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인물 유지연 기자] 가천대학교 의과대학 의예과 강동우 교수는 환자 중심의 맞춤형 항암치료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췌장암 표적 단백질을 줄기세포 스스로 발현하게 함으로써 췌장암을 정확하게 표적하도록 한 ‘스템좀’을 통해서다. 이번 연구는 표적 항암제를 투여하는 것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웠던 형질 변환 종양에 대한 항암 시스템을 제시했다는 점, 기존 표적 치료제의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던 환자들에 대한 치료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췌장암을 정확하게 표적하는 원천기술 ‘스템좀(Stemsome)’, 원발성암과 전이암에 대한 치료 효과 기대
세계 최초의 췌장암 표적 단백질을 줄기세포 스스로 발현하게 함으로써 췌장암을 정확하게 표적할 수 있는 원천기술이 탄생했다. 인류가 아직 해결하지 못한 분야인 췌장암 표적 치료 분야에 새로운 길이 열린 셈이다. 다른 암들과 달리 조기 발견이 상당히 어렵다고 알려진 췌장암은 증상이 발생해 병원에서 검사를 하면 이미 수술이 불가능한 진행성 종양 상태인 경우가 많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췌장암 환자의 5년 상대 생존율은 13.9%로 70.7%에 달하는 전체 암 생존율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가천대학교 의과대학 의예과 강동우 교수 연구팀은 췌장암 환자의 외과적 시술에서 추출된 암세포를 아바타 모델인 면역이 없는 쥐에 이식한 췌장암 동물모델을 이용해 ‘스템좀(Stemsome)’의 환자 맞춤형 항암 효능을 증명했다. 해당 연구성과는 SCIE 화학 분야 최상위 국제학술지인 ‘Advanced Materials’의 표지논문으로 게재되었다.
줄기세포를 활용한 나노약물 전달체인 스템좀은 강 교수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명명한 물질이다. 널리 알려진 ‘엑소좀’이 세포에서 배출되는 대사 물질인 것과 달리 엑토좀은 세포의 표지막 단백질을 인위적으로 도려낸다. 이는 특정 암세포의 표지막에 있는 미지의 표적인자(리셉터)와 결합하는 많은 리간드를 함유하고 있기에 나타나는 특성으로 스템좀이 췌장암 표적 치료에 매우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라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강 교수는 현재 국책연구과제로 엑토좀사업단을 이끌고 있다. 원발성암과 전이암을 한 번에 치료하는 원천기술을 연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전자가 동일한 암들은 전이가 어디로 되든 비슷한 유전인자를 가지고 있기에 한 개의 맞춤형 항암제로 전이가 용이한 암들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다는 전략이죠. 일례로 폐암은 뇌암으로 많이 전이되는데, 이러한 경우에 더욱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환자의 종양 조직에 맞게 디자인된 표적 항암제, 환자 중심의 항암치료 시대 연다
지금까지 항암치료는 이미 출시된 표적 항암제를 기준으로 진행되어왔다. 환자 중심이 아니기에 개개인 맞춤형 항암치료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암유전자에 딱 맞는 항암제를 설계하기보다 이미 임상 승인된 표적 항암제들 중 선별을 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개인마다 다른 유전적 성질과 표적 단백질의 다양성은 임상에서 사용되는 표적 항암제의 효능에 대한 기대를 낮추는 요인이다. 강동우 교수는 환자의 줄기세포와 암세포를 상호작용 시키면 24시간 이내에 암세포가 가진 표적 유전자를 정확히 찾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전이가 된 암이라도 이러한 전략으로 동시 표적이 가능하여 전이암 치료가 가능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일례로 폐암의 경우 40% 가량이 뇌암으로 전이되는데, 현재까지는 폐와 뇌를 동시에 타겟팅해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이 없어 치료에 난항을 겪어왔다. 스템좀은 환자의 종양 조직에 맞게 디자인된 표적 항암제를 제시한다. 강 교수는 그간 맞춤형 항암제와 정밀의학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 왔으나 자기 맞춤형 항암제는 개발된 바가 없었다며, 스템좀을 활용한 이번 연구가 항암치료의 패러다임을 환자 중심으로 바꿀 것을 제안한다는 측면에서 더욱 뜻깊은 연구라 설명했다. 나아가 향후 유전자 분석기술과 AI 기술을 접목해 연구를 고도화해간다는 계획이다.
