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형 토양관리를 통한 토양환경 관리가 필요한 때
선진국형 토양관리를 통한 토양환경 관리가 필요한 때
  • 박소연 기자
  • 승인 2022.06.02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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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기술정책연구원 고일하 원장
환경기술정책연구원 고일하 원장 ⓒ박소연 기자 / 사진 박성래 기자
환경기술정책연구원 고일하 원장 ⓒ박소연 기자 / 사진 박성래 기자

고일하 원장은 토양환경 분야에 관한 연구가 대기나 수질, 폐기물 분야보다 다소 늦게 시작되었다는 점에 아쉬움을 토로한다. 토양은 인간 삶의 기본이 되는 곳이고, 농작물의 재배 등 생산성의 관점에서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경험하며 곡물 생산량의 감소가 전 세계적인 문제로 대두될 것이라는 불안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토양오염은 인간의 거주와 농경지 생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농경지 미세토양의 유실로 인한 토양의 품질 저하 역시 생산성 유지 측면에서 주의해야 하는 현상이다. 전쟁은 세계적으로 큰 사건이지만 토양오염과 같은 사건·사고는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발생할 수 있다. 다행인 점은 관리 주체가 관심을 기울인다면 충분히 제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방법을 논하기 전 전제되어야 하는 한 가지가 있다. 토양은 주어진 것이 아니라 지켜야 할 우리의 소중한 자원이라는 사실이다.

 

[사진=환경기술정책연구원]

토양환경을 관리하는 환경기술정책연구원

환경기술정책연구원(NeLab, National Environment Lab.)의 모태는 고려대학교 부설 환경기술정책연구소의 환경분석센터로, 연구원은 2013년 비영리 재단으로 독립했다. 당시 센터의 연구팀장이었던 고일하 원장이 적임자로서 연구원을 새롭게 이끌기 시작해 올해로 어느덧 10년째에 접어들었다.

고려대학교 부설 환경기술정책연구소에서 만든 환경분석 센터가 따로 독립한 것입니다. 센터의 분석 업무를 그대로 이어받게 되어 지금도 분석기관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요. 국내에 분석기관이 많아 경쟁률이 치열하긴 하지만, 특화된 분야에 관한 분석을 계속 이어나가며 그 외의 연구와 사업들을 병행할 계획입니다.”

연구원은 부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오염물질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토양오염의 규모판단과 정화방안을 제안하는 토양오염조사기관으로 시작해 현재는 환경 분야에 관한 전반적인 컨설팅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구체적인 사업영역은 토양오염 정밀조사, 토양환경평가, 오염 토양 정화 활동에 대한 검증과 토양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지하수(수질분석·수질지질모델링), 식물체(농산물 안정성 검사) 등의 관리이다. , 연구기관인 만큼 오염물질의 정화·제어기술을 개발하고, 최근 문제가 된 토양유실 저감을 위한 관련 업계 및 대학교와의 공동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국가기술표준원의 광업(TC82) 전문위원회 위원, 한국지하수토양환경학회 위원, 한국환경공단 기술자문위원회 등 분야 전반에서 활동해 온 고 원장은 오염된 환경의 정화와 개량, 복원과 관련한 기술이나 정책 등 연구와 용역에 그동안의 경험과 지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사실, 국내의 분석시장이 포화상태였던 2013년에 설립된 연구원은 후발 주자로서 시장진입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미국의 분석 관련업 면허라고 할 수 있는 NELAP(National Environmental Laboratory Accreditation Program) , 국가환경실험실 인증을 선택했다. 인증을 받기까지 이 또한 쉬운 과정은 아니었지만, 2015년 비로소 미국 오리건주의 주 정부 기관인 공중보건연구실로부터 최초의 인증을 받을 수 있었다. 인증유지를 위해 매년 매질과 분석항목별로 2회 이상 국제 숙련도 시험에 합격해야 하고, 2년 주기로 실험실 현장평가를 받아 분석능력과 실험실 관리능력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는 등 현재까지도 주 정부 기관의 엄격한 관리를 받고 있다. 인증을 유지하는 데도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지만, 선진화된 관리 시스템 덕분에 연구의 공신력을 인정받을 수 있었고, 미 육군 공병대와 미 공군의 환경분석 서비스 기관을 비롯해 외국계 회사 및 공공기관과도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 계기가 되었다.

