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자연주의 철학자 장 자크 루소는 인간이 자연환경과 상호작용할 때 문화를 발전시키고,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을 찾아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루소의 철학을 계승한 루소의숲어린이집은 숲속에 터를 잡고 아이들이 자연의 사계를 몸소 체험할 수 있는 자연 교감 교육을 선보여왔다. 아이를 믿어주고,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어놀게 할 때 비로소 아이 고유의 재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하는 황혜난 대표를 만났다.
자연 속에서 놀고, 탐색하며 자라는 아이들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 등 오감각은 영아들이 외부 환경을 접하는 동안 점차 정교하게 발달해갑니다. 영아들을 위한 다양한 바깥 놀이 환경이 중요한 이유죠. 아이들은 자연을 생생하게 어루만지고 탐색하며 자신만의 감각을 발달시키고 있습니다.”
루소의숲어린이집은 ‘잘 놀아야 잘 자란다’라는 철학 아래 유아놀이중심 교육과정에 가장 적합한 숲과 공간을 찾아 아이들의 꿈과 생각을 키워왔다. 루소의숲어린이집이 자연 중심 놀이교육에 공감하고, 오랜 시간 실천해오기까지 황혜난 대표 자신의 경험이 영향을 미쳤다. 어린 시절 자연에서 뛰어놀다 선생님이 들려주시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다음 이야기는 무엇일까 궁금해하는 동안 상상력이 커져갔다. 지금까지도 어린 시절의 추억은 황 대표를 지탱하는 힘이다. 그는 뿌리부터 탄탄한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바르게 성장해갈 수 있다는 확신 아래 유아교육 분야에 뛰어들었다.
“입시 교육을 하다 성대결절이 온 순간이 있었어요. 그때 국비로 해외유학 후 유아교육 박사에 있던 고모님께서 유아교육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며 유아교육을 했으면 좋겠다고 권하셨죠. 그 말에 공감해 유아교육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벌써 20년 전 이야기죠.”
유아교육에 헌신할 것을 결심한 황 대표는 선진국들의 유아교육 현황을 직접 접하기 위해 미국으로 향했다. 미국의 유아교육 기관들은 대부분 갤러리나 공원 등 자연 속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직접 도우미 선생님으로 참여해 여러 교육기관의 교육상을 체험하던 그는 부슬부슬 비가 내리던 어느 날 벤치에 우두커니 앉아 한 아이의 곁을 지키며 결코 잊을 수 없는 순간을 맞이했다. 교장의 지시로 한 시간이 넘도록 빗속에 앉아있다 집으로 돌아가 이해할 수 없다며 불평을 늘어놓던 황 대표에게 그의 동생은 ‘아이의 인생에 있어 결코 잊혀선 안 될 시간’이라 말했다. 비 오는 날에만 관찰할 수 있는 달팽이를 오도카니 지켜본 기억을 심어준 것이다. 황 대표는 이날의 경험은 자연을 통한 교육의 중요성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고 회상하며, 시시각각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는 자연이야말로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교구라 설명했다.
“오늘의 햇볕과 오늘의 바람은 우리가 결코 무언가로 대체할 수 없는 자연의 선물입니다. 자연 속에서 인간은 편안함과 행복을 느끼죠. 어른들도 지쳤을 때 자연치유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힘을 얻곤 하는데 하물며 아이들이 느끼는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선생님들께도 항상 자연 속에서 아이들과 놀아주실 것을 당부드리죠.”
