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웹툰의 개국공신’으로 불리우는 김규삼 작가는 대표작인 <입시명문 사립 정글고등학교>, <쌉니다, 천리마마트>를 통해 사회적 이슈를 담아왔다. 어려운 주제임에도 유머감각을 잃지 않겠다는 자신만의 신조가 그대로 녹아 들어간 독특한 유머를 구현하며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후 ‘할아브 신드롬’을 만든 <하이브>를 통해 재난계의 걸작이라 불리는 높은 완성도와 긴장감으로 자신만의 장르를 개척하는 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첫 작품을 연재할 때부터 지금까지 쉼 없이 오랜 시간 달려온 김규삼 작가는 “독자들과의 꾸준한 소통을 통해, 그리고 작품을 그리면서 다음 스토리가 더욱 잘 떠오른다”며, “최대한 공백없이 긴 호흡으로 장편을 연재하는 것이 즐거운 삶의 원동력이다”라고 전했다.
김규삼 작가는 2000년 단편만화 <킬러 레옹>을 통해 만화가로 데뷔했다. 이후 <룬 AD3000>(2001), <역전 씨네마>(2002), <몬스터즈>(2003)를 연재했다. <몬스터즈>의 연재종료와 함께 만화가의 길도 끝내려 했다는 그에게 새로운 기회가 왔다. 당시 네이버 웹툰의 담당자이던 김준구 대리(現 네이버 웹툰 대표)의 제안으로 우여곡절 끝에 웹툰 <입시명문 사립 정글고등학교>(2006)를 연재하게 된 것이다. 이 작품을 통해 그는 큰 웃음과 날카로운 사회풍자로 수많은 독자를 열광시켰고, 지금까지도 무수한 히트작을 통해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작가님, 월간인물 독자분들께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네이버 웹툰에서 <입시명문 사립 정글고등학교>, <쌉니다, 천리마마트> <하이브>등을 연재한 만화가 김규삼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인사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2000년에 데뷔하신 이후 네이버 웹툰의 황금기를 여신 작가님께서 혹시 처음 만화를 그리게 되신 계기가 있었을지요? 또 어떤 부분에서 창작의 매력을 느꼈는지도 궁금합니다.
처음 만화를 그리게 된 계기는 어렸을 때 어머니가 사주신 <교육만화>라는 만화를 따라 그리게 되면서부터였습니다. 계속해서 그림을 그리던 제게 “커서 만화가가 될 거냐”라고 묻는 사람들이 생겼고, 자연스럽게 만화가가 꿈이 되었죠. 이후 대학교에 다니면서 만화 연재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창작은 내 머릿속에서 맴도는 공상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됩니다.
작가님께서는 네이버 웹툰에서 선보이셨던 첫 작품 ‘입시명문 사립 정글고등학교’부터 하나의 작품을 시작하시면 보통 오래 연재하시는 편이신 것 같은데요, 이렇게 작품마다 연재를 오래 하실 수 있었던 이유가 궁금합니다.
저는 오랜 기간 무명작가 생활을 하였고 인기가 없어 만화를 그만두게 되는 상황까지 몰렸다가 정글고라는 작품으로 기사회생하여 다시 연재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일이 힘들어도 일이 없는 것보다는 힘들지 않다고 생각하여 최대한 공백없이 연재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놀 때보다도 일할 때 더 스토리가 잘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작가님의 작품에서는 다양한 인간군상과 치밀한 심리묘사를 볼 수 있어서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작가님께서는 작품을 구상하고 인물을 연구하실 때 주로 어떤 면에 중점을 두고 취재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인물을 다룰 때 최대한 그 인물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캐릭터에 빙의하려고 노력합니다. 정글고를 예로 든다면 불사조 대사를 쓸 때는 불사조에 이사장 대사를 쓸 때는 스스로 '난 이 인물이다' 라고 최면을 걸듯이 생각하며 대사를 씁니다. 그래서 평소에는 사람들을 많이 관찰하는 편입니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 더 깊이 반응을 보고싶은 욕망이 많이 듭니다.
작가님의 작품 대부분에는 웃음 뒤의 날카로운 사회비판이 빠지지 않습니다. 사실 사회비판 시 불편한 사람이 생기거나 논란의 여지가 생길 수 있는데, 작가님의 작품에서는 그런 일이 없었던 것 같아요. 불편함이 없이 비판하면서 웃음을 줄 수 있는 비결이 궁금합니다.
사실 작품을 연재하면서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입시명문 사립 정글고등학교>를 그릴 때가 생각나는데요. 당시 독자분들께 ‘극진보’냐는 메일과 ‘극보수’냐는 무수한 비난 메일(?)을 받았습니다. 메일들을 읽고 나니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스토리를 진행했구나’하는 생각에 내심 안심이 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스토리텔링시 특별히 중시하시는 부분이 있으실까요?
