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미 포화된 영어 교육 시장을 살고 있다. 그러나 마치 영어를 평생의 숙적처럼 대하는 분위기는 여전한 것 같다. 청소년 시절에 영어 학원 한 번 다니지 않은 사람이 없듯 우리는 성인이 되어서도 영어에 발목을 잡히고 만다. 토익, 토플, 오픽…. 대입을 위한 영어가 있던 자리에는 자연히 취업이 대신하면서 영영 영어와 친해질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이 그동안 우리가 보아온 영어 교육의 흐름이었다. 그리고 성인이 된 우리는 문득 궁금해진다. 영어를 10년이나 배웠는데도 영어의 장벽은 왜 높게만 느껴지는 걸까, 하고. 영어를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써 대하고, 또 모국어 다음으로 가져가고 싶은 언어로써 다가가려는 이들에게는 뭔가 다른 영어 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꼭 이와 같은 고민을 한 스탠퍼드 MBA 출신들이 모여 마침내 영어 교육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2015년부터 사업을 시작한 에듀테크 스타트업, ㈜링글잉글리시에듀케이션서비스 이성파‧ 이승훈 공동대표를 만나 그들이 펼치는 새로운 영어 교육을 느껴 보았다.
링글, 기존 영어교육에 날개를 달다
링글을 한 마디로 소개하자면 40분 동안 해외 명문대 출신 튜터와의 1:1 화상 영어교육을 제공하는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만 보면 그동안 우리가 만나온 숱한 영어교육 브랜드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링글에게는 분명 특별한 것이 있다. 톱 MBA 출신이 집필한 200여 개의 시사 이슈를 교재로 사용하며, 실시간 구글 독스 및 AI 기반 대화 분석기술이 접목된 고도화된 에듀테크 기반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진일보한 영어교육 링글. 이성파·이승훈 대표는 “영어 장벽이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우리들의 최종 미션”이라고 말했다. 두 대표가 공동 창업을 하게 된 배경과 과정에 대해 먼저 물었다.
“스탠퍼드 MBA에서 처음 만났어요. 아무래도 창업의 성지인 실리콘밸리 중앙에 있는 스탠퍼드에서 공부를 하다 보니, 창업에 대한 생각도 넓어지고, ‘우리도 이 세상을 위해 무엇인가를 만들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처음엔 주변을 향한 문제해결적 관점에서 사업을 바라보기 시작했는데, 그 시기가 저희로서는 영어 때문에 MBA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던 때였거든요. 문득 한국에서 그렇게 열심히 영어공부를 했는데도 MBA에 와서까지 언어장벽을 느끼는 현실에 대한 자각이 일어났죠. 이는 곧 한국에서의 영어공부를 향한 문제 지적으로 나아갔고, 마침내 ‘한국에서도 제대로만 공부하면, 글로벌 사람들과 영어로 충분히 소통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서비스를 만들어 보자’ 라는 결심으로 발전했습니다.”
링글이 본격적으로 출범하기까지 두 대표는 MBA에서 500번에 달하는 테스트 수업을 진행했다. MBA 1학년 2학기 과정부터 ‘아시아 사람들을 위한 영어 서비스’를 기획하고 주변에 있는 스탠포드 미국 학부생들과 한국 내 직장인 친구들을 온라인으로 연결하면서 자신들의 가능성을 실험해 본 것이다. 이승훈 대표는 “수강생을 위한 1:1 영어 서비스의 모습은 어때야 하는지, 현장에서 고객 피드백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다듬어 나가기 시작했다”고 그때를 회상했다.
MBA 2학년, 두 대표는 법인설립을 통해 링글의 정식 서비스를 런칭했고 이성파 대표가 코딩에 뛰어들면서 링글의 정신이 담긴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이 구축되었다. 이승훈 대표의 경우 고객 한 명, 한 명과 꾸준히 연락하면서 고객 기반의 데이터를 쌓아갔다고.
“한국에 돌아온 뒤, ‘엔젤투자’를 받으면서 링글에도 날개가 달리기 시작했어요. 팀을 충원하고, 서비스 향상에 필요한 선도 기술을 저희 앱과 웹에 빠르게 도입해나갔죠. 신진 기술과 새로운 지식은 적극 반영하되, 여전히 고객 분들과는 최대한 대면으로 만나면서 불편함을 경청하고 있어요. 이를 바로 반영하는 것이 링글을 성장시키는 중요한 자세라고 생각해요.”
실전에서 흘러나오는 영어가 진짜 영어
최근 링글에게 생긴 가장 반가운 소식은 투자 유치 아닐까. 특히 투자 유치 성과에 주요했던 포인트가 드라마틱했다. 바로 실제 링글의 고객 중 한 분이 투자사로 이직을 하게 되었는데, 유저의 관점에서 링글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어필한 것이다. 사용자의 직접적인 애정만큼 증명되는 가능성이 어디있을까.
“해당 고객님께서 공식적으로 기업설명회를 할 때에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해요. ‘영어 시장이 이미 성숙하고 정체된 시장처럼 보일 수 있지만, 여전히 한국 및 많은 아시아인은 영어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그들의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서비스는 정말 맞춤 서비스여야 하는데, 그 맞춤 서비스를 링글이 구현해 나가고 있고, 아직 완벽하지 않지만 고객들이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 투자를 통해 기술을 더 고도화하고, 유저가 공부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 드리면, 전 세계 사람들이 링글을 이용할 것이다’라고 말이죠. 저희로써는 감사하고 감동적인 결과일 수밖에요.”
