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쌓아온 한강의 기적을 세계에 알리고, 인프라 해외진출 및 ODA사업을 이끌었던 국토교통부 오성익 지적재조사기획관은 개발도상국의 토지개혁과 국가 재건 지원과 더불어 우리 민간이 다양한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일선에서 직접 발로 뛰고 있다. 이와 함께 드론과 디지털화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공간정보산업의 발전에 발맞춰 국토의 가치를 재정립하기 위한 지적재조사사업을 이끄는 한편 그간 대한민국이 경제발전과정에서 축적한 노하우들을 발굴해 개도국과 공유하며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자세로 세계 속 한국의 오늘을 재조명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쌓아올린 ‘한강의 기적’, 우크라이나 ‘드니프로강의 기적’의 마중물이 되길
1960~70년대를 관통하는 한국의 산업화는 ‘한강의 기적’으로 불린다. 전쟁 후 폐허를 딛고 단 기간 내에 쌓아올린 기적과 같은 우리나라의 사례가 해외에도 널리 소개가 되었을 것이라는 짐작과 달리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사를 그려낸 영문 서적은 많지 않다. 국내 1호 ‘테크노크라트’라 불리는 故 오원철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808쪽짜리 영문저서 ‘더 코리아 스토리(The Korea Story)’가 값진 이유다.
‘더 코리아 스토리’가 지난해 발발한 러-우 전쟁과 함께 또 다시 세상의 주목을 받고 있다. 작년 7월 스위스에서 열린 제1차 우크라이나 재건 국제회의에서 국토교통부 오성익 기획관이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담아 우크라이나 인프라부 장관에게 이 책을 선물하면서다. 오 기획관은 “우크라이나에서 들려오는 소식이 남 일 같지 않았다”며, ‘한강의 기적’ 이야기를 담은 책을 선물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두 달 후, 우크라이나는 고교 세계사 교과서에 한국의 발전사를 포함키로 결정했다. 이전까지 우크라이나의 세계사 교과서에서 한국의 이야기는 찾을 수 없었기에 더욱 의미 있는 변화다. 오 기획관 개인적으로는 박사 논문을 준비하며 지금은 고인이 된 오원철 수석을 만나 생생한 이야기를 담은 기억이 있기에 더욱 영광스러운 순간이었다. 또한, 오 기획관은 박사논문을 바탕으로 금년 4월 세계적 출판사인 팔그라브 맥밀란을 통해 영문서인 <Overseas Energy Investment of Korea and Japan>(한국과 일본의 해외에너지개발투자)를 출간하기도 했다.
남미 ODA(공적개발원조)업무도 수행한 오 기획관은 세계 재난 및 전쟁피해 복구를 위한 국토위성 데이터를 제공하고, 한국의 경제 발전상을 공유하는데 앞장서 온 인물이다. 그는 일찍이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 참여하기 위한 사전활동의 필요성을 역설해왔다. 상황이 종료되기 전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줄 때, 우리 역량만큼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인식에서다. 실제로 현재 국제사회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77년 만에 유럽에서 발생한 가장 큰 규모의 전쟁인 러-우 전쟁에 대한 전후 복구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에 지난 7월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해 “신속한 국가 재건에 우리 기업들이 기여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 약속하는 한편 7월 14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도시 인프라 재건 역량을 보유한 국내 11개 기업·기관들이 참여한 ‘우크라이나 재건 협력 기업 간담회’ 자리에서 “우크라이나 국가 재건 참여는 국내 기업들의 해외 인프라 수주 측면에서도 아주 중요한 기회”라며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했다. 정부에 따르면, 한국의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은 5월 우크라이나 정부의 요청에 의한 200억 달러 규모의 재건 프로젝트와 320억 달러 규모의 민간 주도 사업을 합치면 약 520억 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오 기획관은 우리나라가 점차 우크라이나의 재건에 기여하기 위한 기반을 다져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소신을 갖고 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고 하면서, 사업 수행 시 안전과 계약 및 사업 타당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당부했다.
溫故知新, 경제발전의 경험과 노하우를 개발도상국과 나누며 세계의 발전 이끈다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산업화·도시화를 이룬 우리나라는 경제 발전 초기에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양질의 노하우를 축적해왔습니다. 다만 최신의 것이 아니기에 이제는 많은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죠. 그러나 국가의 시스템을 완성하는 인프라는 개발도상국의 발전에 있어 꼭 필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지나온 과거가 되었다고 해서 그 의미마저 퇴색되는 것은 아니죠.”
