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인물 유지연 기자]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1000만을 넘겼다. 이와 함께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도 커진다.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복지환경정책관은 ‘사람과 동물 모두 행복한 사회’라는 비전 아래 동물복지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개 식용 종식과 ‘K-동물복지’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주목받고 있다. 개 식용 종식 등 동물복지 모멘텀을 토대로 동물복지 제도와 인프라를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며 동물복지 선진국으로 나아간다는 구상이다.
동물의 보호·복지 수준을 높이는데 앞장서는 동물복지 정책 컨트롤타워 동물복지환경정책관
2022년 12월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복지 정책을 전담하고자 국(局) 단위 조직인 동물복지환경정책관실을 신설했다. 이듬해 이어진 「동물보호법」 전면 개정은 동물복지 분야가 정부 정책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동물복지정책과 ▲농촌탄소중립정책과 ▲반려산업동물의료팀 ▲개식용종식추진단으로 구성된 동물복지환경정책관은 동물의 보호·복지 수준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동물보호법」 및 각종 제도와 지원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동물복지환경정책관은 유기 또는 유실된 반려동물과 학대받는 동물의 구조·보호 기능을 강화했다. 지자체 동물보호센터의 역량 강화를 위한 유기·유실 동물 구조·보호비를 지원하고, 시설·환경 개선을 지원한 것이 대표적이다. 동물보호센터 보호시설 내에 CCTV를 설치하고, 보호 동물 20마리당 1명 이상의 보호·관리 인력을 확보하도록 기준을 마련했으며, 민간동물보호시설에 대한 시설·운영 기준을 마련하고 신고제를 도입했다. 민간동물보호시설은 유실·유기 동물 및 학대받은 동물을 기증받아 임시로 보호하는 비영리 목적의 시설이다.
보호자가 불가피한 사유로 반려동물 사육을 포기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유기를 방지하기 위해 지자체가 해당 동물을 인수할 수 있도록 하는 지자체 인수제도도 새로이 시행되었다. 주요 판례와 세부 대응 요령을 담은 ‘동물 학대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학대 현장에서의 대응력을 높이기도 했다. 또한, 개 물림 사고 등 반려견 안전사고 예방과 소유자 책임성 제고를 위한 교육·홍보, 단속·처벌 등의 업무와 더불어 농장 동물 보호를 위한 동물복지 축산인증제나 실험동물에 대한 보호·복지 정책도 함께 추진한다.
펫푸드 등 신성장 유망분야인 반려동물 연관산업의 진흥을 뒷받침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동물 의료의 투명성·전문성 제고 등을 위한 각종 지원정책을 총괄 담당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반려동물 연관산업의 표준 및 기준을 마련하고, 규제 완화와 R&D 지원 등 산업 생태계 조성을 장려한다. 반려동물 의료 서비스 수요가 확대됨에 따라 전문적인 동물 의료체계 확립과 진료비 부담 완화를 위한 제도 도입에도 힘쓴다.
개 식용 종식의 차질 없는 이행 더불어 사회적 공감대 형성에 앞장
그간 개 식용 논쟁은 국제행사 개최 등 주요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쟁점화되며 국격 문제로 불거지곤 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개 식용 종식을 국정과제로 채택했으며, 올해 2월에는 이에 관한 사회적 협의와 여야 합의를 이끌어내며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이하 개 식용 종식 특별법)」을 제정했다. 반려견 양육 가구 수가 증가하고, 동물복지 인식이 개선되면서 개 식용 종식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증대된 것은 물론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다. 이에 따라 2027년 2월 이후부터는 식용 목적의 사육·유통이 전면 금지된다.
개 식용 종식 특별법에 따라 개의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전국 종식 대상 업계 5,898개소는 전·폐업을 해야 한다. 그러나 개 식용 업계는 현행법상 사각지대에 놓여있었을 뿐 아니라 이해관계자 간 첨예한 대립이 오랜 기간 지속되어왔기에 고난이도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과제를 이행하고자 농림축산식품부는 전업 또는 폐업이 불가피한 농가에 대한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관련 예산 확보를 위해 재정 당국과 적극 협의해왔다.
동물복지환경정책관은 실태조사부터 기본계획 마련, 하위법령 제정, 업계지원 방안 마련 등 개 식용 종식을 차질 없이 이행하고 있다. 업계 전·폐업 유도를 위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단행하는 한편 그간의 실태조사 및 전문기관 연구 등을 토대로 관계부처, 이해관계자 등과의 논의를 거쳐 9월에는 2027년 개 식용 종식 달성을 위한 종합 로드맵을 담은 「개 식용 종식 기본계획」을 수립·발표한 것이다. 아울러 육견 업계와의 소통도 이어간다. 지자체 담당자를 대상으로 권역별 설명회를 개최하는 데서 나아가 지자체와 합동으로 육견 업계의 신고를 독려하고, 매뉴얼 배포 및 맞춤형 전·폐업 컨설팅을 지원한다.
