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 시대, 국민 누구나 품위 있는 여생을 맞이할 수 있도록 노인간호 시스템과 교육이 정착되길
초고령 시대, 국민 누구나 품위 있는 여생을 맞이할 수 있도록 노인간호 시스템과 교육이 정착되길
  • 박금현 기자
  • 승인 2023.02.08 1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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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화 한국노인간호학회장·충남대학교 간호대학 교수

2025년도가 되면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측된다. 고령화 속도에 맞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건강’이다. 이러한 노년의 건강과 관련된 시스템을 뒷받침할 수 있는 보건의료 인력들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느냐가 중요한데, 노인을 가장 바로 옆에서 케어할 수 있는 인력들이 바로 간호사다. 하지만 일반 병원 이외에 지역사회의 요양원, 요양병원, 재가요양기관 등 노인들이 있는 다양한 현장에 간호사가 없는 곳들이 많다. 충분한 교육과 훈련을 받은 간호사가 24시간 노인들을 케어하고 담당해야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이러한 초고령 사회의 요구만큼 노인전문간호사의 인력양성과 배치가 간절하다.

박명화 한국노인간호학회장·충남대학교 간호대학 교수 / 사진 박성래 기자

 

제13대 한국노인간호학회장으로 취임, 초고령 사회 진입에서 노인간호 중요성을 천명

“노인간호학회는 국내 유일무이의 노인간호학을 이끌어 나가는 간호학회입니다. 이 학회의 회장으로 취임한 것은 무한한 영광이기도 하며 큰 책임이기도 합니다. 2025년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 대한민국의 노인건강을 위한 준비 시점에 회장을 맡게 되어 막중한 책임을 느낍니다.”
충남대학교 간호대학 박명화 교수는 지난 2022년 12월 국내 노인간호학 분야 대표 학회 제13대 한국노인간호학회장에 선출됐다. 한국노인간호학회는 1998년 창립 후 20여년간 노인간호 교육, 연구 및 실무 발전에 선도적 역할을 해왔다. 현재 학회는 약 1,000여명에 다다르는 회원 규모로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노인간호학회지(Journal of Korean Gerontological Nursing)는 KCI 등재 이후 2016년 CINAHL 등재, 2020년 SCOPUS 등재를 통해 국제적 노인간호 학술지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학회에서 발간하고 있는 학술지가 아주 짧은 기간 동안 급성장했다는 것은 노인이라는 이슈가 국제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학회의 역할을 인정받은 셈이다. 더불어 2018년부터 한국노인과학학술단체연합회의 회원학회로 한국노년학회, 대한노인정신의학회, 대한노인병학회, 한국노화학회, 한국장기요양학회 등 노인 관련 학술단체들과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학회는 연구과 관련하여 초고령화 시대 노인인구의 변화, 특히 노인건강 패턴의 변화를 예측하고 이를 대비한 노인간호인력을 준비하고 대응하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다. 
“기존의 노인간호가 주로 급성기와 아급성기 의료기관에서 이루어졌다면 앞으로 초고령사회의 핵심은 가급적 지역사회 본인이 사시던 곳에서 평온한 여생을 마무리하는 Aging in Place가 중요합니다. 따라서 재가간호, 장기요양시설간호, 지역사회통합돌봄을 위한 간호인력을 예측하고 배치하기 위한 방안을 연구하고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박 회장은 노인간호학회의 또 하나의 목표로 현장에 맞는 노인간호인력 양성뿐만 아니라 학부 교육프로그램을 통해서도 노인간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있다. 간호대학에서 노인간호학은 선택과목으로 분류되어 현재 초고령화 인구 스펙트럼과 부합되기 미흡한 현실이다. 노인간호학이 간호사의 핵심역량으로 학부 교육에서부터 반영되어야 한다는 정책적인 아젠다를 대외적으로 널리 알려야 한다는 그다. 

