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지안 대표는 얼어붙은 경제 상황 속에서도 어려운 이웃을 살피며 십시일반의 마음으로 온기를 나누고 있다. 이어진 실패에도 굴하지 않았던 칠전팔기의 정신과 그 안에서 결코 잊지 않았던 이웃을 위한 따뜻한 마음은 보는 이의 마음마저도 훈훈하게 어루만져준다. 옳은 방향을 향한 정직한 신념과 묵묵한 발걸음은 그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게 되는 이유다.
기술 유출, 코로나 팬데믹... 반복된 좌절 속에서 피워낸 희망이라는 꽃
경북 경산시에 자리한 쏘블라우제 허지안 대표가 지난 1월 이웃돕기 물품으로 화장품 2,390세트(1억 원 상당)을 지역에 기탁했다. 허지안 대표는 화장품을 받은 이웃들이 일상에서 잠시나마 소소한 행복과 기쁨을 느끼며 따뜻한 겨울을 보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역 내 어려운 이웃을 위해 매년 나눔을 실천해온 그는 지난해 3월 울진에서 산불이 발생했을 때 이재민들을 위한 제품을 직접 차에 실어 대피장소였던 울진 덕구온천과 체육관에 전달하기도 했다. 이러한 기부가 있기까지 허 대표가 극복해낸 쓰라린 실패의 경험이 있었다. 그는 스스로를 ‘실패한 후 재기하는 사업자’라 칭했다. 자신이 대단한 기부를 한 것도, 사업에 성공한 것도 아니지만 자신의 실패를 기록하고, 이를 기억하며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고자 한다고 담담하게 말하는 허 대표다.
2016년 사업에 도전한 후 현재에 다다르기까지 허 대표는 뼈저린 배신과 좌절을 겪어야 했다. 사업 초기 대기업 ODM 사업을 진행했을 무렵이었다. 당시 대기업의 불합리한 요구에 응하지 않던 과정에서 결국 기술 유출이 되었고, 제품을 론칭했던 기업은 현재 수천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허 대표는 법적 대응을 하고자 했으나 작은 스타트업 대표로서 부딪힌 여러 현실적 장벽으로 인해 후일을 도모해야 했다며 당시를 돌아봤다.
“기술 유출 사실을 알기 전, 마지막으로 들었던 말은 ‘허 대표, 기술이라는 건 먼저 쓰는 사람이 임자야’라는 말이었어요. 그 당시에는 배신감보다는 두려움이 컸어요. 어떻게든 대응하려고 울면서 수없이 찾아다녔던 변호사 사무실의 장벽은 높았죠. 당시 저의 가능성을 보고 비용도 받지 않으시고, 오랜 시간 제 곁에서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신 변호사님께 감사함을 전하고 싶습니다.”
‘끝난 건 잊어야 한다. 네 인생을 다시 살아가며 재기한 후 힘을 가진 후에도 늦지 않다.’ 첫 실패를 마주한 그는 좌절을 딛고 재기에 도전했다. 2021년 보건복지부 중앙부처 사업에 선정이 되면서다. 코로나로 인해 장기간 마스크를 착용하며 생기는 열감과 트러블을 완화해주는 한방 화장품 개발로 이어졌다. 한국 한의약을 널리 알리고자, 고온다습한 환경인 베트남으로 수출할 제품을 준비하던 허 대표에게 또다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코로나로 인해 베트남이 국경을 봉쇄하고, 그가 전량 수출을 추진하던 회사가 자금난이 생기며 폐업 위기를 맞이한 것이다. 또다시 마주하게 된 실패의 순간이었다. 허 대표는 정부 사업의 일환이었기에 백방으로 다니며 일부라도 수출을 완료했다며,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이듬해인 2022년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재기 자금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성실성을 인정받은 덕분이다. 그는 “무엇보다 저의 지난 노력과 가능성을 보시고 기회를 주신 기관 담당자님 덕분에 다시금 실패를 딛고 도전할 수 있었다”라며 감사를 전했다. 자금 신청 이후에도 간절히 기회를 바라는 손편지를 적어 팩스로 보냈던 그에게 긍정적인 응답이 있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지역에 대한 애정도 더욱 커졌다. 허 대표는 인터뷰를 통해 “사각지대가 될 수 있는 지역 생태계의 발전을 위해서 고민하고, 경북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각도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마음을 전했다.