아울러 동물복지환경정책관은 「개 식용 종식법」의 후속 조치 및 원활한 이행을 위한 조기 종식을 유도하는 한편 잔여견 최소화와 의무 이행 점검 체계를 구축하는 데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를 위해 관계부서 및 관계부처, 지자체,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개식용 종식 협업 거버넌스를 구축해 유기적 현장 이행시스템을 마련했다. 관계부처 협의체 운영을 지원하며 관련 부처의 업무 협조를 이끌어내는 것은 물론 전체 17개 시도 및 226개 시군구별 개식용종식 TF를 구성하고, 농식품부-지자체 정례회의체를 운영하며 현장 업무 이행을 지원한다. 더불어 원활한 개 식용 종식 이행을 위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에도 앞장선다는 계획이다.
반려동물 천만 시대…. 동물 의료 육성·발전 위한 토대 마련에 역량 집중
반려동물 양육자들의 진료비 부담 완화 및 진료 선택권 강화, 동물 의료의 투명성·전문성 제고 등을 위한 다양한 제도 마련에도 나선다. 실제로 2023년 10월에는 그간 예방접종·중성화 수술 등 일부 진료행위에 제한적으로 적용되던 부가가치세 면제 혜택을 다빈도 진료 100개 항목으로 확대하며 반려인의 진료비 부담을 완화했다. 2024년 9월에는 진찰·입원·백신접종 등 20종의 주요 진료 항목에 대한 비용 게시를 의무화하며 보호자의 선택권을 강화하기도 했다. 또한, 다빈도 진료 항목(100개)의 절차 표준화 작업도 수행 중이다.
반려견 수가 늘어남에 따라 개에 의한 상해·사망 등 안전사고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실제로 개 물림 사고는 지난 3년간 매년 2000건을 넘겨왔다. 통계적으로 하루 평균 6건 이상의 사고가 발생하는 셈이다. 이에 동물복지환경정책관은 맹견 사육허가제도를 도입하여 도사견,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등 맹견은 물론 사람·동물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공격성이 분쟁 대상이 된 개의 사육을 원하는 경우 기질평가를 통해 사육 허가를 받도록 했다. 더불어 양육자 교육과 소음·안전사고 예방 등 반려동물 행동 지도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반려동물행동지도사를 국가자격제도로 신설했다. 아울러 반려인과 비반려인이 갈등 없이 공존할 수 있도록 관련 교육과 캠페인도 진행한다.
2025년 상반기 내 수립을 목표로 구성 중인 동물 의료 육성·발전을 위한 종합계획에는 동물 의료 인력 역량 강화 및 전문 수의사·상급 동물병원 체계 도입 등 동물 의료 중장기 발전 방향이 담길 예정이다. 앞서 동물복지환경정책관은 동물병원 내에서 간호·진료 보조 업무에 종사하는 동물보건사 자격시험을 통해 지난 3년간 약 3천 5백 명을 배출하여 의료서비스 품질을 제고한 바 있다.
동물복지 강화를 위한 각종 제도를 정비하는 등의 과제도 남았다. 그간 우리나라 동물복지 제도는 급속하게 선진화되어 왔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처벌에 집중해온 동물 학대에 관련해서도 사전 예방을 위한 제도 도입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이다. 반려동물의 무분별한 생산과 판매, 지나친 상품화 등의 문제 및 수용 능력 한계를 넘어선 지자체 동물보호센터의 시설을 확충하고, 지역주민들이 혐오 시설로 생각하지 않도록 인식을 변화시킬 방안도 필요하다. 이에 동물복지환경정책관은 동물학대 처벌 확대, 영업 관리강화, 인프라 확충 등 동물복지 중장기 방향을 담은 「제3차 동물복지종합계획」을 수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빠르게 성장하는 반려동물 연관산업에 관한 지원으로 산업 육성에 앞장
최근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는 반려동물 연관산업은 고용효과가 높은 유망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가장 높은 성장 가능성이 기대되는 분야는 펫푸드, 펫테크, 펫헬스케어, 펫서비스 등이다. 특히 2022년 기준 1.8조 원의 시장 규모로 성장한 펫푸드는 단일 산업으로는 가장 큰 시장을 차지하고 있으며, 수출 증가율 또한 2016년 대비 2023년 11배 증가했을 정도로 가파른 성장을 보이며 유망분야로 손꼽힌다.
이에 동물복지환경정책관은 지난해 8월 관계부터 합동 대책을 마련하고, 후속 과제를 추진 중이다. 「반려동물 연관산업 육성 법률(안)」 연구를 비롯해 반려동물 연관산업 수출 활성화와 벤처 양성, 투자 지원, 특구 지정, 융합형 인재 양성 등 산업 육성을 위한 기반 마련 및 우리 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지원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또한, 펫푸드를 기존 가축용 사료와 구별하여 분류체계, 표시 기준, 영양·안전 관리 등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할 수 있도록 특화 제도를 마련하는 한편 규제샌드박스를 활용하여 펫푸드·운송·플랫폼 등 반려동물 관련 서비스의 수준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제도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2027년 완공을 목표로 반려동물 제품·서비스 연구·실증을 위한 「원-웰페어밸리(One-Welfare Valley)」 조성에도 박차를 가한다. 원-웰페어밸리는 우리 기업 제품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반려동물이 직접 제품의 기호성 등을 실증하는 반려동물 실증 종합 인프라이다. 이밖에도 글로벌 유망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수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동물복지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이 커지면서 정부 역시 미래 동물복지정책 방향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5년 후, 10년 후 반려인, 비반려인, 반려동물이 조화롭게 공존하고, 동물복지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정부와 국민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동물복지환경정책관의 정책이 사람과 동물이 모두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