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과 화학·의료·바이오 넘나드는 융·복합 연구로 초음파 활용의 새로운 지평 열어
건설과 화학·의료·바이오 넘나드는 융·복합 연구로 초음파 활용의 새로운 지평 열어
  • 유지연 기자
  • 승인 2022.05.04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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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 UNIST 도시환경공학과 교수
김건 UNIST 도시환경공학과 교수 ⓒ유지연 기자
김건 UNIST 도시환경공학과 교수 ⓒ유지연 기자

[월간인물 유지연 기자] 시설물 안전 검사나 영상 촬영에 활용되던 초음파 기술의 경계가 넓어졌다. UNIST 도시환경공학과 김건 교수는 초음파를 활용해 암 조직을 제거하고, 체내 금속 이온을 모니터링하는 기술을 선보이며 항암의료용 기술과 진단기술로써의 초음파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처럼 김 교수는 분야를 넘나드는 다학제간 연구로 초음파 활용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암 조직 제거와 체내 금속 이온 탐지 등 의료·바이오 분야에의 초음파 활용 기대

UNIST 도시환경공학과 김건 교수팀은 지난 2월 진단기술에 쓰이던 초음파로 암 조직을 제거하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일리노이대학교(UIUC) 연구팀과의 공동 연구 끝에 암세포를 괴사시킬 수 있는 고강도집속초음파(이하 HIFU) 기술을 개발해낸 것이다. 김 교수는 동물 암세포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암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것은 물론 암 조직을 괴사시키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연구 성과는 최상위 융복합 연구 국제학술지인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되었다. 이번 연구로 항암의료용 기술로써의 초음파의 잠재력을 입증한 만큼 앞으로의 활용이 더욱 기대된다.

초음파 진동으로 특수 설계한 화학분자(이하 메카노포어)를 원격 자극해 암 조직 내에서 활성산소를 발생시키는 원리를 이용했습니다. 활성산소가 과다하게 발생하면 암 조직이 괴사하죠. 실제로 메카노포어가 포함된 하이드로겔을 쥐의 암 조직에 주입한 뒤 HIFU에 노출한 결과 암세포 증식이 억제되는 것은 물론 72시간 이내에 암 조직이 괴사함을 확인했습니다.”

HIFU는 초음파에서 발생하는 기계적 에너지를 원하는 부위에 필요한 만큼만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러한 에너지의 조절을 돕는 정밀 제어 기술의 발달과 함께 탄생한 HIFU는 마찰열이 아닌 초음파 진동을 활용하며, 메카노포어 분자 또한 열에 반응하지 않도록 설계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광역동(PDT) 치료 등 기존의 비수술 의료기술과 병행해 개복 없이 암을 치료하면서도 높은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치료법으로 발전시켜나갈 것이라 내다봤다.

초음파 기술은 시설물의 안전 점검이나 의료영상 진단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초음파 기술을 암 조직 제거에 활용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죠. 향후 살아있는 동물의 체내에서 암세포를 제거하는 연구를 진행하며 기술을 발전시켜나갈 계획입니다.”

지난달에는 텍사스대, 일리노이대 연구진과의 공동 연구로 초음파의 열로 DNA 센서(DNAzyme)를 활성화해 아연, 칼슘 등 체내 금속 이온을 모니터링하는 기술을 탄생시 켰다. 살아있는 쥐의 옆구리에 DNA 센서를 주입한 후 30분 동안 초음파 처리한 결과 다른 부위보다 형광색이 강하게 나타남을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해당 연구 성과는 최상위 화학 학술지 중 하나인 미국화학회지(JACS)에 게재되었다.

유전물질로 알려진 DNA를 변형해 만든 인공 물질인 DNA 센서의 활성화를 위해 그간 광학 레이저가 활용되어왔다. 그러나 레이저는 피부나 근육 속을 깊숙이 투과하지 못해 응용에 많은 제약이 있었다. 이에 김 교수는 초음파시스템을 개발해 기술적 한계 극복에 도전했다. 오랜 시간 동안 특정 온도(43)를 유지할 수 있도록 초음파 열에너지를 정밀하게 조절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김 교수는 초음파 기술을 체내 특정 성분 감지, 약물전달을 위한 나노입자 활성화 등에 활용할 수 있게 된 만큼 다양한 진단기술 개발에 적용될 것이라 내다봤다.

