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합성과 공정 배제한 기계적 접근법만으로 백금 이상의 효율과 안정성 보이는 수전해 촉매 개발
복잡한 합성과 공정 배제한 기계적 접근법만으로 백금 이상의 효율과 안정성 보이는 수전해 촉매 개발
  • 유지연 기자
  • 승인 2022.08.01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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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규 홍익대학교 신소재공학과 교수
이원규 홍익대학교 신소재공학과 교수 ⓒ유지연 기자
이원규 홍익대학교 신소재공학과 교수 ⓒ유지연 기자

[월간인물 유지연 기자] 수전해 시스템의 상용화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가격경쟁력이 손꼽힌다. 이에 수전해 촉매로 활용되는 고가 귀금속인 백금을 대체하기 위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홍익대학교 신소재공학과 이원규 교수는 전이금속 화합물을 수전해 촉매로 이용하는 데 따르는 복잡한 공정을 간단한 기계적 방법으로 치환하는 데 성공하며 수전해 생산 효율 극대화를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가격경쟁력은 물론 백금 이상의 수전해 성능 및 월등한 안정성 보이는 전이금속 화합물 촉매 생산 위한 기계적 공정 개발

수전해 시스템은 그린수소 생산의 핵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수전해에 이용되는 촉매인 백금의 희소성으로 인한 가격경쟁력 저하로 인해 수소의 대량 생산에는 제한이 있었다. 이에 수전해 시스템의 경제성을 담보할 수 있는 촉매 개발은 수전해의 상용화를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할 난관으로 여겨져 왔다. 이원규 교수는 최근 수소 발생용 촉매 개발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정립하며 해당 연구 성과를 나노과학기술 분야 세계 최고의 전통과 권위를 가진 국제 학술지인 나노 레터스 (Nano Letters)에 표지논문으로 등재한다.

비귀금속에 속하는 단층 전이금속 화합물은 백금에 버금하는 수전해 효율을 달성할 수 있는 차세대 촉매 재료로 각광받아 왔습니다. 이와 관련한 많은 선행 연구와 논문들이 발표되어왔죠. 그러나 고성능 촉매 재료들을 실질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대면적 공정과 더불어 합리적인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전이금속 화합물을 수전해 촉매로 응용하는 데에는 여러 한계가 따른다. 나노미터 단위의 재료 성장을 위한 진공 장비와 까다로운 합성 조건, 습식 후처리 공정으로 인해 높은 공정비용이 요구되는 것은 물론 대량 생산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이 교수 연구팀은 기계적 접근법을 제시했다. 복잡한 공정 프로세스 없이 자연계에서 직접 채굴할 수 있는 벌크 (Bulk) 전이금속 화합물을 기계적으로 박리 및 대면적 건식·전사하여 수전해 촉매로 응용한 것이다. 이 교수는 몰리브덴 이황화물 (MoS)의 응력 조절에 의해 유도된 재료 내부의 부분적 상전이 및 결함 조절을 통해 MoS의 촉매 성능을 백금 이상으로 끌어 올리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MoS는 전이금속 칼코겐 화합물에 속하는 물질로써 그래핀과 함께 2차원 반도체 재료의 활성층으로 활용되어왔다.

지금까지 학계에서는 나노시트 형태의 단층 전이금속 화합물에 비해 벌크 형태의 재료들은 낮은 전기화학적 활성도로 인하여 수전해 촉매 재료로서의 가능성이 배제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본 연구는 기존의 통념을 반박하는 결과를 도출해냈습니다. 마이크로 단위에서 표면 주름잡기 등 기계적 방식을 통해 가공된 벌크 형태의 전이금속 화합물들이 백금 이상의 수전해 성능 및 안정성을 가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실험적으로 증명하였습니다.”

