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중후반, 각종 매체에 ‘힐링’이라는 키워드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이래로 현대인들은 병들어 있는 내면을 치유하는 데에 보다 적극적으로 시간을 쏟고 있다. 그러나 시대가 거듭되어도 이 키워드가 흐릿해지지 않는 것은 여전히 각자의 삶으로부터 상처 입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 테다. 사는 동안 결코 놓아서는 안 될 내면의 돌봄을 지속시키는 데에 ‘힐링’만큼 부드럽게 우리를 독려하는 단어가 또 있을까. 신년에 대한 기대로 마음이 부풀어가는 요즘, 켜켜이 쌓인 상처를 치유하고자 모여든 사람들과 인생을 나누고 있는 자민힐링심리연구소 서애리 원장을 만났다. 연구소와 더불어 한국아로마디자인전문협회를 이끌어가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말에도 색깔과 향기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오감으로 체험하는 ‘힐링 상담’
문득 마음이 으슬으슬하고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재채기가 나올 것 같은 느낌일 때, 말하자면 마음의 감기에 걸린 것 같을 때 찾는 곳이 바로 심리상담소다. 마음 깊이 묵혀 있던 이야기를 털어놓고, 공감을 받으며 우리의 마음은 치유된다. 이때 마음치유 연구를 게을리 않는 서애리 원장은 우리에게 친숙한 ‘공예’와 ‘아로마’를 상담에 접목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저는 아로마테라피스트로 오랫동안 활동했어요. 향기가 사람들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아주 가까이에서 체험했죠. 자신에게 꼭 맞는 향기를 찾은 사람들의 마음이 긍정적으로 변화되고 내면이 단단해지는 것을 보면서 심리상담의 한 축으로 활용해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했어요. 또, 여기에 눈에 보이는 컬러까지 더해서 사람들 개개인의 삶에 아름다운 색과 향기를 입히기로 결심했죠. 우리의 일상 속에서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향기와 컬러, 모두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존재지만 그 안에 사람이 들어가게 되면 손에 잡히지 않던 자신의 마음이 담기기 마련이거든요.”
16년 가까이 심리상담에 대한 다각도의 연구를 이어가고 있는 서 원장의 일상은 그의 끈질긴 학구열만큼이나 촘촘하다. 내부에서는 향기・컬러테라피와 토탈 공예부터 시작해 힐링 타로 클래스를 열어 다양한 분야의 수강생 배출에 힘쓰면서 심리상담자로서의 창업을 목표로 하는 이들에게는 컨설팅도 함께 진행한다.
또한, 클래스 과정에는 일반과정과 창업과정뿐만 아니라 국비지원 교육과정의 인증을 받아 국비지원 교육까지 확대하여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국비지원 교육과정의 교육과목은 ‘프리저브드 플라워 공예상품 제작 양성 과정’ 실업자 과정과 ‘가공화 상품 복합공예 양성 과정’의 실업자 과정, 자영업자 과정이다. 서 원장은 “공예는 다양하게 활용되는 매개체를 통해 무언가를 손끝으로 이뤄내며 힐링을 찾는 것이고, 자신의 가치 있는 삶을 만드는데 마중물이 되는 시간이 되며 공예 테라피스트들의 폭넓은 기회가 되는 교육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며 준비한 국비지원 교육과정”이라고 전했다.
이 가운데 틈틈이 여유가 생기면 기업의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힐링 강의까지 펼치고 있다. 오늘날 서 원장으로 하여금 이처럼 긍정적인 에너지를 꾸준히 전파할 수 있게 만든 원동력이 궁금했다.
“지금의 제가 있기까지 아로마테라피스트로 활동하던 때의 영향이 컸어요. 몸과 정신을 케어하는 천연 향기를 공부하고 생활에 접목시키면서 아이의 사춘기를 평화롭게 보내는 등 실질적인 도움도 많이 받았죠. 이 과정에서 공예처럼 DIY 활동과의 결합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제 손으로 직접 향기를 입히고 빚어낸 공예품이 우리의 일상 곳곳에 자리하는 식으로 말이에요. 저희 연구소의 기둥과 뿌리가 아로마라면, 무성하게 가지를 치고 열매를 맺는 것이 공예와 컬러가 아닐까 싶어요.”
서 원장 본인 자신도 스트레스에 취약한 현대인으로써 자가 치유를 위해 시작한 공부를 여기까지 발전시킨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덕분에 자민힐링심구연구소는 대면상담 위주의 심리연구에 국한되지도 않으며, 또 공예학원이나 공방의 개념에만 머무는 공간 개념이 아닌 몸과 마음 모두를 건강하게 하는 하나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여전히 스스로 깊이의 갈증을 느끼며 부단히 노력하고 사람들의 잃어버린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그가 사뭇 아름다워 보였다.
세상은 우리의 짐작보다 조금 더 따뜻한 곳일지도
자민힐링심리연구소를 찾는 이들은 극한의 상황에서 문을 두드리기보다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정도의 하소연을 하고 싶어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음의 불편함을 느껴 감정 코칭을 받거나 특히 경력단절이 쉬운 여성들의 경우 취업 멘토링을 통해 삶을 지혜롭게 헤쳐 나가고자 서애리 원장을 찾는다.
서 원장은 상담이 가진 힘을 알고 있다. 짧은 대화를 통해 어떤 이는 삶에 대한 희망을 얻기도 하며, 어떤 이는 오히려 삶의 끈을 놓기도 한다. 때문에 그는 상담을 원하는 이들이 마음을 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고, 센터 창업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기질검사를 진행하며, 상담사로서의 책임감을 요구한다.
“상담이라는 건 내담자에게 무언가를 지시하거나 가르치는 게 아니에요. 저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풀어내는 대화를 통해 스스로 답을 찾게끔 유도할 뿐이죠. 이야기를 하다보면 점차 자신의 생각이 정리되고, 과거의 나를 돌아보며 깨우칠 수 있도록 말이에요. 단체 힐링 수업의 경우도 수업의 개념이 아니라 마치 템플 스테이를 하듯 편안하게 쉬다 가는 구성으로 짜여있어요. 참가자들은 아로마 명상을 하고, 나만의 스토리가 담긴 공예품을 만들어내고, 따뜻한 차 한 잔 마시며 자신을 다독이는 경험을 하게 되죠. 그러고 나면 삶이 만들어낸 응어리가 풀어진다고들 말씀해주세요.”
서 원장은 협회와 연구소를 이끌어 오면서 많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각종 상담자격증을 발행하는 기관의 리더이자 힐링공예를 전달하는 선생이면서 때로는 여성창업으로 인도하는 인생의 스승이 되기도 한다. 그는 이 모든 순간을 돌아보며 자신이 여성들이 언제라도 다정히 찾을 수 있는 친정 같은 존재가 되기를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서 원장의 말마따나 세상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살만한 곳인지도 모른다. 그를 만나고 돌아가는 길, 마음에 팽팽한 보호막이 덧대어진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