있다. 정부는 실태조사 후 인상액을 결정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자동화율이 높은 CJ대한통운을 제외한 나머지 상당수 업체는 분류 인력 고용에 작년 영업이익의 배가 넘는 비용을 지급해야 할 것이라 예측된다. CJ대한통운은 택배를 택배기사 5~6명의 소단위까지 분류해주는 휠쏘터등 자동화설비를 갖추는데 2년 반 동안 1,400억 원을 들였다. 향후 다른 택배사들도 이러한 자동화 설비를 도입할 전망이다. 합의문에도 각 택배사업자별로 분류 인력 투입, 자동화 설비투자를 고려해 택배 운임 현실화를 추진한다.’라고 명시되었다. 택배기사의 근로시간을 줄이면서도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택배 사업자는 분류 비용을 떠안은 대신 가격을 정상화해 달라고 요구했다. 택배 비용은 2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낮은 비용 구조가 사업자의 수익성 악화를 낳았다는 지적이다. 국내 1위 물류회사인 CJ대한통운의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2.95%에 불과했다. 택배 가격 인상을 꾸준히 해온 미국의 택배사들 사정은 다르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2020년 미국 물류 기업의 영업이익률(전망)UPS 9.8% 페덱스 7.5% DHL 7.0%로 국내 대비 2배 이상 높다. 한 해 300억 건의 택배 주문이 이뤄지는 중국의 1위 사업자 중퉁택배(ZTO)의 영업이익률은 18.8%에 달한다. 2년 전 CJ대한통운은 기업 고객 대상 택배비 인상을 발표했지만, 이는 고객 이탈로 이어졌다.

합의안 이행을 위해서는 택배비 인상이나 정부 지원 등의 추가 재원 마련이 불가피하다. 사회적 합의기구는 다음 달부터 후속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 밝혔다. 결국, 소비자들의 공감이 관건이다. 배송 물량 축소와 수입 감소를 막기 위해 국토부는 6월께 택배비와 택배요금 현실화 관련 개선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소비자들의 택배 의존도가 높아진 지금, 택배를 둘러싼 이해관계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 대책안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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