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2024 혁신상 휩쓸어
유력한 미래 먹거리 산업 중 하나로 평가받는 헬스케어 관련 관심이 최근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에 정부가 지난해 초 산업 선점을 포부로 다양한 지원책을 일찌감치 내놓은 가운데 최근 기술개발 등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며 주목받고 있다. 이미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은 IT 기술, 인공지능 등 키워드와 함께 의료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향후 국내 헬스케어 산업 발전에 대한 사회적 노력도 가속화 할 전망이다.
공공·민간 불문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폭 투자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바이오헬스케어 시장은 2022년 6,318억 달러에서 2026년 8,461억 달러로 연평균 7.7% 성장하고, 동기간 반도체 시장은 6,360억 달러에서 8,436억 달러로 연평균 6.5%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초 정부가 바이오헬스케어의 글로벌 주도권을 선점하고, 이를 제2의 반도체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한 배경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연 매출 1조 원 이상 신약을 5년 내 2개를 개발하고, 의약품 수출 규모도 현시점 82억 달러에서 160억 달러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디지털 신시장 창출과 바이오헬스 수출 활성화를 큰 틀로, 제약바이오 산업 분야 세계 6위, 의료기기 세계 5위의 강국 도약 등을 세부 목표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데이터 기반 의료·건강·돌봄 서비스 혁신 ▲바이오헬스 산업 수출 활성화 ▲첨단 융복합 기술 연구개발 강화 ▲바이오헬스 첨단 전문인력 양성, 창업 지원 강화 ▲법·제도 및 인프라 구축 등 5대 핵심 과제를 수립했다.
바이오헬스케어 관련 정부 지원도 확대된다. 총 361조 원에 달하는 무역 금융을 활용해 바이오 기업의 수출자금을 지원하고 무역보험료 할인(20%)과 한도 우대(최대 2배) 등을 추진한다. 또 2030년까지 국가신약개발사업에 2조 2,000억 원 규모로 지원할 계획이며, 1조 원 규모 K-바이오백신 펀드 등 메가펀드를 조성한다.
실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수출 판로도 넓어지는 모양새다. 글로벌 무대를 확대하는 것만이 아닌 ‘매출’이라는 실체적 성과 역시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한국산 신약의 경우 전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양상이다. 특히 SK바이오팜이 개발한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엑스코프리)는 지난해 미국에서 1,692억 원 매출을 기록, 전년 대비 116.3% 대폭 늘렸다. 세노바메이트는 지난 2020년 5월 미국시장에 진출한 이후 10분기 연속 매출액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에는 IT·가전 등 미래 신기술을 한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CES 2024가 열린 가운데 국내 바이오헬스 분야 스타트업들이 주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올해 ‘CES혁신상’ 부문에서 대한민국 헬스케어 분야 스타트업들이 최다 수상을 기록한 것이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이번 CES 2024 혁신상을 수상한 한국기업 중 스타트업은 116개에 달했다. 산업별로 살펴보면 이 가운데 가장 많이 수상한 산업군은 헬스케어 분야로, 30곳(25.9%)의 스타트업이 CES 2024 혁신상을 수상했다.
CES 2024 최고 혁신상을 수상한 3D 프린팅 의수 개발 기업 ‘만드로’를 비롯해 AI 전립선암 진단 솔루션 ‘딥바이오’와 재생의료 스타트업 ‘플코스킨’ 등이 눈에 띈다. 특히 최근 대구시가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를 5대 신산업으로 설정하는 등 헬스케어 산업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번 혁신상 수상 대구지역 스타트업은 주로 헬스케어 분야에 집중된 가운데 혁신상 수상 스타트업 4개 중 3개가 헬스케어 분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국내 플랫폼 기업의 헬스케어 분야 진출이 본격화하고 있다. 네이버 등 국내 토종 플랫폼 기업이 의료 기관과 협업하거나 투자하는 방식이 두드러진다.
실제 네이버는 지난 2019년 대웅제약·분당서울대병원과 함께 AI 기반 진단기업 ‘다나아데이터’를 공동 설립했다. 2020년 헬스케어 연구소를 설립한 데 이어 2021년 AI 의료영상 진단업체 ‘루닛’에 투자도 단행했다. EMR(전자의무기록) 업체인 이지케어텍(2021년)·메디블록(2020년)에도 각각 투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카카오도 연세의료원·KT와 협업해 지난 2019년 의료 전문기업 ‘파이디지털헬스케어’를 설립했다. 2022년에는 헬스케어 전문기업 ‘카카오헬스케어’를 세워 관련 사업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선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성장하려면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미국·유럽 기업의 경우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등에 업고 급성장 중인 반면 한국은 여전히 세계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서 비중이 한 자릿수에 머무는 상황이다.
헬스케어 분야의 이러한 급성장세는 대면 치료가 어려운 코로나 팬데믹 시대 도래로 인한 결과물이라는 분석이다.
KDB 미래전략연구소 분석 결과에 따르면 최근 10여 년간 전 세계 IT 기업의 헬스케어 특허 출원 수는 300건 이상이다. 국내 상황을 보면 한국바이오협회 집계 결과 2020년 코로나19 사태 당시 한 해 동안 신규 헬스케어 앱은 무려 9만 건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시장조사기관 GIA(글로벌 인더스트리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2020년 1,525억 달러(약 198조) 규모에서 매년 19%씩 성장, 오는 2027년 5,088억 달러(652조)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