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이터과학의 시대
최근 10여 년간 의학보건학 연구에 있어서 엄청난 변화의 물결이 있어왔다. 그동안은 쉽사리 다루지 못했던 다양한 종류의 빅데이터들이 공개되면서 개인 연구자들도 손쉽게 빅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연구환경이 조성되었다. 대표적으로 보건의료 빅데이터 (심사평가원, 건강보험공단, 질병관리청 등), 국민건강영양조사자료, 통계청 데이터 등 데이터 수집에 따른 행정절차가 다소 번거로울 뿐 개인연구자들도 대규모 차원의 빅데이터에 대한 접근이 가능하다. 또한 미래를 앞당기듯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등 정보통신기술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 ICT)을 이용한 4차 산업혁명은 점점 ‘초연결’, ‘초지능’, ‘초융합’의 데이터과학(Data Science)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데이터과학의 활용
디지털헬스는 이러한 AI/ICT 기술 활용의 장으로서 그 중요성이 점차 국가 경쟁력 제고와 보편적 보건의료서비스의 확대로 인식되고 있는 최첨단 분야이다. 한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에 (Global Industry Analysts)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2020년 1,520억 달러(약 182조 원)로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인 4,330억 달러의 35%에 해당하는 규모이며, 이후 연평균 성장률 18.8%로 성장하여 2027년 5,090억 달러(약 610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헬스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보건의료 빅데이터다. 보건의료 빅데이터는 인간이 살아가면서 만들어내는 의료데이터, 유전체데이터 및 라이프로그 데이터 등이 대표적이며, 매우 광범위하고 막대한 규모로 산재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밀한 측정, 전송, 저장, 그리고 보안을 고려한 통합 플랫폼 구축이 필수적이다. 그런 다음 인공지능 등을 이용한 보건의료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서 우리가 알고자 하는 질병의 특정패턴을 찾아내어 질병의 예방, 관리, 치료가 가능할 것이다.
연구자의 데이터과학 능력
이러한 대규모의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의미 있는 연구 결과를 도출하려면 연구자의 데이터 분석 능력이 필수적이다. 질병의 위험요인을 탐색하고, 진단이나 예후를 예측하기 위한 통계모형은 그 분야에 대한 풍부한 임상경험과 통찰 없이는 제대로 만들 수가 없다. 연구자가 연구가설을 증명하기 위한 연구설계, 변수선택, 모형설정 등 이 많은 고려사항들을 자신의 지식부족으로 남에게 부탁할 경우 결코 처음 원하든 결과에 이를 수 없기 때문이다.
연구의 완성은 과학논문의 출판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연구자의 임상지식에 기반하여 새로운 임상결과를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표현하는 데이터과학적 지식이 필수적이다.저자는 많은 연구자들과 임상연구를 같이 하면서 늘 이러한 문제에 부딪혀 왔다. 다음과 같은 두가지 부류의 연구자를 가정해보자.
첫째, 임상지식은 풍부한데 이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표현할 데이터과학적 지식이 부족한 연구자가 데이터과학의 실력을 키우는 경우
둘째, 데이터과학지식은 풍부한데 임상지식이 부족한 연구자가 임상지식을 채우는 경우
여러분은 어떤 연구자가 더 연구에서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는가? 물론 정해진 정답은 없다. 그러나 어쩌면 두번째 유형에 해당하는 저자가 지금까지의 연구경험을 통해 살펴보면 두번째 유형의 연구자는 임상지식 습득의 한계에 금방 부딪히게 되어 확장성이 떨어지는 반면, 첫번째 유형인 임상지식에 데이터과학을 더한 연구자는 그렇지 않은 연구자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창의성과 생산성을 가져오는 것을 종종 보아왔다. 특히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던 접근 방법을 찾아냄으로써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것은 풍부한 임상지식의 바탕에 데이터과학적 지식이 더해졌을 때를 새로운 시각이 열렸다고 유추할 수 있다. 따라서 임상전문가와 데이터과학자와의 전문적인 지식의 연결은 데이터과학의 시대에 있어서 필수라고 생각된다.
근거기반의학을 위한 협업
데이터과학이 현실에 적용되고 일반화되기 위해서는 근거기반의학 (Evidence Based Medicine)이라는 과학적인 평가를 받았을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를 지닌다. 근거기반의학은 임상적인 의사결정에 있어서 의사들의 경험과 더불어 적절한 과학적 근거를 통합하여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제공하기 위한 의학적 방법론이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인류가 집단지성으로 구축한 과학적 지식들을 체계적문헌고찰과 메타분석으로 종합할 때 근거기반의학으로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메타분석은 체계적문헌고찰 (Systematic Review) 틀 안에서 해당 연구결과들을 양적으로 합성하는 결합방법론으로서 근거기반의학이 최상위 수준의 증거기반으로 여겨지게하는 첫번째 요소이다.
근거기반의학을 위해서는 임상전문가와 데이터과학자와의 상호보완을 통한 지식의 축적이 요구된다. 마치 DNA가 이중나선구조로 단단히 연결되어 있듯이 서로의 전문성에 기반한 협업이 이루어질 때 근거기반의학을 완성할 수 있다.
데이터과학의 시대에 의료의 패러다임은 경험중심의학에서 근거기반의학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그 근간은 데이터의 활용에 있다. 따라서 우리는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기초소재로 잘 활용하여야 하며 메타분석은 이러한 데이터들을 객관적으로 합성하는 도구로서 근거기반의학에 대한 신뢰도를 향상시켜 우리의 삶으로 한걸음 가까워지게 하는 돌파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