오성익 기획관은 우리나라 인프라의 해외진출 및 ODA에 대해 고민할 때 핵심이 되는 인프라 구축 부분을 빼놓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확한 지적 측량과 지가 산출에 기반한 토지의 가치측정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농촌 개혁을 이룰 수 있는 것은 물론, 국가 재정의 근간인 조세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어서다. 국토교통부는 2013년부터 개도국 인프라 기반 구축을 지원하고 우리나라의 개발경험을 전수하는 ODA 사업을 시행해 왔으며, 2021년부터는 국토교통 ODA 사업 운영지원 업무 전담기관으로 해외건설협회를 지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실제로 2022년 8월 취임한 콜롬비아 구스타보 페트로(Gustavo Petro) 대통령은 한국의 토지개혁과 정부주도성장, 교육이야말로 한국 경제성공의 3대 요인이라는 인식 아래, 대선 캠페인 기간 중 한국경제 발전 모델을 유권자에게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승만 대통령은 1949년 정부가 농지를 수용해 농민에게 나눠주고, 기존 지주에게는 지가 증권을 줘 산업에의 투자를 장려하는 토지 개혁을 추진하여 봉건제를 타파하는 동시에 산업화의 기틀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례를 벤치마킹하고자 페트로 대통령은 우수한 지적 시스템을 보유한 한국과의 협력을 요청해온 바 있다. 이에 정부 합동 농업·토지 협력사절단은 지난 3월 콜롬비아를 방문해 토지정보 및 농림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으며, 7월에는 콜롬비아 대표단이 방한하여 한국의 토지개혁 사례를 공유하는 한편, 다목적지적 사업 구상에 대해 머리를 맞대었다.
“콜롬비아와는 6.25 참전국이라는 특별한 인연이 있습니다. 더불어 콜롬비아 대통령이 제1과제로 토지개혁을 내걸며 중요성을 더하고 있죠. 콜롬비아가 토지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 한국의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공유하고자 합니다.”
낡은 것은 새 것으로, 새로운 것은 생활 속 혁신으로
오성익 기획관은 개발도상국들과 대한민국의 인프라 구축사를 공유하는 동시에 스마트시티를 선도하는 국가로 정평이 난 대한민국의 역량을 활용해 세계 곳곳에 스마트시티를 확산시키는 데에도 힘을 쏟고 있다.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도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스마트시티가 기후변화에의 대응책으로 새로이 주목받고 있다는 점에서도 뜻깊은 도전이다.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여 보다 진보된 스마트시티를 구축하고, 그가 금년 7월초 정부대표로 참석했던 OECD 스마트시티 라운드테이블처럼 세계와 공유해나가는 시스템을 유지·발전시켰으면 한다는 바램도 덧붙였다. 우리 정부는 ‘K-City Network’를 추진하여 세계의 도시를 대상으로 스마트시티 구축을 돕는 한편 스마트시티 엑스포 개최와 바르셀로나 스마트시티 엑스포 월드콩그레스 세션 참석을 통해 관련 지식을 공유하고 있다. 스마트시티의 많은 부분이 교통 분야에서 이루어지는데, 일례로 파라과이 수도인 아순시온은 대중교통이 열악해 국민들의 개선요구가 지속적으로 있어왔으며, 우리나라는 파라과이 정부와 직접 소통을 통해 아순시온에 5억불 규모의 경전철 사업 추진을 논의 중에 있다. 계획과 설계단계부터 건설과 운영까지 토탈 패키지로 철도가 수출된 사례가 아직 없기 때문에, 오 기획관은 국가와 기업차원에서 성공적인 좋은 사례가 만들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창조란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행위일 수도 있지만, 기존의 것을 융·복합해 재결합해내는 과정이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정부와 민간의 노력이 융합될 때 비로소 새로운 시장을 열 수 있어요. 새로운 시장을 국민들에게 알리며 민간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면 혁신적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시장을 채우는 것이 민간의 역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오 기획관은 지적재조사사업을 역점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토지대장은 1910년 토지조사사업에 기반하고 있어 보다 정확한 데이터 확보를 위한 재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2012년 실제 토지현황과 불일치하는 지적을 바로 잡고, 낡은 종이 지적도를 디지털로 전환하기 위한 ‘지적재조사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토지의 경계선을 정확하게 측량하는 사업을 펼쳐왔다. 해당 사업이 완료되면 기존의 종이기반 아날로그 지적이 세계 표준의 디지털지적으로 전환되고, 경계분쟁 및 민원이 어느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 기획관은 측량은 전통적인 일인 동시에 데이터의 정확성이 중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자료가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국토부는 최근 지적재조사의 모든 공정에 드론을 접목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정확한 지적도는 지자체의 재난복구사업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인공위성으로 넓은 지역을 한꺼번에 볼 때 정확한 지적도가 더해진다면 적재적소에 필요한 행정력을 제공하기 위한 기반이 될 것입니다.”
