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수 국립축산과학원 동물복지과장 - 윤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동물복지 산업 기반 마련에 앞장
황성수 국립축산과학원 동물복지과장 - 윤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동물복지 산업 기반 마련에 앞장
  • 김윤혜 기자
  • 승인 2025.03.0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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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복지 기반 조성으로 지속가능한 상생과 원헬스 구현하는 대한민국 동물 산업

 

지난 2019년 신설된 국립축산과학원 동물복지과는 그동안 농장동물복지 정책지원, 반려동물 산업 발전 지원, 동물교감치유 프로그램 개발 등 주요 업무를 수행해 왔다. 특히 실질적으로 농가와 산업 현장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데 힘쓰는 동시에 동물복지와 생산성의 조화에서 나아가 동물교감치유 연구, 펫푸드 산업 활성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국제 기준에 충족하는 사료 영양표준 제정 성과를 비롯하여 과학적 검증에 바탕을 둔 다양한 동물복지 정책지원 연구를 전개하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황성수 국립축산과학원 동물복지과장 [사진 제공=동물복지과]
황성수 국립축산과학원 동물복지과장 [사진 제공=동물복지과]

 

안녕하세요 과장님. 월간인물 3월호 동물복지 산업 특집 기획으로 인사드리게 되어 반갑습니다. 먼저 국립축산과학원 동물복지과에 대한 소개 말씀을 직접 부탁드립니다. 
국립축산과학원 동물복지과는 2019년 12월 신설된 부서로, 농장동물복지 정책지원, 반려동물 산업 발전 지원, 동물교감치유 프로그램 개발 등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농가와 산업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활용 가능한 방안을 제시하며, 복지와 생산성의 조화를 이루며 윤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동물복지 산업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가축 복지형 사육 기술 개발 연구 및 동물복지 인증기준 관련 연구, 반려동물 원료사료 관련 개발 연구 등을 포함해 가축 및 반려동물 복지의 지속가능한 혁신에 기여하는 동물복지과의 주력 연구 분야에 관해 들어보고 싶습니다.
동물복지과는 현재 4개의 영역(농장동물복지, 동물교감치유, 펫푸드 영양 표준화, 반려동물 대체시험법)으로 세분하여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➊ 동물복지 정책지원 연구 분야에서는 동물복지 인증 사육 매뉴얼 개발과 경제성 분석 등을 통해 동물복지 인증제도의 정착을 지원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사육, 운송, 계류, 인도적 실신 등 다양한 조건에 대한 과학적 검증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➋ 동물교감치유 연구는 우리나라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향후 그 필요성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저희 과는 동물과의 교감을 통해 사람과 동물 모두가 치유 효과를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또한 치유 도우미 동물의 스트레스 및 행동 특성을 데이터화하여, 적절한 휴식시간과 노출 빈도 등을 설정하는 등 프로그램 참여를 최적화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현재 국내에는 통일된 치유 도우미 동물의 선발 및 훈련 과정이 없어 국내 환경에 적합한 선발평가 기준을 표준화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➌ 펫푸드 분야는 2023년 정부 경제 정책으로 발표된 반려동물 연관산업 육성대책을 지원하는 주요 연구 분야입니다. 이에 저희 과는 2024년 국내 반려동물 사료 영양표준을 제정하는 등 K-펫푸드의 영양성분을 표준화하여 소비자가 믿고 구매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내 농수축산물을 활용한 기능성 소재를 발굴하고, 펫푸드 원료 영양성분 DB를 구축하여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➍ 반려동물 복지 향상 연구는 반려동물 실험을 대체하기 위해 체외 소화율 평가법이나 세포를 이용한 특정 물질의 효과 검증 등 다양한 대체시험 방법을 개발하는 연구 분야입니다. 반려동물 연구 분야야말로 대체시험법이 최우선적으로 필요한 연구 분야라고 생각됩니다. 

