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출 전북대학교 의과대학 미생물학교실 교수 - 신약 개발의 한계 극복할 신개념 약물 전달 기술, 혁신적 약물 개발의 마중물 기대
홍성출 전북대학교 의과대학 미생물학교실 교수 - 신약 개발의 한계 극복할 신개념 약물 전달 기술, 혁신적 약물 개발의 마중물 기대
  • 유지연 기자
  • 승인 2023.11.10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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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출 전북대학교 의과대학 미생물학교실 교수 ⓒ유지연 기자

[월간인물 유지연 기자] 글로벌 제약사들이 펩타이드 기술을 주목하고 있다. 펩타이드는 단백질 구성요소인 아미노산이 2~50개가량 연결된 물질로 단백질 기능을 가진 최소단위라 정의한다. 펩타이드 신약 후보물질은 단백질 중에서도 뛰어난 생리활성을 가진 최소 단위를 선별한 것으로 생체 친화적이라는 차별성을 가진다. 소량만으로 강력한 약리작용 및 활성을 나타낼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낮은 생체이용률로 실제 신약개발까지 도달하지 못한 상황이다. 전북대학교 의과대학 미생물학교실 홍성출 교수는 펩타이드 기반의 신약 후보물질의 생체이용률을 기존 대비 8배까지 높인 신개념 약물 전달 기술을 개발하며 신약 개발의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

 

 

신약후보물질의 생체이용률 8배로 극대화한 약물 전달 기술, 새로운 신약 등장 위한 발판 마련

전북대학교를 포함한 국내외 연구팀이 생체이용률을 8배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신개념 약물 전달 기술 개발 소식을 알리며 주목받고 있다. 전북대학교 홍성출 의과대학 교수팀과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광주센터 박사팀, 미국 로스앤젤레스 SNJ 제약(Pharmaceutical) 김현진 박사팀의 공동연구 끝에 얻은 결과다. 홍 교수는 단백질, 펩타이드, 저분자 등 모든 종류의 약물에 대한 생체이용률을 8배 높임으로써 경구 복용을 통해서도 치료 효능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약물 전달 기술이라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KSBI의 광주센터가 운영하는 생물재난분석기술개발·단백질 응집유래 난치성 노화질병 극복을 위한 통합분석 시스템 구축 사업과 SNJ 제약 지원으로 수행되었고, 관련 내용은 세계 최고 학술지인 SCI impact factor 10 이상인 IJAA 학술지에 실렸다.

그간 약물이 체내로 흡수되는 효율을 의미하는 생체이용률은 신약 개발을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할 난관으로 여겨져 왔다. 신약후보물질 중 70%가 뛰어난 약효에도 15% 수준 미만의 낮은 생체이용률로 신약 개발에 이르지 못한 채 버려지고 있는 실정이다. 소수성 물질은 친수성인 소화액에 녹지 않기에 소화관을 통해 인체로 흡수되는 효율이 낮아 먹는 약으로 개발할 수 없었던 것이다. 주사제 용액 역시 대부분이 친수성이기에 소수성의 약물 후보물질은 주사제로도 활용되기 어렵다. 홍 교수 연구팀의 이번 연구는 소수성 저분자 약물은 물론 그동안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각종 단백질과 펩타이드 기반의 신약후보물질도 고효율로 체내에 전달할 수 있는 길을 열었기에 의미가 크다. 차세대 신약 개발에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는 원천기술로 활용될 것이라는 기대다.

단백질을 섭취하면 위에서 1차 분해되고, 소장에서 완벽하게 분해되어 아미노산 형태로 돌아갑니다. 아직까지는 단백질을 원형 그대로 우리 몸에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했죠. 펩타이드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저희가 논문을 발표한 이후 다국적 제약사들로부터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비만 치료제로 이름을 알렸던 노보노디스크(Novo-nordisk)의 펩타이드 약물 위고비에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한 기술을 적용하면 주사제 형태의 위고비를 경구 복용하는 것도 가능해지죠.”