 

이원규 홍익대학교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 ⓒ유지연 기자
이원규 홍익대학교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 ⓒ유지연 기자

전기화학적 활용도 낮은 다층 MoS 백금 이상 효율 내는 수전해 촉매로 탈바꿈

현재까지 단층 MoS가 백금 수준의 촉매 효율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론적 예측만이 있어왔다. 이원규 교수 연구팀의 이번 연구는 전기화학적 활용도가 낮은 다층 벌크 MoS를 백금 이상의 수전해 촉매로 역제안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러한 결과가 도출되기까지 어려움도 따랐다. 이 교수는 기계적으로 박리된 다층 전이금속 화합물을 건식 전사공정을 통해 수전해 셀을 이루는 작업전극상에 코팅하는 경우 균일도 유지에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벌크 형태로 기계적 전사된 다층 전이금속 화합물들의 층수가 수전해를 통한 수소 발생 반응의 효율과도 밀접한 관계를 갖기에 해당 공정의 최적화는 연구 성공의 판가름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이 교수는 균일도 유지를 위해 연구원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현재는 레오미터를 이용한 자동화 공정 시스템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웨이퍼 스케일의 자동화를 구현하는 데 성공하면 기술이전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렇듯 이 교수가 수전해 촉매 생산을 위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하기까지 그만의 독특한 이력이 유효했다. 그는 연세대학교 재료공학과에서 학사과정을, 전기전자공학부에서 석사과정을 밟았다. 이어 코오롱중앙기술원 전자재료연구소에 전문연구요원으로 3년여간 몸담으며 실무적 경험을 쌓았다. 실험실 단계의 연구들을 생산 단계로 접목하고자 노력을 기울이던 그는 보다 근원적이며 학문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싶다는 갈증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에 다소 늦은 31살의 나이로 유학길에 오른 이 교수다. 미국 유학 당시 그는 나노 기술을 접했다. 이 교수가 수학한 노스웨스턴대학교는 나노 테크놀로지라는 용어를 세계 최초로 사용한 학교였다. 이곳에서 나노미터 단위의 미세한 주름 구조를 만들고, 특성을 제어하는 연구를 수행했던 경험이 전이금속 화합물에 대한 기계적 접근이라는 아이디어로 이어졌다. 이후 박사후연구원으로 하버드대학교 화학과에 진학한 그는 소프트 로봇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며 연구의 지평을 확장했다.

저의 전공 백그라운드는 재료와 기계공학에 있습니다. 나노메카닉스와 소프트 로보틱스를 통해 다양한 스케일을 갖는 재료의 기계적 특성을 이해하게 되었죠. 귀국한 후에도 자연스레 재료의 기계 역학적 측면에서 수소 발생을 위한 촉매 시스템 개발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연구는 촉매 합성을 위한 복잡한 물리화학적 방법 없이 단순한 기계적 공정만으로 초고효율의 수전해 수소 발생용 재료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교수는 벌크 (Bulk) 전이금속 화합물을 수전해 촉매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연 해당 연구로 수소 생산의 가격경쟁력과 산업화 가능성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이에 관한 원천기술을 확보한 만큼 향후 이러한 방법론이 수소 생산을 위한 다양한 전이금속 화합물들에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는 일반론적인 재료공정방식으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는 기대가 이어졌다.

 

다양한 수소 발생용 촉매 개발 위한 근본원리에 다가서는 연구 수행할 것

이원규 교수 연구팀의 첫 연구 성과는 벌크 혹은 다층 전이금속 화합물에 기반한 촉매 재료의 수전해 성능 그 자체를 다루고 있다. 첫 연구에서 고무적 결과를 거둔 데 대해 이 교수는 운이 좋았다고 평했다. 박사 과정 당시 10개의 아이디어를 테스트하면 1, 2개의 아이디어만이 예상한 성과에 도달한 것만으로도 행운이라 말할 정도로 부단한 시행착오를 겪었던 까닭이다. 향후 이러한 방법론이 수소 발생 촉매 연구를 위한 중요한 접근법으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는 바람이 이어졌다.

이 교수는 첫 번째 연구를 통해 수전해 촉매 재료에의 기계적 접근이라는 아이디어의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다양한 소재에 적용하며 수소 생산의 경제성을 확보해나갈 것이라 전했다. 특히 재료 시스템에서 일어나는 물리화학적 메커니즘의 규명 없이는 해당 수소 발생 플랫폼의 최적화를 달성할 수 없는 만큼 재료 표면과 내부에서 초고효율의 수소 발생을 가능하게 하는 근본원리에 다가선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재료 내부의 응력조절에 따른 상전이 (Phase transformation), 결함 생성 및 결함의 3차원적 분포 (Three-dimensional distribution)에 대한 실시간 관찰을 수행하고, 이를 수소 발생 효율과 관련된 다양한 파라미터와 연결 지을 전망이다. 이 교수는 수소 발생용 촉매 개발에 있어 소재의 응용 및 상용화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근본원리에 대한 과학적 고찰과 이해라 말했다. 이러한 실험 및 이론적 탐구는 물리, 화학, 수학 등 기초과학과도 밀접하게 맞닿아있다.

