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하 의료중재원)은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구제와 안정적 진료환경 조성을 목적으로 지난 2012년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설립되었으며, 올해 2024년을 기점으로 어느덧 12년차를 맞이했다. 의료중재원은 의료사고 상담부터, 감정, 조정·중재라는 주요업무를 기반으로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 손해배상금 대불, 의료분쟁 관련 제도와 정책연구, 의료사고 예방활동 등 의료분쟁에 관한 업무도 폭넓게 수행하고 있다. 특히 의료사고 감정과 조정기능을 모두 갖추고 의료분쟁을 전문적으로 해결하는 세계에서도 유일무이한 기관으로서 설립에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사회적 논의를 거쳐 지난한 시간을 거쳐 온 만큼, 기관의 역할과 책임감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박은수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장은 “기관설립 후 2022년까지 지난 10년 동안 상담 505,527건과 조정신청사건 11,906건을 처리하였으며, 120일 내외라는 처리기간을 준수하면서 64.6%에 달하는 평균 조정성공률을 내왔다”며, “앞으로도 의료중재원이 국민에게 힘이 되는 의료분쟁해결 전문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는 신뢰할 수 있는 안전한 의료환경을 구축하고 의료분쟁으로 인한 국민의 사회·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어떠한 사업들을 추진하며 관련 인프라들을 마련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의료중재원의 조정제도는 환자와 의료인에게 발생한 의료분쟁으로 소비되는 비용과 시간에 대한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제도입니다. 의료소송의 경우 1심에만 평균 26개월 이상이 소요되며 인지대, 송달료, 감정비용 등이 높고 별도의 변호사 선임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1심 판결에 대한 항소와 상고까지 하게되면 비용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됩니다. 의료중재원의 조정제도를 이용할 경우, 조정신청금액 500만 원 이하의 사건에 대해서 신청수수료가 22,000원 정도로 신청이 가능하며, 절차가 개시되면 별도 비용 없이 공정하고 전문적인 의료감정 및 조정을 통해 최대 120일 이내로 사건이 종결됨에 따라 환자는 일상으로, 의료인은 진료에 집중할 수 환경으로 빠르게 복귀할 수 있습니다. 의료분쟁으로 인한 국민의 사회적 경제적 부담을 완화시켜드리는 대표적인 제도로는 손해배상금 대불제도와 불가항력 보상제도, 법률지원사업이 있습니다. ‘손해배상금대불제도’는 의료사고를 당한 피해자가 손해배상금 확정되었음에도 의료기관의 경제 사정으로 배상금을 지급받지 못하였을 경우 의료중재원이 대신 지불하고 추후 중재원이 배상의무자에게 구상하는 제도인데, 환자는 신속하게 배상금을 지급받고 일시적인 경영 악화로 배상금을 지급하지 못한 보건의료기관은 당장의 부담을 덜게 된다는 점에서 환자와 보건의료인 모두 win-win하는 제도라 할 수 있습니다. ‘불가항력 보상제도’는 조정이 개시된 산부인과 분만사고 중 보건의료인이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했음에도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분만 의료사고에 대해 3천만 원 범위 내에서 보상하는 제도입니다. 제도 시행 당시에는 보상재원을 국가와 의료기관이 각각 7대3 비율로 부담해 왔으나, 최근 관련 법령이 개정되어 2023년 12월 14일부터는 보상재원을 전액국가가 부담하는 것으로 개정되어 의료기관의 재원 부담이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이로써 불가항력적 분만 의료사고로 고통받는 당사자에게 안정적으로 보상금을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한, 법률구조공단과 연계에 취약계층 대상 의료소송을 지원하는 ‘의료사고 피해자 법률구조 지원사업’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 국가유공자와 같이 조정신청 시 수수료 일부를 감면받은 의료사고 피해자 중 감정 및 조정절차에서 과실 및 인과관계가 인정되었으나, 조정이 불성립된 경우 대한법률구조공단과 연계하여 소송을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정부예산으로 운영되는 피해구조 사업은 1건당 소송가액 최고 3억 원 기준 최고 3천만 원까지 지원하는 사업으로, 지금까지 많은 성과를 내왔습니다. 나아가 최근 지원대상자를 중위소득 125%까지 확대하는 등 더 많은 취약계층 의료사고 피해자들의 실질적 피해구제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 가장 높은 의료분쟁이 조정신청 분야는 무엇인지와 더불어 국민들이 보다 현명하게 의료분쟁 조정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이에 관한 조언을 부탁드리겠습니다.