9월에 개최된 디지털 지적의날 행사는 지적재조사사업을 통해 우리나라의 지적도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탈바꿈한 것을 기념하기 위한 것으로 올해로 3회차를 맞이한다. 오 기획관은 코로나 속 탄생한 디지털 지적의날 행사가 그동안은 디지털 지적도의 의미를 알리고 관련 종사자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날이었다면, 이제는 범위를 넓혀 공간정보 분야 내 여성 리더들이 더 큰 역할을 수행해갈 수 있는 자리로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한, 대학생 및 시민들을 대상으로 에세이 공모전을 개최하는 등 더 많은 이들과 소통하며 지적시스템의 의미와 가치를 알린다는 구상이다. 그 또한 정부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위치 데이터를 활용해 반려견 산책로 맵을 개발하는 등 공간정보산업의 확장성 및 시장성 확보에 앞장서왔다. 국내 최대 중고차 경매 플랫폼 ‘헤이딜러’의 실제 서비스를 이끌어낸 것은 한국 유일의 혁신기술 법률입법사례로서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국내 최고 고해상도 위성영상인 국토위성 영상에 대한 자부심 또한 컸다. 지난 2월 국토부는 진도 7.8 규모의 대지진이 발생한 튀르키예의 구호 및 복구 지원에 국토위성 영상을 제공한다는 소식을 알리며 눈길을 끌었다. 도로 파손 등 접근이 어려운 지역의 상황을 원격으로 확인, 피해규모를 과학적으로 산정하기 위한 근거를 제시하는 국토위성 영상이 인터내셔널 차터 가입과 함께 효과적인 재난 대응과 복구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 기대된다. 또한, 국토부는 국내 기술로 개발한 지상 관측용 위성인 국토위성 1호가 촬영한 우리 강산의 모습을 담은 ‘우주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우리강산’ 사진전을 개최하며 공간정보 강국이자 우주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기도 했다. 이와 함께 2025년까지 국토위성 2호를 발사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익숙함 속 잊혀진 우리 고유의 문화와 그 의미 되새기며 대한민국의 미래사 써내려갈 지혜 찾는다
선진국 문턱에 도달한 대한민국의 ‘옛 기억’은 새로운 성장의 기로에 선 개발도상국에게 유용한 지도가 될 수 있다. 오성익 기획관이 지난 경험 속에서 가치를 발굴해 세상과 공유하기를 강조하는 이유다. 유라시아그룹의 이안 브레머 회장이 다시 언급해 더욱 화제가 되며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다 신호를 놓쳐 위험에 빠지는 보행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탄생한 ‘LED 바닥 신호등’, 과도한 쓰레기 배출을 막기 위한 ‘쓰레기 종량제’ 등을 SNS로 세계와 공유하며 한국 역사가 고민해온 흔적과 결과를 알리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것이라 해서 결코 그 의미가 퇴색되지는 않는다는 믿음에서다.
한 매체에 제주해녀문화를 소개하는 글을 기고한 것 또한 우리나라 고유의 역사 속에서 새로이 의미를 찾기 위한 노력의 일부다. 2016년 11월 30일 유네스코가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한 제주해녀의 삶은 한국 최초의 커리어우먼(뉴욕타임스)이자 ‘워킹맘’으로서의 삶이었다. 생명의 불꽃을 지켜온 해녀들의 생애사는 제주의 유구한 역사이자 오 기획관 개인의 역사이기도 하다. 일본까지 바깥물질을 다니던 故 강유생 해녀, 故 김옥연 해녀가 각각 조모, 외조모이고, 13세에 부친을 여읜 후 중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태평양 파도에 테왁을 들고 뛰어들어, 학업에 대한 열정을 가슴 한구석에 묻어둔 채 가족의 생계를 이어야했던 고경순 해녀가 그의 어머니이다.
그런 환경에서 자라온 오 기획관이 온라인을 통해 제주해녀의 존재와 의미를 세계에 알린 바 있다.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생활권 총괄과장 재직시절, 당시 하버드 케네디스쿨 동문인 구글 한국지사 정책협력실 부장을 만나 구글 한국지사가 한국에서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머리를 맞대던 중 해녀에 대한 의견을 나누게 된 것이다. 마침 우리나라가 제주해녀문화를 유네스코에 등재하고자 일본의 ‘아마’와 경쟁하며 고군분투하던 시기였기에 제주해녀문화를 구글에 소개하는 일이 모두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데 두 사람은 뜻을 모았다. 그리고 2014년 10월 30일 제주해녀문화가 구글문화연구원(Google Cultural institute)의 역사적 순간(Historic Moments) 플랫폼에 사진과 영상자료 등으로 소개되었고, 고경순 해녀가 제주해녀 대표로서 직접 해녀의 삶을 소개했다. 오 기획관 개인적으로는 어머니가 걸어온 삶에 대해 모자간에 대화를 나누며 보다 깊이 들여다보는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그는 바다에 뛰어들어 수많은 위급상황을 맞닥뜨리게 되는 해녀들이 이어온 강인한 생명력은 이 시대의 의사결정권자들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참고해야 할 중요한 사례가 될 수 있다며, 한국 최초의 커리어우먼이라는 측면에서 해녀를 재해석한다면 해녀의 새로운 가치를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우리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며 역사적 순간들이 지닌 의미를 되새기고, 이를 대한민국의 미래에 접목해온 오 기획관이 실천해갈 새로운 혁신들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