고 원장은 앞으로도 소속 연구원들을 잘 이끌며 항상 발전하는 연구조직을 만들겠다는 정직한 바람을 전한다. 거창한 꿈을 꾸기 보다는 그저 과학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진리를 마음에 새기며 연구자로서 제 역할을 다하는 것이 국가환경산업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드는 일이라고 믿는다. 거짓을 말하거나 결과를 부풀리지 않는 정직한 연구가 그의 바람처럼 바르고 투명하게 전진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기를 응원해 본다.

 

토양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

산업 및 생산활동 등에 의한 화학물질과 비소, 카드뮴, 니켈, 납과 같은 중금속에 의한 토양오염 및 농경지 토양의 물리적 유실이 심각해지고 있다. 우리의 삶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토양환경의 복구를 위한 첫 번째 해결책으로 고일하 원장은 개념의 정립을 강조한다. 국내에서는 현재 토양, 수질, 대기 등 매질 기반으로 정책이 구분되어 있다. 그러나 토양환경문제는 결국 지하수(수질), 대기와 연계되어 나타나는 현상이기에 매질이 복합적으로 고려된 부지환경의 개념이 정립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오염된 토양의 정화방안이 오염물질의 농도 저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토양이 가지는 생산성에 대한 부분은 제외되어 있다는 문제점도 해결해야 한다.

토양을 원래 존재하는 것이라는 관점보다는 우리의 소중한 자원으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생산성을 파괴하는 주먹구구식 난개발 또한 신중하게 생각해 볼 문제이고요. 결국은 토양을 자원으로 보는 인식과 토양의 생산성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저는 절대적 환경 보호론자는 아닙니다. 환경공학도로서 개발은 필요하다고 보지만, 지속 가능한 발전의 방향으로 개발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강원지역 동해안에서 일어났던 산불은 탄소 저장고라고 할 수 있는 산림의 파괴라는 측면에서 안타까운 사건이었습니다. 다만, 그 산림의 모태인 토양은 건재하기에 시간은 걸리겠지만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토양이 없다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고 원장의 말처럼 환경의 일원인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어느 정도의 개발은 필요하다. 다만, 환경의 수용 능력 안에서 개발하는 지속 가능한 발전(ESSD, Environmentally Sound and Sustainable Development)을 추구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최근, 건강성 측면에서 토양환경을 평가하는 연구가 시작되는 등 자원으로서의 가치를 평가하는 움직임은 긍정적인 변화의 신호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이 꾸준히 이어져 국내에도 선진국형 토양관리방안이 수립되고, 인식의 확대와 체계적인 시스템이 구축되길 바란다.

 

탄소 흡수원 토양’, 탄소 중립의 새로운 열쇠

기후변화 시대에 탄소 중립을 위한 열쇠로 토양이 주목받고 있다. 토양이 저장하는 탄소량이 대기 중 탄소저장량보다 최소 3배 이상 많아 토양이 탄소 흡수원의 역할을 한다는 것. 전문가들은 토양이 탄소 중립을 실현하는 중심축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문제는 토양의 황폐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UN에 따르면 매년 가뭄과 사막화로 인해 약 1,200ha의 토양이 사라지는 데다 전 세계 토양의 약 75%는 농사를 짓기 힘든 불모지로 알려져 있다. 이런 위기에 맞서 해외에서는 이미 토양의 탄소저장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흙을 살리기 위한 움직임들이 시작되고 있다. 토양을 해칠 뿐 아니라 탄소 중립을 저해하는 과다한 비료 시비를 줄이며 이를 대체할 고품질 상품을 만들고, 토양 탄소를 증가시키기 위한 작물 사이 재배나 유기비료사용, 무경운 농법 활용, 볏짚 환원, 동계 작물 심기 등의 방법도 거론된다. , 국내 탄소저장 영농기술의 연구결과를 계량화하는 정책 지원과 탄소 저장기술의 종합적 평가를 위한 연구·모니터링 시스템의 구축, 2030년 또는 2040년까지 국내 농경지 이용 탄소 격리량 평가 시나리오 작성 등의 향후 과제 등도 함께 제시되고 있다.

고일하 원장은 탄소 중립을 두고, 우리가 지구라는 우주선에 함께 탑승한 승무원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환경에 관해서는 너와 나, 나라의 구분 없이 하나가 된 입장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극명한 입장의 차이가 존재하기에 탄소배출 등 환경 분야의 합의를 도출하는 일은 어려운 과제이다. 그러나 우리 세대는 물론 미래세대를 위해 더는 미룰 수 없다. 지구라는 우주선에 다음 승객이 무사히 승차하고,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이제는 함께 답을 찾아 나가야 할 때다. 언제나처럼 성실하게 고민하고, 최선을 다해 공부하면서.

