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인물 유지연 기자] 탈탄소라는 시대적 흐름과 함께 차세대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지금이다. 세계는 치열한 기술 경쟁으로 미래 에너지 패권 전쟁에 임하고 있다. 명지대학교 신소재공학과 윤태광 교수는 편견에 맞서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연구로 미래 에너지 시대를 열어간다. 특히 자연과 생활 속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학술적·산업적 가치를 갖는 환경친화적 에너지 생산 및 저장 시스템 개발에 매진하는 모습이다. 고정관념을 깨는 새로운 에너지 생산 시스템은 에너지원의 93%를 수입에 의존해온 대한민국이 차세대 에너지 시대의 에너지 강국으로 도약할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식물의 증산작용에서 찾은 아이디어, 오·폐수 정화와 전기 발전 기능 동시 수행하는 분리막으로 완성되다
윤태광 교수가 최근 오·폐수를 식수 수준으로 정화하는 동시에 발전까지 하는 분리막(멤브레인) 개발 소식을 알리며 학계로부터 주목받았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전자재료연구센터 장지수 박사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서다. 본 연구로 개발한 분리막은 물을 정화하는 다공성 필터 위에 전기가 통하는 전도성 고분자 물질을 프린팅 공정으로 입힌 샌드위치 구조로 완성되었다. 오염된 물은 분리막을 수직으로 관통하면서 정화되고, 수평 방향으로 확산하면서 직류 전기를 만들어낸다. 10nm 이하의 오염물질을 95% 이상 정제할 수 있기에 미세플라스틱, 중금속 등 유해물질을 걸러내는 것은 물론 10㎕의 물로 3시간 이상 전력을 만들 수 있다. 윤 교수는 산업현장에 적용해 비상 전력원으로 사용하는 것은 물론 몸에 부착해 인체에서 발생한 땀을 전력원으로 삼는 웨어러블 기기로도 응용이 가능할 것이라 내다봤다. 해당 연구 결과는 재료 분야 국제학술지인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 온라인판에 발표된 것은 물론 2월호 표지 논문으로 게재되었다.
본 연구는 식물의 증산작용에서 힌트를 얻어 전개되었다. 수분의 효과적 순환을 위한 식물의 증산작용은 수분을 흡수하는 뿌리, 모세관 현상을 통해 흡수한 수분을 빠르게 이동시키는 줄기와 넓은 면적의 잎에서 증발하는 과정으로 구성된다. 윤 교수는 증산작용을 그대로 모사한다면 수분의 순환을 전기에너지로 변환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엿봤다. 이에 숯(활성 탄소)을 활용해 수분을 흡수하는 뿌리 역할을 대체하고, 면섬유로 모세관 현상을 일으키는 줄기·잎의 역할을 대체한 실험을 통해 가능성을 구체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어 해당 모델을 ‘증산작용 기반 에너지 구동장치(TEPG)’라 명명했다.
윤 교수는 본 기술에서 다양한 물리적 현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 방울의 물만으로 증발 전까지 1시간 이상 전기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었다는 점, 물 내부에 다양한 이온 및 불순물이 포함되어 있다면 생산되는 전기에너지의 양이 증가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을 생활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수자원을 활용해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전기에너지 생산량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에 윤 교수는 다양한 불순물과 이온을 함유하고 있는 폐수를 활용해 전기에너지 생산량을 극대화하는 시스템 개발에 도전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빗물이나 바닷물, 지하수, 강물, 오·폐수 등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다양한 형태의 물을 마시거나 사용할 수 있는 물로 정화하는 담수화 기술은 인류에게 필수적인 미래 기술이다. 다만 물의 정화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점은 반드시 넘어야 할 난관이었다. 윤 교수의 이번 연구는 인류가 마주한 난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물을 정화하는 과정에서 전력을 발생시킴으로써 담수화에 소요되는 에너지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는 까닭이다. 실제로 윤 교수가 개발한 분리막은 산업 폐수를 정화하는 담수 기능을 수행하는 동시에 전기에너지를 스스로 생산하고 활용하는 물 재활용 분야에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윤 교수는 풍부한 수자원을 갖추고 있으나 하·폐수 처리에 문제를 겪던 환경에 적극 응용한다면 고효율·저비용의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며, 이에 관한 거대 시장을 확보하기 위한 선점 기술로 활용될 것이라 내다봤다.