이성파 대표는 특히 자신들 뿐 아니라, 링글이라는 팀 자체가 오랜 기간 동안 하나의 문제에 집중해서 그 본질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 높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언젠가 교육시장에 혁신을 만들어낼 팀이 등장한다면, 그것은 링글처럼 영어교육을 향한 남다른 소신을 끝까지 지켜가야 할 팀이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앞으로도 링글의 교육 목표에 동의하고 함께 성장해나갈 주요 고객층이 궁금했다. 이승훈 대표는 그에 따른 교육 전략까지도 답변했다.
“현재 대부분의 고객은 한국 직장인 및 대학. 대학원생입니다. 그중에서 25~30%가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이고요. 해외에 거주하면서 영어 사용의 비중이 높아지는데, ‘아무도 내 영어에 대해 교정해 주지 않고 피드백해 주지 않기 때문에 영어 실력이 향상될 기회를 얻기 어렵다’라는 공통의 갈증을 갖고 있더군요. 그분들이 링글을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저희 교육 전략은 피드백을 통한 끊임없는 학습입니다. 단순히 영어로 이야기하고 끝나는 수업이 아니라, 내가 한 영어에 대해 튜터가 ‘문법적-구조적-감정적’ 등 다양한 측면에서 피드백을 전하죠. 링글은 고객이 스스로 자극받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영어교육을 추구하기 때문에 보다 효과적인 피드백 시스템을 만들어나가려 합니다.”
더 좋은 튜터, 더 도움이 되는 교재와 함께 제자리에 머무르는 영어교육에서 벗어나다
기존의 타 교육 매칭 플랫폼들은 단순히 튜터와 고객을 연결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튜터를 연결해주고 중개 수수료를 받는 개념으로 말이다. 링글의 차별점은 여기에서 드러난다. 링글을 유통으로 본다면, 수수료 매입을 하는 곳이 아닌 직매입을 하는 곳인 셈이다. 이승훈 대표는 수강생에게 완벽한 교육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교재 개발-튜터 관리-40분 수업경험 관리-진단 프로그램 개발-복습 고도화’ 등을 책임지고 진행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의 모든 경험을 직접 관리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시 책임지고 관리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차별점은 기술 연동을 통한 고객 경험 증대에 있습니다. 고객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서비스는 ‘맞춤 교육’입니다. 나에게 꼭 필요한 토픽을 알아서 추천해주고, 지금 나에게 도움이 될 튜터를 맞춤 추천해주고, 내가 필요로 하는 학습법을 손쉽게 제안받고 싶어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교재와 튜터가 양과 질적으로 훌륭해야 하죠. 다음으로는 고객의 예·복습 과정과 40분 수업에서 나누는 이야기를 데이터화하고 분석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합니다. 링글은 이 모든 과정을 제한적으로나마 해내고 있습니다.”
한국을 넘어 세계로, 진짜 영어가 필요한 모두에게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링글의 하반기 계획은 자연히 내년과 연결돼 있다. 2020년 3월까지 현재 대비 5배 성장을 목표로, 미국에서 투자 유치 진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이성파 대표는 이 같은 지표가 완성된다면 고객 분들께 그야말로 완벽한 맞춤 수업을 제공할 수 있는 규모가 갖춰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300~400명의 튜터 중 5명을 추천해 드리는 것과, 2,000명의 튜터 중 4~5명을 추천해 드리는 것의 정확도는 매우 큰 차이입니다. 저희가 5배 정도 추가 성장한다면, 고객도 ‘이 서비스가 제공하는 맞춤 교육은 정말 괜찮다’라고 확신할 수준이 될 거예요. 다음 단계로는 미국 본토에서도 투자를 진행할 만한 업체로 성장하는 것이고요. 뿐만 아니라 고객 중 10~20%는 비한국인 아시아인으로 확보하는 것 역시 큰 목표입니다. 링글이 오직 한국인을 위한 서비스라기보다는, 영어가 고민인 전 세계인을 위한 서비스라는 것을 증명해나가고 싶어요.”
‘글로벌 도약’을 성장 가이드로 잡고 전 세계 인재들과 함께 세계적 자본을 바탕으로 변모해나가는 것. 미래를 기약하는 두 대표의 얼굴에 환한 자신과 웃음이 스며있었다. 링글을이끌어가는 그들의 핵심 모토는 무엇일까.
“글로벌 시장이 국가마다 매우 달라 보이지만, 사실 전 세계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가 많습니다. 교육도 그 중 하나죠. 초등부터 고등까지 공교육을 거쳐 대학교에 들어간 뒤에도 한 명의 선생님이 30여명의 학생들을 가르치는 시스템은 변하지 않는 거예요. 따라서 제가 과거에 겪었던 문제를 완벽히 풀어내면, 전 세계 사람들과도 통하는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과거의 나의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현재와 미래의 전 세계인들에게 진짜 좋은 교육 보완제를 제공한다’가 개인적 철학입니다.”
두 대표는 말한다. 교육하는 사람은 서비스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고. 좋은 서비스가 곧 마케팅‧ 홍보의 역할까지 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공교육의 건강한 보완제로서 많은 에듀테크 스타트업들이 서비스를 개발하는 시대에 도래했다. 링글의 두 대표와 마주한 오늘, 국내 교육 산업 발전을 위해 링글을 비롯한 신생 교육 기업에 대한 우리 정부의 유의미한 투자와 지원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