그중 강조하실 만한 대표적인 성과에 관해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동물복지과는 앞에서 언급한 주요 연구 영역에서 다양한 연구와 실증 실험을 통해 동물복지와 반려동물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성과를 도출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두 가지 대표적인 성과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➊ 동물보호단체를 비롯한 여러 기관의 요청으로 도축 전 가스 실신 과정이 동물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하는 연구를 추진하였습니다. 돼지와 육계를 대상으로 여러 종류의 가스를 이용해 실신을 유도하고, 실신 전후 전사체(transcriptome)를 비교·분석한 결과, 가스 노출 동안 극심한 스트레스로 뇌 손상과 유사한 유전자 발현 양상이 나타남을 확인하였습니다. 이는 인간 시각에서의 동물복지가 동물의 입장과는 다르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제시한 결과라 생각합니다. 
➋ 국내 최초로 국제 기준을 충족하는 사료 영양표준을 제정한 것입니다. 이를 통해 개와 고양이의 생애 주기에 따른 권장 영양소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고, 반려동물이 하루에 필요한 영양소를 충족할 수 있는 완전 사료의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이는 소비자에게는 영양학적으로 균형 잡힌 반려동물 사료를 선택할 권리를 보장하고, 공급자에게는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고품질 사료 생산 기준을 제시하여 국내 펫푸드 산업의 국제적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어서 2025년 새해에 새롭게 준비하고 계신 내용이나 이어질 후속 연구, 프로젝트 방향성이 있다면 무엇일지 언급해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2025년에도 동물복지과는 기존 연구를 발전시키고 새로운 연구 방향을 모색하여, 동물복지와 반려동물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강화하는 연구를 지속할 계획입니다.
➊ 동물복지 정책지원 연구에서는 2023년에 발표한 육계와 임신돈에 대한 동물복지 인증농가 사육 매뉴얼에 이어 2025년에는 산란계와 분만돈 대상 매뉴얼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새롭게 기획 중인 연구 분야는 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한 사육 기술 개발입니다. 온난화가 가속화되고 있지만, 기존 축사 환경을 급격히 변화하기는 어렵습니다. 이에, 주어진 여건에서 최대한 동물복지적 사육이 가능하도록 현장 적용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자 합니다. 
➋ 동물교감치유 연구는 활동적 은퇴자(Active Senior, 경제적 활동이 가능한 은퇴 노인)를 대상으로 반려동물 및 농장동물을 활용한 교감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며, 향후 1인 가구, 청소년 등 다양한 대상에게 맞도록 프로그램을 개발·확대할 계획입니다.
➌ 펫푸드 산업 활성화 연구를 통해 국내 환경을 반영한 반려동물 사료 영양표준 1차 개정판을 2027년 발간할 예정입니다. 더불어, 2024년까지 발굴된 13개의 기능성 펫푸드 소재를 올해 15개로 확대해 기능성 펫푸드 제품 개발의 과학적 기반을 강화할 예정입니다. 
➍ 대체시험법 개발 연구 분야에서는 세포배양 장치인 ‘바이오칩’을 활용해 반려동물 유래 세포 기반의 사료 내 기능성 물질(항산화 물질 등) 효능 평가법을 개발할 예정입니다. 앞으로는 단일 장기 세포를 이용하는 체외 평가법을 넘어 소화 및 순환기계의 생체 모사가 가능하도록 연구를 추진하고자 합니다.

 

