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당일, 기자가 찾은 상서초등학교는 최근 덧칠한 고운 색감의 건물 외벽과 맑은 하늘이 조화로운 소담한 모습이었다. 충남 공주시 우성면에 위치한 이곳은 밝고 순수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하다. 대도시 못지않은 양질의 방과후학교 수업을 들으며 저마다의 꿈을 키우는 학생들을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응원하며 격려한다. 어르신이 친손자, 친손녀처럼 여기면서 맞아주고 지역 사회의 기둥이 된 선배들이 적극적으로 후원한다. 과거 폐교 위기에서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을 마음껏 보게 되기까지 상서초등학교는 어떤 변화를 겪었을까.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으로 부활한 상서초등학교
매일 아침 8시. 상서초등학교 윤복자 교장이 학생들을 맞이한다. 등교 차량을 타고 내리는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부르며 인사를 한다. 씩씩하게 인사한 아이들은 쏜살같이 교실을 향해 달려간다. 2016년 전교생이 31명, 유치원생이 9명에 불과했던 상서초등학교 학생 수는 2019년을 기준으로 전교생이 81명, 유치원생이 14명으로 대폭 증가했다. 두 배 이상의 성장을 이루기까지 윤 교장은 하루도 쉴 틈 없이 발로 뛰었다. 학부모가 자녀를 맡길 때 가장 원하는 것은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이다. 굳이 비싼 돈을 들이면서 학원을 가지 않아도 학교에서 학생들의 적성과 소질을 발견해 키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난 2016년 부임한 윤 교장은 지역 관계자와 지역단체장 등이 참여하는 학교살리기협의회를 개최하면서 가장 처음 해결할 과제로 방과후학교를 선택했다. 그는 공주시에서 오랫동안 교직생활을 하면서 알게 된 실력파 강사진을 섭외했고 학부모 대상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했다. 객관적인 방과후학교 계획을 전달하면 그가 직접 나서 교육철학을 전했다. 그는 “공교육을 보완하고 사교육을 절감하고자 운영하는 제도가 방과후학교다”라며 “지역사회와 마을 인프라를 지속적이며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업을 기획해 좋은 반향을 일으켰다”라고 밝혔다. 수요가 많은 영어, 컴퓨터, 태권도는 주3회로 준비했고 연극, 피아노, 난타, 논술, 음악줄넘기, 댄스, 로봇, 중국어, 뉴스포츠 등 다양한 과목을 신설했다. 한 사람이 3개의 악기를 배울 수 있도록 오카리나, 바이올린, 단소 수업을 진행했다. 그는 토요방과후학교가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토요일에도 기꺼이 출근한다. 토요방과후학교 과목은 피아노, 요리교실, 프리테니스, 승마, 족구, 어버이집 요양원 봉사, 학교 텃밭 가꾸기 등이 있다. 특히, 마을교육공동체와 함께한 3세대 게이트볼(노인회관 어르신, 학생, 학부모 참여), 학교인근 승마장, 상서떡방앗간과 연계한 전통떡 체험은 방과후학교의 만족도와 차별성을 높이고 있다.
“상서초등학교 학생 전원이 방과후학교에 참여하며 학부모와 학생 만족도는 98% 이상입니다. 5학년이 되면 졸업할 때까지 컴퓨터를 집중적으로 배워 ITQ 자격증을 취득한 후 중학교에 진학합니다. 상서초등학교로 전학을 온 아이들이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면 저의 모든 열정을 쏟아 좋은 결과를 얻어 기쁩니다.”
학부모와 소통하며 성장 기틀을 마련하다
학부모와 단절된 학교는 오랜 생명력을 유지할 수 없다. 윤복자 교장은 먼저 학부모들에게 허심탄회하게 다가가 학생 예술제, 영어 페스티벌 개최의 의지를 밝혔다. 학부모들도 동참하고자 멋진 댄스 공연을 짬을 내 연습했다. 학교는 공간이 협소하여 공주시 문예회관을 대관, 200여 명의 학부모 및 관람객이 참석하였고 훈훈한 분위기가 조성되어 교육적 효과를 배로 하였다. 공주시가 학생과 학부모들의 단합을 위해 매해 개최하는 ‘어머니 생활체육대회’에서도 상서초등학교는 2017년과 2018년 2년 연속 화합상을 받았다. 직장에 다니는 어머니들이 저녁 연습을 할 때 그는 조용히 찾아가 응원했다. 실제로 학교 측과 학부모들이 화합하며 단결하는 모습은 공주시 지역 전체에 귀감이 되었다.
그가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는 더 있다. 방학기간을 이용해 카이스트 학생들은 로봇캠프를, 공주교육대학교 영어과 학생들은 영어 캠프를 열었다. 이에 학생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등교해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상서초등학교의 활약은 수상의 기쁨과 지역 명예를 드높이는 일로 이어졌다. 2017년 충남 교육과정 최우수교 선정과 미래교육박람회 진로분야 부스 운영, 2018년 11월 충청권 혁신마당에 충남 대표로 참여 등 외부에서 주목하기 시작했고 올해 1월 전국 방과후학교 대상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거머쥐었다. 그는 “지역사회와 학부모와 학교가 힘을 합쳐 상서초등학교가 되살아났다”라며 “앞으로 승승장구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지킨 초심을 잃지 않으시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올해 상서초등학교는 두 가지 기쁜 소식을 들었다. 방과후학교 수업에 반해 전학 온 학생이 많아지면서 졸업식을 할 공간이 마땅치 않았다. 한 학부형이 선뜻 공간을 무료로 대여해주셔 졸업식을 성대히 마쳤다. 동창회는 후배들의 성장을 기뻐하며 푸짐한 음식을 마련했다. 공주시는 해마다 성장하는 상서초등학교를 위해 새로 지어질 강당 공사비를 지원한다.
“작은 시골학교지만 학생들의 잠재된 역량을 100% 끌어내 더 건강하고 발전하는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는 아이들을 보니 보람을 느낍니다. 주체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학부모님이 계셔서 상서초등학교가 짧은 시간에 비약적인 발전을 해냈습니다.”
바른 은사는 아이들의 미래를 바꾼다. 그의 교육철학에 따라 성장한 상서초등학교 학생들의 장래는 분명 밝게 빛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