 

김건 UNIST 도시환경공학과 교수 ⓒ유지연 기자
김건 UNIST 도시환경공학과 교수 ⓒ유지연 기자

다학제간 융·복합 연구로 난제에 대한 해법 찾아

미국 조지아 공대(Georgia Tech)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김건 교수는 초음파를 활용해 구조물이나 시설물, 항공기 등의 안전을 진단하는 연구를 수행해왔다. 초음파 연구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 끝에 그는 초음파를 다양한 분야에 접목하며 활용 영역을 확장시키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후 김 교수는 건축설공학과 고분자화학, 초음파 기술 등을 아우르는 융합 연구를 수행해왔다. 사회기반시설물을 보다 안전하게 짓기 위한 스마트 재료 개발이나 초음파를 활용한 안전진단 등이 대표적이다.

김 교수는 우연한 기회로 칼 일리노이 의대’(Carle Illinois College of Medicine)의 초대 의과대학장인 킹 리 교수와 초음파의 활용 분야 확장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며, 마침 초음파 전문가를 찾던 터라 일리노이 의과대학에 박사후연구원으로 관련 연구를 지속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당시 일리노이대학은 의학과 공학의 교차점에 세워진 미국 최초의 의과대학을 목표로 공대에서 개발된 기술들을 의대에 접목시키는 공대 기반 의과대학을 설립하며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었다. 암 극복, 치매 치료 등 의과대학이 해결하지 못한 난제를 풀기 위한 아이디어를 공과대학과의 교류를 통해 발견한다면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의료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에서다. 건설환경과 출신의 김 교수와 전기 전자과 마이클 오지(Michael Oelze) 교수, 화학과 제프리 무어(Jeffrey Moore) 교수, 의과대학 킹 리(King Li) 교수 등 4개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연구팀은 암세포 제거라는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융복합 연구에 뛰어들었다.

구체적으로는 저와 마이클 오지 교수는 초음파 기술을 개발하고, 제프리 무어 교수는 암세포를 죽일 수 있는 새로운 물질을, 킹 리 교수는 암세포를 적용할 동물과 세포 등을 개발하는 공동 연구를 통해 새로운 암세포 치료법을 만들어내자는 목표 아래 3년여간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연구 결과 72시간 이내에 피부암, 유방암 세포의 100%를 괴사를 유도하는 방법 및 채네 원하는 위치에서 빛을 발산하는 물질을 개발하였고, 두 연구 내용 모두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되는 성과를 거뒀죠.”

이번 연구 성과는 초음파 활용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만 아직까지는 원천기술 수준에 머무르는 만큼 실제 임상시험으로 활용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절차가 필요하다. 김 교수는 보다 열린 마음으로 의료계와 교류하며 기술을 발달시켜나갈 것이라 전했다. 2020년 김 교수가 부임한 UNIST 도시환경공학과는 이러한 김 교수의 의 지를 기꺼이 지지했다. HIFU를 활용해 암 조직을 제거하는 이번 연구 또한 해당 연구는 UNIST 신임교원정착과제와 미국 국립 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의 지원으로 수행되었다. 김 교수는 건설과 바이오·의료를 넘나드는 다양한 공동 연구를 통해 아이디어를 발전시켜나갈 것이라 전했다. 국내에서는 UNIST 화학과 권태혁 교수와 초음파를 기반으로 활성산소를 발생시키는 화학물질을 개발하기 위한 공동 연구를 수행 중이다.

