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트볼은 노인들만 하는 운동이다? 게이트볼에 대한 편견은 공고하다. 포털사이트의 게이트볼 연관 검색어만 봐도 ‘노인 스포츠’, ‘노인 골프’가 있다.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스포츠라 이런 인식이 있지만 그만큼 전 세대가 즐길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한 스포츠이기도 하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게이트볼 시•군 협회가 있는 경기도에서는 게이트볼이 점점 주민들 생활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게이트볼 인기 갈수록 커지는 경기도
게이트볼은 막대기 모양의 채로 공을 쳐 게이트에 통과시키며 즐기는 스포츠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가 쉽게 즐길 수 있다. 특별한 경기장이 없어도 넓은 공터만 있으면 할 수 있는 데다 경기 규칙이 쉽고 육체적으로도 무리가 없다.
정해선 경기도게이트볼협회장은 협회장으로서 게이트볼을 전 세대에 특히 어린이, 청년들에게 널리 보급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라며 게이트볼의 장점에 대해 힘주어 얘기했다.
“게이트볼은 과격한 운동이 아니라 다칠 위험도 적고 경제적으로도 크게 부담이 가지 않는 스포츠입니다. 본인의 스틱만 있으면 대한민국 어디에서나 자유롭게 경기를 할 수 있지요. 어린이들은 두뇌개발에 도움이 되고 부녀자들에겐 좋은 여가활동이 됩니다. 노인들은 정신과 신체를 모두 단련할 수 있어 치매 예방에 좋습니다.”
경기도는 전국 17개 시•도 협회 중 가장 많은 시•군 협회를 거느리고 있다. 경기도 31개 시•군, 읍•면•동에 676개의 게이트볼 실내외 경기장이 설치되어 있다. 중부, 동부, 서부, 남부, 북부, 동북부 6개 지역으로 나누어 521개 분회로 나누어져 있으며 회원은 4만여 명에 이른다. 대회로는 경기도에서 주관하는 경기도지사기, 경기도생활체육대축전, 경기도협회장기, 전국초청대회 등이 있으며, 시•군별로 주관하는 도협회장기 대회도 매년 20회 이상 개최된다.
매년 심판원 양성 및 교육도 활발히 진행한다. 또한 대한게이트볼협회 주관 전국생활체전 및 전국대회에서 경기도 대표팀이 종합우승을 독점하고 있을 정도로 성적도 우수하다. 지난해에는 경기도 주관으로 전국초청대회가 세 번 개최됐다. 8월 29일 여주 세종즉위 600돌기념 전국초청대회를 시작으로 10월 10일 제3회 포천 오성과 한음배 전국초청대회, 11월 7일 제2회 양평 영목은행수기념 전국초청대회를 치렀다. 7세의 최연소 출전 선수부터 94세 최장수 어르신까지 전국대회 최고 실력자들을 초청했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만족스러운 대회였다며 전국 동호인들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더불어 지역 특산품 및 관광지를 소개하고 연계해 지역 경제에도 많은 도움을 줘 주민들의 호응도 컸다.
정 회장은 1997년 지역의 노인대학에서 처음 게이트볼을 접했다. “실제로 해보니 간단하면서도 좋은 운동이라 금방 심취하게 됐고 주위 사람들에게 더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유휴지를 이용해 마을에 구장을 만들어 주민들과 게이트볼을 즐기기 시작했다.” 정 회장의 이런 적극적인 태도로 수원시협회, 경기도협회, 전국협회에서 중요 직책을 맡게 됐고, 21년 동안 게이트볼 홍보대사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선수로도 활약해 성과…관련 교재까지 발간
정 회장은 2008년 부산에서 열린 ‘제4회 세계게이트볼대회’에 참가해 은메달을 받기도 하고 각종 대회에서 많은 상을 휩쓴 고수다. 이에 대해 정 회장은 특별한 비결은 없다며 “함께하는 동료들과 매일 모여 연습을 했다. 꾸준한 훈련, 노력의 결실이라고 생각 한다” 라며 겸손히 답했다.
정 회장의 게이트볼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게이트볼 선수로, 협회장으로 활동할 뿐만 아니라 게이트볼 교본까지 직접 써서 출간했다. ‘게이트볼의 기술과 작전’, ‘게이트볼 지상중계’라는 책이다. “게이트볼에 빠진 뒤 나 혼자만 즐길 게 아니라 게이트볼에 대해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기술을 전파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노인들만 하는 운동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싶었다. 게이트볼을 널리 보급해 국민운동으로 발전시키고 싶었다”라며 책을 쓰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먼저 정 회장은 게이트볼 발전연구회라는 조직을 만들었다. 게이트볼을 즐기는 같은 지역의 연구위원들이 모여 게이트볼의 기초, 기술, 경기 작전 등을 함께 연구하며 교본의 기초 자료를 만들어나갔다. 특히 눈에 띄는 교재는 ‘게이트볼 지상중계’인데 바둑에서 복기를 하듯 전체 경기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풀어쓴 것이다. 정 회장이 가장 최근에 쓴 교본은 2016년에 발간한 ‘역전승의 묘수, 함께 풀어봅시다’이다. 전국대회, 일반대회의 결승전, 준결승전 같은 결정적인 경기에서 마지막 순간에 역전을 해 이기는 극적인 순간들이 종종 있는데 이런 장면들만 모아 분석한 것이다.
게이트볼협회는 지난해 대한체육회와 합병을 해 처음으로 국가대표 선수를 구성했다. 정 회장이 초대 감독으로 초빙돼 지난 9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제12회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했다. “엘리트 팀을 육성해 전국체전, 세계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꿈”이라고 밝힌 정 회장. 특정 종목 스포츠가 젊은이들에게 활성화되는 지름길 중 하나는 엘리트 종목으로 채택돼 전국체전 종목으로 채택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 회장은 게이트볼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사랑을 당부했다. “게이트볼은 중국에서 국기(國技)로 사랑받습니다. 어린이, 청년, 노인까지 3세대가 야외에서 함께 할 수 있는 가족 스포츠는 흔치 않습니다. 게이트볼로 온 가족이 건강과 행복을 누리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