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와 사용자의 갈등이 점차 심화되고 있는 구조다.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오르고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개념이 점차 확산되면서 권익을 찾으려는 노동자와 회사의 이익 창출을 크게 보는 사용자 간의 거리감이 커지고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한쪽 편의 문제가 아니다. 노동자와 사용자가 머리를 맞대고 노동법을 바르게 해석하면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위기다.
딱딱한 노동법을 내 상황처럼 알기 쉽게 설명해 이해도 높여
노동법 해석과 현장 적용에 정통한 나눔노사관계연구소 김영호 노무사가 최근 책을 펴냈다. 김영호 노무사는 어려운 단어와 법률 용어로 쓰인 노동법을 알기 쉽게 해석한 ‘당하지 않습니다’를 출간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우리나라 근로자와 사업주 관계를 대변할 수 있는 직종 중심으로 책이 전개된다. 아르바이트 노동자, 인사팀 직원, 하청업체 노동자, 계약직 노동자가 겪을 수 있는 문제를 스토리텔링으로 소개했다. 온전히 김 노무사가 노동법 관련 상담을 통해 경험한 사례와 각종 노동사건 판례에서 영감을 얻어 책의 내용이 완성됐다.
“여러 노동자의 상황을 표현하고 싶어 4명이 이야기하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주변에 여러 청년과 인사팀 관계자, 사업주 등 많은 분들을 보면 기본적인 노동법 내용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해요. 퇴직금이 있고 휴가가 보장되는 등의 아주 기초적인 것, 당연히 알아야 할 노동법을 모르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집필하게 됐습니다. 최소한 이 정도의 내용은 알고 취업해 사회생활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가 노무사로 일하면서 깜짝 놀란 사례는 무수히 많다. 1주일에 16시간 이상 근무하는 근로자에게 퇴직금, 주휴수당을 주지 않는 사례도 보았다. 하청업체가 납품 일자를 맞추기 위해 노동자의 근무시간을 길게 잡는 현실도 보았다. 그는 세상을 바꿔야겠다는 조그마한 사명감에 불타 책을 쓰고 강의를 해오고 있다. 그는 잘못된 편견과 오해가 노동법이 지켜지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으며, 노동자와 사용자의 상반된 주장 때문에 곳곳에서 마찰음이 나고 있다고 판단한다. 그는 “인권을 강화하면 경제가 나빠진다고 믿는 선입관,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의 혐오 등이 뿌리가 깊다”라며 “인권과 연대의식, 상생을 중요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가장 좋은 것은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이나 미국처럼 중·고등학교 때부터 정규과목으로 노동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교과 과정이 변화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 그는 더욱 강의와 글을 쓰는 일에 매달리고 있다.
켜켜이 쌓인 노동자와 사용자 갈등 푸는 솔루션 제시할 것
그는 세종사이버대학교에서 교양 강의를, 고려사이버대학교에서 법학 강의를 하고 있다. 두 강의는 수강생이 달라 내용을 달리한다. 세종사이버대학교에서는 교양과정이라는 취지를 고려하여 퇴직금, 주휴수당 등 직장인에게 꼭 필요한 노동법 상식을 전달하기 위해 강의를 쉽게 풀어쓰고 있으며, 고려사이버대학교에서는 법전공자들이 사례중심으로 법을 학습하도록 노동법이 현장에 적용될 때 만나는 다양한 케이스나 돌발 상황을 주로 다루고 있다. 교과서나 노동법에 명시된 내용 그대로 현실이 재현되지는 않는다. 그는 강의 초점을 평범한 직장인이나 노사 관계를 조율하는 노동 전문가 모두 갑자기 문제가 돌출되더라도 현명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 강화에 맞추고 있다. 드라마 사례나 미디어를 활용해 노동법의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그만의 강의 비법이다.
“노동 전문가가 필요한 곳은 많은데 그 중에서 저에게 맞는 자리는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앞으로 수준이 높은 노동교육을 실현하고 싶습니다. 강의하면서 틈틈이 책을 쓰고 교육 기능을 강화한 노무사 사무소를 만드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그는 자신과 뜻이 맞는 노무사들과 협업하면서 교육에 특화된 노무사 사무소를 키워나가는 것을 목표로 삼으며 인사노무 실무자, 노조 간부를 위한 실무적인 노동법 책 집필도 기획하고 있다. 인사팀이나 노조간부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노동법 내용을 임금, 근로시간, 징계 등 테마로 구분한 책을 구상 중이라고 한다. 그의 힘찬 날갯짓이 시작됐지만 노동관련 이슈는 곧 터질 것 같은 시한폭탄이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책임을 전가하는 구조, 원청업체가 하청업체를 착취하는 비리가 끊이지 않는다. 갑·을·병·정의 계약 관계에서 누구나 갑이 되고 싶어 을과 병마저 갑질을 하며 정을 괴롭히는 사회. 근로자의 인권을 강화하면 사용자의 이득이 줄어든다는 오해와 서로를 혐오하며 소비하는 감정 낭비까지. 우리 사회 곳곳이 병들어 있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겁이 날 정도로 대한민국은 끙끙 앓고 있다. 노동 전문가인 그는 그저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기로 했다. 극단적 이데올로기를 해소하기 위한 작은 몸부림일지라도 괜찮다.
노동법은 노동자의 인권을 위해 규정한 최소한도에 불과하다. 사용자에게 이를 설득하는 일이 힘들지만 뿌듯하다. 물론 노동자도 사용자를 존중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그는 “노동자와 사용자의 권리와 의무가 무엇인지 나누며, 서로 존중하는 사회를 건설하는데 이바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노동법을 준수하며 주위를 배려하는 사회가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