 

다학제적인 학회로서 노인 관련 학회 연합회를 구축해 시너지 확대

박명화 회장은 앞으로 1년간 학회 운영의 계획을 전했다. 첫째, 임상과 지역사회 등 다양한 환경에서 노인간호의 역할을 확대하며 현장과 함께하는 학회가 되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실무연수 프로그램 개발 및 정책연구 확대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노인건강 정책 개발에 기여하는 학회가 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탤 예정이다. 둘째, 학회의 외연을 더욱 확장하기 위하여 국내외 관련 기관과의 교류인 한중일 노인간호학회 교류사업 등 실질적 협력의 장을 넓히고 다양한 분야와 학술행사, 연구 활동, 교육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PubMed Central 등재를 위한 노력 등을 통해 노인간호학회지의 국제학술지로서의 위상을 더욱 높이며 국내 연구성과를 전 세계로 알리는 통로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한국노인간호학회는 닫힌 학문이 아닌 다학제적인 학회로 거듭나려고 합니다. 노인간호사회, 노인간호학회, 노인노년학회, 노인병학회 등 학회를 아우른 연합회 활동을 구축, 협력하여 학술대회의 장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유관 학회가 한목소리를 낸다면 어젠다를 만들고 알리는데 시너지가 커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저 또한 다양한 학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만큼 열린 마음을 가지고 회원분들을 맞이하겠습니다."

박 회장은 노인간호에 관심이 있거나 노인대상자를 돌보고 있는 간호사 모두가 학회에 참여하여 회원으로 활발히 활동해 주길 당부했다. 실무현장의 의견에 항상 귀 기울이고 있으니 현장의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목소리 내 주길 바란다는 점도 함께했다. 
“노인건강을 위한 여러 유관기관이 ‘인간중심돌봄’을 제공하기 위해 함께 협력해야 합니다. 각자의 직역을 떠나 노인대상자를 중심으로 조정된 케어가 제공될 수 있도록 협력의 장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장기요양현장에서 체계적인 서비스와 교육으로 품위 있는 여생을 맞이해야
박명화 회장은 ‘2012년 치매극복 유공자’로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다. 1990년대 중반 치매가족 지지라는 영역이 우리나라에 전무하던 시절이었다. 당시 치매 환자는 집에서 주로 케어를 해야 하며, 이들을 보살피다 가족이 자살에 이르기까지 매우 열악한 환경이 있었다. 박 회장은 노인간호학 영역을 개척하겠다는 의지로 고령화가 일찍부터 시작된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미국에서는 치매 대상자를 위한 요양시설과 치매 대상자의 가족 교육이 놀라울 만큼 잘 구축되어 있었다며 당시를 소회했다. 이러한 교육과 가족들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우리나라에도 꼭 만들겠다는 의지로, 서울시 치매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최초의 치매가족교육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일조를 했다. 현재 치매가족교육프로그램은 서울시 치매안심센터와 한국치매협회를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국민들의 건강한 삶의 증진에 도움을 주고 있다. 
  “선구자로서 가족교육프로그램을 만드는 역할을 했지만 아직도 부족한 부분들이 많습니다. 치매가족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인력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죠. 또한 치매환자의 가족, 장기요양보험의 수급자 가족들을 대상으로 한 체계적인 가족교육에 대한 홍보가 아직은 미흡한 편입니다. ‘돌봄이라는 것은 내 가족의 일이니까 어떻게 하면 되겠지’가 아니라 질환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또한 노인을 위한 돌봄서비스의 질을 평가하고 적절한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대리인인 가족이라는 것을 알고, 적극적으로 교육에 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적극적인 가족지원이 정책적으로도 필요합니다.”
노인건강과 노인요양 측면에서, 보건의료현장뿐만 아니라 장기요양현장에서도 건강관리는 매우 중요한 서비스다. 일상생활에 대한 지원뿐만 아니라 노인대상자의 건강관리를 위한 서비스는 더 촘촘하게 제공되어야 한다고 박 회장은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요양현장에는 아직 보건의료서비스가 부족하여 이에 대한 제도적 기반 마련이 시급함을 설명했다. 또한 품위 있는 여생을 지원하기 위한 호스피스나 사전케어계획 등이 노인돌봄서비스에서 노인대상자뿐만 아니라 돌봄을 제공하는 가족들에게도 알려져야 한다. 박 회장은 대상자와 가족이 자신들이 제공받을 서비스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공유적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만약 치매를 진단받으면 어떤 케어서비스를 받을지 미리 가족들과 청사진을 그려보는 사전케어계획을 세워보는 것도 덧붙였다. 각 단계별 질환의 예방부터 진단, 초기, 중기 말기까지 돌봄경로가 단절되지 않도록 간호지침을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학회도 노력할 예정이다.