대표적 사례가 바로 니클로마사이드이다. 니클로마사이드는 코로나19를 포함한 다양한 바이러스 감염병 치료에 탁월한 효능을 보였던 약물 후보물질이다. 그러나 물에 녹지 않는 소수성 약물이기에 생체이용률이 저조해 코로나 치료제로 개발되지 못했다. 최근 지질체를 활용해 약물을 봉입하여 세포 내 표적에 전달시키는 방법으로 니클로마사이드의 생체이용률을 높이기 위한 연구가 임상시험 중에 있으나 항바이러스제로 활용하기 위한 생체이용률 수준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홍 교수 연구팀은 니클로마사이드 약물의 생체이용률을 기존 4.8% 대비 8배가량 높은 38.3%까지 높이는데 성공했다. 나노 전달체 기술을 적용한 니클로마사이드 약물을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마우스에게 경구 투여한 후 혈액까지 전달된 약물의 양을 측정한 결과 동일한 조건의 비교 실험을 통해 나타난 순수 니클로마사이드 약물보다 월등히 높은 생체이용률을 보임을 확인한 결과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인체 콜레스테롤 항상성 유지를 담당하는 담즙산의 생성·순환 과정을 모사한 약물 전달 기술이다. 세제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담즙산은 소수성 물질을 나노 수준으로 녹인다. 장에 도달한 대부분의 담즙산은 장간 순환에 의해 간으로 재흡수된 후 혈류로 돌며 체내에 전달된다. 홍 교수는 소수성 물질을 받아들이는 유일한 체내 물질인 담즙산이 지방과 결합해 흡수되는 통로를 차단함으로써 소수성 물질을 담즙산으로 싸는 기술을 개발했다며, 이러한 방법으로 단백질과 펩타이드의 생체이용률을 대폭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노 전달체 기술을 적용한 니클로마사이드 약물을 경구로 투여한 후 7일 후에도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 연구팀은 순수 니클로마사이드 약물을 투여한 대조군의 마우스가 4일 만에 모두 죽은 반면 나노 전달체 기술을 적용한 니클로마사이드 약물 실험군의 마우스는 정상 체온 및 체중을 유지하면서 건강하게 살아있음을 확인했다. 홍 교수는 머지않아 니클로마사이드가 각종 바이러스는 물론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 치료에 효과적인 항바이러스제로 개발될 것이라 내다봤다. 실제로 이번 연구와 관련해 러브콜을 보내오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상당하다.

니클로마사이드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주목받았던 약물입니다. 엄청나게 뛰어난 효능을 보이지만 낮은 생체이용률로 신약 개발에 어려움이 컸죠. 이번 연구로 니클로마사이드를 활용한 다양한 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길을 열었다고 판단됩니다.”

 

홍성출 전북대학교 의과대학 미생물학교실 교수 ⓒ유지연 기자
홍성출 전북대학교 의과대학 미생물학교실 교수 ⓒ유지연 기자

세계 최초의 중증 코로나19 소동물 감염모델 개발, 위드코로나 시대 개막 열어

홍성출 교수는 2021년 세계 최초로 중증 코로나19 소동물(햄스터) 감염모델을 개발했다. 다양한 소동물에 대한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수성 및 유전·병리학적 연구를 진행한 결과다. 이번 중증 코로나19 증상을 그대로 발현하는 햄스터 감염모델을 개발이 위드 코로나 시대 속 치료제, 백신, 의료기기, 기능성식품 개발에 큰 진전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된다.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나타내다가 자연 치유되는 경증 코로나19와 달리 중증 코로나19는 높은 치사율은 물론 호흡기 증상, 우편향폐렴, 발열, 오한, 뇌나 간으로의 바이러스 전이 등 2차 감염이 나타난다. 브레인포그, 만성피로, 후각상실 등 후유증 또한 심각하다. 중증 코로나19의 치료를 위해서는 사람의 중증 코로나19 증상을 나타내는 동물감염모델이 필요하지만 기존에 개발된 감염 동물모델에는 호흡기 증상과 폐렴만이 나타나 중증모델보다는 경증 감염모델에 가까웠다. 특히 영장류 모델조차 우편향 폐렴, 발열, 이차감염의 증상이 없어 연구에 한계가 있었다. 우편향폐렴과 발열, 이차감염 등 사람과 같은 코로나19 감염 증상을 그대로 나타내는 SH101 햄스터 모델에 거는 기대가 큰 이유다.

