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종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수소·연료전지연구센터 박사 - 높은 효율과 안정성 갖춘 연료전지 촉매 합성에 성공하며 친환경 연료전지 기술의 상용화 앞당겨
유성종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수소·연료전지연구센터 박사 - 높은 효율과 안정성 갖춘 연료전지 촉매 합성에 성공하며 친환경 연료전지 기술의 상용화 앞당겨
  • 유지연 기자
  • 승인 2023.06.01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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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경제 생태계 구축, 그린수소 강국으로 향하는 대한민국
유성종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수소·연료전지연구센터 박사 ⓒ유지연 기자
유성종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수소·연료전지연구센터 박사 ⓒ유지연 기자

[월간인물 유지연 기자] 최근 우리 정부는 세계 1등 수소산업 육성이라는 목표 아래 청정수소 중심의 수소산업 육성을 위한 안전기준 개발 및 규제혁신에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 59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수소안전관리 로드맵 2.0’은 청정수소 생태계 조성을 위한 안전기준을 선제적으로 마련함으로써 청정수소 생산 제품·설비의 상용화를 앞당기고, 국민들이 안심하고 수소를 사용하는 환경을 구축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일찍이 수소가 궁극적 에너지원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 내다보고 그린수소 상용화를 위한 연구를 이어온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수소·연료전지연구센터 유성종 박사는 최근 높은 효율과 안정성을 갖춘 새로운 연료전지 촉매 합성에 성공하며 친환경 연료전지 기술의 상용화를 앞당기고 있다.

 

 

우수한 성능과 높은 내구성이라는 두 가지 조건 동시 충족하는 금속 칼코게나이드 나노튜브 합성에 성공

1989년 연료전지에 관한 연구를 시작한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수소·연료전지연구센터는 이후 수소생산 및 저장기술로 연구 분야를 확대하며 수소생산과 저장에 관한 원천기술을 개발한 것은 물론 각종 연료전지의 상용화를 이끌어왔다. 이러한 업적은 2008년과 2012년 두 해에 걸쳐 KIST의 탁월성연구센터(COE, Center of Excellency)로 선정되는 성과로 이어졌다.

최근 수소가 탄소중립을 이끌어내기 위한 핵심 기술로 주목받는 가운데 수소·연료전지연구센터는 재생에너지 활용 극대화를 위한 고효율 에너지 전환 원천기술 개발 및 국가 수소경제 조기 달성을 위한 수소·연료전지 솔루션이라는 비전을 내걸고 수소의 생산·저장·활용 전 주기 기술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과기정통부의 고체 알칼리막 연료전지 핵심원천기술 연구단나노소재 기술 개발사업의 미래기술연구실을 주관하며 차세대 수소생산 및 활용을 위한 원천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의 산화·환원 반응을 통해 화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한다. 이러한 반응을 촉진하기 위해 활용되는 것이 바로 촉매이며, 산소 환원 반응을 촉진하는 촉매가 전체 연료전지의 효율과 가격을 결정짓는다. 현재 대부분 연료전지에 적용되는 촉매인 백금(Pt)은 높은 가격과 낮은 내구성 등의 이유로 새로운 연료전지 촉매 개발의 필요성을 키워왔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유성종 박사 연구팀은 초미세 나노튜브 신소재를 활용해 우수한 산소환원 반응 성능과 높은 안정성을 가진 금속인 금속 칼코게나이드 나노튜브를 합성하는데 성공하며 학계로부터 주목받았다. 금속 칼코게나이드 나노튜브를 수소연료전지의 촉매로 적용한다면 높은 효율과 안전성을 토대로 백금 촉매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높은 안정성과 경제성을 가진 촉매 개발은 연료전지의 장기적인 활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수많은 연구자들이 노력한 결과 우수한 성능을 나타내는 촉매는 다수 발표되어왔지만 높은 내구성을 충족시키는 촉매는 찾기 힘들었죠.”