박명화 한국노인간호학회장·충남대학교 간호대학 교수 / 사진 박성래 기자

 

"품위 있는 여생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얼마를 투자하더라고 여생을 더 가치 있고, 편안하고, 즐겁게 살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케어를 받고 세상을 떠나고 싶을 것 같아요. 가능하다면 내 곁에서 더 전문화된 인력들이 나를 위한 최선을 판단해주고, 보살펴줬으면 하는 바람이죠. 이러한 노인간호 전문인력들이 많아질 수 있다면 좋겠죠."

한편 박 회장은 간호대학의 좋은 인재들이 종합병원으로 취업 후 높은 이직률을 보임을 안타까워했다. 최첨단 시설에서 최고의 교육을 하고 있지만, 막상 현장에서 있다 보면 다른 직업에 비해서 업무강도나 보수가 이상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간호사는 천사가 아닌 전문직이다’라고 코로나 이후 여러 학술대회에서 언급된 바 있습니다. 코로나 일선에서 너무 힘들어서 현장을 그만 둔 간호사가 많았습니다. 환자를 가장 가까이 돌보는 간호사를 위해 적절한 인원 배치가 간절함을 느꼈습니다. 베스트케어는 간호사와 환자 간 적절한 인원을 배치해야만 가능합니다. 평균적으로 미국의 경우, 간호사 한 명당 평균 5명을 케어하는 것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약 16명을 본다고 합니다. 어마어마한 차이죠. 간호사의 역할을 제고하고, 그에 걸맞은 서비스 향상을 위한 실무환경의 개선이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한계는 없다’라는 가치관으로 학회와 연구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것
박명화 회장은 충남대학교 커뮤니티케어센터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커뮤니티 비즈니스 활성화 사업 중 하나로 대전지역에서 민들레의료사회복지협동조합과 협력하여 지역사회의 사회적경제조직과 함께 한 연구과제가 기폭제가 되어 2019년 충남대학교 CNU 커뮤니티케어센터를 만들어 센터장을 맡게 되었다. ‘커뮤니티 비즈니스 활성화 사업’의 연구성과는 유명학술지 ‘국제의료정보학회지(International Journal of Medical Informatics)’에도 게재되기도 했다. 박 회장은 지역사회 경증치매대상자를 위한 건강리더 교육, 지침 개발 등의 사업과 노인복지관과 함께 노인건강지도자 양성 사업, 대전형 지역사회 통합돌봄사업을 위한 교육프로그램 개발 및 협의체 활동을 센터에서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미국간호학술원 Fellow, 한국 간호한림원 정회원, 국립 중앙치매센터 전문위원,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문위원, 한국노인과학학술단체 연합회 이사, 한국노년학회 이사, 대한의료정보학회 간호정보특별위원회 부위원장 등으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각 활동이 서로 긴밀히 연관되어 있는 만큼 모든 활동이 다 의미가 있습니다. ‘융합’이 제가 하는 모든 활동에 가장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예를 들어 노인과 가족돌봄자를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위해 국립중앙치매센터, 서울광역치매센터, 국민건강보험, 대한의료정보학회에서의 다학제 활동이 어우러져서 온라인 가족프로그램을 만들거나 치매와 장기요양 그리고 ICT 기술이 융합된 연구 활동 등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 간호학술원에서도 이러한 활동이 인정되어 FAAN 정회원으로 추천받기도 했습니다.” 
그는 의료인이자, 교육자, 연구자로서 ‘한계는 없다’라는 가치관을 가지고 치열한 삶을 살아왔다고 전했다. 졸업 후 중환자실을 자원해서 근무했고, 해외유학의 길이 좁았을 때 용감하게 해외유학에 도전했다. 또 새로운 연구주제나 사업이 생길 때는 하나라도 알아내기 위한 도전이 삶의 디딤돌이 되었다. 
“후배 간호사들에게 폭넓은 시선으로 자신의 진로를 바라보고, 한계는 없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병원을 넘어서서 지역사회, 국가, 세계적 차원의 건강 이슈에 관심을 가지는 ‘글로벌 건강 리더’이면서,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의 건강문제를 보살피는 ‘글로컬 건강 리더’가 되기를 바랍니다. 저도 회장으로서 학회의 목표를 반드시 성공시키고, 지금까지 진행하고 있는 연구사업들도 잘 마무리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박명화 한국노인간호학회장·충남대학교 간호대학 교수 / 사진 박성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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