홍 교수 연구팀이 코로나19 바이러스 병리학적 연구와 더불어 SH101 햄스터의 감염실험과 감염동물에 대한 임상 분석 연구를 진행하며 개발한 SH101 햄스터 모델은 백신, 치료제 등에 대한 명확한 효능평가 결과를 나타내며 임상시험 기간을 대폭 줄이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SH101 햄스터 모델이 영장류에 비해 유지관리비가 약 1/100 규모라는 점 또한 코로나19 연구 발전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중증 코로나19의 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길이 열린 만큼 보다 혁신적인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 기대된다. 해당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Virulence에 게재되었다.

한편 켄타우로스 등 변이의 지속적인 출몰로 코로나19의 재유행에 대한 공포감이 커지던 20227월 홍 교수는 코로나19 치료제의 유효성을 재입증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코로나 경구용 치료제가 출시되고, 일부 기업들이 엔데믹 상황에 접어들었다 판단해 코로나 치료제의 임상을 중단하던 시기였지만 여전히 중증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코로나19 치료제는 요원하던 시기였다. 홍 교수는 SH101 햄스터 모델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인 버피랄리맙(burfiralimab)’의 동물실험을 통해 약물의 유효성을 재입증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이어온 항바이러스제 연구개발 전문기업 이뮨메드가 선보인 버피랄리맙은 코로나19 치료에 있어 항염 작용, 바이러스 증식 억제, 혈전 형성 억제에서 우수한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항염 작용과 바이러스 증식 억제 측면에서는 기존에 사용되던 코로나19 치료제인 렘데시비르보다 고무적인 결과를 보였다. 코로나19 감염 개체에 버피랄리맙을 투여한 실험군이 렘데시비르를 투여한 실험군보다 3~97% 낮은 염증 수치를 나타낸 것이다. 폐조직 검사 결과에서도 렘데시비르 투여군에 비해 버피랄리맙을 고농도(30mg/kg)로 투여한 실험군의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출량이 적었다. 해당 연구는 이뮨메드가 진행한 버피랄리맙의 동물 모델 약효시험 연구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 버피랄리맙은 20214분기 WHO Drug Information에 정식 등재된 면역글로불린 항체로 이뮨메드는 코로나19를 포함해 만성 B형 간염과 중증 인플루엔자 폐렴 치료제 등 광범위 바이러스 질환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코로나19 발병 이후 정부는 조 단위의 정부출연연구비를 코로나19 연구에 지원한 바 있다. 놀랍게도,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신기원을 이룰 정도로 뛰어난 연구 성과를 이룬 홍 교수의 연구들에는 정부출연연구비가 단 한 푼도 지원되지 않았다. 홍 교수의 코로나-19에 관한 모든 연구들은 정부 지원 없이 민간 기업체의 용역으로 진행되었다. 홍 교수는 그간 기업들로부터 8억 원 상당의 연구지원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러한 기업들의 지원에는 홍 교수의 연구가 가져올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깃들어 있다. 기자는, 그동안 막대한 정부 차원의 연구비가 코로나-19 분야에 지원되었지만, 홍 교수처럼 뛰어난 성과를 보인 연구자가 왜 정부출연연구비를 전혀 지원받지 못했는지 물어보았다. 홍 교수는 우리나라에 깊이 뿌리내린 검은 R&D 카르텔을 지목했다. 그는 R&D 카르텔에 동참하지 않으면, 우리나라를 과학기술 선진국의 반열에 당장 올려놓을 정도의 훌륭한 연구조차도 정부출연연구비를 한 푼도 지원받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했다. 같은 논리로, 세계 최고 규모의 정부출연연구비를 코로나-19 연구에 쏟아부었지만, 이들 정부출연연구비가 투자된 연구에서 어떠한 성과도 없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우리나라 연구자들의 연구 능력은 매우 우수한 편에 속해 R&D 카르텔 문제만 해결되면 훌륭한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홍성출 전북대학교 의과대학 미생물학교실 교수 ⓒ유지연 기자
홍성출 전북대학교 의과대학 미생물학교실 교수 ⓒ유지연 기자