그간 우수한 성능과 높은 내구성이라는 촉매의 조건을 동시에 충족시키고자 채택된 대부분의 전략은 결국 소재의 구조 및 합성을 복잡하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져 다양한 물질에 적용되기 어렵다는 한계점이 있었다. 이에 유 박사 연구팀은 간단한 합성 방법 및 복잡하지 않은 구조를 통해 성능 및 내구성을 동시에 향상시키는 방법을 고민했다. 연구에 성공한다면 향후 촉매 설계에 있어 주요한 지표가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서다. 이번 연구는 촉매 활성에도 불구하고 낮은 안정성으로 인해 사용이 제한되어온 물질인 루테늄 칼코게나이드를 단일벽 나노튜브 형태로 합성하여 내구성을 대폭 향상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나노튜브 형태가 지닌 높은 장력으로 칼코겐이 지닌 한계 극복, 향후 다양한 활용 기대

칼코겐은 주기율표상 제16족에 속하는 원소로 산소족 원소라 불린다. 칼코겐 원소가 전이금속 원자와 결합하면 금속 칼코게나이드라 불리는 2차원 시트 구조의 반도체 물질이 되는데, 그 형태는 다양하며 각기 다른 전기적, 광학적, 촉매적 활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에서도 가장 우수한 촉매 성능을 보유한 것은 1T(1층의 Tetragonal)상 물질이다. 그러나 공기 노출, 전기화학 반응 등 외부 활성에 노출되면 촉매 활성을 잃는 등 치명적 한계로 인해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에 유성종 박사 연구팀이 택한 방법은 준안정상의 루테늄 칼코게나이드 나노튜브1nm 미만의 초미세 직경을 갖는 나노튜브 형태로 합성하는 것이었다. 나노튜브 형태가 지닌 높은 표면 곡률은 커다란 장력을 유도함으로써 연료전지 구동 중에도 촉매의 원자 배열이 안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유 박사는 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직경 및 원자 배열 등을 제어하여 가장 안정된 형태의 나노튜브 촉매를 개발하고자 힘썼다고 설명했다.

성능 평가 결과 루테늄 칼코게나이드 나노튜브를 산소환원반응 촉매로 활용하였을 때 백금 촉매(64.5 A g-1)보다 우수한 수소연료전지 성능(67.4 A g-1)을 보인 것은 물론 10배 이상 높은 내구성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유 박사 연구팀은 나노튜브 구조체의 장력이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규명하는 데서 나아가 고내구성 수소연료전지 개발을 위한 새로운 재료와 더 나은 촉매 개발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그는 나노튜브 구조체를 통해 기존 0차원 나노입자 또는 2차원 나노시트의 구조로는 어려웠던 다양한 준안전상의 활용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내구성 문제로 활용이 제한적이던 다양한 소재를 수소연료전지를 비롯한 친환경 에너지 기술에 적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라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연구는 친환경 연료전지 기술 상용화를 앞당기는 것은 물론 전기화학 기반의 이산화탄소 전환 환원 반응, 수전해 반응 등 고활성 고내구성 촉매와 전극 등 다양한 에너지 변환 장치의 촉매 재료로 활용되어온 루테늄 계열 재료의 확장성을 극대화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해당 연구 결과는 재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Advanced Evergy Materials'에 게재되었다.

 

유성종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수소·연료전지연구센터 박사 ⓒ유지연 기자
유성종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수소·연료전지연구센터 박사 ⓒ유지연 기자

수소 사회로의 진입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 ‘그린수소활성화

2022년 기준 수소생산 시장은 약 1억 톤 규모를 이루고 있다. 이는 전 세계 1차 에너지 시장의 2%에 해당하는 규모이지만 대부분이 그레이수소 방식으로 생산되고 있기에 그린·블루수소 등 청정수소 생산만을 놓고 본다면 연간 1백만 톤 시장에 그친다. 현재까지 발표된 청정수소 생산 계획은 2025년까지 약 500만 톤, 2030년까지 1,100만 톤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이용해 물을 분해하여 생산하는 그린수소의 생산 및 활용 확대는 2040년 수소 사회로의 진입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다. 10여 년 전부터 그린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수전해 기술에 관심을 기울여온 유성종 박사는 전통적인 산업용 수소생산에 활용되고 있는 알칼라인(AEC)과 양이온 전해질막(PEM) 수전해 기술을 재생에너지 설비와 연계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진보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 강조했다.

