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과 환경정책, 고용, 경제 등 건설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점차 대형화·고층화되고 있는 건설현장은 보다 즉각적이며 효율적인 디지털 협업 솔루션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문서기반의 데이터 관리, 원격협업, 디지털 트윈 기반의 유지관리 등 확장성을 자랑하는 BIM 산업이 건설산업의 디지털화를 위한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업 시행 전 설계오류 및 시공오차를 최소화하는 BIM은 건설 자동화의 시작이자 디지털 엔지니어링을 위한 가장 중요한 데이터이다.
설계품질 향상 및 업무 효율성·생산성 끌어올리는 BIM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빌딩 정보 모델링)은 시설물의 생애주기 동안 발생하는 모든 정보를 3차원 모델 기반으로 통합하여 관리하는 프로세스를 칭한다. 토목·건축·산업설비·조경·환경시설 등 ‘건설산업진흥법’상 모든 건설산업에 적용할 수 있으며, 기본적인 3D 모델링(너비, 높이, 깊이) 외에도 4D(시간), 5D(비용), 6D(지속가능성) 및 7D(시설관리 응용프로그램) 등 다차원 구성이 가능하다. 실제 공사 시 발생할 수 있는 토목구조와 건축구조, MEP, 환경 등 간섭체크를 수행하며 설계오류 및 시공오차를 최소화하는 BIM기반 설계는 설계품질을 향상시키고,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 향상에도 효과적이다. 건축물의 안전 확보 및 사용가치를 체계적으로 유지·향상하는 데에도 BIM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최근에는 AI, AR/VR, 클라우드, 빅데이터 및 IoT 기술 등과의 결합으로 활용성이 극대화되며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다양한 스마트건설기술과의 결합 또한 BIM의 확장을 기대하게 하는 요인이다. 이외에도 자동화, 모듈화, 디지털화를 위한 건축물 정보 통합 및 서비스 지원 체계로 높은 미래성장 잠재력을 지녔다고 평가받는다. 시설물의 설계와 시공에 중점을 둔 BIM 모델을 활용해 IoT 센서의 실시간 데이터와 연결된 디지털 트윈 환경을 조성하면 시설물 건설과정 및 운영환경과 상호 작용하는 방식에 대한 모델링을 통한 빠른 의사결정과 최적화가 가능해진다. 이에 대부분의 공급업체들은 BIM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BIM과 연계 가능한 계획도구, 협업보조도구 등을 제공하며 완벽한 BIM 환경 구축에 나서는 추세다.
글로벌 시장분석기관인 Market and Market은 도시화 및 인프라 사업의 증가와 BIM 채택에 대한 정부의 의무화 추세 등을 이유로 2020년 5.4조 원 수준이던 BIM 시장이 연평균 14.5%의 성장을 거듭하며 2025년에는 10.56조 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이라 내다봤다. 대한민국의 BIM 시장은 2025년 약 2,3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건축물의 대형화 및 고층화, 비정형화 추세가 이어지며 국내외에서 BIM 기술의 도입과 확산이 속도를 높이는 추세다. 특히 교량, 터널 등 인프라 시설물을 중심으로 BIM을 채택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현재 미국, 영국, 싱가폴 등 세계 주요국은 BIM의 적극 도입 및 활성화를 위해 국가적 차원의 지침 및 로드맵의 수립·이행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2018년에는 BIM에 대한 조직 내 정보관리 운영체제를 위한 국제 표준인 ISO19650이 발행되었다. 지난해 6월 삼성물산이 국내 건설사 최초로 ISO19650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삼성물산은 2010년 BIM 전담팀을 발족한 후 상품별, 공종별 산재되어 있던 BIM 업무 지침을 표준화하고 프로세스를 일원화하는 등 BIM 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를 이어왔다. 이어 지난 7월 현대건설이 ISO19650 인증 소식을 알리기도 하는 등 국내 건설산업의 디지털화에 건설 대기업들이 앞장서 시장 기반을 마련하는 모습이다.
