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수소 활성화 위한 허들 넘으며 진정한 탄소중립 향해 나아가는 ‘행복한 연구자’
그린수소 활성화 위한 허들 넘으며 진정한 탄소중립 향해 나아가는 ‘행복한 연구자’
  • 유지연 기자
  • 승인 2022.07.04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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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승 서울시립대학교 기계정보공학과 교수
나영승 서울시립대학교 기계정보공학과 교수 ⓒ유지연 기자
나영승 서울시립대학교 기계정보공학과 교수 ⓒ유지연 기자

[월간인물 유지연 기자] 기후변화에의 대응과 미래 에너지 안보에 있어 수소가 중추적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데 대한 공감대가 커진다. 각국 정부들이 수소경제 실현을 위한 전략을 발표하고 있으며, 특히 유럽은 러-우 사태 이후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고자 수소 사용량을 2배로 늘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서울시립대학교 기계정보공학과 나영승 교수는 수소의 생산부터 운송, 저장에 이르는 폭넓은 연구를 수행하며 수소경제체제 구축을 앞당기고 있다.

 

 

진정으로 하고픈 일 찾아 선택한 신재생에너지, 새로운 관점 담은 연구 성과로 이어져

대학교 4학년, 휴학 후 떠났던 배낭여행은 나영승 교수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놓았다. 아무런 계획 없이 비행기 표만 끊어서 훌쩍 떠났던 여행길에 들른 카페의 주인이 들려준 이야기가 커다란 터닝포인트가 된 것이다.

독일 뮌헨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 학생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어요. 알고 보니 학생이 아닌 가게의 사장님이더라고요. 독일에서 대학교를 졸업한 후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가 돌아와 카페를 차렸다는 말을 듣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10년 뒤, 20년 뒤에는 무엇을 할 계획이냐는 저의 물음에 카페 주인은 왜 그런 걸 지금부터 고민하느냐고 반문했죠. 저는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었습니다.”

졸업을 앞두고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던 나 교수는 먼 미래를 고려해 자신의 길을 결정하기보다 지금 당장 하고픈 일에 집중할 것을 결심했다. 고민의 결과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에너지 분야에 관심을 가져왔음을 확인한 그다. 나 교수는 당장 짐을 싸서 한국에 돌아와 학과를 옮겼다고 말했다. 서울대학교에서 조선해양공학을 전공한 그가 신재생에너지를 연구하고자 기계항공공학부 대학원으로 첫 걸음을 뗀 순간이다.

이후 나 교수는 직장생활과 박사과정 속에서 연료전지를 구성하는 작은 부품에서부터 전체 시스템의 제어에 이르는 다양한 관점과 응용 분야를 아우르는 연구를 수행하며 현재의 자리에 이르렀다. 현재 나 교수 연구실은 전기화학 시스템을 이용한 연구에 집중하며 연료전지, 수전해, 전기화학적 수소 압축기 등 기존 기계공학에서는 많이 다루지 않던 분야의 시스템을 설계, 평가, 해석하는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그가 2019년 발표했던 논문은 지난해 가장 많이 다운로드 된 논문으로 선정되었으며, 기계IT융합기술상, 삼성논문상을 수상하는 등 그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가습장치가 필요없는 신개념 연료전지인 이중교환막연료전지(Dual exchange membrane fuel cells) 개발 등이 있다.

이중교환막연료전지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포스트닥터로 연구할 때 시작했던 개념입니다. 연구원 내 여러 박사님들과의 협업연구 방식으로 진행되었던 해당 연구에서 저는 유체역학 시뮬레이션과 유동 가시화 등의 해석적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이를 통해 신개념 연료전지의 내부 메커니즘을 밝힌 것은 물론 다양한 측정 방식과 가시화 장치를 적용하여 성능을 최적화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고분자 전해질막 수전해 상용화 앞당기기 위한 기술 연구 수행

에너지 분야 중에서도 기계공학이 기여할 수 있는 열유동 해석과 신재생 에너지 분야를 다루고 있습니다. 또한 수소를 사용하는 연료전지뿐 아니라 수소를 친환경적으로 생산하는 수전해 시스템에도 관심을 두고 있죠. 이를 통해 풍력, 태양광 발전 등 신재생 에너지원에서 나오는 잉여전력을 수소로 전환하여 저장하는 개념을 실현할 수 있었습니다.”

대용량의 전기를 저장하기 위해서는 고가의 전지를 사용하는 ESS(Energy Storage System)를 사용하게 되는데, 이때 수소를 활용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대용량의 에너지를 저장하는 HESS(Hydrogen Energy Storage System)를 구현할 수 있게 된다. 최근 이러한 수소 생산 방식으로 고분자 전해질막 수전해가 각광받고 있다. 연료전지와 흡사한 구성품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효율과 안정된 성능을 보이는 까닭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높은 가격과 대용량화 기술의 부족으로 상용화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나영승 교수는 대용량 수전해 장치의 내부 유동 시뮬레이션과 고효율 유로 설계 등의 연구를 수행 중이다.