 

환경기술정책연구원 고일하 원장 ⓒ박소연 기자 / 사진 박성래 기자
환경기술정책연구원 고일하 원장 ⓒ박소연 기자 / 사진 박성래 기자

목표를 향한 최선이 분명한 결과물을 만들 것

고일하 원장은 환경기술정책연구원을 성장시킬 열쇠로 직원들을 꼽는다. 그리고 열쇠로 문을 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직원들의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덧붙인다. 고객들은 자신이 도출할 수 없는 답이나 해결방안을 직원들에게서 얻기 위해 연구원에 용역을 발주하기 때문이다. 고객이 원하는 답을 내어주기 위해서 그들보다 깊은 지식과 다양한 경험을 쌓아야 하는 건 당연한 사실이다. 말 그대로 분야를 대표하는 전문가로 거듭나야 하는데, 고 원장은 그 해답을 책에서 찾는다. 업무를 수행하며 쌓는 경험도 중요하지만, 경험의 판단기준은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책을 통해 과학기술의 트렌드를 파악하고, 남들보다 월등히 앞서 나갈 수도 있다.

“2012년도 여름에 용산역의 오염부지 정화사업을 수행한 적이 있는데요. 여름이라 해가 일찍 지니까 다들 아침 7시에 체조를 하고 일찍이 작업을 시작했어요. 저는 실험실 관리자 역할이었지만, 아침 체조에 항상 참여했었습니다. 그렇게 몇 달을 지내니 습관이 되어서 7시에 출근해 업무가 시작되는 9시까지 책을 보기 시작했어요. 짧다고 생각했던 2시간이 모여 크고 작은 도움이 됐죠.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쌓을 수 있었고, 클라이언트의 의뢰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습니다. 짧은 시간이라도 목표를 향해 꾸준히 투자하면 10년 후, 20년 후에 훨씬 나은 자리에 설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경험으로 확신할 수 있는걸요.”

누군가는 고 원장이 이미 안정적인 자리에 올랐다고 생각하지만, 그는 현재에 안주하는 법이 없다. 1년에 최소 한편 이상의 국내 혹은 국외논문을 제출하고, 학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석한다. 연구원을 이끄는 원장으로서의 역할에도 열심이다. 연구원에 신입직원들이 입사하면 직접 연구원의 역사와 비전, 조직운영에 관한 내용을 발표하는 자리를 가진다. 연구원의 목표를 공유하고, 공동의 목표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함께 치열하게 고민한다. 직원들을 비롯해 연구 동료들에게도 최선을 당부한다. 연구의 의미를 고민하게 되는 순간도 경험했고, 연구 과정이 외롭고 괴롭다는 사실도 알고 있지만, 성실과 최선이 누군가 혹은 어딘가에 꼭 필요한 결과물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혹여나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반드시 무언가 얻는 게 있다는 믿음 또한 있다.

선두에 서서 연구를 하는 것에 소위 삽질한다는 표현을 써요. 단어에 담긴 의미처럼 무의미한 일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선두의 연구자가 있어 쫓아오는 사람들이 그 길을 바탕으로 연구를 확장해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선두자의 연구를 이어 다음 사람의 또 그다음 사람의 연구가 반복되며 결론이 도출되고, 제도가 만들어지는 거죠. 토양 연구도 이것과 닮았어요. 토양오염을 연구할 때 토양 전공자들은 토양에서 어떻게 오염물질을 제거할 수 있을지만을 고민해요. 그런데 부지 땅을 파보면 지하수가 나오고, 그 땅에서 농사를 짓거든요. 다시 말해, 토양이 오염되면 지하수도 오염되고, 농작물도 오염되는 거죠. 그러니까 연구의 영역이 늘어나는 거예요. 지금은 한 가지만 잘해서는 안 되는 시대예요. 직원들도 동료 연구자들도 시야를 넓게 가지고 고민하고 공부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금의 자신을 만든 근원을 물으면 언제나 같은 대답을 한다. 학부 시절 대학교 지도교수가 건넨, 공부를 더 해보지 않겠냐는 한 마디다. 학문에 열의를 가진 대학생은 아니었지만, 즐겁게 전시회를 준비하는 그를 보고 당시 전시회 지도교수였던 이병규 교수가 석사과정을 제안했고, 그 한 마디가 원동력이 되어 열심히 공부한 결과 지금에 이를 수 있었다고. 그리고 교수가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듯 이제는 고 원장이 전하는 의미 있는 한 마디가 직원들의, 동료 연구자의 내재된 열정과 역량을 깨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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