저는 전기화학이나 수전해, 에너지 전문가가 아닙니다. 학생의 입장에서 지속적으로 공부하며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저의 전공 분야인 재료역학, 나노메카닉스, 소프트 로보틱스 등 여러 분야의 전공 지식을 이에 접목시키고자 합니다.”

연구팀은 나아가 다이아몬드 앤빌 셀 (Diamond-anvil cell) 등의 초고압 발생장비를 활용한 연구를 이어간다. 전이금속 화합물에 초고압의 스트레스를 발생, 재료 내부에서 상전이를 조절 가능한 방식으로 발생시켜 수전해 촉매 성능을 단일 소자 수준에서 분석하고자 한다. 분석된 데이터들은 재료 시스템을 스크리닝 및 최적화할 수 있는 알고리즘과 컴퓨터적 방법론 개발에 적용될 예정이며, 이는 이 교수 연구팀의 장기적 연구 플랜의 핵심 요소 중 하나다

 

이원규 홍익대학교 신소재공학과 교수 ⓒ유지연 기자
이원규 홍익대학교 신소재공학과 교수 ⓒ유지연 기자

팔로어가 아닌 스타터, 새로운 접근법과 근본적 메카니즘 규명하는 과학자

박사 과정 당시 지도교수님께서는 늘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분야를 시작하는 사람이 되어라라는 말씀을 들려주셨습니다. 저 또한 팔로어가 아닌 리더이자 스타터를 꿈꾸죠.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남들이 생각지 못하던 심플한 개념을 던지고, 이를 검증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를 응용하며 발전시켜주시리라 확신합니다. 이에 기술적 장벽이 낮으면서도 파급력 있는 심플한 시스템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원규 교수는 앞으로도 근본적인 원리를 밝히는 연구를 수행할 것이라 말했다. 벌크 전이금속 화합물의 기계적 공정 시스템 개발에 성공했지만, 재료들의 원자 배열과 결함, 생성 등 밝혀야 할 근본원리들이 산적해 있다. 그는 새로운 접근법을 발견한 만큼 근본적 메카니즘을 규명한 교과서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과학자로서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는 새로운 개념을 학계에 던지고, 개념이 성립한 이유를 이론적으로 깊이 있게 이해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향후 이러한 발견이 수소 생산 촉매뿐 아니라 전기화학, 물리, 기계공학, 컴퓨터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것이라 내다보는 이 교수다.

전이금속 칼코겐 화합물은 텅스텐, 몰리브덴 같은 금속 원소와 황 등의 칼코겐 원소가 결합한 물질입니다. 제가 적용한 기계적 자극이 어떤 조합일 때 가장 최적화되는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스크리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재료 조합을 스크리닝하는 머신러닝 알고리즘이나 컴퓨터 공학적 시뮬레이션 모델과의 접점을 찾고자 합니다.”

제자들에게는 연구자로서의 인내심을 강조하고 있었다. 이 교수 또한 숱한 인내의 기간을 거쳐 현재에 다다랐다. 하버드대학교에서 소프트 로봇을 연구하며 연구 성과가 정점에 달한 순간 지도교수가 뇌졸중으로 쓰러져 모든 것이 중단되었다. 40명에 달하던 연구팀 내 박사후 연구원들은 불과 5명으로 줄었다. 다행히도 지도교수가 차도를 보일 즈음 코로나로 인해 연구실의 문은 더욱 굳게 닫히며 연구가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 그는 절망과 겸손을 배우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후 자신이 보낸 안전한 하루는 모든 운의 결과라는 생각으로 늘 감사하는 삶을 살아가는 그다. 이 교수는 자신의 연구 분야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더라도 좋은 때가 올 때까지 계속해서 연구를 이어가는 것 또한 인내심이라며, 인내심이야말로 연구자의 중요한 덕목이라 강조했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저는 후회할지언정 도전해보길 선택했습니다. 또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인내심이 필요하죠. 학생들이 인내와 함께 자신이 원하는 삶을 찾아 나섰으면 합니다. 치열하게 고민하며 다양한 경험을 해보지 않으면 진정한 자신에 대해 알 수 없어요. 저 또한 치열함과 인내심을 바탕으로 세상에 파장을 던질 수 있는 새로운 연구들을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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