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들도 차별받지 않고 배제되지 않고 비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더불어 행복할 수 있는 포용 국가로 만들어 나가겠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12일 청와대에서 발달장애인 평생케어 종합 대책 발표 및 초청 간담회를 가졌다.
미국 중증장애학회(The Association of Severe Handicap)와 지적 및 발달장애학회(The American Association on Intellectual & Developmental Disabilities)는 지적장애 및 발달장애를 가진 중증의 장애 아동들도 동등한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가지며, 즉, 체벌과 같은 혐오적인 중재를 하지 않고, 보다 인격적이고 긍정적인 행동분석 중재 방법을 사용하여, 문제행동에 접근할 것을 천명하였으며, 이에 따라 미국 장애아 교육법(Individual with Disabilities Education Act)에도 긍정적 행동지원이 포함되었다.
이러한 가치관아래 장애학생들의 심각한 행동문제를 과학적, 체계적으로 해결하고자 애쓰고 있는 한국행동분석학회를 찾았다.
발달장애아동의 행동 중재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한국의 거리에는 장애인들이 없다는 점이라는 말이 있다.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게 아니다. 장애인들이 바깥 활동을 하기 어려우니 나오지 못하는 것이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가지게 되는 이유는 일상에서 장애인들을 만날 일이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발달장애인들을 낯설게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어떤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다. 한국행동분석학회는 발달장애아동들의 문제행동을 응용행동분석(Applied Behavior Analysis) 이론에 근거하여 접근하고자 한다.
한국행동분석학회는 지적장애,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비롯한 발달장애학생들 가운데 특수교육 서비스가 필요한 학생들에게 효과가 검증된 응용행동분석(applied behavior analysis)방법을 체계적으로 연구, 보급하기 위해 창립되었다.
최근 특수교육 현장에서는 장애학생들의 문제행동 중재가 절실하지만, 특수교사는 한 학급의 여러 명의 장애학생들의 교육을 담당하여야하기 때문에 학급의 한명의 학생을 1대1로 문제행동 중재에 몰두하기는 어렵다. 최근, 시도 교육청이 장애학생들의 문제행동 치료를 위하여 외부전문가에게 단기간 중재의뢰를 시행하여 왔으나, 특수학교 및 특수학급의 다양한 문제행동을 가진 많은 학생들을 모두 대처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며, 중재의 지속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행동분석 전문 인력 양성 ‘시급한 과제’
최근, 특수학교에서의 장애학생의 문제행동 대처과 처벌에 있어서 인권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었다. 일반학생들과는 달리 장애학생들의 행동은 행동적 특성과, 행동에 대한 적절한 행동중재방법을 모를 경우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특수학교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에서조차도 장애학생의 문제행동에 대해서는 행동중재 전문가가 없어, 비록 위기관리 메뉴얼이 있어도 문제행동에 대한 적절한 기술적 대처가 어렵다.
장애학생들의 문제행동을 중재하기 위해서는 가정 및 교사 면담, ABC 직접 관찰과 행동 체크리스트 등 간접 평가를 활용한 다양한 진단, 평가과정을 통해 행동의 동기를 파악하고 중재계획을 세워 담임교사와의 팀 접근을 통하여 지속적인 점검과 평가를 기초로 중재가 실시되어야한다.
특수학급이 있는 일반학교 및 특수학교에서는 심각한 문제행동을 가진 학생들의 중재에 있어 많은 어려움이 있다. 특수교사들은 한 반의 전체 학생들을 돌보는 것도 벅차기 때문에 교실에서 한 명이라도 자해나 공격 같은 과격한 행동을 할 경우 감당하기 쉽지 않다.
한국행동분석학회(Korean Association for Behavior Analysis, www.kaba.or.kr
)는 응용행동분석 전문가를 과학적,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행동분석 전문가 자격증을 관리, 운영한다. 장애아동들의 국제행동분석가 과정과 일치하는 교육과정 이수, 필기시험과 현장실습 450시간의 엄격한 절차를 거쳐 국내 ‘행동분석전문가’ 민간자격증을 발급하고 있다. 또한, 국제 행동분석협회(Association for Behavior Analysis International)와의 교류와 행동분석가협회(The Behavior Analyst Certification Board®,Inc.(BACB®)와 공조하여, 전세계적으로 25개국 이상 국가의 국제공인 행동분석가 과정인 BCBA(Board Certified Behavior Analysist)시험의 한국어버전을 관리하였고, 현재, 보수교육시간(CEU)제공 기관이다.
발달장애 아동의 문제 행동 중재 분야에서 질적으로 우수한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장애 학생들은 학령기에 들어서면서 대부분 특수학교와 특수학급에 재학하며 다양한 행동 문제가 발생할 때 시도 특수교육지원센터에 의뢰하고 있지만 문제행동 중재전문 인력이 배치되지 않아, 외부 전문가에게 의뢰하고 있다. 한국행동분석학회에 따르면 국내에 소재한 국제공인 행동분석 전문가(BCBA)는 90여명에 불과하다. 즉, 향후 행동분석전문가 또한 국가공인자격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시,도 특수교육지원센터에 행동중재 전문가가 배치되어 적어도 관할 구역내 모든 학교를 순회하며, 장기적 안목에서 문재행동에 대한 행동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할 것으로 보인다. 장애 아동의 특성을 이해하는 동시에 과학적 행동 평가 및 중재 방법으로 문제행동에 대한 체계적 접근을 하는 전문가 인력 양성은 매우 시급한 문제다.
즉, 질적으로 능력있는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한국행동분석학회에서 국내 자격시험을 주관하고 자격증을 발급하고 있지만 장애아동 문제행동 중재를 위한 “국가 공인 자격증 도입이 시급하다”라고 강조한다.
한국행동분석학회에서는 회원 및 전문가들의 수행능력 및 학문분야 발전을 위하여, 행동분석 및 긍정적 행동지원 분야의 학문 발전과 장애 아동 교육을 위해 특수교육 현장 전문가들을 위한 국내외 학술대회, 워크숍, 국내외 연수 및 학술지(연구재단 등재후보지)를 발간하고 있다.
의료보험 적용으로 부모 부담 줄여야
취학 전 발달장애영·유아들의 경우에도, 조기 치료와 교육을 받으면 효과가 크지만, 문제는 공인된 치료기관이 많지 않고, 사설기관의 경우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 최근 서울특별시 어린이병원 삼성발달센터가 작년에 문을 열었다. 하지만 진단에도 몇개월 이상이 소요될 만큼 대기 인원이 많다. 만약 아이가 만 3세라면 조기중재의 적기인데, 진단 평가에 몇 개월을 소요하고, 또 중재에도 대기인원이 많아 중재의 중요한 시기를 놓칠 수 있다. 따라서, 한국행동분석학회는 행동분석 중재에 대한 의료보험 적용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힘주어 말했다. “발달장애영유아들의 행동분석 치료는 초기에 하는 것이 필수인데 부모의 경제적 사정에 따라 초기 치료와 교육의 기회가 차별적으로 주어져서는 안됩니다.”
한국행동분석학회는 장애학생들의 행동 문제를 발생 후 처벌 보다는 미연에 막는 예방에 보다 초점을 맞춘 긍정적 행동지원(positive behavior support)에 보다 역점을 둔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발달장애학생의 문제행동을 인격적 테두리에서 보고, 수정해주는 것은 아이들이 보다 다양한 행동을 스스로 선택하여 할 수 있는 자유를 넓혀주는 일인 동시에, 가족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