주요 연구 성과로 고분자 전해질막 수전해 분리판 유로 및 확산체 설계 연구는 고분자 전해질막 수전해 셀에서 물질 전달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한 유로 및 다공성 확산층 개발을 목표로 한다. 나 교수는 물질전달 저항을 최소화하는 유로 및 다공성 확산층을 실제 수전해 셀과 스택에 적용하면 동일 작동 전압에서 전기화학반응을 더 많이 일으킬 수 있으며, 고효율 운전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나 교수는 현재 대한기계학회와 한국전기화학회의 종신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기계학회에서는 열유체 분야를, 전기화학회에서는 연료전지와 수전해부문에 중점을 두고 있다. 재작년까지는 한국수소및신에너지학회 학술이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해외 학회는 ECS (The Electrochemical Society)ISE(International Society of Electrochemistry)와 같은 전기화학회 관련 학회와 유럽 내에서는 ModVal (Symposium on MODeling and experimental VALidation of electrochemical energy technologies) 학회에 매년 참가해왔다. 그는 코로나로 인해 멈추었던 학회 활동이 재개된 만큼 올해부터는 다양한 학회에 참석하여 연구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 말했다. 이밖에도 독일 International Max Planck Research School 회원으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참여하였으며, 현재는 독일의 Karlsruhe Institute of TechnologyBraunschweig University of Technology 등의 세계적인 연구기관과 학술적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나영승 서울시립대학교 기계정보공학과 교수 연구팀 ⓒ유지연 기자
나영승 서울시립대학교 기계정보공학과 교수 연구팀 ⓒ유지연 기자

수소의 생산과 사용 사이의 간극 메울 수소의 압축저장 연구

수전해와 연료전지는 수소를 생산하고, 사용하기 위한 기술입니다. 생산과 사용을 연결하는 운송 측면에서의 기술이 절실한 상황이죠. 물론 액체수소나 암모니아 등 액체 운송도 활용되고 있지만 현재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에서 상용화된 기술은 압축 수소이기에 수소를 저비용, 고내구성 장치로 압축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는 수소를 압축해 저장하기 위해 기계식 실린더 압축기가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고장이 잦은데다 수리비용이 많이 들어가기에 수소충전소들의 고충이 크다. 이러한 기계식 실린더의 대안으로 전기화학적 수소 압축기가 연구되고 있다. 이는 연료전지와 수전해를 응용한 기술로 전기를 가하면 저압의 수소가 고압의 정제된 수소로 압축되는 기술이다. 그러나 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유지비용이 많이 들고, 연료전지와 마찬가지로 비싼 촉매와 전해질을 사용하므로 설치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그러나 수소를 압축하는데 있어 구동 부분이 없기에 저소음, 고내구성 등 분명한 장점을 가지고 있어 궁극적으로는 수소 압축에 가장 적합한 기술이라 평가받는다. 나영승 교수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고효율 전기화학적 수소압축기 개발을 위한 협업 연구를 수행 중이다.

또한 나 교수는 탄소중립을 위해 수소를 사용하는 기술 외에도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수전해 기술을 활용하여 이산화탄소를 일산화탄소로 변환하는 연구를 이어간다. 그는 탄소중립을 위해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고가의 탄소화합물로 환원시킴으로써 공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줄이는 것은 물론 탄소 화합물을 판매하여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변환하는 기술이라 설명했다.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잉여 전력을 사용하는 기술로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각광받고 있는 만큼 유의미한 결과를 창출해내고자 힘을 쏟는 모습이다.

 

행복한 연구자로서 수소경제 활성화 앞당길 성과 만들어갈 것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수소는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보급과 함께 발생한 잉여전력을 저장하는 보조적 수단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탄소중립이 시급한 화두로 떠오르며 수소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필수 기술로 여겨진다. 단순히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거나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2050 탄소중립 실현이 불가능에 가까운 까닭이다. 이에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 공정에 청정수소를 사용하는 방안이 적극 추진되고 있으며, 머지않아 전기 생산에도 석탄이나 가스 등 화석연료 대신 수소를 직접 사용하는 방식이 도입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수소경제 시대가 열리기까지 도전과제들도 만만찮다. 기술개발부터 인프라 확충은 물론 수소의 안전성 확보와 일반인들의 인식제고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나영승 교수는 수소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이루어졌으나 수소경제체제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며, 긴 호흡을 갖고 기술과 인프라를 구축해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미래차에 관련해서도 소형의 단거리 주행차는 전기차로, 대형의 장거리 주행차는 수소차로 양분된 형태의 효율적 시장으로 발전해갈 것이라 전망하는 그다.

수소의 위험성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한 견해도 이어졌다. 이는 수소충전소가 들어서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나 교수는 수소는 충분히 안전한 에너지이지만 시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규제나 안전장치 등이 마련된다면 수소 인프라 확충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내다봤다.

미국과 독일, 일본 등은 장기적 로드맵에 따라 수소 인프라를 갖춰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그에 비해서는 속도가 더딘 상태죠. 일례로 국내에 수소 자동차는 판매되었으나 충전소가 부족해 사용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독일의 경우 현재 50개 이상의 수소충전소가 구축되어 있으며, 그 수를 늘려가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시행 중에 있고, 미국 또한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수소충전소들이 적극 도입되고 있습니다. 반면 서울은 한 손에 꼽을 정도인데다 운영 중인 충전소마저 유지보수에 급급한 상황이죠. 수소경제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의지가 중요합니다.”

나 교수는 독립된 연구자들을 양성하고자 힘을 쏟고 있었다. ·박사 과정에서의 연구는 자기주도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만큼 무엇보다 스스로 흥미와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연구주제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모습이다. 또한 창의성에 관련한 워크숍이나 공학적 문제를 체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전하는 외에도 학생들이 문제를 마주했을 때 그 극복 방안을 찾기 위한 훈련을 이어간다. 무엇보다 연구의 즐거움을 좇을 때 좋은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스스로의 삶과 연구 속에서 행복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하는 그다.

“‘현재를 즐겨라라는 의미의 카르페디엠이라는 말을 연구에도 적용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루를 살더라도 정말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목표죠. 정년퇴임 때까지 연구를 즐기는 연구자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그 과정에서 수소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며 개인적으로도, 국가적으로도 유의미한 성과를 창출해고자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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