“이후에도 산업스파이, 직원의 기술 유출, 인간적 좌절감에 시달리면서 삶에 대한 회의감마저 들었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2016년도부터 7년간 저는 정상적으로 살지 못했습니다. 저를 힘들게 한 사람들의 성공과 행복한 삶을 보며, 원망과 자기 연민에 빠져 살았죠. 인터뷰를 오신다는 연락을 받고, 과연 저 자신이 인터뷰를 할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에 대한 고찰에 경산 갓바위로 3일 108배 참회 기도를 했습니다. 경험 부족과 유연하지 못했던 스스로의 반성보다 상대를 원망하고 미워하기 바빴다는 부끄러움. 용서와 이해를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 사랑이 가장 큰 힘이었다는 깨달음. 젊은 혈기에 돈과 명예를 좇았던 그 시간을 이젠 접고, 빈손으로 경산에 내려온 지금은 남은 인생, 남을 위해 살아가자는 마음으로. 저와 제 사업이 지역사회에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성공의 씨앗이 될 실패의 경험, 새로운 산업과의 시너지 기대해
“사업을 재개하는 과정에서 너무 오랜 기간 사회에서 떨어져 있다 보니 저 자신의 문제가 가장 컸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마지막 기회라는 간절함과 제 꿈을 직원들에게 강요한 것은 아니었는지, 수정해야 할 수많은 저의 문제점을 고치기 바빴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자원 내에서 결합할 수 있는 깊은 고민의 끝에 새로운 방향성을 찾고자 화장품이 아닌 다른 분야로 눈을 돌렸죠. 그때 찾은 것이 실버산업이었어요.”
고령화는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새로운 시장에 주목한 허지안 대표는 이른바 ‘노치원’이라 불리는 주간보호시설 설립을 준비하는 한편, 요양원설립의 순차적인 진행을 위해서 설립 자격을 갖추기 위한 학위 취득 과정에 있다. 현재 부지로 생각하고 있는 곳을 활용해 더욱더 자연친화적인 주간보호센터를 건립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임업 후계자 및 경북 농민사관학교에서 6차산업과정을 수료하며 도지사 표창을 받기도 했다. 허 대표는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사업을 위한 인프라를 차곡차곡 쌓아왔다고 전했다. 올 하반기부터는 사업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봉사활동 등을 통해 만난 노인보호시설 속 어르신들은 센터에서의 시간을 즐기기보다 정해진 시간에 해야 할 일을 하며 기계적으로 생활하고 계신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어르신들과 대화를 해보면, 그 말씀들에 삶의 애환이 고스란히 남아있을뿐더러, 쉬는 시간이 되면 콘크리트 건물 속, 작은 창문을 통해 바깥세상을 바라보시는 뒷모습에 가슴이 내려앉았습니다. 자연 속에 위치한 주간보호시설을 설립해 안전한 자연환경 속에서 편히 산책하며 자연을 만끽하고 삶의 애환과 한을 녹여드리는 시간을 선물해 드리고 싶습니다.”