건축 BIM 활성화 로드맵 구축 후 2년,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무르는 국내 BIM 성숙도
코로나19 사태가 불러온 언택트 경제 환경은 건설산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협업 소프트웨어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더욱 커지는 계기가 된 것이다. 건설 프로젝트의 대형화·복잡화 추세로 인해 방대한 양의 정보가 발생하고 있고, 이러한 정보를 사무실과 현장은 물론 설계사, 공급업체, 제조업체, 건물 검사기관 및 하청업체 등 이해관계자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할 수 있는 디지털 협업 솔루션의 개발과 적용에 대한 요구가 지속되어오던 상황이었다.
이에 2020년 국토교통부는 공공 및 민간분야의 체계적 BIM 도입과 활성화 지원을 목표로 건설 엔지니어링 발전방안, 건설산업 BIM 기본지침 및 건축 BIM 활성화 로드맵을 마련했다. 대가 기준 정비 및 국가BIM센터 근거 마련, BIM 관련 S/W 활성화 추진, 스마트턴키 발주 확대 추진 등이 주요 골자다. 로드맵은 2025년까지 BIM 설계기반을 구축하고, 2030년까지 디지털 건축서비스 구현 목표를 위해 제도, 기술, 인력양성 및 산업 활성화를 목표로 내걸었다. LH는 ‘공동주택 BIM 지원센터’를 구축하며 힘을 보탰다.
그로부터 2년여가 흐른 지금 우리나라의 BIM 성숙도는 여전히 낮다. 2009년 조달청이 발주한 용인시민체육공원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 사업은 ‘공공 BIM 1호’로 주목을 받은 후 13년이 흘렀으나 여전히 BIM의 확산은 더디다. 전문가들은 국내 BIM 성숙도가 도입기에서 지능화에 이르는 4단계 중 초기 도입기인 레벨1에 수년째 머물러있다고 지적한다. 현장에서는 BIM의 극히 일부 기능만을 활용하고 있을 뿐 BIM을 통한 비용관리, 일정관리, 시설물 유지관리(FM), 자산관리(AM) 등 확장적인 BIM 활용은 미미한 실정이다. 설상가상 현장에서는 설계는 3D BIM으로 되었으나 납품은 2D CAD로 제출하는 비효율적인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지쓰리씨 이혁진 대표는 3D로 표현된 BIM의 결과물을 해석해 사업에 적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인재들이 극소수인 상황이라며, BIM의 완전한 정착을 위해서는 매년 시행하는 구조물 안전 점검과 같이 사업 시행 전 당연히 거쳐야 할 수순이라는 인식이 뿌리내려야 할 것이라 말했다. 이에 지쓰리씨는 3D 도면에 유지관련 이슈를 아이콘화해 표현한 유지관리 플랫폼을 구축해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특허 출원중인 해당 플랫폼을 이용하면 균열, 누수, 백태 등 이상이 생긴 부위에 대한 분석 및 집중적인 이력관리가 가능하다.
단순히 BIM 소프트웨어 기능의 일부를 활용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BIM을 적용해 사업기간 전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며 생산성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BIM 전략수립, BIM 조직 구성 및 역량 강화, BIM 운영 매뉴얼, BIM 기술력 확보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 대표는 큰 비용을 들여 BIM을 적용하더라도 대부분 설계 단계에 적용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며, 시공과 유지·관리까지 BIM이 적용될 때 BIM의 효용은 극대화될 것이라 말했다. 현재 BIM을 설계부터 유지·관리까지 적용하는 것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지난 7월 국토교통부는 ‘스마트건설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며 BIM 시행지침 제정 및 1,000억 원 이상의 신규 공공공사에 대해서는 공사비 규모·분야별 건설 전 과정에의 BIM 도입을 순차적 의무화를 시사했다. BIM 전면 도입을 통한 건설산업 디지털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청년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건설 분야의 특성화고·마이스터고 교육과정에 BIM을 기초과목으로 편성토록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로서는 일부 2년제 대학에서 BIM 기술의 일부를 교육하거나 사설 학원이 존재할 뿐 BIM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기관은 전무하다. 이 대표는 단순히 기능을 배우는 것만으로는 BIM 엔지니어가 될 수 없다며, 설계부터 시공, 유지·관리까지 전 분야를 경험해본 인력이 BIM 툴을 익힐 때 더 큰 시너지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공공과 민간에서 다양한 실적 쌓으며 국내 BIM 분야 발전 선도해온 ㈜지쓰리씨
2012년 설립된 ㈜지쓰리씨는 하이테크와 마천루 초고층빌딩 프로젝트 등에 참여하며 BIM 분야를 선도해왔다. 공공부문에서는 인천국제공항, 부산도시철도, 부산북항 지하차도, 철도 BIM R&D, 가거도 항만, 새만금 신항, 월곶~판교 복선전철 등 굵직한 이력을 쌓았으며, 민간 분야에서도 반도체 공장, 디스플레이 공장, 아파트와 생활숙박시설, 지식산업센터, 데이터센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파트너로 활약하며 건설의 효율성을 높여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1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표창, 2021 스마트건설챌린지 혁신상을 수상 등 분야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손꼽힌다.