2022년 의료분쟁조정중재통계연보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의료중재원에 접수된 12,186건의 진료과목 현황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는 2,605건으로 21.3%를 차지하는 ‘정형외과’였습니다. 그 뒤로 1,733건으로 14.2%를 차지한 ‘내과’, 1,300건으로 10.6%를 차지한 ‘치과’, 1,164건으로 9.5%를 차지한 신경외과 등이 있습니다. 의료분쟁 조정을 신청하는 절차는 비교적 간단합니다. 전국 어디서나 국번없이 1670-2545로 전화하시면 조정신청 방법이나 절차 등에 대해 자세히 상담 받으실 수 있습니다. 방문, 온라인, 이메일, 우편 등의 채널도 다양하게 열려 있습니다. 의료중재원이 개원된 2012년 4월 8일 이후부터 발생한 의료사고 사건 중 사망, 중증장애, 1개월 이상의 의식불명 등의 사건은 신청만으로 절차가 개시되고 다른 사건들은 피신청인 의료기관이 절차 참여에 동의를 하면 개시됩니다. 현재 조정개시율은 68.3% 수준으로 높은 수준입니다. 절차가 개시되면 의료인, 법조인, 소비자위원 등으로 구성된 5인의 감정위원이 모여 과실 및 인과관계를 규명한 감정서를 채택하는 감정 절차가 먼저 진행됩니다. 조정절차는 감정결과를 토대로 의료인, 법조인, 소비자위원, 대학교수 등 5인으로 구성된 조정기일에 양당사자가 참여해 분쟁해결을 시도하게 됩니다. 조정의 방식은 합의, 조정결정, 부조정결정 등이 있으며, 당사자는 조정부에서 제시한 합의안이나 조정결정에 대해 자유롭게 동의 여부를 결정할 수 있고 합의하거나 조정결정에 동의한 경우 조정은 성립되고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가집니다. 그러나 양쪽 모두 동의하지 않으면 조정불성립으로 조정절차는 종료됩니다. 이 모든 절차는 120일 이내에 마무리 됩니다. 현명한 의료분쟁 해결을 위해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절대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조정은 상호이해와 양보를 바탕으로 서로 합의를 통해 분쟁을 해결하는 절차입니다. 분쟁당사자 뿐 아니라 의료중재원의 감정이나 조정절차에 대한 신뢰와 이해를 바탕으로 성실하게 절차에 임하고 감정적 대응보다는 상호대화로 풀기 위해 노력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또한, 조정기일에 참석하기 전에 감정서를 반드시 읽고 내용을 확인하셔야 하며, 필요한 경우 조사관이나 심사관을 통해 설명을 요구해서 충분히 이해하고 조정기일에 참여하시는 게 좋습니다. 좀 더 신속하고 간단하게 의료분쟁을 마무리하고 싶다면 준비기일이나 간이조정절차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미래에 의료분쟁을 최소화하고 환자와 의료인 모두에게 안정적인 의료환경 조성을 위해 우선되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와 의료인은 치료의 동반자로서 서로 신뢰하고 적극적인 협조하는 관계’를 맺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환자는 자신의 증상 및 병력 등에 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의료진의 전문성을 인정하는 개방적인 태도가 필요합니다. 또한, 진료 과정동안 의료진의 판단을 믿고 따르는 신뢰관계가 중요합니다. 의료인의 경우 진료에 있어 환자의 말을 경청하고, 질병으로 인해 심적으로 약해진 환자의 상태를 충분히 공감하며, 치료에 대해 가능한 한 상세하게 미리 설명하고 치료를 함으로써 환자의 수용성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런 신뢰 관계가 형성된다면 의료사고가 발생했을지라도 의료인은 환자를 안심시키고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제공할 수 있고, 환자 역시 의료인을 믿고 치료를 받아 의료분쟁으로 확대되는 것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의료기관 내 사고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교육의 중요성과 관해 여쭙고 싶습니다.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소송보다는 조정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의료분쟁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 및 비용감소 차원에서 의료사고가 발생되지 않도록 예방활동을 강화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의료중재원은 개원 초부터 의료사고 예방을 핵심과제로 선정하고 교육콘텐츠 개발, 교육프로그램 및 대상자 발굴, 인프라 구축에 힘써왔습니다. 의료사고 예방교육은 의료사고 예방 및 해결방안, 설명의무 이행의 중요성, 의료행위 단계별 의료사고 예방가이드, 의료분쟁 슬기롭게 대처하기, 의료중재원 조정절차 이용가이드 등 의료사고 예방에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도움이 되는 교육콘텐츠를 개발하여 의료기관 방문교육, 연 2회의 온라인 예방교육, 견학교육 프로그램 등으로 교육목적 및 피교육자의 특성에 맞춰 맞춤형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빈도 의료사고유형 분석 및 예방방안을 담은 ‘의료사고 예방소식지(MAP)’를 2017년부터 꾸준히 발간하여 전국 보건소 및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950내외)에 배포하고 있습니다. 