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의 발전은 농업 가치사슬을 변화시키며 새로운 부가가치의 창출을 가져왔다. 농축산 부산물들은 다양한 소재와 제품으로 탈바꿈되어 농산업의 혁신을 이끌어내고 있다. 농업과 환경은 서로 뗄 수 없는 유기적인 관계라는 점에서 출발해 세계적인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온실가스 감축의 구체적 목표로 탄소중립(Net-zero)을 추구하며 환경친화적인 바이오소재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바이오룸은 친환경의 원료가 되는 버섯 균사체와 자연부산물을 활용한 환경친화적인 분해성 소재인 스티로폼 대채재를 개발하며 지속가능한 지구에 한 걸음 더 다가서고 있다.
버섯 균사체로 만든 친환경 스티로폼 포장재 ‘마이로폼(Myrofoam)’
우리 생활 곳곳에서 사용되는 스티로폼은 다양한 활용성을 자랑하지만 부피가 크고 재활용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해변 미세플라스틱의 94%는 스티로폼이라 알려졌다. 제조 공정에서 50여 가지의 화학 부산물을 배출하며 환경을 오염시키기도 한다. 이에 ㈜바이오룸은 100% 생분해성 소재인 버섯균사체로 친환경 스티로폼 포장재 ‘마이로폼(Myrofoam)’을 개발·생산하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
버섯 균사체로 스티로폼 포장재를 만드는 기술은 기존의 유해한 스티로폼을 대체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이다. 버섯의 뿌리 부분에 해당하는 균사체는 버섯이 생존을 위해 영양을 흡수하는 기관이다. 자연부산물로 만들었기에 생분해가 가능하며, 분쇄·살균 후에는 원재료화할 수 있다. 친환경 스티로폼 포장재를 사용하는 것만으로 환경보호와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바이오룸은 자체 종균 배양 시설과 단단한 종균을 보유하고 있다. 뛰어난 단열성과 충격 흡수 능력을 제공하기에 포장재, 건축 자재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 버섯의 균사가 스스로 밀도 높은 섬유조직을 만들어내기에 다양한 형태로의 조성이 가능한 것 또한 장점이다. 이와 관련해 ▲오염 저항 배지와 처리방법 ▲신속경화 균사체 물질을 활용한 버섯 균사체 친환경 스티로폼 제조방법 ▲별도의 내부 배양 기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 균사체 소재와 이의 제조방법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 나아가 한국농수산대학교, 서울대학교와 기술검증을 수행했으며, 연세대학교와는 소재 PoC를 진행하며 신뢰성을 확보했다.
바이오룸은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의 팁스(TIPS) 선정부터 2024년 청년창업아이템 챌린지(호남권) 최우수팀 선정 등 기업 내 좋은 소식을 전했다. 환경보호와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기술로 폐기물 문제 해결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송주영 대표는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기술 개발을 통해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친환경 소재의 상용화 더디게 하는 원인 ‘가격’ 경쟁력 확보에 주력
㈜바이오룸 창업 전 송주영 대표는 국내 대기업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커져갔다. 첫 도전은 커피 드리퍼였다. 평소 커피를 좋아하던 그는 직접 개발한 드리퍼로 창업대회에 출전해 수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디어의 단계와 양산 단계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있었다. 송 대표는 제품 하나를 양산하는데 그렇게 큰 비용이 드는지 처음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당시 대회 주관처에서는 친환경 소재로 제품을 제작한다면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을 건넸다. 그것이 바이오룸의 출발이었다.
“처음에는 플라스틱 대체품을 생산할 수 있는 무독성 CXP나, 생분해 플라스틱 PLA 등 친환경 소재를 공부했어요. 커피 관련 분야에 관심이 많다보니 커피박을 재활용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기도 했죠. 그러다 버섯균사체가 자연물질임에도 물체를 묶는 접착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바이오룸이 세계 최초로 친환경 스티로폼 포장재를 선보인 것은 아니다. 마이로폼 이전에도 생분해 스티로폼은 존재했다. 해외 기업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버섯 균사체의 생물적 특성을 이용해 다양한 친환경 산업 소재를 개발하고, 상용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왔다. 그러나 기존 스티로폼 대비 20배 이상의 높은 가격으로 인해 상용화에는 어려움이 따라 왔다. 송 대표는 버섯 균사체로 친환경 스티로폼을 생산하는 글로벌 기업이 있음에도 왜 주변에서 찾아보기 어려운지를 고민했다. 원인은 생산 공정이었다. 자연부산물과 버섯균사체라는 원재료가 저렴함에도 불구하고 소재를 만드는 과정이 번거로운데다 배양시간이 오래 걸렸기에 시중에 판매되는 스티로폼 대비 20배에 가까운 가격이 책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기업이 포장재로 채택하기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에 송 대표는 친환경 포장재의 상용화를 목표로 상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집중했다. 특성상 이동이 많고, 인건비가 많이 들어가던 공정을 자동화함으로써 투입되는 노동력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송 대표는 원재료의 특성은 그대로 유지하되 생산 기간을 단축하고, 공정을 단순화시켜 비용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바이오룸은 기존 균사 스티로폼 생산비용 대비 90%(60kg 생산 기준)의 비용 절감 효과를 이루어냈다. 마이로폼은 기존 스티로폼과 비교할 때도 합리적인 가격을 자랑한다. 금형이 복잡한 제품군의 포장재의 경우 오히려 저렴한 비용으로 친환경 포장재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혁신적인 생산 기술로 2주가량 소요되던 생산 기간 또한 단 3일로 압축해냈다. 송 대표는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나만의 아이템을 좇다보니 현재에 이르렀다며, 이제는 글로벌 스티로폼 시장으로의 진입을 목표로 국내 대기업과 협업해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겹겹의 우연을 기회로 만들어낸 열정, 사람과 사람 연결하며 기술력 높여간다
“처음에는 버섯균사체를 천연 접착제 정도로 생각했지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 무궁무진한 활용이 가능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스티로폼을 넘어 가죽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활용을 확대해가고자 합니다.”