가재와 다슬기를 만나는 숲놀이터...놀이 속에서 얻는 배움의 즐거움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어노는 경험을 통해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루소의숲어린이집이 용인양지캠퍼스와 이천마장캠퍼스 두 곳에 뿌리를 내린 이유다. 유아교육기관을 운영하고자 부지를 검토할 때 황혜난 대표는 오염되지 않은 1급수 개울 등 천연 자연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 헤맸다. 가재와 다슬기, 도롱뇽이 있을 정도로 오염되지 않은 환경에서 아이들을 교육하기 위함이다. 황 대표는 도로를 내고 길을 닦아 현재의 루소의숲어린이집을 완성했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직접 자연의 변화를 관찰하며 성장의 놀라움과 수확의 즐거움을 담뿍 느낄 수 있는 생명생태체험장, 아이에게 무한한 놀이를 제공하는 꿈놀이터-키즈카페. 이중언어-외국어어학원, 감성키움터창의감성센터, 사시사철 빛깔과 촉감을 달리하는 잔디 축구장·야외공연장·야생화뜰로 구성된 캠핑스쿨, 무한상상놀이터인 아트앤플레이랩 등 다채로운 시설 속에서 직접 체험하고 놀이하며 배움을 얻는다.
루소의숲어린이집의 모든 교육은 놀이를 통해 이루어진다. 자연친화적 나무로 마감한 놀이체험센터는 머무르는 것만으로 아이들이 건강해지는 공간이자 다양한 친환경 놀이교구들로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공간이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트램펄린으로 만든 키즈카페는 떠올리는 것만으로 아이들을 웃음 짓게 한다. 트램펄린 위에서 아이들은 균형을 잡기 위해 애를 쓰고, 다른 친구들을 넘어뜨리지 않도록 조심하며 서로를 가르치고 배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키즈카페에 가봤더니 실내 공기정화시설이 마련되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건강하게 뛰어놀 수 있는 키즈카페를 설계했죠. 특히 아이들의 균형감을 키우고, 성장에도 도움을 주는 트램펄린을 적용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들도 트램펄린 위에서는 균형을 잡고자 노력하고, 어느 순간부터는 뛰기 시작하거든요.”
키즈카페를 조성한 이후 황 대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수천 평의 숲속에 개울과 둘레길을 품은 루소캠핑스쿨을 만들었다. 풀숲에 누우면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숲속에서 아이들은 그야말로 마음껏 뛰어논다. 순수 자연물로 창조된 숲놀이터와 직접 알밤을 주워 엄마 아빠와 함께 맛볼 수 있는 밤 농장, 모래 위에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숲여울 모래 놀이터 등 아이들에게 자연과 하나 되어 뛰어노는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다. 숲속에서 친구들과 함께 노는 동안 아이들은 자연의 조화로움을 배우고, 서로 상호협력하며 자주적인 인간관계를 형성해간다. 야생화 놀이터에서도 아이들은 들꽃을 옮겨 심어 보기도 하고, 매해 모습을 달리하는 꽃밭의 모습을 관찰하며 자연의 강인함과 생명력을 자연스레 흡수한다. 축구장 또한 자연 위에 구축된 시설이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고, 소리 높여 서로를 부를 수 있도록 숲 한복판에 잔디축구장과 흙 놀이 운동장을 조성했다.
“요즘엔 아파트 생활을 하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자연스레 뛰지 말라는 말을 일상적으로 들으며 자라게 되죠. 하지만 뛰지 말라는 말은 아이에게 가장 큰 독이 되는 말입니다. 어디든 올라가고 뛰어다니는 것이야말로 아이들이 성장 과정에서 꼭 느껴야 할 기쁨이자 성취이거든요. 어린이집에서만큼은 그 어떤 제약도 없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공간을 조성했습니다. 자연을 움직이는 일, 자연을 관찰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제게 주어진 사명이라 생각했죠.”
언어학습 적기의 이중언어 교육으로 자연스레 외국어 두뇌길 연다
자연과 더불어 루소의숲어린이집이 강조하는 또 하나의 교육은 외국어이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우리가 최선을 다해 가르쳐야 할 무기라는 인식에서다. 루소의숲어린이집에서는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이중언어 환경에 노출될 수 있도록 매일 교사가 영어와 중국어로 노래를 들려주고, 몸놀이로 이중언어를 익히는 교육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원어민 강사의 특강을 진행하는 등 자연스레 언어를 익힐 수 있도록 돕는다. 언어습득의 적기를 놓치지 않고 이중언어에 노출함으로써 외국어 두뇌길을 열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황혜난 대표는 세상을 바꿀 커다란 잠재 능력은 유아기의 감성교육에서 비롯된다며, 외국어로 소통하며 아이들은 한 단계 더 성장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간 루소의숲어린이집이 배출한 학생들 중에서는 영재고와 KAIST 외에도 아이비리그 대학 및 옥스퍼드 등 인지도가 높은 해외 대학에 진학한 아이들도 상당수다.