에너지 저장 분야와 신재생에너지 분야 접목해 환경친화적 미래 에너지 플랫폼 개발
재생에너지 및 저장시스템 실험실을 이끄는 윤태광 교수는 외부 전력 없이 환경친화적 방법으로 전기에너지를 스스로 생산하고 저장할 수 있는 미래 에너지 플랫폼 개발을 목표로 전기화학 기반의 미래 에너지 기술을 연구해왔다. 특히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소재를 활용함으로써 산업적으로도 가치가 높은 미래 에너지 기술을 개발하고자 노력해왔다. 윤 교수는 고성능·고효율의 에너지 저장 기술과 독창적인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병행하여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에너지 저장 분야에서는 높은 용량과 긴 수명을 갖는 리튬이온배터리, 슈퍼캐패시터 및 차세대 수계 전지 등의 에너지 저장 기술을 개발했다. 이러한 연구 끝에 인체에 무해한 식물의 표피와 동물의 피부 성분을 활용해 4차 산업혁명의 중추 기술인 IoT·웨어러블 기기에 적용할 수 있는 독창적인 에너지 저장 기술들을 성공적으로 구현해온 것은 물론 세계적 저널에 발표해왔다. 특히 한지를 활용한 종이 기반의 웨어러블 에너지 저장 원천기술을 발표하며 독창성을 주목받기도 했다. 윤 교수는 우수한 수명을 자랑하는 닥나무 기반의 전통 한지는 기계적으로 강한 변형을 가해도 견뎌내는 것은 물론 강한 산성 용액에 노출되어도 고유의 특성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웨어러블 에너지 저장 기술의 본격적 활용을 위해서는 여러 기능을 겸비한 에너지 저장 기술이 필요합니다. 이에 충전 및 방전 과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투명 종이 기반의 인체 부착형 에너지 저장 기술을 구현했죠. 충전 과정에서는 소자의 색이 변하고, 방전 과정에서는 투명한 본래의 상태로 변화합니다. 해당 연구 또한 해외 유명 저널에 게재되어 독창성과 우수성을 인정받았습니다. 향후 고효율 에너지 저장과 동시에 충전과 방전을 시각화한 차세대 웨어러블 아연 수계전지의 고도화에 도전할 계획입니다.”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는 식물의 증산작용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수분의 순환을 인위적으로 유발해 전기에너지를 생산하는 기술을 모델링한다. 이를 통해 버려지는 수자원인 해수, 폐수, 대기 중 수분, 인체 내 수용액을 활용한 전기에너지를 생산하는 미래지향적 신재생에너지 기술의 모델링 및 구현에 도전하는 모습이다. 윤 교수는 현재는 독립적으로 개발 중인 두 기술을 향후 병합하며 미래 에너지 플랫폼을 구축하고자 한다는 계획을 전했다.
윤 교수는 극한의 건조 대기 환경 속에서도 수분 흡착이 가능한 MOF 구조를 개발해 대기 중 수분을 물로 변환하고, 생산된 물을 통해 전기에너지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차세대 에너지 기술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그의 연구가 성공하면 환경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전기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또한, 해수를 정수하는 동시에 전기에너지를 생산하는 멤브레인을 개발하는 등 미래 에너지 생산 및 저장 기술 연구해 매진할 전망이다.