“한국의 의료 수준이 굉장히 높지만 새로운 의료기술에 대해서는 굉장히 보수적입니다. 해외의 경우 임상 2상까지 진행된다면 임상 의사가 환자에게 처방할 수도 있을 정도로 기본적인 안전성과 효과가 인정된 약물에 대해서는 허용적입니다. 5년 생존율이 현저히 낮은 췌장암과 같은 경우에는 대체약물이 없는 만큼 새로운 시도를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등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현재까지 항암치료를 위해 수많은 연구자들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연구해왔지만, 암과의 동행이 이어지고 있다. 암을 이겨내도록 하기 위해 환자들은 더 오랜 기간 버텨야 했다. 강 교수는 암 환자의 삶의 질을 고려한 항암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환자에게 투여되는 항암제의 양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항암치료 과정에서 환자가 느끼는 고통을 덜어낼 수 있다. 환자 맞춤형 표적 항암제를 통해서다. 강 교수는 암을 100% 치료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암 환자들에게 더 나은 삶을 선사함으로써 항암치료에 대한 근원적인 답을 제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mRNA 코로나 백신으로 대표되는 나노의학, 새로운 의학기술로 더 많은 환자의 고통 덜 것
나노의학연구실(Nanomedicine Lab)을 이끌고 있는 강동우 교수는 인체의 선천 및 획득 면역시스템, 줄기세포가 가진 종양 및 염증 표적능력, 나노소포체의 합성기술을 이용하여 임상 적용이 가능한 난치성 종양 및 염증 치료를 위한 차세대 약물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코로나 백신에 적용된 것이 바로 나노의학이다. 모더나의 mRNA 코로나 백신은 지질 나노 입자(LNP, Lipid Nanoparticles)를 통해 약물이 분해되지 않고 목표 세포까지 전달하도록 설계되었다. 과거 체내에서 쉽게 분해되어 의약품으로의 사용이 어려웠던 RNA의 한계를 극복해낸 것이다. 이와 함께 향후 mRNA 의약품이 독감과 에이즈, 개인화된 암 백신을 만드는 데 활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울산과학기술원과 국가나노기술정책센터가 발간한 ‘나노약물 전달체를 이용한 스마트 나노메디신’ 보고서는 나노메디신을 기존 의약품이 해결할 수 없는 부작용 등의 문제를 풀 수 있고, 치료가 불가능했던 여러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획기적인 의약기술‘이라 소개하기도 했다. 특히 세포의 흡수성을 높이는 만큼 암세포의 내성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최근에 각광받고 있는 AI 기술, 빅데이터를 위한 알고리즘 분석 등 바이오 기술과 나노약물전달기술들이 병합한다면 상상을 초월하는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강 교수는 나노의학이 새로운 의학기술의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며, 향후 많은 의약품에 걸쳐 나노약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 내다봤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 프리시던스 리서치는 미국 내 나노메디신 시장이 2030년 9,641억 5,000만 달러(약 1,257조 9,265억 원) 규모에 달할 것이라 전망했다.
강 교수는 새로운 의학기술의 실질적 혜택을 국민들이 누릴 수 있는 방법을 항상 고민해야 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연구의 지속성과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최종적인 혜택을 주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며 후속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저는 환자를 보는 임상의는 아닙니다. 하지만 근원적으로 임상에서 해결할 수 없는 연구주제들을 주로 다루며 해법을 찾아가고 있죠. 언젠가 우리 연구실에서 개발된 약물을 임상교수님들이 환자에게 처방할 수 있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뜻깊은 일이 될 것입니다.”
환자들에게 실질적 혜택을 줄 수 있는 연구를 위해 대학병원에서 직접 환자들을 만나는 임상의들과의 협업에도 무게를 싣는다. 임상 샘플을 확보하는 것이 곧 연구의 신뢰도를 담보하게 되는 까닭이다. 강 교수는 협업을 통해 1년에 20개의 췌장암 샘플을 확보하더라도 5년이면 100명의 환자에 대한 유효성을 확인할 수 있게 되는 셈이라며, 임상 단계에서 유효성을 평가할 때 굉장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임상 교수들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자 노력하고 있는 그다.
“많은 연구들이 국민들의 세금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연구자들 또한 연구의 성과를 국민들과 공유한다는 공적 의식을 갖고 연구에 임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사업단의 연구 또한 국민들의 세금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국민들에게 실질적 혜택을 돌려드릴 수 있는 연구를 이어가겠습니다.”
환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제시하는 새로운 의학 향해 나아가는 연구자
강동우 교수는 가천대학교 의과대학과 가천융합의과학원에서 석박사 과정 학생들과 연구호흡을 맞추고 있다. 현재 연구실이 진행 중인 연구들은 첫 구상에서 출발해 연구원들이 땀과 노력으로 세부적인 부분들을 끊임없이 채운 결과라 말하는 그다. 강 교수는 학생들을 지도함에 있어 학생 스스로가 연구의 매력을 느끼고 오랫동안 지속하며 점차 발전해갈 수 있도록 돕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연구결과를 도출해내기까지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연구자와 지도교수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는 관계를 만들고자 노력하는 모습이다.
소통에도 힘쓴다. 매주 2회에 걸쳐 전체 미팅을 진행하고, 식사를 나누며 보다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고 있다. 강 교수는 연구가 좋아서 박사과정까지 온 학생들이지만 현실적 고민을 배제할 수는 없다며, 이들의 고민을 듣고 연구의 의미를 되새기며 앞으로 나아갈 힘을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삶의 여유를 강조하기도 한다. 연구원들에게도 이를 위한 시간을 충분히 가질 것을 권유한다. 그런 그에게 학생들이 사회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으며 성장해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가장 큰 기쁨이자 보람이다.
“제 커리어에서 박사과정 학생들을 받아서 지도할 수 있는 시간이 15년 남짓 남았습니다. 제 연구실을 거쳐 간 모든 박사 졸업생들이 사회에서 전문가로 인정받으며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역량 있는 연구원들을 배출해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온 강 교수는 우수한 인재에 대한 처우가 개선되어야 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우수한 인재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근본적으로 연구원 처우와 관련한 시스템의 선진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국가의 과학기술제도라는 토대 위에 연구자의 인권을 지키기 위한 노력들을 이어가야 한다고 피력했다. 안정적인 환경 속에서 우수한 인재들이 연구에 매진할 수 있다면 과학발전을 위한 자양분이 될 수 있다는 신념이다. 강 교수는 학생들에게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자신 또한 지속적으로 성장해갈 것이라 다짐했다. 이를 위해 연구에만 머무르기보다 연구결과의 임상 적용을 위한 사업화에도 초점을 맞추고 추진해간다는 계획이다.
환자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는 연구를 지속해갈 것이라 말하는 강 교수는 양적 위주의 연구 결과들을 생산하기보다 연구의 의미와 가치에 집중하며 자신만의 연구를 펼쳐가고 있다. 스템좀을 통해 선보일 환자 맞춤형 항암 치료제는 암 환자들의 더 나은 삶의 질을 선사하기 위한 고민의 결과였다. 환자 중심의 맞춤형 항암치료 시대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그의 발걸음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