수면 위로 떠오른 연구비 운용의 오랜 관행, 이제는 공개적 논의 통해 새로운 대안 마련해야 할 때

그간 탁월한 연구 성과를 쌓아온 홍성출 교수는 연구에 있어 자신만이 뛰어난 능력을 갖춘 것은 아니라며, 우리나라 연구자들은 신약 개발을 위한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다소 무겁게 입을 열었다. 우리나라는 GDP 대비 세계 최고 수준의 국가 예산을 정부출연연구비로 투자하고 있는데, 성과 면에서는 처참할 정도라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연구자들의 경우 연구 능력도 훌륭하고, 또한 매우 근면 성실한데 이처럼 성과가 없는 것은 R&D 카르텔에 그 원인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사태 때 정부가 산업체의 수요에 맞는 연구를 하라고 대학 및 국공립 연구기관의 연구센터 수십 곳에 수백억 원씩 정부출연연구비를 지원해 주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산업체가 실제로 이러한 연구센터를 활용한 경우가 거의 없었다. 반대로, 정부출연연구비를 전혀 지원받지 못한 홍교수 실험실은 산업체 용역이 8억 원이나 몰려들었다. 이처럼 산업체 연구를 지원하라는 목적으로 정부출연연구비를 지원받은 대학 및 국공립 연구기관의 연구센터에는 정작 산업체 연구지원 실적이 없다는 것은 우리나라 정부출연연구비 신규과제 선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홍 교수는 우리나라 정부출연연구비 신규과제 선정 과정은 거의 R&D 카르텔이 장악한 복마전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출연연구비 신규과제 선정 과정을 개선하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정부출연연구비를 지원해도 국가 과학기술경쟁력은 향상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정부에서 A라는 연구자를 지정하여 연구 공모내용(RFP)을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 국가연구비 신규과제 연구과제 공모서를 작성할 때 A 연구자는 다른 연구자들은 원천적으로 참여가 불가능하고 자신이 속한 R&D 카르텔에 속한 연구자들만 공모할 수 있도록 RFP를 작성하고 있다. 또한, 연구과제 심사위원조차도 R&D 카르텔에 속한 연구자들이 주도권을 잡도록 설계되어 있다. 정부-연구자로 이어지는 R&D 카르텔은 너무나 견고하여, 정권이 바뀌어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홍 교수는 정부출연연구비 신규과제 선정과정에서 R&D 카르텔 운용 문제를 수면 위로 올려, 정부와 정치권에서 뭐가 문제인지 공개적으로 토론을 해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특히 국회 차원에서 대국민 공청회를 개최해서 우리나라 과학발전에 초석을 마련해야 한다고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 정부출연연구비 신규과제 선정 및 관리를 미국처럼 투명하게 해야 우리나라 과학기술에 희망이 생길 것이라고 한다.

정부는 국민의 소중한 세금을 합리적으로 사용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정부가 우리나라 R&D 카르텔을 개선할 의지가 없다면, 국가 R&D 예산 삭감에 적극 찬성합니다. 우리나라 R&D 예산을 대폭 줄여도 문제가 없다고 봐요. 국내 교수 연봉이 일본보다 높고 국가가 지원하는 연구비는 독일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국민 1인당 GDP 대비 세계 최고 수준의 국가연구비를 투자하고도 여러 저개발국가에서도 배출한 노벨과학상이 전무하고,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노벨과학상을 배출하지 못한 국가라는 점은 우리 R&D 카르텔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함을 시사합니다.”

 

대학의 경쟁력으로 이어질 대학의 도덕성, 기술과 산업 강국 대한민국 위한 초석 될 것

하버드, 스텐포드 등 미국의 주요 대학은 조교수 임용 후 정년보장 교수로 승진할 확률이 10~30%에 그친다. 일본 또한 동경대, 경도대, 오사카대 등 거점국립대들은 조교수에서 정년보장 교수로의 승진 비율을 25%로 고정해놓았다. 이처럼 주요 OECD 국가들이 정년보장 교수 승진에 엄격한 비율을 준수하고 있는 것은 교육과 학문을 추구해야 한다는 대학의 특성을 지키기 위함이다. 정년보장제도를 이용하여 교수로서의 자질을 갖춘 사람만이 대학에 남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임용 받는 순간부터 정년보장 교수로 살아간다. 홍 교수는 교육과 학문에서 인생의 보람을 찾기 어려운 사람들이 대학 총장 혹은 보직 교수라는 방향성을 찾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하버드 대학에 초임 교수로 발령을 받았다면 그 사람은 훌륭한 교수일까요, 아닐까요? 정답은 모른다입니다. 교수로 발령을 받은 것은 그간 열심히 노력한 결과이지만 연구자와 교육자로서의 자질을 갖추었는지를 검증하는 지표가 될 수는 없죠. 사고력과 창의성, 이해성 등 종합적 지적능력을 갖춘 사람이 훌륭한 연구자가 될 수 있지만 교수 임용 과정에서 그 능력을 확인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는 주요 OECD 국가들이 정년 보장 교수로의 승진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이유죠.”