끊임없는 자기 확인과 오류 수정으로 완성한 신기술, 차세대 에너지 시대에 성큼 다가서
“기존에 없던 새로운 이론을 확립하고,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끊임없는 자기 확인과 오류 수정을 거듭해야 했습니다. 공동연구팀과 지속적인 질문과 토론을 이어가며 견해 차이를 좁혀나가는 과정이 필요했죠. 토론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점의 타당성 여부를 이론·실험적으로 확인하고자 실험과 이론의 근거들을 모으고, 정리한 결과들을 다시 짚어가며 이론의 완성도를 높여갔습니다. 반론을 수용하고, 견해 차이를 좁히는 과정은 실험을 위해 설정한 가설을 성공적으로 구현하는 열쇠가 되어주었죠.”
윤태광 교수는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사고를 강조한다. 기존의 연구 방향 또는 흐름을 답습하지 않고자 노력해온 그다. 윤 교수는 기존 문헌과 최신 연구 방향을 좇는 연구는 빠르게 결과를 얻을 수 있는 편한 방법이기는 하나 흐름을 선도하는 연구는 결코 될 수 없음을 강조했다. 이에 연구의 진행속도가 다소 느리고 더딜지라도, 지금껏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방향을 향해 뚜벅뚜벅 걸음을 옮겨왔다. 이러한 연구철학은 그가 세상에 없던 독창적 친환경 에너지 생성 시스템과 웨어러블 에너지 저장시스템들을 탄생시킬 수 있었던 비결이다.
또한,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동료 연구자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과정에서 연구의 질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었던 까닭이다. 윤 교수는 세상을 바꾼 수많은 아이디어의 시작점은 넓은 시선에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 또한 많은 협업 연구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동료 연구자들과의 토론을 통해 갇혀있던 사고를 확장하는 경험을 해왔다. 현재까지도 동료의 의견을 경청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이고자 노력하며 끊임없는 질문과 토론으로 스스로의 한계 극복에 도전하고 있는 그다. 윤 교수는 지금까지 쌓아온 독창적인 원천기술을 토대로 미래 에너지 분야를 선도하는 원천기술을 확보해갈 것이라는 포부를 전했다. 이렇게 개발한 원천기술들을 다시 고부가가치 산업에 접목하며 학술적·산업적 가치를 창출해내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조력자이자 멘토로써 고정관념으로부터 자유로운 연구자 양성해가
윤태광 교수가 가진 교육자로서의 철학은 그가 지켜온 연구자로서의 철학과 궤를 같이한다.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유연한 사고는 산
업과 학계에 꼭 필요한 역량이라는 신념에서다. 그는 자유로이 사고하는 공학자와 엔지니어 양성을 목표로 교육에 임한다. 깊이 있는 이론을 전달하는 것은 물론 실생활에 활용되는 사례들을 적극 제시하며 새로운 기술 개발에 대한 동기를 제공하곤 한다.
“지도교수님이셨던 한승민 교수님과 김일두 교수님께서는 제가 새로운 주제에 도전할 때 저의 아이디어를 믿고, 지지해주셨어요. 또한, 여러 질문을 던지시고, 토론을 이끌어주시며 저의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셨습니다. 이러한 과정이 때론 힘들기도 했지만, 연구자로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역량을 키워준 시간이었기에 감사하고 있어요. 저 또한 제자들의 도전정신을 일깨우며 자신만의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또한, 윤 교수는 강의 이외의 시간도 교육의 연장선상이라는 생각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생들과 스스럼없이 의견을 나누고 토론하는 것은 물론 스스로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이자 멘토로써 제자들과 소통하는 모습이다. 대학원생들과는 동료 연구자의 입장에 서서 학생들이 자신의 의견을 부담 없이 펼쳐갈 수 있도록 돕는다. 그는 이러한 교육법을 통해 학생들의 역량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 미완의 미래지향·실용적 기술들을 단계적으로 완성해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신재생에너지 및 미래 에너지 기술은 화석연료 고갈 및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입니다. 국가적으로도 반드시 선점해야 할 필수 미래 기술이죠. 현재의 기술력으로는 화석연료를 완벽히 대체할 수 없다 하더라도 인류의 삶의 질 향상과 미래 먹거리 산업 측면에서 반드시 육성해야 할 분야라 생각합니다. 신재생에너지와 미래 에너지 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를 당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