지쓰리씨는 2015년부터 수조 원이 투입되는 국내 반도체 공장 건설을 위해 BIM 기술을 적용하고 있으며, 중국 시안에 현지법인을 운영하며 해당 기업의 해외 공장 설립을 지원하고 있다. 이혁진 대표는 BIM 기술과 관련해서 국내에서는 하이테크 분야 기술이 가장 앞선 상황이라며, 경쟁 기업들도 BIM 적용을 적극적으로 도입·활용하려 한다고 말했다. 지쓰리씨는 최근 설립한 미국지사 외에도 중국, 홍콩에 법인을 설립·운영하며 해외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총 사업비 3조 3000억 원, 15개 정거장과 44.7km의 철도건설이 진행되는 신안산선 복선전철 민간투자사업의 전 노선·전 공정·전 분야를 BIM으로 구현하는 데 성공한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이를 위해 오류를 빠르게 잡아낼 수 있는 자동화 프로그램을 개발한 것은 물론 드론 및 레이저 스캔을 통한 건설현장 주변의 구조물들을 역설계하는 등 BIM 기술력 고도화를 이루어냈다는 평가다. 더불어 BIM 기술의 통일화와 표준화, 데이터 최적화, 품질관리(QC) 등에 대한 컨설팅 및 자동화 개발을 수행하며 국내 BIM 기술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더디지만 반드시 가야할 길, BIM의 국내 도입 및 정착에 기여할 것
BIM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으나 실제 건설현장에의 적용은 더디기만 한 상황이지만, 이혁진 대표는 BIM은 앞으로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라 확신했다. 10년 전 BIM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한 이들에게 BIM의 필요성을 말해야 했지만, 이제는 BIM에 관한 로드맵이 구축될 정도로 인식이 높아졌다며 희망을 엿보는 그다. 명확한 성과를 보이며 BIM 기술이 시장에 정착하기까지의 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이야말로 ㈜지쓰리씨가 존재하는 이유라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향후 공공부문의 대형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수행하며 BIM이 공공분야에 적용되기 위한 기반을 다져나갈 것이라 전했다.
유지보수 시장에서의 BIM의 역할도 기대된다. 이 대표는 유지보수와 관련해 국가에서 사용하는 비용이 상당한 규모라며, 특히 재난안전 방지와 관련해 전국의 교량과 댐, 항만, 공항 등 시설물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데 기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안정적인 팀워크를 유지하고, 기술 보안에 힘을 쏟고 있는 그다. 이 대표는 직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이 대표는 BIM을 MRI에 비유했다. 엑스레이로 볼 수 없는 정보들을 MRI가 담고 있듯 BIM을 활용하면 당장 비용이 들더라도 시공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더 큰 손실을 막을 수 있는 까닭이다. 그는 정확한 문제점을 찾아내 보완한다면 미래의 막대한 손실을 막을 수 있다며 BIM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쓰리씨는 아직 건설산업의 디지털화가 정부와 업계, 그리고 건설현장에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완전히 자리잡기에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릴 테지만, 반드시 가야할 길이라는 확신으로 다양한 실적을 통해 BIM의 우수성을 입증하며 우리나라 BIM 활성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BIM의 도입과 확산의 속도를 높이는 마중물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