홍성출 교수는 대학이 도덕성을 잃으면 사회가 무너진다며, 대학은 순수하게 학문을 탐구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상아탑의 자리를 지켜야 함을 강조했다. 연구에만 써야 할 연구비를 먹고 마시는 일에도 활용하고자 하는 일부 교수들을 비판하는 그다. 실제로 과학계에서는 연구비를 더 이상 도덕성과 윤리에 맡겨서는 안 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의 관계자 또한 연구비 규정에서는 인건비뿐 아니라 연구 장비, 재료비 등을 충분하게 지원하고 있다며, 연구비는 교수와 학생연구자들의 복지비가 아님을 역설한 바 있다.

연구비 비리와 대학원생에 대한 노동력 착취 문제는 이제 우리 대학에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대학 연구실과 관련한 각종 비리들이 언론을 장식하곤 하죠. 젊은 연구자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겠습니까? 이래서는 우리나라 이공계에 희망이 없습니다. 과학기술 분야의 R&D 카르텔 문제에 대한 공개적 논의가 필요합니다.”

또한 총장 직선제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주요 OECD 국가들처럼 정년보장제도를 강화할 수 없다면 그 절충안으로 현재 교수 평가에서 상위등급을 받은 사람들에게만 총장 투표권을 부여한다면 대학의 고질적 문제를 해소하는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홍 교수는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현재 학계가 직면한 카르텔문제에 대한 공청회 등 공론화가 이루어진다면 새로운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2023 새만금 잼버리와 2008 이공계 통폐합 논란을 일으킨 정부조직 개편안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현안에 대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어온 그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실용을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 경제를 살리겠다며 56개인 중앙행정기관을 43개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홍 교수는 당시 과기부, 정통부, 해수부 등 이공계 인력이 진출해온 정부 부처가 통폐합되어 이공계 인력의 공직 진출 기회가 박탈된 것은 물론 농진청 폐지로 인해 이공계 연구직 공무원 자리 3천 개가 줄어든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 정부가 이공계 인력의 공직 진출을 정부차원에서 적극 배려하는 것은 물론 정부가 국립 연구기관을 통해 연구직 공무원의 신분을 보장하는 것과는 대치되는 행보다. 홍 교수는 기술 인력에 대한 지지가 있을 때 비로소 이공계 기피 현상이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원천기술 개발과 산업 경쟁력 유지를 위한 기반이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홍성출 전북대학교 의과대학 미생물학교실 교수 ⓒ유지연 기자
홍성출 전북대학교 의과대학 미생물학교실 교수 ⓒ유지연 기자

대한민국 과학기술 미래를 위해 R&D 카르텔 혁파가 필요

홍성출 교수는 대학이 품어온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한다면 대한민국의 이공계는 세계적으로도 우수한 경쟁력을 자랑할 수 있으리라는 장밋빛 전망을 전하기도 했다. 한국인은 의미 있는 연구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충분한 자질을 갖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례로 반도체와 2차전지 등 첨단 산업 분야를 들 수 있다. 단기간 내에 전 세계에서 독보적 지위를 차지하는 수준까지 기술력을 끌어올린 저력을 품고 있다는 설명이다.

홍 교수는 현재 연구계가 직면한 문제는 누구도 공개적으로 논하기 어려운 문제이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앞장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임을 강조했다.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오랜 시간 고민해온 그는 2017년 국가 연구비와 관련해 보건복지부와 과기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홍 교수는 1심에서 패소한 후 항소심은 기각된 상태라 말했다. 그는 압도적인 과학기술 경쟁력을 쌓아가는 미국의 R&D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단언했다. 더불어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소위 전문가나 이해당사자의 목소리뿐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를 고루 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대형 국책과제가 R&D 카르텔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R&D 카르텔 개혁 없이는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미래가 없습니다. 아이디어와 역량을 갖춘 연구자라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성실히 연구에 임하고 있는 연구자들을 위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분명 많은 반발이 야기될 문제이지만 국민들은 적극 지지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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