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발달치료나 언어치료 등 ‘조금 느린’ 아이들을 위한 치료 분야는 지금과 상황이나 처우가 전혀 달랐다. 치료사도 드물었고, 무엇보다도 일반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급에서 남을 먼저 챙기고, 아이를 사랑하는 노인숙 치료사를 지켜본 고교 시절 담임 교사는 그에게 언어치료사라는 직업을 소개했다. 이후 장애인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봉사 활동을 나가고, 도움이 필요한 다양한 아이들을 만나며 언어치료에 대한 소명을 느꼈다는 노인숙 아동발달 치료사. 고된 순간도 있었지만, 성장하는 아이들을 볼 때면 행복했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는 힘이 있다, 그리고 그 힘을 키우는 것은 어른이다
진정 사람의 마음을 보듬는 ‘치료사’가 되려거든, 자신과 함께 하는 장애인 친구들과 한마음으로 어우러져야 한다. 아이들의 가장 슬픈 순간에서부터 기쁜 순간까지 모두 따뜻하게 보듬을 수 있어야 한다. 이 이야기는 분명 누구에게 물어도 올바르다 할 명제이지만, 이를 진정 내 마음속 깊이 받아들이기란 사실 어렵다.
노인숙 치료사는 장애인을 일컬어 자신의 ‘친구’라 말하며 제 곁을 찾는 아동과 한마음으로 어우러지는 참 스승이다. 노 치료사는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실시하는 바우처 사업 제공을 받아 정서적 및 신체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과 성인들을 위한 상담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진정 아이들의 곁에서 살며 호흡하고 그들의 고민을 실질적으로 해결해주는 벗이 되고 싶어 오늘도 아이들의 치료를 이어가고 있는 그의 이야기는 특히 “어린 시절은 우리가 소유할 가치가 있는 유일한 것이다”라는 오스카 와일드의 말과 맞물려 아이들이 나고 자랄 바로 이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게 한다. 그렇기에 무엇보다도, 노 치료사는 아이들에게 힘이 있다고 강조했다. 꿈을 꾸고 세상을 향해 자신의 이야기를 펼칠 그런 힘 말이다.
그러나 마냥 이 아이들의 손에 그 꿈을 맡기기엔, 그들은 아직 여린 존재다. 자기 뜻을 올바르게 표현하는 법도 전달하는 법도 아직 어른과 비교하면 한참 부족하다. 무엇보다도 아이에게 주어진 환경이 상상외로 가혹할 수도 있다. 선천적으로, 내지는 어떠한 사고에 의해 아이가 언어, 심리, 정서 및 신체적으로 여러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 치료사는 대학 및 대학원에서 관련 분야를 전공한 전문 치료사들이 언어재활, 작업치료, 감각통합, 미술 심리재활의 영역에서 활동하며 각 아동의 특성에 꼭 맞는 맞춤형 아이 마음 케어 컨설팅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노 치료사는 결국 아이의 장래를 고려하자면 치료사도 부모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 바로 아이의 ‘학업’이라고 말하며, 기자에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저는 단지 아이에게 피상적인 마음 치료를 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더 나은 학업 성취도를 올릴 수 있도록 돕고 있지요. 아이가 사회를 통해 배우고 학습하는 과정은 나아가 아이의 사회 활동에도 영향을 끼칠 만큼 아주 중요한 순간입니다. 아이의 일생과 삶의 질을 결정하는 척도라는 뜻이죠.”
간과해서는 안 되는 아이의 대인관계, 내 아이를 지켜라
아이의 유년 시절에 있어 친구와의 관계, 즉 ‘대인관계’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노인숙 치료사는 오랜 기간, 아이들을 만나오면서 안타까울 때가 많았다고 회상했다.
“문제는 아이가 단순히 말을 늦게 배우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 이런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얼마든지 개선될 소지가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아이가 제 뜻을 친구에게 올바르게 전달하지 못하는 데에서 오는 사회적 고립입니다. 이를 선천적으로 잘 극복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그러지 못한 아이들도 분명 존재합니다. 어린 시절에 보다 더욱 적절한 사회화 치료를 받을 수만 있었다면 불우한 학창시절을 보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일을 겪지 않았을 것입니다. 대인관계는 결국 ‘소통’의 문제니까요.”
물론 노 치료사를 찾는 학부모 중에서 간혹 아이가 치료 중 스트레스를 받을까 염려하는 경우도 있다. 노 치료사 역시 일정 부분 그 뜻을 공감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때 바로잡지 못하고 가는 경우 아이는 더 큰 어려움에 부딪히게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미래의 어려움에 비하면 아이가 당장 치료를 받으면서 겪은 스트레스는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잊지 않았다. “치료를 받았던 아이들을 나중에 커서 다시 만났는데 저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례도 있어요. 무려 저와 1년이나 함께 시간을 보냈는데 말이죠!” 그만큼 이러한 치료가 아이에게 유의미한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아니라는 뜻으로, 노 치료사는 아이의 원만한 교우관계, 나아가 학창시절에 만들 추억을 지키고 온전한 사회인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아이가 적기에 발달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아이들과 증상에 대한 노 치료의 공부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예로 들어 자폐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던 과거와는 달리, 근래엔 다양한 가설이 생겨났다. 이에 발맞춘 공부도 중요해졌다. 얼핏 보기에는 참으로 고단한 일, 그러나 노 치료사의 미소는 가실 날이 없었다. 가르친 아이가 사회에 나아가 제 몫을 톡톡히 해낸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기쁘단다.
앞으로 비영리기관 치료센터를 건립하고 싶다는 노인숙 치료사는, 앞으로의 목표를 위해 치료 봉사 대상 발굴에 힘쓰며 형편이 어려워 발달장애 치료가 필요해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찾아 틈틈히 봉사를 하고 있다. 발달 장애를 겪고 있는 아이들의 곁에서 함께하는 따뜻한 스승이자 친구인 노인숙 센터장의 마음이 많은 이들에게 전달되길 바라며 그의 행보를 항상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