다양한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들에게 고른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데에도 공을 들인다. 교육만이 아이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신념에서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교육에 어려움을 겪는 가정이 있다면 남몰래 장학금을 지급하기도 한다. 이러한 신념은 다루기 까다로운 아이들에게도 적용된다. 포기하기보다 인내를 갖고 올바른 방향으로 지도하는 것이다. 황 대표는 여러 도움을 통해 아이들이 13세까지만 바르게 잘 성장한다면 그 이후에는 어떤 고난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갖게 되는 셈이라 강조했다.
"아이들을 바르게 키우기 위해서는 아이를 믿어주고, 마음껏 놀게 해주는 게 가장 우선입니다. 여기에 더한다면 엄마의 목소리로 읽어주는 책과 자연 속에서의 놀이 경험이죠. 아이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세요. 스스로 주도하는 놀이 속에서 아이들은 성취감을 느끼며 쑥쑥 자랍니다.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교육만이 아이를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루소의숲 모든 공간에서는 자연의 소리와 더불어 클래식 음악을 들을 수 있습니다."
자연 속에서 행복하게 뛰어놀고, 행복을 발판 삼아 성장하는 아이들
루소의숲어린이집은 황혜난 대표가 주위의 만류를 뒤로하고, 때론 스스로와의 싸움을 딛고 완성해낸 애정 어린 공간들로 채워져 있다. 어린이집을 둘러싼 조경석과 금속공예 명장인 김정호 명장의 작품으로 채운 가로등 등 황 대표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그는 루소의숲어린이집을 졸업한 아이들이 어떤 감각을 갖고 어떤 인재가 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라며, 매일 세상에 하나뿐인 작품들을 접하고 만지며 자신이 가진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기량을 키워갔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루어온 결과라 전했다.
어린이집의 높은 층고 또한 인상적이다. 통상적으로 아파트 층고가 2.3m 남짓인 반면 루소의숲어린이집의 층고는 4.9m에 달한다. 건축 과정에서도 현실적 문제들로 인한 고민이 생겨나기도 했다. 황 대표는 2.4m, 2.7m, 3m 높이의 방에서 실험한 결과 층고가 높을수록 창의력이 커진다는 미네소타대학의 연구 결과를 부연하며, 아이들이 실내에서도 탁 트인 공간에 머무르며 생각을 키웠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행복감을 느끼고, 그 행복감을 바탕으로 한 뼘씩 성장해간다. 황 대표가 믿고 있는 자연이라는 힘은 루소의숲어린이집이 코로나19라는 팬데믹을 무사히 넘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이던 때에도 루소의숲어린이집에는 매일 200명에 가까운 아이들이 등원했다. 매일 바깥에서 뛰어놀고, 매시간 철저히 환기를 시키며 3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단 한 명의 확진 없이 건강하게 지낼 수 있었다.
교사들에 대한 존중은 물론 처우에도 신경을 쓴다. 육아휴직이나 복직, 정년 등에 대한 불안 없이 아이들을 위한 교육에만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이다. 아이들이 소중하듯 선생님 한 분 한 분이 다 소중하다고 말한 황 대표는 원장이 선생님을 존중할 때 선생님들도 아이들을 존중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황 대표가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자연 속 어린이집을 꾸리고, 서로를 존중하며 놀이 속에서 배움을 이어가는 교육 공간을 만들기까지 한 아이의 인생을 만드는 80%가 유아기에 있다는 믿음이 바탕에 있었다. 유아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서 아이들은 누구나 충분히 변화할 수 있음을 역설하는 그다. 참된 스승의 애정 어린 보살핌 속에서 자연을 벗 삼아 노니는 아이들의 꿈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