제 개인적인 신조가 ‘아무리 힘들어도 유머 감각을 잃지 말자’인데 스토리를 쓰면서도 항상 그 부분이 녹아드는 것 같습니다.
<쌉니다 천리마마트>가 영상화에 성공했고, 타 작품들도 판권이 판매되어 드라마/영화화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영상화에 관대하신 편이라고 알고 있지만, 영상화를 기다리며 이것만은 꼭 지켜졌으면 좋겠다는 부분이 있으신지요?
작가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제 원작과 최대한 동일하기를 원하지만, 제가 직접 감독이나 각본을 쓰지 않는 이상 영상화는 다른 창작자의 또 다른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최대한 다른 창작자들께 운신의 폭이 큰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작품의 핵심적인 주제는 살려주시면 바랄 게 없겠습니다.
창작은 사실 번뜩이는 창의력도 중요하지만, 인내가 더 많이 필요한 작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심지어 작가님께서 다작을 하시기 때문에 성실과 인내의 아이콘이 아닐까 싶어요. 작가님께서 이 일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있나요?
사실 일하는 게 힘들어도 작품이 업데이트되어 독자들을 만나는 날이 가장 즐겁고 기다려지는 시간입니다. 작품이 독자들을 만나는 것을 보는 것은 저에게는 일종의 쾌락이고 중독인 것 같습니다.
정말 쉼 없이 달려오셨는데요. 그만큼 일을 하시면서 작가님을 힘들게 하는 족쇄 혹은 난관도 있으셨을 것 같아요. 이를 어떻게 이겨내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전 운 좋게 제 능력 이상의 과분한 관심과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냥 입발린 소리가 아니라 진심으로 하는 이야기입니다. 힘들게 하는 일들이 있긴 했지만 전부 사소한 일들이었고 감사하게도 작품에만 전념하며 30대 이후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저를 제일 힘들고 불안하게 하는 요소는 지금 이렇게 고평가를 받고 있는데 언젠가 내 밑천이 드러나면 어쩌지 하는 걱정입니다.
일을 하시면서 기회를 잡을 수 있어서 감사했던 순간, 혹은 가장 기억에 남거나 보람찼던 사례가 있으셨나요?
잡지연재를 하다 인기가 없어 퇴출되고 만화가로서의 삶을 접으려고 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당시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을 때, 네이버에서 연재 제의 전화가 왔을 때가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독자분이 편지를 보내면서 봉투에 만원을 넣어서 아이스크림이라도 사주고 싶었다고 할 때 인상 깊었습니다. 그 편지와 만원은 액자에 넣어서 작업실에 걸어두어 제 마음이 지칠 때면 그때를 생각하면서 두고두고 저의 원동력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회풍자, 아포칼립스 스릴러, 코믹물 등 다양한 이야기를 써오셨는데요. 소재와 작품에 대한 영감은 어떻게 얻으시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장르들입니다. 어떤 작품을 해서 잘 될지 모르기 때문에 작품이 잘 안되더라도 내가 그리면서 재밌게 그릴 수 있는 작품 위주로 작업하려고 합니다.
다양한 작품들이 사랑을 받았는데요. 그렇다면 작가님께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이와 더불어 작가님께서 가장 사랑하시는 ‘최애 캐릭터’를 알고 싶습니다.
아무래도 <입시명문 사립 정글고등학교>가 제 출세작이라 제일 애착이 가고요. 최애 캐릭터는 ‘명왕성’입니다. 제가 이상하게 주인공보다는 그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는 2인자를 더 좋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20여 년 전 처음 만화를 그리시던 때를 기억하시나요? 작가님께서 만화를 시작하시면서 개인적으로 어려움이나 아쉬움을 느끼셨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이제 막 작가의 꿈을 꾸기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조언을 가장 해주고 싶으신가요?
작가로서 성공하는 것은 안타깝게도 운과 재능의 영역이 가장 큽니다. 그래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올인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아무리 만화 그리는 게 좋아도 경제적인 궁핍은 영혼을 파괴합니다. 학생이라면 학교를 다니시면서, 직장인이라면 직장을 다니시면서 작업을 하시고 만화에서 수익이 나기 시작하면 그때 이 일에 올인하셔도 지장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 기준과 경험에서 드리는 말씀이고 다양한 길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작가님이 가지고 계신 앞으로의 꿈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정말 재밌는, 다른 작가들에 의해 계속 리메이크 될 정도로 재밌는 역사물을 그려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