건설 분야에서 활용되는 초음파와 바이오·의료계에서 활용하는 초음파가 다른 것이 아닙니다. 같은 초음파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의 차이일 뿐이죠. 한 예로, 건설 분야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재료인 콘크리트와 체내 암세포의 미세조직을 들여다보면 큰 차이가 없어요. 모두 복잡한 구조를 지닌 재료거든요. 저로서는 건설과 바이오라는 분야를 넘나드는 데 큰 어려움이 없는 셈입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로의 다양한 활용이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지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기술 고도화와 함께 점차 복잡해질 미래세상새로운 시도 이어가며 지평 넓혀갈 것

김건 교수가 이끄는 건설 신소재 지능 구조 연구실은 사회 기반시설물의 건전성·안정성과 더불어 친환경성·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차세대 스마트 구조 기술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그는 차세대 건설 분야 연구는 물론 바이 오 분야 등 다학제간 연구를 통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건설 분야를 중심으로한 융·복합 연구가 국내에서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기에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건설 신소재 지능 구조 연구실을 택한 연구원에 게도 어려운 결정이었겠지만 우수한 연구 성과를 창출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경험을 한다는 데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연구의 지평을 넓히며 분야 간 경계를 허무는 교육에 방점을 찍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가장 핫한 연구주제로 AI를 꼽을 수 있을 거예요. AI는 어느 분야에서 시작되었는지를 논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모든 분야에 적용되고 있거든요. 앞으로 시대가 점점 복잡해지고, 전 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 기술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할 것이라 예측되는 만큼 분야에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융·복합 연구를 통해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는 것이야말로 옳은 방향이라 확신합니다.”

김 교수는 박사 학위를 받기 전까지만 해도 초음파는 건설 분야에만 국한되어 사용하는 것이라 생각했다며, 의료 초음파 및 영상 초음파를 넘어 암세포를 죽이는 데도 활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자신의 연구 스펙트럼이 비좁았음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이에 초음파의 활용을 위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할 것을 결심한 그다. 김 교수는 향후 초음파와 관련해 건설 신소재 지능 구조 연구실이 도달할 수 있는 지점까지 나아가는 것을 목표로 관련 연구를 확장해나갈 것이라 전했다. 또한, 이러한 연구들이 사업화가 가능한 수준까지 도달한다면 창업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김건 UNIST 도시환경공학과 교수 ⓒ유지연 기자
김건 UNIST 도시환경공학과 교수 ⓒ유지연 기자

연구의 궁극적 목적은 인류의 편안한 삶’, 열린 사고로 성과 창출해간다

한국에 돌아와 UNIST 학생들과 교류하면서 학생들이 보다 열린 사고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학생 시절 받던 획일화된 교육과 비슷한 시스템과 유사한 환경 속에서 아이들 역시 성장했더라고요. 미국의 경우 중·고등학생 때부터 진로 선택을 위해 대학교에서 공부 및 연구 경험을 하고, 아이들이 입학 점수보다는 자신의 소질과 적성에 맞추어 진로를 결정하고 있습니다. 보다 자유로운 교육환경이 만들어지면 좋겠어요. 아마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UNIST에서 다양한 융·복합 연구를 수행하며 국내에서도 이러한 교육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일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건 교수는 건설 분야를 연구하는 동시에 새로운 연구 방향을 만드는 작업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표했다. 힘든 길이겠지만 인류가 편안한 삶을 사는데 도움이 되는 기술을 창출한다는 목표 아래 초음파를 활용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해가겠다는 다짐과 함께였다.

이러한 연구철학은 교육에도 이어지고 있었다. 김 교수는 제자들에게 늘 우리의 비교군은 국내가 아니다라는 말을 강조하고 있다. 세계 유수의 대학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늘 주시하며 국제적 경쟁력에 대한 고민에 기반한 연구를 이어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 또한 자신의 삶을 진취적으로 디자인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20대 후반 미국으로의 유학을 택했고, 초음파라는 연구 분야를 만날 수 있었다. 김 교수는 건설 분야 전문가로서 의료 분야를 연구하는 것이 옳은 길 인지 고민하고 있을 때 ‘Broaden your horizon(지경을 넓혀라)’이란 명쾌한 답을 내려주었던 지도교수님들의 말처럼 자신 또한 제자들이 자신의 연구 스펙트럼을 넓혀갈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가 될 것이라 다짐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큰 세상 속에서 자신의 역량을 펼쳐 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저 또한 제자들에게 더 넓게 볼 것을 강조하고 있죠. 다학제간 연구와 자신만의 틀을 깰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을 통해 친구들이 더 나은 인격을 보유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편안한 삶을 선사할 수 있는 선한 전문가들이 되도록 힘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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