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8일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은 2022년부터 전 국민에게 조건 없이 달마다 최소 30만 원을 지급하도록 하는 ‘기본소득 제정법’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기본소득의 성격, 지급 기준, 내용, 회계 등 제도 도입을 위한 전반 사항을 기본소득의 5대 원칙에 근거하여 명문화한 국내 최초의 제정법안으로 통과된다면 국가가 전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도록 하는 세계 최초의 법안이 될 예정이다. 법안의 가장 중점 되는 내용은 기본소득위원회를 설치하자는 내용이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통해 기본소득 지급 금액과 재원 마련 방안 등의 실질적인 논의를 하고자 하는 취지이다. 다만 위원회 차원에서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거나 지급 금액을 둘러싼 합의에 이르지 못할 때를 대비하여 지급 시기와 지급 금액 하한선도 지정했다. 2022년부터 최소 월 30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2029년에는 최소 월 50만 원 이상의 금액으로 인상하자는 것이 골자이다. 조 의원은 ‘기본소득은 불안 속에 살아가는 국민의 삶에 쿠션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본지는 12월호를 맞이하여 정치는 이념이 아니라 생활이라고 말하는 조정훈 의원을 만나보았다.
월간인물 독자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월간인물 독자여러분 안녕하세요. 입법노동자 조정훈입니다. 현재 시대전환 소속 국회의원이자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시대전환에서 당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시대전환의 슬로건은 “두려움 없는 시대를 여는 정당”입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저는 물론 시대전환 구성원 모두가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정치를 시작하기 전에 세계은행에서 15년 동안 일했습니다. 나이지리아, 코소보, 알바니아, 벨라루스, 방글라데시, 인도, 이스라엘, 우즈베키스탄 등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많은 경험을 했습니다. 2016년에는 한국으로 돌아와 아주대학교 통일연구소 소장으로 있으면서 남북관계의 새로운 지형을 연구했습니다. 제가 경제와 국제관계 모두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이런 경험들 때문입니다.
최근 주력하고 계신 의정 활동은 무엇인가요?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를 물으면, 저는 ‘양극화 문제’라고 대답합니다. 이는 제가 정치를 하는 동안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해결하고 싶은 문제입니다. 실제로 우리 사회는 점점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있습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약 20년 동안 한국 사회의 불평등은 빠르게 커졌습니다. 특히 상위 10%와 나머지 사이의 격차가 엄청나게 벌어졌습니다. 국제 경제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소득 양극화가 심해지면, 경제성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4대 양극화를 해결하는 데 온 힘을 쏟을 생각입니다. 소득의 양극화, 자산의 양극화, 휴식의 양극화, 안전의 양극화(4대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기본소득을 비롯해 데이터 자산화, 새로운 부동산 정책, 휴식 신분제 타파, 남북관계 문제 해소에 제가 매진하는 것은 해소의 일환입니다. 더불어 저는 곧 시작하는 2021년 예산안 심사에서 전 부처가 ‘양극화 보고서’를 필수적으로 쓰게 만들고자 합니다. 정부 예산을 검토할 때 양극화 보고서가 필수가 된다면, 우리 사회의 양극화 문제가 조금은 해소되지 않을까요.
독자들에게 ‘시대전환’ 당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시대전환은 ‘생활정치’를 지향합니다. 이제 이념만을 추구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정치가 국민의 삶과 동떨어져 있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의 퍽퍽한 삶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기 위한 정치를 하는 정당이 바로 시대전환입니다. 이제 조직적으로 양으로 승부하는 정치는 지나가고 있습니다. 생각이 숫자를 이기는 시대가 왔습니다. 시대전환은 그런 전환의 시대를 준비하는 정치 그룹입니다.
다들 잘 모르시지만, 1차 재난지원금을 제일 먼저 제안한 정당이 시대전환입니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도 시대전환이 가장 먼저 제안했습니다. 최근 기본소득법도 세계 최초로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시대전환은 수권정당을 목표로 합니다. 지금은 거대양당이라는 큰 배를 이끄는 작은 배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전당대회 때 대한민국 최초로 블록체인 투표시스템을 활용했습니다. 이는 온라인 공론장 ‘숲<soup>https://transition.moim.co/’을 통해 치러졌습니다. ‘숲’ 공론장에는 보안성과 기밀성이 향상된 블록체인 기반의 투표시스템이 설치되어 있고, 향후 공론장에 의견 제시 활동을 하는 당원 등을 대상으로 구체적인 보상 개념의 코인을 발행하는 절차도 고민 중입니다. 의제 생산자에게도 보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좀 더 많은 정책 토론이 이뤄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구상이 실현되면 세계 최초로 정당이 주도하는 보상 시스템이 될 것입니다. 현재 스페인의 포데모스와 이탈리아의 오성운동 등 세계의 플랫폼 정당들과 긴밀하게 협의를 진행하며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양극화 해소'를 위해 힘쓰고 계시는데, 최근 '양극화예산 5법'도 발의하셨습니다.
저는 ‘양극화예산 5법’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국가 예산 편성과 집행과정에서 소득양극화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해 의도하지 않은 소득 격차를 유발하지 않도록 법적 기준을 마련하고자 했습니다. ‘양극화예산 5법은’ 「국가재정법」, 「국가회계법」, 「지방재정법」, 「지방회계법」, 「지방자치단체 기금관리기본법」 5개 법안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번 개정안은 소득계층 간 양극화와 불균형 해소를 위하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국가재정 수립‧운용 시 예산 및 기금이 소득계층에 균형 있게 배분되고, 소득계층 간 격차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집행되었는지를 평가하도록 명시했습니다. 예를 들어, 같은 도로공사 예산이라도 상대적으로 부유한 동네보다, 그렇지 않은 동네에 예산을 쓰는 게 양극화 해소에 도움을 줍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양극화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합니다. 이를 어떻게 해결해나가는 지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Mr. 양극화’ 조정훈이 해내겠습니다.
