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공감대는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ESG, 순환경제, 지속가능 발전 등 환경을 둘러싼 키워드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킨다. 국내 최대 환경학술단체이자 최고 전문가집단인 대한환경공학회는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Professional leader로서 환경문제를 풀기 위한 해답을 찾아간다. 산-학-연-관을 잇는 가교 역할을 자처하는 대한환경공학회가 탄소중립을 위한 보다 실질적인 해법 마련에 힘을 보태고 있다.
사회 환경 이슈에 관한 최고 전문가 집단으로서 환경공학기술의 전문지식 공유하며 환경공학의 발전방향 제시해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지금, 제24대 대한환경공학회(KSEE, Korean Society of Environmental Engineers) 회장으로 취임한 KAIST 건설 및 환경공학과 강석태 교수가 11,000여 명 회원들과 함께 환경공학의 발전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1978년 설립된 환경 분야 최초의 학회인 대한환경공학회는 미래 환경공학기술의 전문지식을 공유함으로써 환경공학의 기회와 도전을 제시해왔다. 환경공학의 발전과 환경공학기술자의 지위 향상, 환경공학기술의 개발 및 지도, 환경보전대책에 관한 조사연구 및 건의, 회원 상호간의 친목 및 협조를 설립목적으로 하여, ▲회지 및 환경공학에 관한 기술도서의 출판 ▲환경공학기술에 관한 연구발표회, 강연회, 간담회의 개최와 견학, 시찰 ▲환경오염방지에 대한 조사연구, 기술개발 및 기술지도 ▲환경공학기술에 관한 기준 및 용어제정 ▲환경보존에 관한 자문 ▲환경오염방지 향상에 공헌한 회원의 표창 및 장학사업 ▲국내외 관련 제 학회 및 국제기구와의 교류 등의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해 왔다.
강석태 교수는 학회 역사상 두 번째로 젊은 회장으로,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으로 점차 복잡해져 가는 다양한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젊은 연구자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환경공학 기술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학회로 거듭나는 데 힘을 보태겠다는 포부다. 강 교수는 임기 내 역점사업으로 ‘학회는 회원들의 참여로 이루어진다’라는 명제 아래 회원과 회원은 물론 산-학-연을 잇는 Match maker로서의 학회발전방향을 제시했다. 유휴 연구시설의 공유와 회원기업의 기술애로사항 해소를 위한 연구자 매칭, 신규 회원사 유치를 통한 학회 재정자립도 향상 등 끈끈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기후위기 극복에 시너지를 더한다는 구상이다. 그가 내건 두 번째 약속은 학회를 연구하는 석좌 연구자(Fellow) 및 최고의 환경현장 명장(Master)을 선정하고, 지속적으로 지원하여 사회 환경 이슈에 관한 최고의 전문가 집단으로서 역할을 확고히 하며, 동시에 적극적인 대국민 홍보 및 기고와 유관 학회와의 공동심포지엄을 개최하며 기후변화등의 환경이슈에 대한 영향있는 의견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마지막은 개성과 다양성을 가진 젊은 연구자 육성이다. MZ 세대와 함께하는 학술대회, 새로운 환경이슈에 대응하는 전문가그룹, 미래읽기, 미래강연, 신진연구자 대상 연구과제 정보 서비스, 신진연구자 프로필 소개서비스 등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신진연구자들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는 약속이다. 또한 한국형 Gordon conference와 같은 소규모 심포지엄을를 개최하여 아이디어와 열정이 가득한 젊은 세대를 육성하고 신진연구자들의 네트워크를 강화해나간다는 전략이다.
국가의 존망 결정지을 ‘탄소중립’, 절실함으로 보다 실효성 있는 대안 마련에 앞장설 것
강석태 회장은 탄소중립이 중차대한 시대적 화두로 떠오른 만큼 탄소중립에 초점을 맞추고 학회를 이끌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학회장 임명 후, 최우선으로 설립한 탄소중립녹색성장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우리나라에 적합한 정책을 제안하고, 해외 관련 연구를 중심으로 한 포럼 및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관련 사업을 적극 추진해간다는 구상이다. 무엇보다 환경공학자로서 탄소중립 녹색성장을 위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는데 무게를 싣는다. 강석태 교수가 역점을 두고 있는 또 하나의 과제는 국민들의 인식 전환이다. 진정한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국민들이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이 가장 중요한 까닭이다.