자연물에서 찾은 버섯이라는 아이디어를 친환경 스티로폼 포장재로 구체화하기까지 수많은 우연이 있었다. 송주영 대표는 창업 경진대회에 마침 버섯을 연구하시는 분이 출전했다며, 평소 궁금하던 부분을 묻기도 하고 서로의 아이템을 접목하기 위한 방안을 찾다보니 아이템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금씩 공동 연구를 수행하던 버섯 연구자는 ㈜바이오룸에 합류해 지금까지도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농수산대학교의 존재 역시 그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다. 한국농수산대학교는 전국 유일의 버섯학과를 운영 중이다. 송 대표는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이 한국농수산대학교가 위치한 전주와 가깝다보니 자문을 구하고자 버섯학과 교수님께 연락을 드리고, 직접 찾아뵈면서 버섯 연구의 깊이를 더해갔다고 말했다. 겹겹의 우연을 기회로 만들어낸 그다. 연구의 성과가 날수록 다루기 어려운 부분의 전문가들을 직접 찾아 자문을 구하고, 인연을 만들어왔다. 현재는 5명의 연구원들이 바이오룸의 기술력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바이오매스를 재활용한 소재를 개발하거나 이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며 부산물을 구하는 데에도 경쟁이 일고 있다. 이에 송 대표는 영양원을 포함한 자연부산물 외에도 영양원이 별로 없어서 폐기되는 물질을 활용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자연 부산물 중에서도 활용이 어려운 물질을 활용해 원재료화하는 것이 목표다.
연구실 단계에서 양산 단계로 스케일업을 성공해야 한다는 과제도 남았다. 공장을 건설하고, 원재료를 대형 장비에 투입해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발생하고 있어서다. 송 대표는 실증실험을 토대로 다양한 변수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다양한 기업들의 긍정적 평가와 함께 협업 제의가 들어오고 있는 만큼 양산에 성공한다면 안정적인 성장곡선을 그려갈 것이라 내다보는 그다. 현재는 다양한 기관의 지원을 토대로 양산 시설 구축을 추진 중이다.
도입만으로 환경과 경제에 도움이 되는 친환경 스티로폼 포장재 개발한다는 자부심
최근 ‘탄소국경세’가 국제통상의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2021년 유럽연합(EU)에서 1990년 대비 2030년 탄소배출량을 55% 감축하기 위한 법안에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을 처음 도입하면서 알려진 제도로, 탄소배출을 많이 하는 국가에서 만들어진 제품을 수출할 때 수입국에서는 탄소배출량에 따른 수입 관세를 부과한다. 현재 EU로 수입되는 철강, 알루미늄, 전력, 비료, 시멘트, 수소 등 6개 업종에 탄소국경세가 적용되고 있다. 미국 역시 2025년부터 탄소국경세(Clean Competition Act, CCA) 도입을 예고하고 있다. 송주영 대표는 탄소국경세를 시작으로 플라스틱 등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물질에 대한 제제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마이로폼을 사용하는 것은 새로운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 내다봤다.
“저렴한 소재인 스티로폼은 소비 지역에서 생산되어 납품되는 구조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마이로폼 또한 전 세계 공장 및 기술 라이센스 등의 방법으로 현지 생산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합니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 마이로폼이 적용된 제품들을 만나고 싶다는 꿈을 실현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송 대표는 마이로폼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플라스틱이난 스티로폼이 환경에 미치는 폐해를 면밀히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하는 제품을 생산한다는 점에서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상용화를 서두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미 시중에 친환경 포장재들이 출시되어 있음에도 높은 가격으로 인해 산업에의 적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합리적 가격의 제품을 출시하는 것만으로 포장재의 친환경 전환을 위한 변곡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송 대표는 ㈜바이오룸과 함께하는 것만으로 보람이 될 수 있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세계 최대 농업강국인 미국은 탄소시장, 생물다양성 시장 등 24개의 新시장조성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지속가능한 농산품 개발과 새로운 생태계서비스 시장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콩의 부산물을 활용해 도로 아스팔트를 수리하고, 다양한 농업폐기물을 화학물질, 섬유, 에너지(항공연료)로 생산하는 날이 머지않았다. 친환경 생활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는 必환경의 시대, 합리적이면서도 편리한 친환경 제품을 선보이는 바이오룸의 내일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