이어서 얼마 전 ‘반려동물 복지 개선·연관산업 육성 정책토론회’에 참가하신 내용과 더불어 산업의 수준 향상과 업계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올바른 정책 방향성에 관해서도 의견 말씀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우리나라 반려문화는 약 30년 정도의 짧은 기간 동안 선진국 수준으로 성장했습니다. 이렇듯 급격하게 성장하는 반려동물 연관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예측하고 대비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통계 조사가 필요합니다. 우리나라는 아파트·다세대 주택이 많아, 소형견을 주로 양육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단독주택에서 중대형견을 키우는 반려산업 선진국과는 확연히 차이 나는 부분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특성을 반영한 통계 조사를 바탕으로 한 국내 환경 맞춤형 제품 개발이 필요합니다.
또한 반려동물 연구를 하다 보면 매우 높은 우리나라 반려인 수준을 실감하게 되고, 이들에게 통하는 제품이라면 세계 어디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깁니다. 즉,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수출을 고려한 제품을 적극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실증 연구에 대한 정책적 지원과 민간의 적극적인 연구 개발이 조화를 이루어야 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에 이르기까지 과장님의 원동력에는 무엇이 있을지도 궁금합니다. 그동안의 활동 중 가장 보람되었던 기억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저는 동물복지과장으로 발령나기 이전, 사람에게 장기나 조직, 세포의 이종이식이 가능한 형질전환 돼지를 개발하는 연구를 했었습니다. 대학 4학년 때 호기심에 본 현미경 속 난자의 이미지가 아직까지도 뇌리에 남아 있습니다. 그 강렬한 신비로움은 생식세포를 기반으로 한 동물 복제 연구로 이어졌습니다. 생명체의 발달에 대한 호기심과 그 원리를 탐구하려는 열정이 연구자로서 자리매김하는 원동력이 되었으며, 이러한 탐구의 과정 자체가 가히 행복 그 자체였습니다.
가장 보람으로 기억되는 일은 형질전환 돼지 개발 연구를 수행하던 당시, DPF 돈사를 구축했던 경험입니다. 형질전환 돼지들은 지정 병원균이 없는 환경(designated pathogen free, DPF)에서 사육되어야만 합니다. 그러나 2009년 당시, 당시 우리나라에는 DPF 돈사가 없어 전북혁신도시로의 기관 이전을 준비하며 돈사를 새롭게 건립해야 했습니다. 건축 지식이 부족한 상태로 설계를 검토하던 중, DPF 건물은 아주 작은 균열조차 허용치 않지만, 건축법상 미세한 균열은 하자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에 조달청 사무관께 DPF 건물의 특성과 균열이 생겨서는 안 되는 이유를 수차례, 열심히 설명해 드린 결과, 사무관께서도 그 건물의 중요성과 특수성을 인정하시고 DPF 건물의 바닥 전체를 특수공법으로 처리해 주셨습니다. 감사하게도 DPF 돈사는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별 탈 없이 잘 유지되고 있으며, 이 일이 연구 성과보다 제 공직 생활에서 가장 보람된 일로 기억됩니다.

평소 함께하는 조직 직원들에게 특히 강조하시는 내용이 있으신가요?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경쟁력, 건강, 사회 환원입니다. 연구직으로서 경쟁력은 생명과도 같은 것이며, 건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연구도 어렵기에, 하고 싶은 연구를 마음껏 하기 위해 운동을 권장합니다. 또한 재능기부나 헌혈 등 각자의 방식으로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환원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와 더불어 박사급 연구직들에게는 자신의 강점을 살리되, 연구 영역 간 협력을 통해 새로운 결과물을 창출하도록 독려하고 있습니다. 제가 미국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근무하던 시절, 관심을 가졌던 연구소의 연구진 중 수학자가 포함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왜 발생생물학 연구실에 수학자가 있을까?’라는 의문에 연구 결과를 찾아보니, 그는 태아의 발달 과정을 수학적으로 해석한 세계적 논문을 발표하고 있었습니다. 기존 발생공학 전문가들과는 다른 혁신적 접근법이었으며, 정말 무릎을 탁하고 치게 만드는 시너지 효과라고 느꼈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사고의 전환을 위해 노력하며 문제 해결 접근 방식을 달리하고 있으며 후배 연구자들에게도 모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 하기보다 전문가와 협력할 것을 조언하고 있습니다.
초짜 연구자에게는 ‘지금은 미래를 공부할 때!!’라고 말하며 20년 후의 세상을 공부하고, 미래학자들이 주목하는 산업에 관심을 가지라고 강조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연구자로서 앞으로 30~40년간 경쟁력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미래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기초 기술 개발과 실증 과정이 선행되어야 하며, 최소 10년이 소요됩니다. 따라서 지금부터 미래 유망 분야를 찾고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못다 하신 말씀이나 관계자들이나 월간인물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시는 말씀을 자유롭게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동물복지연구를 하며 “우리 상황을 너무 몰라준다!”라는 생산자의 목소리를 자주 듣습니다. 이들은 동물복지의 실현이 비용 증가와 소득 감소를 초래하는데, 소비자나 동물보호단체는 이에 대한 현실적 어려움을 고려하지 않는다며 우려합니다. 하지만 저희가 만난 동물보호단체들은 일방적 요구보다는 현실적 대안을 모색하며 균형점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소비자의 약 90%가 동물복지형 사육을 원하지만 실제로는 동물복지 축산물에 최대 17% 추가 지출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해 윤리 소비 정착에 시간이 더 필요함을 시사합니다.
동물복지는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위한 궁극적 목표이므로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기보다 다양한 의견을 듣고 논의하며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며 우리나라만의 방식으로 답을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관심 가져주시고 조언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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