대국민용 의료사고 예방자료도 제작하여 유튜브, 인스타 그램, 블로그와 같은 기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는 함께하는 기관과 단체의 종사자와 교육·연구자들, 국민과의 소통과 협업을 위해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의료중재원이 의료분쟁 해결의 중추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의료사고에 대한 인식개선 및 의료사고 예방, 조정제도에 활성화, 제도 및 정책연구 등을 위해 유관기관 및 단체, 학계 등과 다양한 소통 및 협업체계를 구축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2012년 외국인 환자의 의료분쟁 해결을 위해 법무부 외국인 종합안내센터와 MOU를 체결하고 제3자 통역서비스를 시작했으며, 2015년에는 보건산업진흥원 및 보건복지인재원과도 3자 MOU를 체결하여 외국인 환자 의료분쟁 서비스 지원 방식을 확대했습니다. 2014년에는 서울중앙법원과 법원연계조정 MOU를 체결해 법원조정 사건 일부를 연계조정방식으로 해결했으며, 2019년에는 유사 의료분쟁 조정기관인 소비자원과의 MOU를 통해 협력방안을 마련하여 더 촘촘하게 의료분쟁을 해결하는 인프라를 구축하였습니다. 2020년에는 법률구조공단과 MOU를 체결하여 저소득층 의료사고 피해자의 소송지원 등 피해를 구조하는 사업을 시작하여 매년 확대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소비자단체에서 주관하는 컨슈머소사이어티코리아 행사 또는 병원협회 세미나 참석, 소비자단체 대상 의료사고 예방 교육, 소화기내시경학회 등 각종 의학회와 공동 연구용역 진행, 조정학회 및 각종의학회 세미나에 패널 및 교육자로 참여하고 있으며, 의료기관 실무자 간담회, 준법지원인 간담회, 의료사고 예방 워크숍, 정기적인 언론사 간담회를 진행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함으로써 제도를 알리고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민과 보건의료인 모두를 위한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하고 의료분쟁 해결의 실효성 확대에 있어 향후 어떤 기관으로 자리하고 싶은지 여쭙고 싶습니다.
‘공정, 소통, 전문성’이라는 의료중재원 핵심가치에 기관의 나아갈 바가 잘 담겨 있습니다. 이를 위해 맞춤형 의료분쟁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 데이터 기반의 의료감정과 합리적 조정을 통해 빠르게 의료분쟁을 해결함으로써 의료분쟁이 발생하면 국민이 제일 먼저 찾고,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기관으로 자리잡는 게 궁극적 목표입니다. 오랜 갈등과 불신 탓에 최초 법안 논의가 시작된 뒤부터 의료중재원이 만들어지기까지 23년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힘들게 탄생한 기관인 만큼 그 책임감과 국민적 기대도 크다는 것을 잘 알기에 국민 곁에 힘이 되는 의료분쟁 조정전문기관이 되기 위해 더욱 더 노력하겠습니다.
무엇보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 ‘동기부여’가 무엇이었는지 가장 중요할 것 같습니다. 원장님께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인생을 바꾼 단 하나의 힘이 있다면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착하게 살면 복 받는다는 말을 들으며 성장하여 왔고, 이제는 그 말의 힘을 믿습니다. 제 자신이 장애인 문제해결에 관심을 가지고 노력했던 것도, 약자편에 서는 것이 착하게 사는 것이라고 믿었던 것입니다. 의료분쟁 해결에 관심을 가졌던 것도, 사고로 피해를 입은 환자측에 공정한 배상이 이루어지기를 바랐고, 의사측도 법절차에 따라 안정적으로 분쟁이 해결되기를 원하고 있음을 확인하였고, 대부분의 의료인은 환자의 건강회복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부탁드리겠습니다.
‘최악의 조정일지라도 최상의 판결보다 낫다’라는 격언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소송에 의존하여 사회의 평화와 안녕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1년 판결건수는 일본보다 2배 이상에 이르고 있습니다. 의료 분야에서부터 시작한 우리 의료중재원의 소중한 경험이 사회 전 분야로 확산이 되어, 서로가 서로의 주장에 대하여 보다 겸허하게 경청하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사회분위기 조성에 일조를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소중한 경험은 다른 나라의 안정적 진료환경조성에도 도움이 될 것이므로, 우리 제도를 알리는 노력에도 힘을 기울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