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등 첨단과학 기반 국방 전투력 제고
세계적 수준의 대한민국 국방력이 미래 첨단과학기술 개발을 등에 업고 ‘게임체인저’로 부상할 전망이다. 정부는 인공지능(AI) 등 미래기술을 기반으로 한 ‘국방혁신 4.0’을 국정과제 삼아 ‘과학기술강군’을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임기 내 ‘제2 창군’ 수준의 국방혁신을 추진해 과학기술강군을 육성, 전반적으로 국방력을 높이고 날로 심화하는 출생률 저하에 따른 병역자원 감소에도 대비한다.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 완성
이는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삼은 ‘국방혁신 4.0’을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특히 정부가 추진 중인 국방혁신의 핵심은 AI기반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 완성으로, 미래전에 특화한 드론·로봇 등 첨단기술의 군(軍) 접목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대통령 직속 ‘국방혁신 4.0 민관 합동위원회’를 설치해 분야별 전문가들로 구성한다. 이 위원회는 정부의 ‘국방혁신’ 관련 컨트롤 타워로 국방태세 전반을 재설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정부는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 관련 목표를 과학기술 발전 속도에 맞춰 ▲2023년 ‘원격제어’ ▲2023~27년 ‘반자율’ ▲2027년 이후 ‘자율형’으로 진화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한국군 맞춤형 ‘합성훈련환경’(STE) 구축 ▲예비군 훈련의 과학적 방식 전환 ▲국방 연구·개발(R&D) 거버넌스 강화 ▲군·산·학·연 융합형 소요기획·연구개발체계 구축 등 계획도 제시했다.
‘2022~2026 국방중기계획’에 따르면 군 당국은 이 기간 군 구조 개편 및 각종 무기 도입·운용 등을 위한 국방비로 총 315조 2,000억 원을 투입한다. 북한 핵과 대량살상무기(WMD) 위협에 대응해 파괴력이 증대된 지대지·함대지 탄도미사일을 개발해 실전 배치할 예정이다. 국방관련 예산은 매년 늘고 있다. 지난 2020년 수립한 중기계획보다 투입 재원이 14조 5,000억 원 증가한 것이다. 특히 첨단과학기술군 육성에 중점을 둬 방위력개선비 비중은 2021년 32.2%에서 2026년 36.3%로 4.0%p 오르게 된다. 미래를 주도하는 국방역량 강화를 위해 국방 연구개발(R&D) 투자도 대폭 확대한다. 드론·로봇·우주·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 및 첨단무기체계 개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국방 연구개발 예산을 2021년 4조 3,314억 원에서 2026년 7조 1,313억 원 규모로 대폭 확대한다.
윤석열 정부에선 특히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억제·대응 능력도 ‘3축 체계’를 중심으로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3축 체계’란 유사시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 등을 선제 타격하는 ‘킬체인’과 북한이 쏜 미사일을 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지대지 탄도미사일 등으로 북한을 응징하는 ‘대량응징보복’(KMPR) 등 단계로 짜인다. 특히 정찰위성·무인정찰기 등을 통해 감시정찰(ISR) 능력을 확충, 북한 전역에 대한 독자적 영상·신호정보 수집과 정보융합 능력을 강화한다. 또한, 윤석열 정부는 지난 정부에서 논의하다가 불발된 ‘국군 전략사령부’를 창설해 ‘3축 체계’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맡긴다. 전략사를 중심으로 미사일 전력은 물론 사이버·전자전과 우주작전 역량을 효과적으로 통합·운용해 전략적 억제·대응 능력을 보강한다는 것이다. 군은 오는 2024년 전략사 창설을 목표로 내년까지 실행 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전략사령부가 창설되면 한국형 3축 체계를 구현할 핵심 전력인 F35A 전투기, 중소형 정찰위성, 패트리어트 미사일, 장거리 지대공유도무기(L-SAM), 현무계열 탄도미사일 등과 함께 사이버전력과 우주전력을 통합적으로 지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북한 장사정포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형 아이언돔’ 장사정포요격체계(LAMD)에 대해선 전력화 시기를 앞당겨 기존 KAMD와 함께 다층 방어망을 보강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북한이 도발하는 경우 신속하고 단호하게 응징해야 한다”며 “국민의 생명, 재산, 영토와 주권을 지키는 것이 바로 군의 사명이며, 이를 위한 군의 의지를 단호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간 한국 국방력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왔다. 4차산업혁명 시기를 맞아 더욱 발전한 첨단과학기술을 등에 업고 방산 수출 세계 5위권 등 ‘글로벌 톱’ 수준으로 도약할 준비를 마쳤다. 