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한국적인 선을 가진 한복은 인생의 귀한 시간에 함께한다.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순간마다 떠오르는 한복이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을 순간을 맞이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기념행사 때 전 세계인의 안방에 한복의 자태가 공개될 것이다. 한국인의 삶과 숨 쉬면서 우아한 미를 지킨 한복이 젊은 소비층의 변화에 제2의 도약기가 시작됐다. 전국의 한복 맞춤 및 대여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왕과비 한복백화점 곽도훈 대표로부터 한복 산업의 미래에 대해 조명해본다.
평창동계올림픽의 큰 수확, 한복의 기품을 알려야
왕과비 한복백화점 곽도훈 대표는 한복 사업이 붐을 이루는 순간을 지켜봤다. 2006년 당시 KBS 2TV 드라마 ‘황진이’가 방영되면서 황진이 역을 맡은 하지원의 한복 자태에 반한 수많은 여성들이 한복집으로 향했다. 일명 하지원 한복을 맞추기 위한 20~30대 여성 고객의 행렬이 이어졌다. 곽 대표는 “한복 시장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크지만 참 다행스러운 것이 드라마와 영화에서 사극이 꾸준히 제작돼 환기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겁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로 한복이 각종 매체에 전파를 타고 전 세계로 노출될 것입니다. 이를 통해 한복의 아름다움을 알릴 발판을 마련 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그전처럼 ‘특별한 날에 입는 한복’이라는 마케팅 관점으로 다가선다면 매출을 올리기에 한계가 있습니다. 다방면으로 창출되고 있는 한복 수요를 따라가 우리의 전통문화를 지켜야 할 것입니다. 요즘 SNS나 인터넷을 보면 개량한복을 입고 인증샷을 찍는 젊은 친구들이 많아요. 한복의 신규 소비문화를 선도하고 싶습니다.”
왕과비 한복백화점은 1990년대 중반에 마산에서 시작하여 전국으로 지점 확대했다. 2005년 수도권에서 증권회사에 다니던 곽 대표는 전도유망했던 증권맨의 길을 과감히 접고 집안 대대로 한복 사업을 하시던 당숙과 함께 왕과비 한복백화점의 전국지점개설에 매진하게 되었다. 2007년에는 곽대표가 운영하고 있는 강원도 춘천에 8번째로 지점 오픈, 현재 전국에 20군데 이상의 대여점이 성황리에 운영 중이다. 곽 대표는 한복에 대한 수요가 예전에는 좋았지만 앞으로 더 좋아지기는 벅차 보인다며 “한국 전통을 지킨다는 의무감을 떠나서 대형화만이 살 길이라고 생각한 저는 로드숍 개념의 전국 대여점 체제를 지향해 왔습니다”라고 밝혔다. 한복업계에 종사한 지 13년, 그의 사업은 굴곡없이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의 말처럼 외적인 돌발 변수는 심각했기에 취업난에 따라 결혼을 늦추거나 비혼을 선택하는 젊은 층이 늘면서 결혼식 등 가족 행사 때 입는 한복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출산율은 1명당 1.17명으로 계속 하락 추세이며, 장기간 한복 산업의 저해 효소가 될 수 있다. 한복이 단기간 대여해서 입는 전통의상이라고만 여기는 인식도 단단히 뿌리박혔다. 쉽지만은 않은 안팎의 환경에도 곽 대표가 한복업계를 대표하는 CEO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함을 준비하는 정성으로 추진한 랜드마크
왕과비 한복백화점 곽도훈 대표는 한복이 후대에 대물림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고객을 대한다. 경제적 이득만을 생각하면 한복 대여가 더 큰 이문을 남기지만 정성이 담긴 한복 제작을 권한다. 곽 대표는 “결혼 문화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한복을 허례허식이나 겉치레로 치부하곤 하는 인식을 꼭 바꾸고자 합니다”라는 소망을 전했다. 우리는 수백만 원대에 달하는 가전기기 구매는 망설이지 않으면서 한복 제작비를 아끼려는 심리를 가지고 있지만 반대로 보면 결혼생활에서 한복을 입을 일이 많다. 결혼식 외에 돌잔치, 집안 행사 등이 있을 때마다 한복을 빌리는 것보다 자신에게 맞는 옷감과 디자인으로 제작한 한복을 오래 입는 것이 합리적인 소비다. 나중에 리폼해서 다시 입어도 맵시는 여전하다.
“요즘 많이 간소해진 풍경이지만 신랑이 혼인하기 전 신붓집에 함을 팔러 가잖아요. 한복집에서 함과 혼서지(신랑집에서 신붓집으로 예단과 함께 보내는 서간) 사주지를 정성껏 만들었습니다. 저의 소원은 한복집이 예전부터 해왔던 전통적인 역할을 되살리고 소비자 더 나아가서는 국민들께 우리옷의 아름다움과 전통문화의 가치를 계속해서 알게 해주는 것입니다. 한복은 단순한 옷이 아니라 우리 한국인의 일생을 걸쳐 기쁜 일이 있을 때마다 항상 함께하는 소중한 동반자와 같습니다”
바쁜 사회생활로 결혼 준비를 도와주는 웨딩 플래너 직업이 탄생했지만 불만족 사례가 제법 있다. 지난 2015년부터 춘천웨딩페어에 꾸준히 참여하면서 브랜드파워를 확보하고 춘천 및 인근 도시 대규모 웨딩홀 여러 곳과 계약을 성사시킨 곽 대표는 젊은 소비자의 니즈를 확인했다. 함과 혼서지 사주지를 준비하던 한복 장인의 마음을 담아 한복 등 결혼에 필요한 모든 것을 원스톱 쇼핑할 수 있는 랜드마크를 건설하고 싶은 꿈을 밝혔다. 그가 지금껏 어려운 환경에서도 굳건히 사업을 확장하며 성장하여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 된 노하우를 녹여내 한복의 위상을 살리고 재건하는 출사표가 되리라 확신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지방자치단체와 유관기관이 요청한 대규모 한복 제작 프로젝트를 수차례 소화하며 탄탄한 실력과 일 처리 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춘천 시립합창단 단원들의 두루마기와 한복 제작을 맡은 바 있으며 지금도 꾸준히 제작의뢰를 받고 있다. 특히 2009년 ‘제9회 동아시아 지방정부 관광포럼’에 참여한 12개국 지방자치단체장들과 수행원들에게 전하기 위한 120여 벌의 한복을 제작해 주목받았다. 실제로 한복 선물을 받은 세계 각국의 참석자들은 매우 기뻐했고 당시 김진선 도지사는 곽 대표의 공을 높이 치하했다. 나라가 부강해져도 잊지 말아야 할 것, 선조들의 지혜와 혼이 담긴 한복이다. 그는 한복산업의 방향을 갖고 2막의 포문을 열었다. 앞으로 그가 가는 길이 고운 비단 위에 살포시 내려앉은 꽃처럼 한국을 넘어 전 세계에 향기를 전해줄 수 있는 한복을 닮은 꽃길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