독자들에게 추가로 소개하고자 하는 상임위 및 입법 활동이 있다면
코로나19 이후 우리 사회는 급격하게 전환되고 있습니다. ‘비대면’이라는 특수 환경은 전통적 상점과 식당의 문을 닫게 했고, 노동의 형태 자체를 변화시켰습니다. 빈 공간은 플랫폼 기업이 하나둘씩 메워 나가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플랫폼 경제 시대를 앞당겼습니다. 플랫폼 산업은 운송, 돌봄서비스, 전문가서비스, 육체노동까지 기존의 노동 시장을 빠르게 전환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전환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깃발이 세워진 이후 플랫폼 기업들은 정부로부터 적극적인 지원을 요구해왔습니다. 더불어 학계와 언론도 맞장구를 쳤지요. 그렇게 플랫폼 경제는 ‘혁신’의 메시지와 함께 새로운 시대를 창조하고 있습니다. 정치의 영역은 모든 이들이 플랫폼 경제가 생산하는 열매를 공정하게 나눌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진정으로 플랫폼 경제가 미래 경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플랫폼 노동자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앞으로 플랫폼 경제가 과연 얼마나 효율적이고 공정한지가 우리 사회가 얼마나 효율적이고 공정한지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제가 대표 발의한 ‘플랫폼 노동자 경력증명서법’은 이를 위한 첫걸음이다. 물론, ‘그걸 받아서 어디다 쓰냐’, ‘이미 경력증명서를 떼어줄 수 있는 곳이 있다’, ‘핵심은 그게 아니다’ 등 비판적 시각들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경력증명서를 받는다는 것은 개인 자영업자가 아니라 법적 노동자로 전환을 의미합니다. 경력증명서를 받는다는 것은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사회적 완충재를 제공한다는 것과 연결됩니다. 이런 관점에서 플랫폼 경제에 깊숙이 박혀 있는 문제들을 ‘부러뜨릴’ 예정입니다.
아주대학교 통일연구소 소장을 역임하셨는데요, 남북관계에 대한 시각이 궁금합니다.
기성세대와 Z세대(95년생 이후)가 북한을 바라보는 감정은 매우 다릅니다. 통일을 약 30%밖에 지지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통일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아마 시간이 지날수록 더 그럴 겁니다. 젊은 세대는 한민족이라는 민족주의 정서보다는 국제적 보편성에 근거하여 바라보는 게 익숙할 것입니다. 따라서 이제는 20세기에 만들어진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넘어 미래세대를 위한 새로운 평화통일정책을 만들어야 합니다. 남북관계에서 특수성만큼 국제관계 보편성도 중요하게 여겨야 합니다.
지난 6월 16일 북한이 개성공단연락사무소를 폭파 후 정부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했습니다. 만일 다른 나라가 대한민국 영사관을 폭파했더라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요. 다른 나라 군인에 의해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을 지켜내지 못했다면 우리 정부는 지금과 같은 소극적인 대응을 했을까요. 이제는 북한과의 관계에서 정치적 특수성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 국제적 보편성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다음 대선 전까지 여야를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치권에서 만들어내길 바랍니다. 저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새로운 남북관계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태겠습니다.
정치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15년 동안 세계은행에 있으면서 참 많은 나라를 다녔습니다. 대부분이 세계은행의 원조나 협상 등의 도움이 필요한 나라들이었지요. 2012년 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협상 중재를 위해서 밤낮없이 뛰어다녔습니다. 그러던 중 문득 생각이 들었지요. “분단된 내 조국은 뒤로하고, 나는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 물음은 언젠가는 조국으로 돌아가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하였습니다. 저를 품어주고 성장시켜 준 조국을 위해 빚진 마음을 갚아야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이 빚을 갚는 길은 국민의 퍽퍽한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도록 죽어라 일하는 것뿐입니다. 이제 국민 여러분께 진 빚을 갚을 시간이 왔습니다. 저에게 의정 활동을 할 기회를 주신 것은 국민 여러분께서 제가 말로만 외치던 새로운 정치를 증명해 보라는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빚진 마음은 국민이 바라고 원하는 정치를 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입니다. 빚진 마음 가슴에 새기고 잊지 않겠습니다.
앞서 여러 인터뷰에서 정치는 부엌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세계은행 우즈베키스탄 대표로 근무할 당시, 저는 직원들을 위해 도서관이라는 이름으로 방치되고 있던 공간을 간이식당으로 바꾸었지요. 제게 지급되는 활동비, 판공비 모두 탈탈 털어놓고, 부족하여 사비까지 들여 행한 일입니다. 당시 직원들이 둘러앉을 수 있는 공간이 사무실에 없었기 때문에 각자의 자리에서 식사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밥 먹는 시간만이라도 편히 이야기하면서 쉴 수 있도록 한 것이지요. 시간이 지나 우즈베키스탄을 떠날 때 이곳에 와서 가장 잘한 일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그때 직원들은 입을 모아 부엌을 만든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수조 원의 차관을 얻어 온 일보다 부엌을 만든 일이 더 잘했다고 이야기한 것이지요. 이때 깨달았습니다. 정치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당장 생활에 불편한 일을 해결해주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정치는 이념이 아니라 생활입니다. 생활의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의 삶이 조금이라도 낫게 만드는 것, 그것이 조정훈의 정치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