강석태 회장은 “우리 국민들은 전 세계 어느 나라 국민보다 탄소중립의 중요성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접근방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일례로 전 세계 인구가 채식을 한다면 미국이나 중국의 배출량 만큼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습니다. 육식을 위한 동물 사육, 운송과 가공, 배송 과정에서 엄청나게 많은 탄소가 발생하거든요. 또한 일반 쓰레기 및 음식물 쓰레기 처리 방식 등 일상 속에서 개선해나가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라고 역설하며, 달성하기 어려운 도전적 과제인 탄소중립의 가장 효과적이며 경제적인 방안은 우리의 생활과 의식을 바꾸는 것이며, 이를 홍보하는 데 중심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출이 경제의 핵심동력으로 작동하는 우리나라의 탄소중립은 앞으로의 생존여부를 판가름하는 중차대한 문제이다. 관세장벽을 세우던 세계시장은 이제 탄소국경세를 앞세운 ‘환경장벽’을 쌓기 시작했다. 실제로 유럽과 미국,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은 적극적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선진국은 교역대상국에 비해 비교우위를 차지한 탄소중립 기술을 이용하여 자국 생산품의 가격경쟁우위를 유지하고, 신산업 및 기존산업을 육성하여 새로운 고용을 창출하는 등 탄소중립 시대의 초격차를 벌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강 교수는 기후위기의 시대에 탄소중립은 국가의 존망을 결정짓는 문제라며, 이러한 중요성과 필요성을 절감하고 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시점이라 강조했다.
“탄소중립의 필요성과 시급함을 가장 절실히 느끼는 것은 기업들입니다. 그러나 기업들이 탄소중립에 나서기는 어려운 실정이죠. 이는 대한환경공학회가 산-학-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학계의 연구 성과들을 기업과 공유하고, 필요한 부분에 대한 자문을 제시하는 등 면밀한 소통을 통해 탄소중립에 다가서고자 합니다.”
강 교수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실험실 기술 간의 차이를 메우는 가교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포부를 전하기도 했다. 기업과 학계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는 기관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다. 실제로 회원사가 필요로 하는 기술을 요청하면 관련 기술을 찾아 매칭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산-학을 넘어 산-학-연-관으로 이어지는 과제이기도 하다. 강 교수는 그간 학계의 연구들을 실생활에 적용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며, 연구자들의 연구 성과가 정부 정책에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학회가 창구 역할을 수행해나갈 것이라 전했다. 또한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범정부 차원에서 냉정하고도 면밀한 계획을 세워 차질 없이 이행해야 함을 역설했다. 중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흔들림 없이 탄소중립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진정한 탄소중립을 위한 중장기적 로드맵, 더불어 경제적 충격 완화할 대비책 마련해야
강석태 교수는 충남 김태흠 도지사에게 탄소중립도시라는 아이디어를 처음 제안한 인물로 알려졌다. 충남은 우리나라 석탄화력발전소 58기의 절반인 29기가 몰려있고, 석유화학과 제철 등 고탄소 산업이 밀집한 지역이다. 이 중 4기가 이미 폐쇄된 데 이어 내년부터 14기에 대한 순차적 폐쇄 수순을 앞두고 있다. 석탄 비중을 줄이고 재생에너지와 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원을 확대해 기후위기에 대응한다는 취지에서다. 정부는 2036년까지 28기의 전국 석탄화력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지한다는 방침을 내걸었다. 문제는 지역의 주력산업 폐지가 지역경제에 미칠 악영향이다. 산업부가 발표한 ‘석탄화력발전 폐지로 인한 지역경제 파급영향 분석’ 자료에 따르면 충남 지역 발전소 14기가 폐지되면 고용이 불안정해지는 노동자 수는 7,577명으로 추산된다.
“석탄발전량 비중을 낮추어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공감하지만 그 타격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지역 경제 등 다양한 파급효과에 대한 대책이 필요합니다. 탄소중립도 중요하지만 탄소중립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산업이 사라질 때 그 지역의 경제를 유지시키는 것 또한 중차대한 과제이니까요. 이러한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며 탄소중립에 다가설 도시로 충남이 적격이라는 생각에 탄소중립도시라는 아이디어를 제안하게 되었습니다.”
