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인물 유지연 기자]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이 2028년 개교 100주년을 맞이한다. 1928년 조선여자의학강습소를 시작으로 기초의학부터 첨단 미래 의학까지 의학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 연구 성과를 창출해 온 고대의대는 세계 100대 의대에 이름을 올렸으며, 최고의 의학교육 인프라 ‘5 CAMPUS’(고려대 안암, 구로, 안산병원, 고영캠퍼스, 메디사이언스 파크)를 구축했다. 편성범 학장은 “교육 및 연구 인프라 확충으로 의과대학 연구역량을 대폭 강화하고, 전주기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 등을 통해 ‘미래의학을 선도할 융합형 창의인재 양성’으로 최고 의학교육 기관으로 나아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학장님,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앞서 학장님에 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장 편성범입니다. 1991년 고려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박사를 취득했으며 전문분야는 재활의학입니다. 뇌신경 재활, 인지 언어장애, 신경근육질환 등을 전문분야로 진료와 연구를 수행해 왔습니다. 대한뇌신경재활학회 이사장, 대한재활의학회 학술이사, 대한연하장애학회 간행이사, 대한근전도전기진단의학회 이사 등을 지냈으며, 내부적으로는 고려대의료원 대외협력실장, 고려대학교 재활의학교실 주임교수를 역임하고, 학장 취임 직전까지 교무부학장을 4년간 역임하였습니다.
현재 집중하고 계신 현안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우리 의과대학은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의학교육 평가인증에서 ‘6년 최고인증’을 받은 의과대학입니다. 우리는 이를 바탕으로 2026년에 맞춰 우리 대학의 고유의 특성을 반영한 6년제 통합 교육과정을 준비 중입니다. TFT가 출범해 새 교육과정의 방향성을 정립하고 교육과정 초안 개발, 각 과의 의견을 수렴 보완해 통합 교육과정을 시행할 예정입니다. 여기에는 과목 간 수평통합, 기초-임상간 통합 및 강화를 도모하고,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 등 특성화 과정도 반영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혁신적이고 차별화된 의학교육과정을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의과대학 내 중요이슈에 대한 소개 말씀 부탁드립니다.
최근에 제1의학관 증축/리모델링 공사를 마쳤습니다. 제1의학관은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이 과거 혜화동에서 현재 안암동 캠퍼스로 1991년도에 병원과 함께 이전한 뒤, 약 30여 년간 우리 대학의 의학교육 중심이었던 곳입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학생들의 대면 수업이 없던 시기에 교육환경 개선과 새로운 의학교육을 적용할 수 있도록 증축/리모델링을 시작했으며, 2년간 공사 끝에 최근 오픈하여 리노베이션 오픈식을 개최했습니다. 최첨단 대형 강의실, 대형 종합실습실, 시뮬레이션 센터, 미디어랩, TBL(Team Based Learning) Room을 비롯해 최고의 의학교육 환경과 의학연구지원 인프라를 구축했으며, 학생자치활동 공간과 복지시설을 확충해 창의적 학습과 소통이 가능한 역동적인 교육 공간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이번 제1의학관 리노베이션을 통해 고려의대는 미래 의학을 주도할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의료인을 양성해 인류 건강에 이바지하고자 합니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하는 부분에 대해 여쭙고 싶습니다.
고려의대는 ‘연구중심 의과대학’으로서, 진료역량과 전문성을 갖춘 의사 양성뿐만 아니라 의학 연구를 통해 질병을 정복하고 미래 의학을 개척할 수 있는 뛰어난 의과학자 양성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안암, 구로, 안산 세 곳의 교육 병원뿐만 아니라 교육 및 연구기능을 수행하는 청담 고영캠퍼스, 정릉 메디사이언스 파크 등 다섯 개의 CAMPUS를 구축해 명실상부 기초의학 및 임상교육에서 최고의 수준을 갖추고 있습니다. 학생연구, 융합형의사과학자, 전문연구요원(Physician Scientist) 프로그램 등 학생에서 전문의까지 전주기적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을 구축했습니다. 또한, 학생연구 및 대학원생의 장학금을 대폭 지원해 바이오 메디컬 산업을 육성시킬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의사과학자 양성사업단을 설립해 미래 의료를 선도할 수준 높은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해 한층 더 힘 쏟을 계획입니다. 특히 고려의대는 국가에서 진행하는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사업에 2회 연속 주관기관으로도 선정되었습니다. 2019년 시행된 1단계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으며, 2022년부터 한양대, 중앙대, 영남대, KIST와 컨소시엄을 이루어 2단계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연간 총 25억 원 규모의 지원금을 받아 전공의 연구지원, 의사과학자 양성 인프라 구축,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 다양한 사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의학 발전을 위해 타 분야 및 타 대학과의 교류 협력도 활발히 하실 텐데요, 소개하고 싶은 학과 관련 사업이 있으실까요?