음이온 전해질막(AEM) 수전해 기술은 이러한 한계를 보완할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AEM은 알칼라인의 알칼리성 작동환경과 고분자 전해질막을 사용하는 PEM 구조를 혼합한 기술이다. 가격이 비싸고 매장량이 한정되어 있는 귀금속 소재를 전혀 사용하지 않기에 경제적이면서도 불규칙한 재생에너지의 출력 특성에 빠르게 반응하기에 그린수소 생산의 최적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유 박사 연구팀 또한 이에 AEM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한 것은 물론 상업화를 목표로 관련 기업과 긴밀한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 정부가 수소경제 로드맵을 수립할 당시 가장 중점을 둔 것이 바로 친환경 수소를 보다 손쉽게 만들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여러 정책들이 수립되었죠. 저 역시 그린수소 생산에 최적화된 수전해 기술 개발을 목표로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수소연료전지차의 활성화를 위한 연구에도 무게를 싣는다. 수소연료전지차는 배터리 형태의 전기자동차보다 우위를 가질 수 있는 철도, 항공, 상용차 등 중대형 수송용차 위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고내구화이다. 미국 DOE나 일본 NEDO는 연료전지의 내구성을 현재보다 4배 높은 20,000시간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연료전지 촉매는 비표면적이 넓은 탄소에 백금이 나노입자 크기로 분산되어 있으며, 탄소와 백금의 표면특성과 결정성, 구조에 따라 성능과 내구성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산소극에서는 연료극과 같은 전류밀도를 출력하기 위한 과전압의 크기가 커지며, 해당 구동 전압에서는 산소환원반응뿐 아니라 Pt와 탄소에서도 산화·환원반응을 일으킨다. 이러한 반응은 산소극의 열화를 유발시킨다. 이러한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결정성이 높은 고내구 담지체와 촉매가 필요하다. 이에 유 박사 연구팀은 기존의 탄소 담지체 위의 금속 조성 및 고분산 제조법과는 완전히 다른 방법을 연구해가고 있다. 고결정성 탄소 담지체 위의 고분산 촉매 제조 연구 결과 내구성을 극대화한 담지 촉매 개발에 성공했다는 설명이다.

 

궁극의 에너지원 수소, 전 세계 수도생산의 주도권 선점 위한 노력 필요해

에너지 분야에 관심을 갖던 중 일반인들이 가장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에너지원인 수소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풍력, 태양광 등과 달리 수소는 항상 이동이 가능하기에 더욱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거든요. 2050, 2100년이면 수소가 궁극적 에너지원으로, 배터리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 예상됩니다.”

현재 유럽과 일본 기업들을 중심으로 수소 관련 기술의 상용화를 위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전 세계적으로 상용화에 성공한 기업이 부재한 상황이다. 유성종 박사는 국내기업이 선도적으로 기술 확보와 사업화에 성공한다면 전 세계 수전해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내놓았다. 이를 위해서는 전 세계 수소생산의 주도권 획득을 위한 정부 주도의 지원이 필요하다. 차세대 수소 기술 및 융합기술 개발에 적극적 투자와 정책적 장려가 수반되어야 함은 물론 국제표준 선점을 위한 관련 핵심 기술 표준화가 시급하다. 유 박사는 정부뿐 아니라 국내기업 또한 차세대 수소 기술에 대한 점진적 도전에 나서야 할 때라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수소 활용 부분의 기술은 상당히 높은 수준에 도달해있습니다. 수소의 용처가 늘어나다 보니 수소의 운송에 관한 고민이 커지는 시점이죠. 수소의 생산과 운송, 활용이라는 세 가지 영역이 서로 맞물려 선순환을 이룰 때 진정한 수소경제 시대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동료 연구자들을 향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축구에서도 원팀이 중요하듯 과학자, 특히 엔지니어들에게는 협력과 협동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인식에서다. 유 박사는 그 누구도 한 사람만의 힘으로는 모든 분야에서 1위를 할 수 없는 만큼 다양한 과학자들과 하나의 팀으로 일한다면 수소 사회로 가기 위한 수소 기술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해결해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전했다. 그 또한 연구를 넘어 기업과의 협업을 통한 상용화에 무게를 실으며 수소경제 활성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유지자사경성(有志者事竟成)이라는 고사성어처럼 사람이 하고자 하는 뜻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올바른 마음을 가지고 꾸준한 노력을 이어간다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생각으로 연구에 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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