오랜 기간 양적 성장에 치중해온 한국군은 2010년대 들어 국방과학 연구개발 능력을 강화하면서 질적 성장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앞선 KF-21 시제기를 성공적으로 개발한 데 이어 최근 무인 및 사이버 국방기술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군사력의 질적 지표로 삼는 국방과학기술에서 우리나라는 최근 10년 동안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 국방과학기술 수준은 지난 2015년 이후 미국의 80% 수준으로 세계 9위권을 유지 중이다. 이는 2008년 11위에서 2계단 상승한 것으로, K-9 자주포 성능개량과 155㎜ 사거리연장탄 개발, 지대공유도무기 개발 등 특히 화력 분야에선 세계로부터 기술적 우위를 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방 사이버보안 강화 노력
이를 뛰어넘어 다음 단계인 미래 신기술 가운데 하나인 AI를 접목한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 등 국방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진 가운데 국방 사이버보안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제 윤 대통령은 ‘사이버보안 인재 10만 명 양성’ 등 사이버보안 관련 강한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이같은 의지가 현실화할 경우 향후 군의 사이버안보 제고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윤 대통령은 앞선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 1월 사이버보안 인재 양성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국가 차원의 일원화된 사이버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2026년까지 대학 특성화 교육을 확대하고 지역별 교육센터를 설치해 사이버보안 10만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국정과제로 대통령 직속 국가사이버안보위원회 설치는 물론 민·관 합동 사이버협력체계 강화 등 내용도 포함됐다. 특히 윤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에서 사이버보안 협력 강화를 선언하면서 새 정부의 관련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를 재차 밝히기도 했다. 또한, 민관 차원의 각종 사이버위협 관련 국가안보체계 구축을 위해 사이버안보 대응역량 강화를 위한 선제적 대응정책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사이버안보 신기술·정책을 공공·민간기업과 공유하고, 사이버공간 안전 확보와 사이버기술 발전이 동반 상승하는 선순환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날로 지능화·고도화되는 사이버위협으로부터 국가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제로 트러스트’(Zero Trust) 전략을 적용한 보호방안 시행 등 국가 차원의 일원화된 사이버 대응체계 구축을 위한 새로운 정책들이 논의되고 있다. 특히 ‘제로 트러스트’ 전략은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에서 새로운 보안 원칙으로 도입해 국방 분야에도 적용해가고 있다. 이는 외부 공격을 차단하는 데 집중해온 기존 보안 정책과 달리, 처음부터 ‘어떤 누구도 믿지 않는다’는 관점으로 모든 네트워크와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을 뜻한다. 결국, 국가안보 관련 보안 원칙에서 ‘신뢰’라는 개념 자체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다. 인가받은 내부 사용자라 하더라도 사전에 허가받은 기기·장소·네트워크가 아니라면, 접근을 차단하고 시스템 접근 후의 활동 또한 추적할 수 있도록 통제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이는 최근 전 세계 해커들이 날로 지능화·고도화되는 데 따른 대비책의 성격도 띠고 있다. 또한, 미래 사이버전에서 벌어질 다양한 국적의 해커 침입 등 각종 공격에 대한 대응책으로 부상하고 있다.
앞서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오는 2024년 9월까지 모든 행정기관 시스템과 네트워크, 데이터 등에 제로 트러스트 원칙 적용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도입을 목표로 사전 착수에 돌입한 상태다. 이밖에도 우리 군은 국방혁신의 핵심으로 메타버스를 활용한 국방 시뮬레이션, 국방 디지털 분야 등을 꼽고 관련 전략 추진을 본격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