앞서 김태흠 충남지사는 충남이 전국 탄소 배출량 7억 톤의 4분의 1을 차지하며 ‘전국 온실가스 배출량 1위’의 오명을 쓴 충남이 못하면 국가 탄소중립 실현은 절대 불가능한 상황이라 말한 바 있다. 이에 2022년 10월 전국 최초로 ‘탄소중립경제특별도’를 선포한 충남은 탈석탄 에너지전환과 산업재편, 연구개발(R&D) 기관 유치, 석탄화력 폐지지역 특별법 제정 등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에너지 전환에 행정력을 집중해왔다. 지난 1월에는 정부계획보다 5년 앞당긴 ‘2045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최종안을 확정·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탄소중립을 선도하는 힘쎈 충남’이란 비전 아래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2030년까지 40% 감축, 2045년 탄소중립 실현이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탄소중립 달성 위한 방향성 고민과 더불어 ‘선택과 집중’ 필요한 때
우리나라 최고의 공과대학인 KAIST 건설 및 환경공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를 마친 강석태 교수는 미국 예일대 박사후연구원, 캐나다 앨버타대 건설 및 환경공학과 조교수, 경희대 사회기반시스템공학과 부교수를 거쳐 2015년 카이스트 건설 및 환경공학과에 부임해 물환경에너지공학연구실을 이끌며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한 수처리 및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물환경에너지공학연구실은 나노기술과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하여 ▲유/무기 분리막의 제조·응용 및 막오염 제어기술을 이용하여 건강한 물을 생산하고, 사용후 물을 재생하는 연구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바이오가스 기반 신재생에너지 생산 및 전기화학적 이산화탄소 전환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CO2)를 일산화탄소(CO)로 바꾸는 ‘일체형’ 촉매(전극)을 개발하는 외에도 자카르타 내 빗물식수화설비 구축에 힘을 보탰다. 또한 제약, 디스플레이, 반도체 산업에 필수적인 초순수 기술 역량 확보 및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교재 개발 과정에 참여하는 한편 국내 최초의 초순수 전문가 양성 대학원 과정을 개설해 운영하기도 했다. 기존까지 초순수 관련 물산업 시장은 일본 등 소수의 기점이 과점해왔으며, 2019년 일본의 초순수 수출 규제로 인해 국산화의 필요성이 주목받은 바 있다.
“탄소중립을 위한 대표적인 노력 중 하나로 이산화탄소를 포집·활용·저장하는 CCUS 지원사업을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자칫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산업 활동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꼴이 될 수 있습니다. 인센티브 설계에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죠. 저의 연구 또한 굴뚝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데에서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데로 방향을 옮겨가고 있습니다. 나아가 저장된 탄소를 연료 등 유용한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강 교수는 물산업 역량을 강화해야 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수자원 관리, 공급, 정화, 활용 및 관련 기술 개발을 포함하는 물산업의 규모는 1조300억 달러(약1352조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또한 지난 2000년대 초부터 물 시장의 가치를 인식하고 기업의 기술개발 및 해외진출과 정부의 물관리 일원화 및 물산업 클라스터 조성 등의 노력이 이어져왔다. 강 교수는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2021년 기준 국내 물산업의 규모는 약 48조 원, 수출은 2조 원 수준에 머무르고 있음을 지적했다. 오랜 역사를 통해 물산업 기술을 발전시켜 온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 기업들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는 물의 양을 놓고 봤을 때 전 세계적으로도 물이 부족한 나라입니다. 그렇지만 물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는 경우는 찾기 어렵죠. 물 관리에 있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합니다. 하지만 물산업이라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물산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하수도에 관해서 우수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이렇다 할 두각을 드러내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관련 산업을 육성하는 한편 해외 진출 방식에도 변화를 주어야 할 때입니다.”
하지만 실망하기에는 이르다. 과거 가뭄과 장마 등 기후재난을 극복하며 쌓아온 빅데이터에 기반한 디지털 수자원 관리 등 새로운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할 기회가 열려있어서다. 실제로 기후위기로 인해 재난이 점차 대형화 복잡화되며 재난 대응 관련 시장 규모는 2050년 5조 달러(약6561조 원)에 달할 것이라 관측된다. 강 교수는 물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인재와 기술 차별성을 확보한 기업이 주도하는 ‘선택과 집중’형 물산업으로의 구조 변화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핵심 기술을 가진 기업을 발굴한 후 해외시장에 진출한 대기업의 역량을 활용하는 상생형 지원이나 사업 초기부터 세계시장에서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이스라엘형 지원체계를 적용하는 외에도 물산업에 특화된 인재를 양성하는 등 집중적인 지원과 육성을 예로 들 수 있다. 강 교수는 환경 분야에서도 유니콘 기업이 나와야 한다며, 빅데이터나 인공지능(AI)처럼 한국의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한 정부의 전략적 지원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선택과 집중에 기반해 초순수, 폐수 내 자원회수, 탄소발자국 감소 등 고부가가치기술을 개발한다면 전통적인 물산업 구조에서 벗어난 선제적 시장 확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보는 그다.
제조업을 뿌리에 둔 우리 산업경제 체제에서 탄소중립으로 나아가기까지 상당한 어려움이 수반될 것이라 예상된다. 그러나 산업과 경제적 충격을 고려하여 위험회피적 대응을 하는 것은 오히려 미래 선도 기회를 포기하는 일이 될 수 있다. 기술 중심의 객관성과 더불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합의에 따라 수립된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한 이유이다. 강 교수의 말처럼 ‘선택과 집중’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발굴하고 육성해 나아간다면 탄소중립은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도약할 지렛대가 될 수 있다. 앞으로도 대한환경공학회와 강석태 교수의 연구가 대한민국의 기후리더십 확보에 힘을 실어 녹색산업의 성장과 미래의 밑거름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