2017년 세계 의과대학 간 공동 연구와 학술 교류, 의학교육 교류로 공동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Global Alliance of Medical Excellence(이하 GAME)’라는 국제 의학교육 및 연구 협의체를 창립했습니다. GAME은 각 대학이 혁신적인 의학교육을 촉진하고 영향력 있는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창립한 국제공동연구 플랫폼으로, 현재 고려의대를 비롯해 홍콩 중문대학, 이탈리아 볼로냐대학, 일본 나고야대학, 호주 모나시대학, 독일 뮌헨대학, 네덜란드 에라스무스대학, 영국 노팅엄대학, 스웨덴 룬드대학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GAME에서는 고려의대가 의과대학생의 의학교육과 국제교류에 초점을 둔 TEI(Transnational Educational Initiatives) 프로젝트의 주관대학입니다. 이를 통해 미래 의료계를 선도할 학생들이 의료의 핵심가치, 의학 전문 직업성, 젠더이슈, 다양성, 기후 변화와 관련된 건강과 같은 국제적인 주제를 논의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도록 의대생 하계캠프(GAME-TEI Summer school)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의사 수 부족으로 의료공백이 커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어떤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필수 의료진의 부족은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의료전달체계의 문제, 의료보험 저수가로 인한 특정 진료과의 선호 혹은 기피 문제, 인구감소, 의료인력의 수도권 쏠림, 의료인의 진료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 증대, 필수 임상과의 과중한 업무, 사회적인 분위기 등 다양한 이유가 연관이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의료전달체계가 바로 서고, 균형 있는 국가발전계획과 인구, 국가 보건재정 및 지원의 확대, 양심에 따른 진료에 대한 법적 책임 완화 등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의사는 사회적 필수재이고, 수련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이를 위한 의과대학에 대한 재정지원 확대 등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급변하는 의료 환경에 맞춘 우수한 인재양성을 위해 노력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시대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시대가 요구하는 의사상도 변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의사를 떠올렸을 때, 흰 가운을 입고 진료하는 의사를 떠올렸다면, 오늘날은 연구하는 의사, 의사면허를 활용해 다른 분야로 진출하는 등 다양한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대학 또한 창의 융합형 인재양성을 필두로 진행하고 있는 만큼 공학, 경영학 등 다양한 학문으로 시각을 넓히고 개방적인 사고를 꾀하고자 ‘Enrichment Stream’ 과정을 신설해 학생 개개인의 관심 분야를 자유롭게 배우고 탐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6년제 통합과정 시행 예정으로 기초-임상간 통합해 학제 다양성을 통해 의학교육의 융통성과 연속성에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조기 임상노출, 수준 높은 의학교육과 임상실습을 통해 졸업 후 바로 의료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차후 의료인으로서 비전을 꿈꾸는 학생, 또는 의료인이 아닌 창업 및 다른 진로를 꿈꾸는 학생 등 다양한 제자들이 있을 줄 압니다. 제자들에게 전하고픈 조언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의사는 윤리의식과 사명감, 책임감 등 소명 의식이 필요한 직업입니다. 아픈 환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어야 하며, 사회적 요구, 시대적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유연하고 융합적인 사고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생 공부하는 것을 늦추지 말아야 하고, 새로운 의학지식과 의료기술을 생산하려는 자세가 특히 요즘 시대엔 필요합니다. 한 명의 환자를 치료하면 한 명만 낫지만, 항생제나 백신 하나를 개발하면 수많은 질병에 고통받는 인류를 구할 수 있습니다. 임상의사로, 의과학자로, 그리고 의료 관련 창업으로 의료인으로서 사명감을 갖춰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을 마음 속 깊이 새기길 바랍니다.
● 인류를 향한 의생명연구, 생명을 살리는 깊이 있는 연구, 메디사이언스 파크에서 시작
● 백신혁신센터, 글로벌 감염병 예방 및 치료를 위한 백신 개발과 연구 인프라 확충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의 미래, 사회적 역할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의 다섯 개의 CAMPUS 중 하나인 정릉 메디사이언스 파크는 ‘백신·신약 개발’을 가장 핵심적인 목적으로 조성하고 있는 Research Park입니다. 올해 하반기에 완공될 메디사이언스 파크 내 정몽구관은 미래 첨단 메디컬 융복합 연구의 허브 역할을 해줄 것이며 이미 발족한 백신혁신센터에서는 백신 개발을 위한 원천기술 개발, 후보물질 유효성 평가, 전임상 연구 등 미래 팬데믹 상황에 대비하는 다양한 연구를 수행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백신 및 신약 개발에 나서 기초 실험에 더 집중하고, 박사후 연구원 등 풍부한 인적 인프라, 고려대의료원 산하 3개 병원과의 연계를 통해 바이오메디컬분야 혁신연구와 기초 및 융합연구 역량을 한 단계 높일 계획입니다. 또한, 의료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뇌영상연구센터 등을 통해 고려의대가 미래의학을 개척한 융합연구의 전초기지로서, 인류의 건강 증진에 앞장서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학장님께서 갖고 계시는 소신과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고려의대는 생명에 대한 존중과 사람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의학교육 본연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구한말 1928년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여성과 모성 보호를 위해 ‘조선여자의학강습소’가 설립된 이래, 약 100년간 힘없고 소외된 곳을 찾아가 질병 치유를 통한 사랑을 실천해왔습니다. 앞으로 우리 고려의대를 혁신적인 의학교육과정을 갖춘 의대, 최고의 연구역량을 가진 의대, 자랑스러운 역사를 지닌 의대, 그리고 모두가 입학하고 싶은 의과대학으로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될 수 있는 훌륭한 의사와 의과학자를 배출하고, 세계의학을 선도하는 의과대학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