허 대표는 주간보호시설의 자연환경을 어르신과 그 가족에게 개방한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자녀들과 함께 시간도 보낼 수 있는 캠핑장을 함께 운영하며 친숙하게 꾸리는 데서 나아가, 맞벌이 가정을 위해 어르신들이 아이들을 함께 돌보며, 어르신들이 자립하시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수익구조도 연계하려 한다, 기존 주간보호시설은 아무래도, 부모님이라는 무게를 잠시 내려놓는 시설이 될 수가 있다. 언젠가 우리도 갈 곳이라는 겸손한 마음과 부모에 대한 효(孝)에 대한 리마인드, 무엇보다 어르신들이 가장 그리워하는 건 제 자식이므로, 자녀와의 연계가 꾸준히 이루어질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했다. 사회적으로 노인이라 함은 병들고 쓸모가 없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연륜과 지혜를 가진 귀중한 존재라는 예우를 갖추기 위해, 노인들의 자립을 위한 기존에 쌓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노인전용화장품 및 생필품을 생산판매 하여, 노인고용인력을 늘이고, 회사 자체 물건들로, 어르신들 삶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돕고자 하는 것이 목표이다.
“화장품 사업만으로는 수익을 얻기 어려운 시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최근 대다수 화장품들이 대기업에서 OEM 방식으로 쏟아지기 때문에 차별화를 꾀하기 어렵죠. 다만 다른 산업과 연계한다면 또 다른 시너지를 낼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내가 바로 설 때 사업도 바로 설 것, 흔들리지 않는 신념으로 나아간다
“저를 만난 10명 중 9명은 제가 너무 정직하게만 산다고 말씀하세요. 응원을 해주는 유일한 한 명은 바로 저 자신입니다. 정직은 제가 살아오면서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던 저만의 신념입니다. 모두가 아니라고 하는 부분이 저의 특성이라면 이 부분을 극대화했을 때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강점이 되리라 생각했죠.”
숱한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칠전팔기 도전을 지속할 수 있었던 힘은 허지안 대표 특유의 강직함과 정직에 대한 신념에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간의 실패 원인을 스스로에게서 찾으며 극복할 원동력을 얻고 있었다.
“수많은 사건을 겪고, 좌절하면서 내린 결론은 저부터가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바로 설 때 비로소 사업도 바로 설 수 있습니다. 어르신들을 케어하는 사업을 시작하는 만큼, 인성을 갖춘 직원의 채용에 무게를 싣고자 합니다. 물론 저부터 올바른 사람이 되어야겠죠.”
“순리 좇으며 선한 영향력 끼치는 ‘올바른 기업’으로 성장하겠습니다”
실패에 실패가 더해지던 긴 시간, 허지안 대표는 굴하지 않고 우뚝 일어섰다. 그리고 주변을 살피는 일도 잊지 않았다. 그 비결을 묻는 말에 허 대표는 ‘타고난 성정’이라 답했다. 어린 시절부터 유달리 사회적 약자에게 시선이 가던 그였다.
서울에서 모든 걸 잃고 경산에 내려왔을 때 다짐했다고 한다. 본인 눈이 닿는 반경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최소한 배는 고프지 않게, 슬픔보다는 행복하게 살았으면 한다는 진심 어린 그의 마음이 자신의 삶의 방향이라 했다. 또한, 자신의 아픈 경험이 새로운 세대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자양분이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할 사업이라면 이웃들에게도 보탬이 되고 지자체가 더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어요. 거기에 저만의 생각과 강점을 보탠다면 분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끝으로 허 대표는 청년들이 자신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한다는 바람을 남겼다. 청년창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강화되고 있지만, 실패 후 재기는 여전히 어려운 일이라는 경험에서다. 재창업이라는 단어가 사용된 것 또한 불과 몇 년 사이의 일이다. 그는 청년들이 실패하더라도 다시금 일어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했다.
“저는 실패한 후 재기에 도전 중인 사업가입니다. 기부 역시 제가 넉넉하거나 성공한 사람이기 때문에 하게 된 것이 아닙니다. 제가 누군가에게 했을 잘못에 대한 반성, 처절하게 어려웠을 때 누군가에게 받았을 도움에 대한 감사함, 정부로부터 받은 도움을 돌려드려야 한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기부입니다. 앞으로도 과거의 실패를 잊지 않고 기록하며, 늘 사회에 꾸준히 돌려드리는 올바른 기업인으로 성장하여 보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